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직지인심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27

“바로 그 자리에서 ‘당체’ 터득”

 

 

직지는 곧 견성

불심 자성 진성

본래성 체험해야

 

“대저 교외별전이란 모든 부처님과 모든 조사들에게 공통된 법칙이다. 곧 교외별전의 법칙은 문자로 어찌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외라 말하고, 순서의 차례나 수행의 계급을 거치지 않고 불심종(佛心宗)을 깨쳐 곧바로 법인을 수용하기 때문에 별전이라 한다. 교법은 유언(有言)으로부터 무언(無言)에 이르는 것이고, 심법은 무언(無言)으로부터 무언(無言)에 이르는 것이다. 무언으로부터 무언에 이르는 것은 사람들이 얻을 수 없는 것을 가리킨 것으로 억지로 이름하여 선이라 한다. 세상 사람들이 그 유래를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혹 배워보면 알 수 있는 것이라 말하고, 혹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것이라 말하며, 혹 수행을 하면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 말한다. 소위 선나(禪那)라는 것은 인도어로서 번역하면 정려(靜慮)이다. 정려란 마음을 가다듬고 단정하게 앉아 마음을 구속하는 반연을 그치고 관찰을 통하여 지혜를 터득하는 방법의 한 가지이다. 무슨 까닭에 세존은 입멸에 이르러 가섭에게 밀전(密傳)하였고, 또 그것이 이후로 33대까지 누누이 단절되지 않았는가. 그러므로 달마대사가 전한 바는 교를 빌려서 수행하는 습선(習禪)이 아니라 직지인심(直指人心)이요 견성성불(見性成佛)의 깨침이었다.”

 

일반적으로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선의 종지를 표현하는 언구에 불립문자(不立文字) 교외별전(敎外別傳) 직지인심(直指人心) 견성성불(見性成佛)이라는 표현이 있다. 이 4구 가운데 제1구와 제2구는 곧 무엇 무엇이 아니라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선의 종지를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제3구와 제4구는 곧 무엇 무엇이라는 긍정적인 방식으로 직접적으로 선의 종지를 나타낸 것이다. 말하자면 선의 종지는 단순하게 한마디로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이러하다고 긍정과 부정의 방식을 모두 동원하여 표현함으로써 이것에도 걸리지 않고 저것에도 치우치지 않는 중도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만큼 선은 그 본질을 언설로 표현하지 못한다는 측면이 있는 반면 어떤 언설로도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선을 터득한 사람의 눈에는 삼라만상 일체가 선일 것이고 아직 터득하지 못한 사람의 눈에는 그 어느 것도 선일 수가 없을 것이다. 바로 위의 내용은 선에 대한 이와 같은 두 가지 측면을 교법과 심법의 측면으로 접근한 것이다. 교법의 성격은 온갖 언설을 동원하여 불심의 근원에 도달하려는 까닭에 유언으로부터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무언의 진리세계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그런 반면에 언설을 초월해있는 선의 성격은 처음부터 언설에 집착하지 않고 장애받지 않는 무언으로부터 시작하여 궁극적으로 언설을 초월해 있는 진리의 당체에 도달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곧 교외별전이요 불립문자의 의미이다.

 

그러나 그와 같이 교법과 상대적인 입장만으로는 선에 대한 제시는 될 수 있어도 선의 본질은 아니기 때문에 나아가서 선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직지하여 나타낸 것이 곧 직지인심이요 견성성불의 의미이다. 여기에서 직지의 의미는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그 당체를 터득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지는 곧 견성 바로 그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도어의 선나는 의역으로 심사숙고한다는 뜻을 지닌 정려 내지 사유수라는 말로 번역되었다. 이것은 일체의 언설과 형식과 제스처를 초월하여 은밀하게 전승된 까닭에 마하가섭의 마음을 아난이 알지 못하고 아난의 마음을 상나화수가 알지 못하며 내지 반야다라의 마음을 보리달마가 알지 못하였다. 그러나 아난은 마하가섭의 마음을 알았고 상나화수는 아난의 마음을 알았으며 내지 보리달마는 반야다라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이로써 선의 마음 곧 깨침의 소식은 교외의 별전이라는 방식으로서 직지인심과 견성성불이 바탕하지 않고서는 전승되지 못한다는 점을 말한 것이다. 

 

'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선법의 교화방식  (0) 2007.12.10
전등의 법맥  (0) 2007.12.10
전등의 원류  (0) 2007.12.10
불법의 형식  (0) 2007.12.10
교외별전  (0) 2007.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