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성철스님] 눈을 들어 본래불의 장엄한 세계를 바라봅니다

通達無我法者 2007. 11. 23. 16:13

눈을 들어 본래불의 장엄한 세계를 바라봅니다

가없는 우주로 집을 삼고 한없이 많은 만물들은 형제 되어 호수백발(皓首白髮)의 노부모를 모시고 사이좋게 살아가니, 전체가 평등하며 낱낱이 완전합니다.
모두가 뛰어난 예지를 갖추고 거룩한 덕행이 원만하여 천상천하에 독존무비(獨尊無比)한 본래불(本來佛)이라 이름하나니, 이 숭고한 장엄은 설사 산천초목이 전부 입이 되어 이 광경을 찬미한다 하여도 다하지 못합니다.
푸른 허공의 찬란한 별들은 형님이요 맑은 바다에 출렁이는 물결들은 아우입니다.
나는 새, 기는 벌레, 사나운 짐승, 온순한 양떼가 형제 아님이 없으니, 작은 생쥐와 날샌 고양이, 독사와 개구리가 한집에서 형제로 살아가니, 참으로 장한 일입니다.
아침마다 붉은 해는 동쪽에서 비추고 밤마다 둥근 달은 서쪽에 떠 있으니, 시냇물은 노래하고 산위의 바위들은 덩실덩실 춤추며, 환희에 넘쳐 있는 우주를 찬미합니다.
봄이 되면 붉은 꽃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가을이면 기러기가 소리 좋은 풍악을 연주합니다.
여름의 푸른 숲 깊은 곳에서는 황금빛 꾀꼬리가 목소리를 뽐내이며, 겨울이면 펄펄 날리는 눈보라의 꽃송이가 우주를 뒤덮으니, 앞뒤에서 정답게 손잡고 가는 거룩한 본래부처님을 지극히 만족해 합니다.
넓은 가을 들판에 출렁이는 황금물결은 부처님들의 공양구(供養具)요 깊은 골짜기에서 졸졸 흘러내리는 말은 물이 일체를 해갈시키는 무상(無上)의 감로수입니다.
이 감로수를 백옥잔(白玉盞)에 가득 부어 부모조상 형제자매 서로서로 권할 적에, 붉은 머리 흰 학들은 앞뜰에서 춤을 추고, 아롱진 꽃사슴은 흥을 못 이겨 녹음방초(綠陰芳草) 뒷동산에 뛰어노니, 극락이 어디인고 천당이 부끄럽다 !
현성달사(賢聖達土) 악마요부(惡魔妹婦) 본래불의 마음으로 무생곡(無生曲)을 합주(合奏)합니다.
고금의 영웅 가운데 영웅으로 추앙받은 나폴레옹도 절해(絶海)의 고혼(孤魂)이 되었고 만리장성 높이 쌓아올려 천만세를 누리려던 진시황의 일대 제국도 몇 년 안에 풍전등화(園前燈火)로 사라졌으니, 부귀허영(富貴虛榮)의 꿈을 안고 이리저리 날뛰는 어리석은 무리들이여 ! 눈을 들어 본래불의 장엄한 세계를 바라봅시다.
부처는 공자의 아버지요 공자는 부처의 아버지이며, 노자(老子) 속에 예수 있고 예수 속에 노자 있습니다. 서로가 부모형제 되어 일체가 융화하여 시비장단(是非長短)이 떨어졌으니, 아무리 싸우려 하여도 싸울 수 없습니다.
조그마한 오물(汚物)에서 무한한 광명이 일어나니, 크나큰 우주를 다 비추고도 남습니다. 현미경이라야 볼 수 있는 극미소(極微小)한 먼지가 광대한 세계를 다 삼키는데, 그 세계는 먼지의 일부분에도 다 차지 않습니다.
여기에서는 국토나 인종과 피부 색깔의 구분도 없이 오직 호호탕탕(浩浩蕩蕩)한 불국토가 있을 뿐이니, 흑백시비(黑白是非)와 선악투쟁(善惡鬪爭)은 어젯밤 꿈속의 일들입니다.
어허 ! 좋을시고. 본래불의 우리나라 영원(永遠)에서 영원이 다하도록 영광이 충만하리로다.
마른 나무 꽃이 피고 무쇠 말이 소리치니 천지가 진동하는데
보리밭의 종달새는 봄소식을 자랑합니다.

南無 充滿法界 一切諸佛
南無 華藏刹海 無生淨土
南無 夢幻空華 水月道揚

불기 2534년(庚午年) 부처님 오신 날

조계종 종정 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