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중아함경(中阿含經)

중아함경 제 9 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5. 13:53
[257 / 1738] 쪽
  

중아함경 제 9 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4. 미증유법품 제 4 ②
  36) 지동경(地動經) 제 5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금강국(金剛國)의 왈지성(曰地城)1)을 유행하셨다. 그 때 땅이 크게 진동하였는데, 땅이 진동하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엔 혜성이 나타나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졌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대지가 진동하고, 땅이 진동하자 사방에서 태풍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 혜성이 나오며 집이 무너져 내리고 담장이 허물어지는 광경을 보고는 무섭고 두려워져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그리하여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땅이 크게 진동했습니다. 땅이 크게 진동하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엔 혜성이 나타나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졌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네 말이 맞다. 아난아, 지금 땅이 크게 흔들렸다. 그렇다. 아난아, 땅이 크게 흔들리자 사방에서 태풍이 일어나고 온 하늘엔 혜성이 나타나며 집이 무너져 내리고 담장이 허물어지는 일이 있었느니라."
  존자 아난이 여쭈었다.
  
1) 왈지(曰地)는 Vajj 의 음역어이다. 발기(跋耆)라 하기도 하고 금강(金剛)이라고도 한다.
[258 / 1738] 쪽
  "세존이시여, 몇 가지 인연으로 땅이 크게 진동하였고, 또 땅이 진동할 적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엔 혜성이 나타났으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졌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아난아, 세 가지 인연으로 땅이 크게 진동하였고, 땅이 진동할 때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 혜성이 나타났으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졌느니라.
  어떤 것이 그 세 가지 인연인가? 아난아, 이 땅은 물 위에 얹혀 있고, 물은 바람 위에 얹혀 있으며, 바람은 또 허공을 의지하고 있느니라. 아난아, 가끔 허공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는데, 바람이 일어나면 물이 흔들리고, 물이 흔들리면 땅이 진동한다. 이것이 땅이 크게 흔들리고, 땅이 크게 흔들릴 적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는 혜성이 나타나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지는 첫 번째 인연이니라.
  또 아난아, 비구는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위덕(威德)이 있으며, 큰 복[福祐]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으며, 마음이 자재로운 여의족이 있다. 그는 땅에 대해서 조그마한 생각을 내고, 물에 대해서는 한량없는 생각을 낸다. 그 때문에 이 땅은 그의 욕망을 따르고, 그의 뜻을 따라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진동하고 또 진동하느니라. 그 비구를 보호하는 하늘도 또한 그와 같아서,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력이 있으며, 마음이 자재한 여의족이 있다. 그도 땅에 대해서 조그마한 생각을 내고, 물에 대해서 한량없는 생각을 낸다. 그 때문에 이 땅은 그의 욕망을 따르고, 그의 뜻을 따라 흔들리고 또 흔들리며, 진동하고 또 진동하느니라. 이것이 땅이 크게 흔들리고, 땅이 크게 흔들릴 때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는 혜성이 나타나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지는 두 번째 인연이니라.
  또 아난아, 만일 여래가 머지않은 시기, 즉 석 달쯤 지난 뒤에 열반에 들게 되는데, 그 때문에 땅이 크게 진동하고, 땅이 크게 흔들릴 때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는 혜성이 나타나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지느니라. 이것이 땅이 크게 진동하고, 땅이 크게 흔들릴 때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는 혜성이 나타나며, 집들과 장벽들이 다 무너지는 세
[259 / 1738] 쪽
  번째 인연이니라."
  아난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정말로 신기한 일입니다.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는 공덕을 성취하시어 미증유법을 얻으셨습니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 머지않아, 즉 석 달쯤 뒤에 장차 반열반에 드시게 되자, 지금 땅이 크게 진동하였는데, 땅이 크게 흔들릴 때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는 혜성이 나타나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아난아, 그렇다. 아난아, 참으로 기이한 일이며, 정말로 신기한 일이다.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공덕을 성취하고 미증유법을 얻었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가 머지않아, 즉 석 달쯤 뒤에 장차 열반에 들게 되자 지금 대지가 진동하였는데 땅이 크게 진동할 때에 사방에서 큰 바람이 일어나고 온 하늘에는 혜성이 나타나며, 집과 장벽들이 다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난아, 나는 한량없는 백천의 찰리(刹利) 대중들에게 가서 함께 앉아 이야기하여, 그들의 마음을 안정시킨 뒤에 그들의 색상(色像)처럼 내 색상도 그렇게 하고, 그들의 음성처럼 내 음성도 그렇게 하며, 그들의 위의와 예절처럼 내 위의와 예절도 또한 그렇게 하여, 만일 그들이 이치를 물으면 나는 그들에게 그 이치를 가르쳐 주었다. 또 나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였으며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하여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는 곧 거기서 사라졌다. 내가 거기서 사라지고 나면 그들은 내가 누군지 조차 몰라 '사람인가, 사람이 아닌가?'라고 하며 의아해 하였다. 아난아, 이와 같이 참으로 기이하고 매우 특이한 일이니라.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공덕을 성취하여 미증유법을 얻었는데 이와 같이 범지 거사 사문들도 또한 그러하니라.
  아난아, 나는 한량없는 백천의 사천왕 대중들에게 가서 함께 앉아 이야기하여, 그들의 마음을 안정시킨 뒤에 그들의 색상처럼 내 색상도 그렇게 하고, 그들의 음성처럼 내 음성도 그렇게 하며, 그들의 위의와 예절처럼 내 위의와
[260 / 1738] 쪽
  예절도 또한 그렇게 하여, 만일 그들이 이치를 물으면 나는 그들에게 그 이치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는 곧 거기서 사라졌다. 내가 거기서 사라지고 나면 그들은 내가 누군지 조차 몰라 '이 하늘의 신인가, 다른 하늘의 신인가?'라고 하며 의아해 하였다. 아난아, 이와 같이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이한 일이니라.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공덕을 성취하여 미증유법을 얻었느니라. 이와 같이 삼십삼천(三十三天) 험마천(摩天)2) 도솔타천(兜率哆天) 화락천(化樂天) 타화락천(他化樂天) 범신천(梵身天) 범부루천(梵富樓天) 소광천(少光天) 무량광천(無量光天) 황욱천(晃昱天) 소정천(少淨天) 무량정천(無量淨天) 변정천(遍淨天) 무가애천(無罣礙天) 수복천(受福天) 과실천(果實天) 무번천(無煩天) 무열천(無熱天) 선견천(善見天) 선현천(善現天)도 또한 그러하니라.
  아난아, 나는 한량없는 백천의 색구경천(色究竟天) 대중들에게 가서 함께 앉아 이야기하여, 그들의 마음을 안정시킨 뒤에, 그들의 색상처럼 내 색상도 그렇게 하고, 그들의 음성처럼 내 음성도 그렇게 하며, 그들의 위의와 예절처럼 내 위의와 예절도 그렇게 하여, 만일 그들이 이치를 물으면 나는 그들에게 이치를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이 많은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다음, 곧 거기서 사라졌다. 내가 거기서 사라지고 나면 그들은 내가 누군지조차 몰라 '이 하늘의 신인가, 다른 하늘의 신인가?'라고 하며 의아해 하였다. 아난아, 이와 같이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이한 일이니라. 여래 무소착 등정각은 공덕을 성취하여 미증유법을 얻었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2) 송 원 명 3본에는 염마천(焰摩天)으로 되어 있다.
[261 / 1738] 쪽
  [이 지동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233자이다.]
  37) 첨파경(瞻波經)3) 제 6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첨파국을 유행하실 적에 항하못[恒伽池] 가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보름날에 종해탈(從解脫)4)을 설하실 때 비구들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세존께서는 자리에 앉으시자, 곧 선정에 드셔서 타심지(他心智)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하신 뒤에 초야(初夜)5)가 끝날 때까지 잠자코 앉아 계셨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한 채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이미 지났고,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런 침묵은 중야(中夜)가 지나도록 계속되었다. 그 비구는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지났고 중야도 끝나려 합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또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으셨다. 그 침묵은 다시 후야(後夜)가 되도록 계속되었다. 그 비구는 세 번째로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3)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서진(西晋) 시대 법거(法炬)가 한역한 『항수경(恒水經) 』과 『법해경(法海經) 』, 그리고 후진(後秦) 시대 구마라집(鳩摩羅什)이 한역한 『해팔덕경(海八德經) 』이 있으며, 참고 경전으로는 『오분율(五分律) 』 제28권과 『증일아함경 』 제44권 제48품인 「십불선품(十不善品)」의 두 번째 소경이 있다.
4)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 별해탈(別解脫) 처처해탈(處處解脫)로 쓰기도 하며, 비구나 비구니가 꼭 지켜야 할 계율을 말한다.
5) 인도 사람들은 밤을 세 때로 구분하는데 초야는 오후 6시부터 밤 10시까지이고 중야(中夜)는 밤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이며 후야(後夜)는 새벽 2시부터 아침 6시까지이다.
[262 / 1738] 쪽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초야는 벌써 지났고, 중야도 또한 끝났으며, 후야도 거의 다하여 곧 날이 밝으려 합니다. 머지않아 해가 뜰 것입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대중들 중에 부정(不淨)한 비구가 있다."
  그 때 존자 대목건련(大目乾連)도 그 대중들 가운데 함께 있었다. 이에 존자 대목건련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어떤 비구 때문에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비구가 있다고 하시는가? 내가 지금 여기상정(如其像定)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他心之智]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해보리라.'
  존자는 곧 여기상정에 들어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써 대중의 마음을 관찰하였다. 존자 대목건련은 세존께서 어느 비구를 두고 '이 대중 가운데 부정한 비구가 있다'고 말씀하셨는지를 알아냈다. 그 때 존자 대목건련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그 비구 앞으로 가서 팔을 잡아끌고 문 밖으로 내쫓으면서 '이 미련한 사람아, 멀리 가거라. 여기서 머물지 말라. 다시는 비구들과 만나지 말라. 지금부터 너는 비구가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문을 닫고 문고리를 걸었다. 그리고는 다시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신 대로 이 대중 가운데 있던 한 비구가 부정한 일을 저질렀기에 제가 그 비구를 이미 쫓아내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초야가 벌써 지났고 중야도 끝났으며 후야도 거의 다하여 곧 날이 밝으려 합니다. 머지않아 해가 떠오를 것입니다. 부처님과 비구들이 모두 모여 앉아 있은 지도 아주 오래 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종해탈을 말씀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목건련아, 저 미련한 사람은 세존과 비구 스님을 희롱하였기 때문에 반드시 큰 죄를 받을 것이다. 대목건련이여, 만일 여래가 부정한 자가 있는 데
[263 / 1738] 쪽
  서 종해탈을 설하면, 그는 곧 머리가 부서져 일곱 조각이 날 것이다. 대목건련아, 그러므로 지금부터는 너희들이 종해탈을 설하라. 여래는 다시는 종해탈을 설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대목건련아, 마치 저 바다가 밑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둘레가 점점 넓어져 고르고 편편하며, 위는 언덕이 되고 물은 항상 가득 차서 일찍이 흘러나온 적이 없는 것과 같이,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점차로 행하고 점차로 배우며, 점차로 끊고 점차로 가르친다. 만일 나의 바른 법률 가운데서 점차로 행하고 점차로 배우며, 점차로 끊고 점차로 가르친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未曾有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다의 조수가 일찍이 때를 어긴 적이 없는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비구 비구니 우바새(優婆塞) 우바사(優婆私)를 위하여 금계(禁戒)를 만들고, 또 모든 족성자(族姓子)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계를 범하지 않느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이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를 위하여 금계를 만들고, 모든 족성자가 목숨이 다할 때까지 계를 범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닷물이 매우 깊어 밑이 없고, 지극히 넓어 가이없는 것과 같이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든 법이 매우 깊고 깊어 밑이 없고 지극히 넓고 넓어 가이없느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내 바른 법률의 모든 법이 매우 깊고 깊어 밑이 없고 지극히 넓고 넓어 가이없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이여, 마치 바닷물은 똑같이 짠맛인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욕심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나니, 깨침의 맛[覺味]과 쉼의 맛[息味]과 도의 맛[道味]이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이 욕심이 없는 것으로 맛을 삼는데 그것이 깨침의 맛과 쉼의 맛과 도의 맛이라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다 가운데에는 많은 보배가 있는데 한량없이 많이 있고 신기한 여러 가지 보배 구슬이 그 가운데 충만해 있다. 그 보배 이름은 곧 금 은 수정 유리 마니(摩尼) 진주 벽옥(碧玉) 백가(白珂) 자거(車) 산호 호박 마노(馬瑙) 대모( 瑁) 적석(赤石) 선주(琁珠)
[264 / 1738] 쪽
  인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많은 보배가 있어 한량없이 귀하고 신기한 여러 가지 보배 구슬이 그 가운데 충만해 있다. 그 보배 이름은 곧 4념처(念處) 4정근(正勤) 4여의족(如意足) 5근(根) 5력(力) 7각지(覺支) 8지성도(支聖道)이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에 많은 보배가 있어, 한량없이 귀하고 기이한 여러 가지 보배 구슬이 그 가운데 충만해 있는데, 그 보배 이름은 곧 4념처 4정근 4여의족 5근 5력 7각지 8지성도라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바다 가운데에 큰 신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의 이름은 아수라(阿修羅) 건답화(乾沓) 나찰(羅刹) 어마갈(魚摩竭) 거북 악어 바류니 제예(帝麑) 제예가라(帝麑伽羅) 제제예가라(提帝麑伽羅)인 것처럼, 또 큰 바다는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이하여, 중생의 몸이 1백 유연(由延) 2백 유연 3백 유연 7백 유연이나 되는 것도 있는데 그런 몸들이 다 바다 가운데 사는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거룩한 대중의 큰 신들이 다 그 가운데 산다. 그 신들의 이름은 곧 아라하 향아라하 아나함 향아나함 사다함 향사다함 수다원 향수다원이니라.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 가운데 거룩한 대중의 큰 신들이 다 그 가운데 살고 있는데, 그 큰 신들의 이름이 아라하 향아라하 아나함 향아나함 사다함 향사다함 수다원 향수다원이라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마치 큰 바다는 맑고 깨끗하여 죽은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만일 죽은 시체가 있으면 밤새껏 바람이 불어 곧 언덕 위로 밀어 붙이는 것처럼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거룩한 대중이 맑고 깨끗하여 죽은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만일 정진하지 않는 사람이 악한 마음이 생겨 범행(梵行)을 행하지 않으면서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면, 그는 비록 거룩한 대중을 따라 그 가운데 있더라도 그는 거룩한 대중과 거리가 멀고, 거룩한 대중도 또한 그와 거리가 멀다. 대목건련아, 만일 나의 바른 법률 가운데 거룩한 대중이 맑고 깨끗하여 죽은 시체를 받아들이지 않고, 만일 정진하지 않는 사람이 악한 마음이 생겨 범행을 행하
[265 / 1738] 쪽
  지 않으면서 범행이라 일컫고, 사문도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으면, 그는 비록 거룩한 대중을 따라 그 가운데 있더라도 그는 거룩한 대중과 거리가 멀고 거룩한 대중도 또한 그와 거리가 멀다면, 이것은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대목건련아, 저 큰 바다의 염부주(閻浮洲) 가운데에는 5대하(大河)가 있으니, 첫째는 항가(恒伽)요, 둘째는 요우나(搖尤那)며, 셋째는 사뢰부(舍牢浮)요, 넷째는 아이라바제(阿夷羅婆提)며, 다섯째는 마기(摩企)이다. 이 큰 강물이 모두 큰 바다로 들어가고, 또 큰 바다 가운데에는 용수(龍水)가 공중에서 수레바퀴처럼 쏟아져 내리지만 이 물이 큰 바다를 늘게 하거나 줄게 할 수 없는 것과 같이 대목건련아, 나의 바른 법률도 또한 그와 같아서, 찰리종(刹利種)의 족성자(族姓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을 이루지 않은 채로 도를 배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히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내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이와 같이 범지종(梵志種) 거사종(居士種) 공사종(工師種)의 족성자들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가정을 이루지 않은 채로 도를 배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하게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내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대목건련아, 만일 내 바른 법률에 찰리종의 족성자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면,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히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내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 이와 같이 범지종 거사종 공사종의 족성자도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워,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여 스스로 증득하여 원만히 노닌다. 대목건련아, 흔들리지 않고 마음이 해탈하더라도 나의 바른 법률에는 더함도 없고 덜함도 없다면, 내 바른 법률의 미증유법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대목건련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
[266 / 1738] 쪽
  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첨파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814자이다.]
  38) 욱가장자경(郁伽長者經) 제 7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비사리( 舍離)를 유행하실 적에 대림(大林)에 계셨다.
  그 때 욱가(郁伽) 장자는 부녀자들만 시중을 들도록 하고 맨 앞에 서서 비사리에서 나왔다. 그리고는 비사리와 대림 중간에서 기녀만을 데리고, 왕처럼 놀이를 하며 즐기고 있었다. 그 때 욱가 장자는 술이 잔득 취해 부녀자들을 내버려 둔 채 대림으로 갔다. 술에 잔득 취한 욱가 장자는 숲 사이에 계시는 세존을 멀리서 보았는데, 그 모습은 단정하고 아름다워 별 가운데의 달과 같으시고, 빛나고 환하여 금산(金山)과 같이 상호(相好)가 원만하고 위신이 의젓하며, 모든 감관[根]은 고요하고 안정되어 아무 장애가 없으시며, 번뇌를 항복받고 마음은 쉬어 고요하고 잠잠하셨다. 그는 부처님을 뵙자, 곧바로 취기가 사라졌다. 욱가 장자는 술이 깨자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그를 위하여 설법하셔서,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시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이 많은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간절하게 흠양하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쁜 마음을 내게 한 다음 모든 부처님의 법을 따라, 먼저 단정법(端正法)을 말씀하시자 듣는 사람마다 모두들 기뻐하였다. 그러자 곧 보시법을 설하시고 또 계율도 설하시며 천상에 나는 법을 설하셨다. 그리고는 또 욕심은 재앙과 우환이라 꾸짖으시고, 나고 죽는 것을 더러움이라 하시고, 욕심이 없는 것을 묘(妙)하다 찬탄하시고 도품(道品)을 청정한 것[白淨]이라고 하셨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하여 이러한 법을 설하신 다음 부처님께서 그에게 기뻐하는 마음[歡喜心] 구족한 마음[具足心] 부드럽고 연한 마음[柔軟心] 견뎌 참는 마음[堪耐心] 훌륭한 마음[勝上心] 한결같은 마음[一向
 
[267 / 1738] 쪽
  心] 의심이 없는 마음[無疑心] 덮임이 없는 마음[無蓋心]이 있고, 능함[能]이 있고 힘이 있어, 바른 법을 감당해 받을 수 있음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께서 바른 법의 요체[要]를 말씀하신 것처럼 세존께서도 곧 그를 위하여 괴로움[苦] 괴로움의 발생[習] 괴로움의 소멸[滅]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그 때 욱가 장자는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인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깨달았다. 마치 흰 천이 물들기 쉬운 것처럼 욱가 장자도 또한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인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깨달았다. 이에 욱가 장자는 이미 법을 보고 법을 얻고 백정법(白淨法)을 깨달았다. 의심을 끊고 미혹을 벗어나고 달리 숭상하는 것이 없어 남을 따르지 않고, 주저하며 망설임이 없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렀고,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優婆塞)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세존을 따라 스스로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梵行)을 제일로 여기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니겠습니다."
  욱가 장자는 세존을 따라 스스로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기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닌 뒤에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돈 다음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모든 부인들을 모아 놓고 말하였다.
  "당신들은 아는가? 나는 세존을 따라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기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닐 것이오. 그러니 당신들이 여기서 살고 싶다면 여기서 살되 보시를 행하여 복을 짓도록 하오. 만일 여기서 살고 싶지 않거든 곧 제각기 제 집으로 돌아가시오. 만일 당신들이 시집을 가고자 한다면 나는 당신들을 모두 다 시집보내 주겠소."
[268 / 1738] 쪽
  이 때 첫째 부인이 욱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만일 당신께서 부처님을 따라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기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니셨다면, 저를 저 아무개에게 시집보내 주십시오."
  욱가 장자는 곧 그 사람을 불러 놓고, 왼손으로 첫째 부인의 팔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금주전자를 들고 그 사람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첫째 부인을 너에게 아내로 주리라."
  그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놀라, 온몸의 털이 곤두서서 두려워 떨며 욱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자께서는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장자께서는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내가 너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부처님을 따라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길 것이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키겠노라는 약속을 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첫째 부인을 너의 아내로 주는 것이다."
  욱가 장자는 첫째 부인을 이미 그에게 주었고 남은 부인들도 다 마땅하게 주되 그렇게 주고도 조금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었다.
  이 때에 세존께서 한량없이 많은 백천 대중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욱가 장자를 칭찬하고 찬탄하며 말씀하셨다.
  "욱가 장자는 여덟 가지 미증유법을 가졌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욱가 장자의 집으로 갔다. 욱가 장자는 멀리서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한쪽 어깨를 드러내 옷을 입고는 합장하고 비구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잘 오셨습니다. 존자께서는 오랜만에 여기에 오셨습니다. 원컨대, 이 평상에 앉으십시오."
  그 때 비구는 곧 그 자리에 앉았다. 욱가 장자는 비구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비구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에게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당신을 위하여 한량없이 많은 백천 대중들에게 둘러싸인 가운데 '여덟 가지 미증유법이 있다'고 그대를 칭찬하셨기 때문입니다. 장자여, 당신에
[269 / 1738] 쪽
  게는 어떠한 법이 있습니까?"
  욱가 장자가 비구에게 대답하였다.
  "존자여, 세존께서는 조금도 틀린 말씀은 하시지 않으십니다. 그러나 저는 세존께서 무슨 이유로 그런 말씀을 하시셨는지 모릅니다. 다만 존자께서는 제게 있었던 일을 들어보십시오. 어느 때 세존께서 비사리를 유행하실 적에 대림 가운데 계셨습니다. 존자여, 저는 그 때는 오직 여자만 시중들게 하고는 내가 맨 앞에 서서 비사리를 나와, 비사리와 대림 중간에서 기녀들만 데리고 왕처럼 즐기고 놀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존자여, 저는 그 때 너무나 술에 취해서 여러 여자들을 내버려 둔 채 대림 속으로 갔었습니다. 저는 그 때에 술이 몹시 취해 있었는데, 멀리서 숲 사이에 계시는 세존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존의 모습은 단정하고 아름답기가 별 가운데 달과 같으셨고, 빛나고 환하기는 금산과 같으셨습니다. 상호가 원만하시고 위의는 의젓하시며, 모든 감관은 고요하고 편안하여 아무런 장애가 없으시고, 마음을 항복받고 마음을 쉬어 고요하고 잠잠하셨습니다. 저는 부처님을 뵙자, 금방 술이 깨었습니다. 존자여, 제게는 이런 법(法)이 있었습니다."
  비구가 찬탄하며 말했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존자여, 내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존자여, 나는 술이 깬 뒤에 곧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습니다. 세존께서는 저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셨으며, 성취하게 하고 기뻐하게 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한량없이 많은 방편으로 저를 위해 설법하셔서 마음을 내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시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시고는 모든 부처님의 법과 같이 먼저 단정법을 말씀하셨는데 듣는 사람들마다 모두 기뻐하였습니다. 뒤이어 보시에 대해 설하시고 계율에 대해 설하셨으며 천상에 나는 법을 설하셨습니다. 그리고는 욕심은 재앙과 우환이라 꾸짖으시고, 나고 죽는 것을 더러움이라 하셨으며, 욕심이 없는 것을 묘하다고 찬탄하시고 도품(道品)을 깨끗한 것[白淨]이라고 하셨습니다. 세존께서는 나를 위하여 이렇게 말씀하신 뒤 내게 기뻐하는 마음 구족한 마
[270 / 1738] 쪽
  음 부드럽고 연한 마음 견뎌 참는 마음 훌륭한 마음 한결같은 마음 의심이 없는 마음 덮임이 없는 마음이 있고, 재능이 있고 힘이 있어, 바른 법을 감당해 받을 수 있음을 아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께서 바른 법의 대강령을 말씀하신 것처럼, 세존께서도 곧 저를 위하여 괴로움[苦] 괴로움의 발생[習] 괴로움의 소멸[滅]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道]에 대하여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때에 나는 그 자리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깨달았는데, 마치 흰 천이 물들기 쉬운 것처럼, 저도 또한 그와 같이 그 자리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었습니다."
  비구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존자여, 저는 또 법을 보았고 법을 얻었으며 백정법(白淨法)을 깨달았습니다.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고 더 이상 다른 것을 숭상할 것이 없어 남을 따르지 않으며,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에 머물렀고, 세존의 법에서 두려움이 없게 되었습니다. 존자여, 나는 그 때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겠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우바새가 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이 몸이 다할 때까지 스스로 귀의하여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세존을 따라 스스로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길 것이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니겠습니다.'
  존자여, 저는 세존을 따라 스스로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기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녀 일찍이 그것을 범한 적이 없습니다. 존자여, 내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비구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271 / 1738] 쪽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존자여, 내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존자여, 저는 또 그 때에 세존을 따라 스스로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기기로 하고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닌 뒤에,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물러 나왔습니다. 저는 집으로 돌아와 모든 부인들을 모아 놓고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아는가? 나는 세존을 따라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길 것이며,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닐 것이오. 당신들이, 여기서 살고 싶다면 여기서 살되 보시를 행하여 복을 짓도록 하오. 만일 여기서 살고 싶지 않거든 곧 각각 집으로 돌아가시오. 만일 당신들이 시집을 가고자 한다면 나는 당신들을 시집보내 주겠소.'
  이 때 첫째 부인이 저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만일 당신이 부처님을 따라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길 것을 다짐하고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녔다면, 저를 저 아무개에게 시집보내 주십시오.'
  저는 곧 그 사람을 불러 놓고, 왼손으로 첫째 부인의 팔을 잡고, 오른손으로는 금주전자를 들고 그 사람에게 말하였습니다.
  '나는 이제 이 첫째 부인을 너에게 아내로 주겠다.'
  그는 이 말을 듣고 몹시 놀라,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서서 두려워하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장자께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장자께서 저를 죽이려 하십니까?'
  저는 그에게 말했습니다.
  '너를 죽이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부처님을 따라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범행을 제일로 여길 것을 다짐하였고 따라서 다섯 가지 계를 받아 지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첫째 부인을 너에게 아내로 주는 것이다.'
  존자여, 저는 첫째 부인을 그에게 주고 남은 부인도 마땅하게 주되 그렇게 주고도 조금도 후회하는 마음이 없었습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272 / 1738] 쪽
  비구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존자여, 저는 비구 대중이 사는 동산으로 갈 때면 처음 만나는 비구에게 곧 예배를 올립니다. 만일 그 비구가 거닐면 저도 따라 거닐고, 그가 앉으면 저도 따라 한쪽에 앉아 법을 듣습니다. 그 스님이 저를 위해 설법하면 저도 그 스님을 위해 설법하고, 그 스님이 제 사정을 물으면 저도 그 스님의 사정을 묻고, 그 스님이 제 물음에 대답하면 저도 그 스님의 물음에 대답합니다. 존자여, 저는 아직 상 중 하의 장로나 높은 비구를 업신여긴 기억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비구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존자여, 제가 비구들에게 보시를 행할 때 하늘이 허공에서 저에게 말했습니다.
  '장자여, 이 분은 아라하(阿羅訶)이며, 이 분은 향아라하(向阿羅訶)이다. 이 분은 아나함(阿那含)이요, 이 분은 향아나함(向阿那含)이다. 이 분은 사다함(斯陀含)이요, 이 분은 향사다함(向斯陀含)이다. 이 분은 수다원(須陀洹)이요, 이 분은 향수다원(向須陀洹)이다.6) 이 사람은 정진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정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존자여, 저는 비구들에게 보시할 때 일찍이 차별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내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비구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6) 이 부분은 성자의 수행 계위인 4향4과(四向四果)를 말하는 것으로서, 4향은 아라하향(阿羅訶向: 阿羅漢向), 아나함향(阿那含向), 사다함향(斯陀含向), 수다원향(須陀洹向)을 말함.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향(向) 부분이 도치되어 향아라하(向阿羅訶), 향아나함(向阿那含), 향사다함(向斯陀含), 향수다원(向須陀洹)으로 되어 있다.
[273 / 1738] 쪽
  일입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비구들에게 보시를 행할 때 하늘이 허공에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장자여,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 세존(世尊)께서는 설법을 잘 하시고, 여래의 거룩한 제자들은 열반으로 잘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존자여, 저는 저 하늘이 믿는 바를 따르지 않고 그가 즐기는 바를 따르지 않으며, 그들이 들은 바를 따르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스스로 깨끗한 지혜가 있어, 여래 무소착 등정각 세존께서는 설법을 잘 하시고 여래의 제자들은 열반으로 잘 나아가고 있는 줄을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비구가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한 일입니다."
  "존자여, 제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5하분결(下分結)7)은 곧 탐욕(貪欲) 진에(瞋恚) 신견(身見) 계취(戒取) 의(疑)인데, 저는 이 다섯 가지를 다 남김없이 끊었으므로 그것들이 저를 결박하여, 다시 이 세상에 돌아와 태에 들게 하지 못할 것임을 깨달았습니다. 존자여,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비구가 찬탄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한 일입니다."
  욱가 장자가 비구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부디 여기서 공양하십시오."
  비구는 욱가 장자를 위하여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였다. 욱가 장자는 그 비구가 잠자코 청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손 씻을 물을 떠오고, 아주 깨끗하고 맛있는 여러 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장만하여 실
  
7) 여기에서 하분(下分)이란 욕계(欲界)를 말하고 결(結)은 번뇌(煩惱)를 일컫는다. 삼계(三界) 중 가장 밑에 있는 욕계에서 중생을 얽어매고 있는 다섯 가지 번뇌, 즉 욕탐(欲貪) 성냄[瞋恚] 유신견(有身見) 계금취견(戒禁取見) 의결(疑結)을 말한다.
[274 / 1738] 쪽
  컷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내온 뒤에, 작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비구는 장자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한 다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 비구는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욱가 장자와 지금까지 이야기한 것들을 모두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때문에 욱가 장자에게 여덟 가지 미증유법이 있다고 찬탄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욱가장자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2,329자이다.]
  39) 욱가장자경 제 8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지 오래지 않아, 수많은 덕 높은 장로 비구들이 비사리를 유행하면서 미후수(獼猴水) 가의 높은 누대(樓臺)에 있었다. 그 때 욱가 장자는 큰 보시를 베풀었다. 즉 멀리서 오는 손님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자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내어 승원(僧園) 관리인에게 먹이며, 늘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모든 비구를 청하여 공양하게 하는 등 이와 같은 큰 보시를 베풀었다. 그러나 그가 바다에서 큰 배로 재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다가 침몰하여 백천금의 가치가 있는 재물을 일시에 잃어버린 일이 발생했다.
  많은 높은 장로 비구들은 욱가 장자가 '멀리서 오는 손님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내어 승원 관리인에게 먹이며, 항상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모든 비구를 청하여 공양한다'는 등의 이와 같은 큰 보시를 베푼다는 말을 들었다. 그 말을 들은 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275 / 1738] 쪽
  "여러분, 누가 저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뒷날에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해 주겠는가?"
  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시자로서 세존의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과 지혜로운 모든 범행인(梵行人)의 칭찬을 받는 분이다. 존자 아난만이 능히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뒷날에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현자들이여, 우리 다 같이 존자 아난에게 가서 이런 사정을 말합시다."
  이에 여러 높은 장로 비구들은 아난에게 가서 서로 문안한 뒤에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현자 아난께서는 아십니까? 욱가 장자가 이러한 큰 보시를 베풀고 있습니다. 곧 멀리서 오는 손님과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준비해 승원 관리인에게 먹이며, 늘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비구 대중을 모두 청하여 공양을 베푸는 등 이와 같은 큰 보시를 행합니다. 그러나 그는 바다에서 큰 배로 재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다가 백천금의 가치가 있는 재물을 일시에 잃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들은 함께 이렇게 의논했습니다.
  '누가 저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장자여, 뒷날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또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존자 아난은 부처님의 시자로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부처님과 지혜로운 모든 범행자들의 칭찬을 받는다. 존자 아난만이 능히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 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뒷날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을 할 수 있다.'
  현자 아난이여, 욱가 장자에게 가서 '장자여, 그만 두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시오. 장자여, 장자여, 뒷날 틀림없이 스스로 알게 될 것이오'라고 말씀해
[276 / 1738] 쪽
  주십시오."
  존자 아난은 여러 높은 장로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존자들이여, 욱가 장자는 그 성질이 엄숙하고 반듯합니다. 만일 내가 그런 말을 한다면, 그는 곧 매우 불쾌하게 생각할 것입니다. 여러 존자들이여, 내가 누구의 말이라고 그에게 전하리까?"
  여러 덕 높은 장로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현자여, 대중의 말이라고 전하십시오. 대중의 말이라고 전하면, 그는 말이 없을 것입니다."
  아난은 잠자코 여러 높은 장로 비구들의 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높은 장로 비구들은 아난이 잠자코 받아들인 것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아난의 주위를 돌고 제각기 돌아갔다. 아난은 이튿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욱가 장자의 집으로 갔다. 욱가 장자는 멀리서 존자 아난이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를 드러내고 합장하고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아난께서는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자 이 평상에 앉으십시오."
  존자 아난은 곧 그 자리에 앉았다. 욱가 장자는 아난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아난이 말하였다.
  "장자여, 아십니까? 장자는 큰 보시를 베푸시고 있습니다. 즉 멀리서 오는 손님과 길 가는 나그네 병든 사람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밥을 주고, 늘 죽과 밥을 준비하여 승원 관리인에게 먹이며, 늘 20명의 스님을 청하여 공양하게 하고, 5일마다 많은 비구를 청하여 공양하게 하는 등 큰 보시를 베푼다고 합니다. 그러나 바다에서 배로 재물을 가득 싣고 돌아오다가 백천금의 가치가 있는 재물을 일시에 잃었다고 하더이다. 장자여, 그만두십시오. 다시는 보시하지 마십시오. 장자여, 뒷날에 틀림없이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시여, 그 말이 누구의 말입니까?"
  존자 아난이 말하였다.
  "장자여, 나는 비구 대중들의 말을 전한 것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277 / 1738] 쪽
  "만일 존자 아난께서 다른 비구의 말을 전하셨다면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만일 존자께서 직접 그렇게 말씀하셨다면 저는 매우 섭섭했을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만일 제가 이렇게 주고 이렇게 베풀어, 모든 재물이 다 고갈된다 하더라도 다만 제 소원이 이루어져 전륜왕의 소원과 같이 되었으면 합니다."
  존자 아난이 물었다.
  "장자여, 어떤 것이 전륜왕의 소원입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존자 아난이시여, 마을의 가난한 사람은 '내가 이 마을[村]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마을의 부자는 '내가 이 고을[邑]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고을의 부자는 또 '내가 이 성(城)안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성 안의 부자는 또 '내가 이 성의 주인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성의 주인은 '내가 이 나라의 정승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나라의 정승은 '내가 이 나라의 작은 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작은 왕은 '내가 전륜왕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전륜왕은 '족성자(族姓子)가 하는 일처럼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위없는 범행을 닦아 마치고, 현재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성취하여 노닐며,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참뜻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곧 그의 소원입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만일 내가 이렇게 주고 이렇게 베풀어 모든 재물이 다 마르더라도 다만 제 소원이 이루어져 전륜성왕의 소원과 같이 되었으면 합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한 일입니다."
[278 / 1738] 쪽
  "또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승원(僧園)에 갈 때 처음 만나는 비구에게 곧 예를 올립니다. 만일 그 비구가 거닐면 저도 따라 거닐고, 그가 앉으면 저도 따라 한쪽에 앉아 법을 듣습니다. 그 스님이 저를 위하여 설법하면 저도 그 스님을 위하여 설법하고, 그 스님이 제 사정을 물으면 나도 그 스님의 사정을 물으며, 그 스님이 제 물음에 대답하면 저도 그 스님의 물음에 대답합니다. 존자 아난이시여, 저는 아직 상 중 하의 장로나 높은 비구를 업신여긴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도 특별한 일입니다."
  "다시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비구들에게 보시를 행할 때면 천인(天人)이 허공에서 저에게 말합니다.
  '장자여, 이 분은 아라하(阿羅訶 : 아라한)요, 이 분은 향아라하이다. 이 분은 아나함이요, 이 분은 향아나함이다. 이 분은 사다함이요, 이 분은 향사다함이다. 이 분은 수다원이요, 이 분은 향수다원이다. 이 사람은 정진하는 사람이고, 이 사람은 정진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나 존자 아난이시여, 저는 비구들에게 보시할 때에 일찍이 차별된 마음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다시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비구들에게 보시를 행할 때에 하늘이 허공에서 저에게 말하였습니다.
  '여래 무소착 등정각 세존께서는 설법을 잘 하시고, 여래의 제자들은 잘 닦아 나아가고 있다.'
  그러나 존자 아난이시여, 저는 저 하늘이 믿는 바를 따르지 않고, 그들이 즐기는 바를 따르지 않으며, 그들이 들은 바를 따르지 않습니다. 다만 저에게는 스스로 깨끗한 지혜가 있어, 여래 무소착 등정각 세존께서는 설법을
[279 / 1738] 쪽
  잘하시고, 여래의 제자들은 잘 닦아 나아가고 있는 줄을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다시 존자 아난이시여, 저에게는 이런 법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욕심을 여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여의어 나아가 제4선(禪)을 성취하여 노니는 경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저에게는 이런 법이 있습니다."
  존자 아난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장자여, 만일 그런 법이 있다면, 그것은 참으로 기이하고 너무나 특별한 일입니다."
  그 때에 욱가 장자가 말하였다.
  "존자 아난이시여, 부디 여기서 공양하십시오."
  아난은 욱가 장자를 위하여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였다. 욱가 장자는 아난이 잠자코 그 청을 들어주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수 손 씻을 물을 내오고, 아주 깨끗하고 맛 좋은 여러 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장만하여 실컷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내온 뒤에, 작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아난은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이 많은 방편을 설하여 마음을 내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고 나서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존자 아난이 이렇게 말하자, 욱가 장자는 아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욱가장자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748자이다.]
  40) 수장자경(手長者經) 제 9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아라비가라(阿邏 伽邏)를 유행하실 적에 화림(林)
[280 / 1738] 쪽
  에 계셨다. 그 때에 수 장자(手長者)는 큰 장자 5백 명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5백 장자도 또한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수 장자여, 너는 지금 이처럼 많은 대중을 거느리고 있구나. 장자여, 너는 어떤 법으로 이 많은 대중들을 포섭하였는가?"
  그 때에 수 장자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4사섭(事攝)8)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세존께서 말씀하신 4사섭이란 첫째 은혜롭게 베푸는 것[惠施]이요, 둘째 부드럽고 고운 말[愛言]이며, 셋째 이익되게 하는 행동[利]이요, 넷째 행동을 같이 하는 일[等利]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것으로 대중들을 포섭하였습니다. 혹은 은혜롭게 베푸는 것으로, 혹은 부드럽고 고운 말로, 혹은 이익되게 하는 행동으로, 혹은 행동을 같이 하는 것으로써 하였습니다."
  세존께서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수 장자여, 너는 능히 법(法)답게 대중을 이끌어 들이고, 문(門)답게 대중을 이끌어 들이며, 인연답게 대중을 이끌어 들였다. 수 장자여, 만일 과거에 어떤 사문(沙門) 범지(梵志)가 법답게 대중을 이끌어 들였다면, 그 전부는 곧 이 4사섭으로써 이끌어 들이고도 남았을 것이다. 수 장자여, 만일 미래의 사문 범지가 법답게 대중을 이끌어 들인다면, 그 전부는 곧 이 4사섭으로써 이끌어 들이고도 남을 것이다. 수 장자여, 만일 현재의 사문 범지가 법답게 대중을 이끌어 들인다면, 그 전부는 곧 이 4사섭으로써 이끌어 들이고도 남는다."
  이에 세존께서는 수 장자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셨다. 한량없이 많은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신 뒤에 잠자코 계셨다. 그 때 수 장자는 부처님의 설법으로 인하여 마음을 내고 간절하게 우러르며 성취함을 기뻐한 다음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8) 보살이 중생을 제도할 적에 취하는 네 가지 기본적인 태도로서 4섭법(攝法)이라 하기도 한다.
[281 / 1738] 쪽
  바깥문에 이르러 사람이 있으면 곧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中門) 안문[內門]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堂)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은 자비[慈]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維) 상하 일체에 두루하고,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슬퍼하는 마음[悲]과 기뻐하는 마음[喜]도 그렇게 하였으며, 또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捨]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그 때에 삼십삼천의 천인(天人)들은 법당에 모여 수 장자를 찬탄하였다.
  "여러분, 수 장자는 매우 훌륭한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저 수 장자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시자, 장자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물러갔는데, 그는 집에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렀을 적에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였으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이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와 같이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 하였다.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와 같이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그러하였으며,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닌다."
[282 / 1738] 쪽
  이에 비사문대천왕(毘沙門大天王)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광명을 발하며 이른 아침에 수 장자의 집에 가서 말했다.
  "장자여, 그대는 훌륭한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지금 삼십삼천이 장자를 위하여 법당에 모여 다음과 같이 수 장자를 찬탄하였기 때문이다.
  '수 장자는 매우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여러 현자들이여, 저 수 장자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시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러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게 하고 간절히 우러르게 하며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이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하고, 마음이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그러하였으며, 그리고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기 때문이다.' "
  이 때 수 장자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비사문대천왕을 보지도 않았다. 왜냐 하면 선정[定]을 존중하고 선정을 수호하기 때문이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한량없이 많은 백천 대중들 가운데서 수 장자를 찬탄하셨다.
  "수 장자에게는 일곱 가지 미증유법(未曾有法)이 있다. 저 수 장자는 내가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더니,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예배하고 내 주위를 세 바퀴 돌고 나서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러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283 / 1738] 쪽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堂)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하고,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그러하였고,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제 삼십삼천도 그를 위하여 법당에 모여, 저 수 장자를 찬탄하고 있다.
  '수 장자는 크게 선한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무엇 때문인가? 여러분, 저 수 장자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였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시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러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하고,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그러했으며, 또한 평온한 마음[捨]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기 때문이다.'
  지금 비사문대천왕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찬란한 광명을 발하며 이른 아침에 수 장자의 집에 가서 말하고 있다.
[284 / 1738] 쪽
  '장자여, 그대는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지금 삼십삼천이 장자를 위하여 법당에 모여 수 장자를 이렇게 찬탄하기 때문이다.
  (수 장자는 매우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여러분, 저 수 장자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시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 주위를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러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堂)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하고,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그러했으며, 또한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기 때문이다.)' "
  이 때 어떤 비구가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이 되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수 장자의 집으로 갔다. 수 장자는 멀리서 비구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비구에게 말하였다.
  "존자여, 잘 오셨습니다. 존자는 오랜만에 여기에 오셨습니다. 자,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그 때 그 비구는 곧 그 자리에 앉았다. 수 장자는 비구의 발에 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비구가 말하였다.
  "장자여, 그대는 선한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습니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당신을 위하여 한량없이 많은 백천 대중들 가운데서 다음과 같이 수 장자를 찬탄하셨기 때문입니다.
  '수 장자에게는 일곱 가지 미증유법이 있다. 수 장자는 내가 그를 위해 설
[285 / 1738] 쪽
  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더니,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예배하고 나를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러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라도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堂)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하였으며,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와 같이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그러하였고, 또한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지금 삼십삼천도 장자를 위하여 법당에 모여, 수 장자를 찬탄하고 있다.
  (수 장자는 매우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여러분, 저 수 장자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시자,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그는 집에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러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하고,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슬퍼하는 마음과 기뻐하는 마음도 그러하였고, 또한 평온하고 집착이 없는 마음과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286 / 1738] 쪽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에 비사문대천왕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찬란한 광명을 발하며 이른 아침에, 수 장자의 집에 가서 말하였다.
  (그대는 매우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지금 삼십삼천이 수 장자를 위하여 법당에 모여, 수 장자를 다음과 같이 찬탄하고 있기 때문이다. 곧, 수 장자는 매우 좋은 이익이 있고, 큰 공덕이 있다. 왜냐 하면 여러분, 저 수 장자는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더니,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부처님을 세 바퀴 돌고는 물러갔다. 돌아가 바깥문에 이르러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중문과 안문을 지나, 안에 들어가서도 만일 사람이 있으면 곧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그리고 당에 올라 자리를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으면,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여 1방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 이렇게 2 3 4방과 4유 상하 일체에 두루하고, 마음은 자비와 함께하므로 맺힘도 없고 원한도 없으며, 성냄도 없고 다툼도 없어 지극히 넓고 매우 컸으며, 한량없는 선행을 닦아, 일체 세간에 두루하게 성취하여 노닐었다고 찬탄하기 때문이다.)
  이 때 수 장자는 잠자코 아무 말이 없었고, 또한 비사문대천왕을 보지도 않았다. 왜냐 하면 그는 선정을 존중하고 선정을 수호하기 때문이니라.' "
  이 때에 수 장자가 비구에게 여쭈었다.
  "존자여, 그 때 속인[白衣]은 없었습니까?"
  비구가 대답하였다.
  "속인은 없었습니다."
  비구가 물었다.
  "만일 속인이 있었다면 무슨 허물될 것이 있었겠습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존자여, 혹 세존의 말씀을 믿지 않는 자가 있다면, 그는 영원히 의롭지 않고 못 견뎌 지극히 나쁜 곳에 나서 한량없는 고통을 받을 것이요, 만일 부처
 
[287 / 1738] 쪽
  님의 말씀을 믿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이 일로 인하여 저를 존중하고 공경하고 예로써 섬길 것입니다. 그러나 존자여, 저는 그렇게 하도록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존자여, 부디 여기서 공양하십시오."
  그 비구는 수 장자를 위하여 잠자코 그 청을 받아들였다. 수 장자는 비구가 잠자코 청을 받아들인 것을 보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몸소 손 씻을 물을 내오고, 지극히 깨끗하고 맛 좋은 여러 가지 음식을 풍족하게 장만하여, 한껏 공양하게 하였다. 공양이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내온 뒤에, 작은 평상을 가지고 와서 따로 앉아 법을 들었다. 그 비구는 수 장자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여, 마음을 내어 간절히 우러르게 하고, 성취하여 기뻐하게 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지금까지 수 장자와 이야기한 것을 부처님께 자세히 말씀드렸다.
  그 때에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러므로 나는 수 장자에게 일곱 가지 미증유법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다시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수 장자에게는 또 여덟 번째 미증유법이 있다. 그것은 수 장자는 구함도 없고 욕심도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수장자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2,658자이다.]
  41) 수장자경 제 10 ㉻ [초 1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아라비가라(阿邏 伽邏)를 유행하실 적에 화림(林)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수 장자에게는 여덟 가지 미증유법이 있다. 어떤 것이 그 여덟 가지인가? 수 장자는 욕심이 적고[少欲] 믿음이 있으며[信], 제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慙]이 있고, 다른 사람에 대한 부끄러움[愧]이 있으며, 정진(精進)이 있고
[288 / 1738] 쪽
  생각[念]이 있으며, 선정[定]이 있고 지혜[慧]가 있다.
  수 장자는 욕심이 적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수 장자는 욕심이 적지만 자기가 욕심이 적다는 것을 남에게 알리려 하지 않는다. 믿음이 있고, 자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으며 남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고, 정진이 있으며 생각이 있고 선정이 있으며 지혜가 있지만, 자기가 이렇다는 사실에 대해 남에게 알리려 하지 않는다. 수 장자가 욕심이 적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니라.
  수 장자는 믿음이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수 장자는 견고한 믿음을 얻어 여래에게 꼭 붙어 믿음의 뿌리가 이미 확고해졌다. 그래서 다른 사문 범지나 혹은 하늘이나 악마나 범천이나 그 밖의 세간을 따르지 않는다. 수 장자는 믿음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 장자가 제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이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수 장자는 항상 부끄러워할 줄을 알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대해서 부끄러워할 줄 안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과 더러운 번뇌는 온갖 나쁜 과보를 받아 나고 죽는 근본을 만든다는 것을 안다. 수 장자가 제 자신에 대해 부끄러움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 장자는 다른 사람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수 장자는 항상 부끄러워할 줄 알며, 부끄러워해야 할 일에 대하여 부끄러워할 줄 안다.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과 더러운 번뇌는 온갖 나쁜 과보를 받아 나고 죽는 근본을 만든다는 것을 안다. 수 장자가 남에 대한 부끄러움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 장자는 정진이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수 장자는 항상 정진을 실천하여, 악함과 착하지 않음을 없애 온갖 착한 법을 닦으며, 언제나 스스로 뜻을 내되, 전일(專一)하고 견고하며, 모든 선의 근본을 위해서 모든 방편을 버리지 않는다. 수 장자가 정진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 장자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인가? 그는 안몸[內身]을 관찰하되 몸의 뜻을 사실 그대로 알고, 안의 각(覺) 심(心) 법(法)을 관찰하되 법답게 관찰한다. 수 장자는 생각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289 / 1738] 쪽
  수 장자는 선정이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수 장자는 욕심을 여의어, 악함과 선하지 않은 법을 여의고, 나아가 제4선(禪)까지를 얻어 성취하여 노닌다. 수 장자가 선정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 장자는 지혜가 있다고 말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그는 지혜를 닦아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러한 지혜를 얻어서는 거룩한 지혜가 밝게 통달하여, 밝고 환히 깨쳐 바로 고통을 없앤다. 수 장자가 지혜가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수 장자에게 여덟 가지 미증유법이 있다고 말한 것은 이런 까닭이 있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수장자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473자이다. 『중아함경 』 제 9 권에 수록된 경의 글자 수는 총 12,088자이고, 이 「미증유법품(未曾有法品)」에 수록된 경의 글자 수는 모두 10,946자이다.9)}
  
9) 『중아함경 』 제9권은 모두 10,255자인데 12,088자라고 한 것은 착오인 듯하다. 게다가 제8권과 제9권에 수록된 「미증유법품」의 경문 글자를 합해 보면 총 20,913자인데 여기에 10,946자라고 한 것은 착오에서 비롯된 듯하다. 여기의 기록대로 제8권 합계 10,658자와 제9권 합계 12,088자를 합해도 22,746자이니 10,946자는 터무니 없는 숫자이다.
 

'經典 > 중아함경(中阿含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아함경 제 11 권  (0) 2008.01.25
중아함경 제 10 권  (0) 2008.01.25
중아함경 제 8 권  (0) 2008.01.25
중아함경 제 7 권  (0) 2008.01.25
중아함경 제 6 권  (0) 2008.0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