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보장록(禪門寶藏錄)

무설토론

通達無我法者 2007. 12. 10. 11:43

“교학 바탕에 禪 우수성 드러내”

 

묻는다 : 유설(有舌)과 무설(無舌)이란 무슨 뜻입니까.

답하다 : 앙산혜적은 “유설은 불토(佛土)를 말한 것이다. 때문에 이것은 응기문(應機門)이다. 무설은 선을 말한 것이다. 때문에 정전문(正傳門)이다”고 말했다.

 

묻는다 : 응기문이란 무엇입니까.

답한다 : 선지식이 눈썹을 치켜뜨거나 눈동자를 굴리는 것으로 법을 드러내는 것은 모두 응기문이다. 때문에 이것을 유설이라 하는데 하물며 언어이겠는가.

 

묻는다 : 무설토는 무엇입니까.

답한다 : 선의 근기를 지닌 사람을 말한다. 그런데 여기에는 스승과 제자가 따로 없다.

 

묻는다 : 만약 그렇다면 고인의 스승이 제자에게 전승했다는 것(師資相傳)은 무슨 뜻입니까.

답한다 : 장경혜휘는 “비유하면 허공은 무상(無相)으로 상(相)을 삼고 무위(無爲)로 용(用)을 삼는다”고 말했다. 선법에서 전승한다는 것도 바로 그와 같다. 곧 전함이 없이(無傳) 전하고 전하되 전함이 없다.

 

묻는다 : 무설토에서는 가르치는 사람(能化)과 배우는 사람(所化)을 볼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교문에서 말하는 여래의 깨침에서도 역시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을 볼 수가 없다고 말합니다. 여기에 무슨 차별이 있습니까.

답한다 : 교문의 궁극인 여래의 깨침을 해인삼매라고 말한다. 여기에는 삼종세간의 법이 분명하게 드러나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것을 삼종세간의 흔적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조사선의 가르침은 번뇌를 벗어난 납자의 마음처럼 영원히 청정과 더러움의 분별이 생겨나지 않는다. 때문에 삼종세간이라는 것도 없고 출입의 흔적도 없다. 이런 점에서 다르다. 청정이란 진여와 해탈 등을 말하고 더러움이란 생사와 번뇌 등을 말한다. 그래서 고인은 “수행자의 마음은 깊은 물과 같다. 그래서 청정과 더러움이 결코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교학은 ‘설법’ 선법은 ‘침묵’

성주산문 개조 무염국사 ‘설’

또 부처님의 국토란 먼저 선정과 지혜의 옷을 걸치고 타는 불꽃으로 들어갔다가 선정과 지혜의 옷을 벗어던지고 진리를 터득하는 것이다. 때문에 종적이 남아 있다. 그러나 조사의 국토란 본래 벗어나고 벗어나지 않음이 없어 한 올의 실조차 걸치지 않는다. 때문에 부처님 국토와 크게 차별된다.

 

이것은 구산선문 가운데 성주산문의 개조인 무염국사의 설로 기록되어 있다. 무염은 국내에서 화엄을 공부하고 입당하여 다시 중국의 화엄을 배우고 나서 여만선사에게 선법을 공부했다. 그리고 마곡보철 선사에게서 깨침을 인가받았다. 여만과 마곡보철 모두 마조도일의 제자이다. 이후 철저한 보살행을 펼쳐 동방의 대보살이라 불리웠다.

 

위의 내용은 선과 교의 차별을 논한 것으로 무설토론(無舌土論)으로 알려져 왔다. 이에 의하면 교학은 혀가 있다는 것으로 설법을 의미하는 유설이고 선법은 침묵을 의미하는 것으로 혀가 없다는 무설로 대비되어 있다. 따라서 유설은 49년 동안 설법을 해온 부처님의 가르침에 비유하고 무설은 상대적으로 말을 아끼는 것으로 보리달마의 침묵에 비유하였다. 이것을 유설의 경우는 중생의 근기에 따라 방편을 시설하는 응기문(應機門), 언설을 통하여 가르침을 베푸는 언설문(言說門), 청정과 더러움을 분별하는 정예문(淨穢門)이라 하였다. 그리고 무설의 경우는 부처님의 정법안장을 충실하게 계승한다는 점에서 정전문(正傳門), 언설을 초월하여 이심전심하는 무설문(無說門), 청정과 더러움의 분별조차 초월한 부정불예문(不淨不穢門)이라 하였다.

 

이와 같은 상대적인 비교는 신라사회에 이미 굳건하게 토대를 구축하고 있던 교학의 바탕에다 새롭게 수입된 선법 우수성과 특성을 드러냄으로써 상대적으로 교법을 능가하는 가르침을 뿌리내리려는 일환에서 등장한 것이었다. 때문에 의도적이고 도식적인 비교를 위하여 상징적인 혓바닥의 유무를 통하여 그 차이점을 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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