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인천(人天)이 공노할 비극-용감한 새 출발을

通達無我法者 2007. 11. 23. 14:30

인천(人天)이 공노할 비극-용감한 새 출발을

꿈결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신흥사 사태는 종단 미증유의 참사이며 인천이 공노한 비극입니다. 자비로서 생명을 삼는 불문(佛門)에서 이러한 불상사가 발생한 것은 누구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분노에 들끓고 있으며 곤충미물들도 조계종단을 외면하고 있습니다.
이는 일시적 돌발사고가 아니요 오랫동안 계속된 종단분쟁의 결말이며 조계종단이 극도로 타락된 증거입니다. 이런 현상은 종단 전체의 일대 불행이니 우리 모두 부처님께 깊이 참회하고 국민에게 널리 사죄합시다.
슬프다! 일천육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우리 종단이 이 지경에 이르렀으니 아무리 통곡하여도 부족할 일이며 종단을 이렇게 만든 그 죄과는 허공에 가득차고도 남습니다.
이제 조계종단은 근본적으로 재컴토할 시기가 도래하였습니다. 만약 이런 현상태로 계속하면 영영 파멸되고 맙니다.
오늘의 사태를 계기로 모든 종도(宗徒)와 온 국민의 여망에 따라 종단은 새출발아여야 합니다.
종단의 쌓인 병폐를 엄밀히 규명하여 그 결함을 단연 일소하고 부처님의 근본사상에 입각하여 진정한 새출발을 하여야 합니다.
우리 종단은 사경(死境)을 헤매는 중환자와 같습니다. 만약에 촌각이라도 지체하고 추호라도 주저하면 살아날 길이 아주 끊어질 뿐 아니라 우리는 종단을 망친 만고(萬古)의 죄인이 됩니다. 여기에는 무서운 결단과 희생적 노력이 필요합니다. 위법망구(違法忘軀)하는 철석 같은 신심으로 신성한 우리 종단을 살리기 위하여 용감한 새출발을 합시다.
무서운 악몽을 홀연히 깨어나서 청정무구(淸淨無垢)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면 확탕노탄(鑊湯노炭)으로 저주받던 곳에서 연꽃이 만발하고 향기가 진동할 것이니 이것이 기사회생(起死回生)의 비결입니다.

1983년 8월 19일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철(性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