이웃에게 기쁜 마음으로 자비를
꼬끼요!
금계 은계가 새벽 바람을 가르니 찬란한 아침해가 티없이 맑은 동녘 하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잠들었던 삼라만상이 일시에 깨어납니다.
저기 떠오르는 한 덩어리 붉은 태양은 만유(萬有)를 휩싸고 시방세계를 삼키고 토하니 우리 어찌
밝은 날에 부지런히 일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농촌에서는 농부들의 밭가는 소몰이 소리가 요란하고, 공장에서는 망치소리, 바다에서는 어부들의
그물 내리는 노래가 아름답습니다.
잘 살고 못 사는 게 김 서방 박 서방 탓이 아니라 본래 마음자리에 부귀가 있고 선악이 있으니
부질없이 일어나는 분별심을 지우고 행복의 노래를 불러내야 합니다.
이제 세계는 한 덩어리가 되었으니 50억 인구는 한 형제요 자매입니다.
내가 벌어서 없이 사는 형제에게 주고 헐벗은 자매에게 나눠주니, 어허라 좋을시고.
이 밖에 더 기쁜 일이 또 어디 있는가.
서로 만나 서로 보고 허허 웃으니 사계가 꽃피는 봄뿐입니다.
시방세계에 드리워졌던 어둠이 걷히고 광명의 빛과 소리가 들립니다.
귀머거리가 우뢰소리를 듣고, 장님이 구름 속 번갯불을 보고,
앉은뱅이가 일어나 너울너울 춤을 춥니다.
지옥과 천당문이 박살나고 백옥 뜰 앞에 금새가 춤추고 황금집 위에 옥닭이 훼를 치니
커다란 백옥잔에 감로수를 가득 부어 다 함께 마십시다.
(1993년 신년법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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