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최상승선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31

경전 근거한 좌선수행 몸소 체험

 

‘인도적인 대승선’의 다른 표현

 모든 중생 지닌 마음 본래청정

 

세상의 문자법사들은 선자들이 불교를 배척하는 것으로 간주한다. 실로 선자들은 경전에 대하여 눈꼽만치도 모르는 자들로서 단지 불교를 배척하기만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문자법사들은 선자가 불조혜명을 뚜렷이 드러내는 줄은 꿈에도 보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그와 같은 문자법사들의 설교에 대하여 반박하는 내용을 글을 통해서 피력해 보고자 한다. 선자들의 가르침은 말하자면 성문승을 위한 것도 아니고 연각승을 위한 것도 아니며 보살승을 위한 것도 아니고 심지어 불승을 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상승해 내려온 최상승선이기 때문이다.

 

묻는다 : 그렇다면 어떤 말로써 최상승선의 법문을 형용할 수 있는 것인가?

답한다 : 한 승이 조주선사에게 ‘달마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이 무엇인가.’ 라고 묻자 조주가 ‘뜰 앞의 잣나무이다’고 답변했다. 바로 조주의 이 한 마디야말로 용궁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문자법사 곧 교학자의 입장과 선자의 입장을 의도적으로 차별지어 설명한 대목이다. 위의 내용은 송대 임제종 황룡파 소속의 선자로서 적음존자로 불렸던 각범혜홍의 말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교학자들이 말하는 바처럼 선자들은 경론의 가르침을 배척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달마의 입장을 보더라도 경전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중생이 부처님과 동일한 진성을 구비하고 있음을 벽관을 통하여 심신(深信)해야 할 것을 말하였다. 이것을 달마는 경전의 가르침에 의하여 깨친다는 자교오종(藉敎悟宗)이라 말하였다. 오히려 경전의 바탕에 근거하여 그것을 좌선수행을 통하여 몸소 체험하는 선자의 입장이야말로 불조혜명을 계승하는 당체이다. 때문에 그것은 성문승의 가르침과도 다르고 연각승의 가르침과도 다르며 보살승의 가르침과도 다르고 심지어는 일불승의 가르침과도 다르다는 것이다. 그것이 곧 최상승선이라는 것이다. 본래 최상승선은 대승선의 다른 표현이었다. 인도적인 대승선의 개념을 중국적인 최상승선이라는 말로 둔갑시켜 놓은 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대승선의 입장을 여래청정선이라 하고 최상승선의 입장을 조사선이라 불렀다. 그러나 여래청정선과 조사선은 선법의 깊고 옅음을 나타내는 개념이 아니다. 단지 보리달마가 전승했다는 대승선법을 전승시키고 가르쳐주는 방식에 따른 개념일 뿐이다. 최상승선을 여래청정선이라 본 것은 종밀선사였다. 종밀은 자심이 본래청정하여 원래 번뇌가 없고, 무루의 지혜성품이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데 그 마음이 곧 부처와 다를 바가 없으므로 그것을 돈오하여 닦는 선을 여래청정선이라 하였다. 달리 말하면 모든 중생이 지니고 태어난 마음은 본래 청정무구하여 한 점의 번뇌도 없어 부처님과 같이 절대적인 것임을 깨쳐 수행하는 것이 최상승선이라는 것이다.

 

그와 같은 최상승선의 가르침은 언설을 통하여 드러나는 경전의 가르침과는 다르다는 것을 문답으로 보여주고 있다. 흔히 대승경전은 바다의 용궁세계에서 가지고 온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남인도의 철탑에서 꺼낸 것이라고도 말한다. 그만큼 대승경전은 깊은 삼매속에서 출현했으며 굳건한 신심에서 기인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온갖 경전에도 보이지 않는 최상승선의 가르침을 교학자들이 어찌 알아볼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조주선사의 공안을 제시하였다. 모르는 자에게는 물음과 답변이 동문서답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것은 분별사식과 추론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는 자는 안다. 바로 그 자리에서 물음에 대하여 답변해야 한다는 논리보다는 당장 조주의 눈앞에 전개되고 있는 자기의 본분사를 그렇게 답변으로 드러낸 것이었다. 이에 조주의 답변은 참으로 당장 그 자리에서 전개되고 있는 현재의 사실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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