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중아함경(中阿含經)

중아함경 제 59 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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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함경 제 59 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18. 예품(例品) 제 4 ① [제5 후송]
  [이 「예품」에는 모두 11개의 소경이 수록되어 있다.]
  일체지경(一切智經) 법장엄경(法莊嚴經)과
  비하제경( 訶提經) 제일득경(第一得經)과
  애생경(愛生經) 팔성경(八城經)이며
  아나율타경(阿那律陀經) 둘과
  견경(見經) 전유경(箭喩經)이며
  마지막엔 예경(例經)이 수록 되었다.
  212) 일체지경(一切智經) 제 1 [제5 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울두수야(鬱頭隨若)1)를 유행하실 적에 보극자림(普棘刺林)2)에 계셨다. 그 때에 구살라(拘薩羅)의 왕 바사닉(波斯匿)3)은 사문 구담께서 울두수야를 유행하시면서 보극자림에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1) 팔리본에는 uju 로 되어 있다. 교살라국(憍薩羅國)의 성읍이다.
2) 팔리어로는 Kannakatthala이다. 장아함 25번째 경인 『나형범지경(倮形梵志經) 』에서는 금반녹야림(金槃鹿野林)으로 한 역하였다. 바라나국에 있던 녹야원(鹿野苑)과는 다르다.
3) 바사닉(波斯匿, pasenadi)은 화열(和悅) 또는 월광(月光)으로 의역되기도 한다. 현장(玄奘)은 승군(勝軍)으로 한역하였 고, 의정(義淨)은 승광(勝光)으로 한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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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살라의 왕 바사닉은 이 소식을 듣고 한 사람을 불러 명하였다.
  "너는 나를 위해 사문 구담께 찾아가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볍고, 기력도 한결같으신지 문안드리고 오라. 찾아가거든 이렇게 문안드려라.
  '구살라의 왕 바사닉은 문안드립니다.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벼우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구살라왕 바사닉이 찾아와 뵙고자 합니다.'"
  이와 같이 전하라.
  그 사람은 분부를 받고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서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구살라국의 왕 바사닉은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벼우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하고 문안드립니다. 그리고 또 구살라의 왕 바사닉이 와서 뵙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살라 왕 바사닉은 안온하고 쾌락하소서. 또 하늘 사람 아수라 건탑화(揵塔和 : 건달바) 나찰과 그 밖의 여러 몸들도 다 안온하고 쾌락하기를, 그리고 구살라 왕 바사닉이 오고 싶다면 오라고 하라."
  그 사신은 부처님 말씀을 잘 받아 간직하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 존자 아난은 부처님 뒤에서 불자(拂子)를 잡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그 사신이 떠난 뒤에 세존께서 아난을 돌아보고 말씀하셨다.
  "아난아, 우리는 저 동으로 향한 큰 집으로 가서 창을 열고, 지게문은 닫고, 그 그윽한 곳에 있자. 오늘 구살라의 왕 바사닉이 혼란 없는 한결같은 마음으로 내 설법을 들으려 한다."
  존자 아난이 대답했다.
  "예."
  이에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을 데리고 동으로 향한 큰 집으로 가서 창을 열고, 지게문은 닫고, 그윽한 곳에 자리를 깔고 니사단을 편 뒤에 가부좌를 하고 앉으셨다. 그 때 그 사신은 구살라의 왕 바사닉에게 돌아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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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왕이시여, 저는 이미 사문 구담에게 통보하였습니다. 사문 구담께서 지금 천왕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원하옵건대 천왕께서는 때를 아소서."
  구살라의 왕 바사닉은 마부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수레를 준비하라. 내가 지금 사문 구담을 뵈러 가겠다."
  마부는 명령을 받고 곧 수레를 준비하였다.
  그 때 현(賢)과 월(月)4) 두 자매는 구살라의 왕 바사닉과 함께 앉아 밥을 먹다가 오늘 구살라의 왕 바사닉이 부처님을 찾아뵙는다는 말을 듣고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만일 오늘 세존을 찾아가 뵙거든 저희들을 위해 세존께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신지,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신지 문안드려 주소서. '현과 월 두 자매도 세존께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벼우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하고 문안드린다'고 말씀드려 주소서."
  구살라왕 바사닉은 현과 월 두 자매를 위하여 잠자코 그 청을 받아 주었다. 그 때 마부가 수레 정비를 마치고 돌아와 왕에게 아뢰었다.
  "천왕(天王)이여, 수레가 준비되었습니다. 천왕의 뜻대로 하소서."
  그 때 왕은 곧 수레를 타고 울두수야를 떠나 보극자림으로 갔다. 그 때 보극자림 문 밖에는 많은 비구들이 한데서 거닐고 있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비구들에게 나아가 물었다.
  "여러분, 사문 구담께서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제가 가서 뵙고자 합니다."
  여러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저 동으로 향한 큰 집이 창은 열려 있고 지게문은 닫혀 있는데, 세존께서는 그 안에 계십니다. 대왕께서 뵙고 싶다면 저 집으로 가셔서 밖에서 기침을 하고 지게문을 두드리십시오. 세존께서 들으시면 반드시 문을 열어 주실 것입니다."
  구살라의 왕 바사닉은 곧 수레에서 내려 권속들에게 둘러 싸여 동으로 향한 큰 집까지 걸어가서는, 밖에 서서 기침하고 지게문을 두드렸다. 세존께서
  
4) 현(賢, Sakul )과 월(月, Som )은 바사닉왕의 여자 형제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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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소리를 들으시고 곧 지게문을 여셨다. 구살라의 왕 바사닉은 곧 그 집에 들어가 부처님 앞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현과 월 두 자매는 세존께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벼우시고 기력도 한결같으십니까?' 하고 문안드립니다."
  세존께서 왕에게 물으셨다.
  "현과 월 두 자매는 따로 심부름시킬 사람이 없었던가요?"
  "구담이시여, 저는 오늘 현과 월 두 자매와 같이 앉아 밥을 먹었습니다. 그들은 제가 부처님을 뵈러 가겠다는 말을 듣고 곧 저에게 말했습니다.
  '대왕이여, 만일 가서 부처님을 뵙거든 저희들을 위해, 세존께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신지, 기거는 가볍고 기력은 한결같으신지 문안드려 주소서. '현과 월 두 자매도 세존께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벼우시고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하고 문안드린다'고 말씀드려주소서.'
  구담이시여, 현과 월 두 자매는 세존께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은 건강하시고 편안하시며, 기거는 가벼우시고 기력도 한결같으십니까?' 하고 문안드립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현과 월 두 자매는 안온하고 쾌락하소서. 또 하늘 사람 아수라 건답화 나찰과 그 밖의 여러 몸들도 안온하고 쾌락하기를."
  이에 구살라 왕 바사닉은 부처님과 서로 안부를 물은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제가 여쭐 일이 있습니다. 들어 주신다면 감히 아뢰겠습니다."
  "대왕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물으십시오."
  구살라왕 바사닉이 부처님게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사문 구담께서 '다른 어떤 사문 범지가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며, 현재에도 또한 없다'고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구담께서는 그 말씀을 기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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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여, 나는 '다른 어떤 사문 범지가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며, 현재에도 또한 없다'고 말한 기억이 없습니다."
  그 때 비유라( 留羅)5) 대장은 구살라왕 바사닉 뒤에서 불자(拂子)를 들고 왕을 모시고 있었다. 이에 왕은 비유라 대장을 돌아보고 말하였다.
  "지난날 내가 대중들과 함께 앉아 있을 때에 누가 제일 먼저 '사문 구담은 다른 어떤 사문 범지가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며, 현재에도 또한 없다고 말합니다'라고 말하였는가?"
  비유라 대장이 대답하였다.
  "천왕(天王)이여, 상년소길상자(想年小吉祥子)가 제일 먼저 그렇게 말하였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그 말을 듣고 곧 한 사람을 불러 명령하였다.
  "너는 상년소길상자의 처소로 가서 '구살라의 왕 바사닉이 너를 부른다'고 말하라."
  그 사람은 분부를 듣고 상년소길상자에게 가서 말했다.
  "연소(年小)여, 구살라의 왕 바사닉이 그대를 부르신다."
  그 사람이 간 뒤에 바사닉왕이 세존께 여쭈었다.
  "사문 구담이시여, 혹 사문 구담께서 말씀하신 것으로 기억되는 다른 말씀이 있으십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시여, 나는 일찍이 '다른 어떤 사문 범지가 여래와 동시에 일체를 알고 동시에 일체를 보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며, 현재에도 또한 없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대왕이여, 나는 이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그 말을 듣고 나서 찬탄하며 말하였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스승답습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좋은 스승답습니
  
5) 비유라( 留羅, Vi u abha)는 유리(瑠璃) 또는 유리(流離)로 번역하기도 한다. 바사닉왕의 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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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구담이시여, 제가 다시 여쭙고자 하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대왕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물으십시오."
  구살라왕 바사닉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찰리(刹利) 범지(梵志) 거사(居士) 공사(工師), 이 네 종족은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저 네 종족은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습니다. 찰리와 범지 종족은 이 인간 세계에서 최상덕(最上德)이고, 거사 공사 종족은 이 인간 세계에서 최하덕(最下德)입니다. 이것이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저 네 종족에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스승답습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좋은 스승답습니다."
  바사닉왕이 아뢰었다.
  "구담이시여, 저는 현세의 도리만 묻지 않고 다시 후세의 도리를 여쭙고자 하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여, 묻고 싶으면 마음대로 물으십시오."
  구살라왕 바사닉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이 네 종족은 후세에도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저 네 종족은 후세에도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을 것입니다.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이 네 종족이 만일 다섯 가지 단지(斷支)를 성취하면 반드시 좋은 스승인 여래 무소착 정진각을 증득할 것이요, 반드시 만족하여 불만이 없을 것이며, 또한 긴 밤 동안에 진리와 이익과 안온과 쾌락을 얻을 것입니다.
  어떤 것이 그 다섯 가지인가 하면,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여래를 믿어 그 뿌리가 생기고 완전히 서서, 이른바 사문 범지 하늘 악마 및 그 밖의 세간 어느 누구도 그것을 빼앗을 자가 없게 되면 이것을 첫 번째 단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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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니다. 대왕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병이 적고 병이 없으며 알맞게 먹는 도를 성취하여, 뜨겁지도 않고 차갑지도 않고 공정하여 다투지 않아서, 이른바 먹고 마신 것을 소화시키되 바르고 안온하게 소화시키면, 이것을 두 번째 단지라 합니다. 대왕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아첨도 없으며 속임도 없고 소박하고 정직하여, 세존과 모든 범행자들에게 참된 모습을 보이면, 이것을 세 번째 단지라 합니다. 대왕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언제나 꾸준히 정진하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끊으며, 모든 착한 법을 닦고, 항상 스스로 뜻을 일으켜 오로지 하고 굳건히 하며, 모든 착함의 근본을 위하여 방편 쓰기를 버리지 않으면, 이것을 네 번째 단지라 합니다.
  또 대왕이여,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지혜를 닦아 흥하고 쇠하는 법을 관찰하고 이러한 지혜를 얻어 거룩한 지혜가 밝게 트이고, 분별하고 환히 알아 그로써 바로 괴로움을 다하면, 이것을 다섯 번째 단지라 합니다.
  대왕이여, 이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이 네 종족이 저 다섯 가지 단지를 성취하면 반드시 좋은 스승인 여래 무소착 정진각을 증득할 것이요, 반드시 만족하게 되어 불만이 없을 것이며, 또한 오래도록 도리와 이익과 안온과 쾌락을 얻게 될 것입니다. 이것을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이 네 종족이 후세에서도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는 것이라 합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그 말을 듣고 나서 찬탄하며 말하였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스승답습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훌륭하신 스승답습니다. 구담이시여, 다시 묻고자 하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물으십시오."
  구살라왕 바사닉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이 찰리 범지 거사 공사의 네 종족은 끊는 행[斷行]에 있어서도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이 찰리 범지 거사 공사의 네 종족은 끊는 행에 있어서도 낫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습니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믿음이 있는 사람이 끊는 것을 믿음이 없는 사람이 끊으려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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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될 수 없습니다. 또 만일 병이 적은 사람이 끊는 것을 병이 많은 사람이 끊으려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습니다. 만일 아첨하지 않고 속이지 않는 사람이 끊는 것을 아첨하고 속이는 사람이 끊으려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습니다. 만일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끊는 것을 게으른 사람이 끊으려 한다면 그것도 끝내 그리 될 수 없습니다. 만일 지혜로운 사람이 끊는 것을 나쁜 지혜로 끊으려 한다면 그것도 끝내 그리 될 수 없습니다.
  마치 코끼리 다루기 말 다루기 소 다루기 사람 다루기의 네 가지 다루는 일이 있는데, 그 중 두 가지는 길들일 수 없고 부릴 수도 없으며, 두 가지는 길들일 수도 있고 부릴 수도 있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일 길들일 수도 없고 부릴 수도 없는 그 둘을 길들이고 부려 부림을 감당하게 하려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길들일 수도 있고 부릴 수도 있는 그 둘을 길들이고 부려 부림을 감당하게 하려 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리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대왕이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믿음이 있는 사람이 끊는 것을 믿음이 없는 사람이 끊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병이 적은 사람이 끊는 것을 병이 많은 사람이 끊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첨하지 않고 속이지 않는 사람이 끊는 것을 아첨하고 속이는 사람이 끊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 끊는 것을 게으른 사람이 끊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지혜 있는 사람이 끊는 것을 나쁜 지혜로 끊을 수 있겠습니까?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이 찰리 범지 거사 공사의 네 종족은 끊는 행에 있어서도 우세하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찬탄하며 말하였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스승답습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우세하고 스승답습니다. 구담이시여, 다시 묻고자 하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마음대로 물으십시오."
  구살라왕 바사닉이 여쭈었다.
[1672 / 1738] 쪽
  "구담이시여,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이 네 종족은 끊음[斷]에 있어서도 우세하고 못함이 있고, 차별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이 네 종족이 끊음에 있어서 저들이 똑같이 끊으면 거기에는 우세하고 못함이 없고, 차별도 없습니다. 대왕이여, 이를 비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동방에서 찰리(刹利) 동자가 와서 마른 사라(娑羅)나무를 가져다가 불비비개[火母]를 만들어 구멍을 뚫고 비벼 불을 일으키고, 남방에서는 범지(梵志) 동자가 와서 그도 마른 사라나무로 불비비개를 만들어 구멍을 뚫고 비벼 불을 일으키며, 서방에서는 거사(居士) 동자가 와서 그는 마른 전단나무로 불비비개를 만들어 구멍을 뚫고 비벼 불을 일으키고, 북방에서는 공사(工師) 동자가 와서 그는 마른 발투마(鉢投摩)나무로 불비비개를 만들어 구멍을 뚫고 비벼 불을 일으켰다고 합시다. 대왕이여, 대왕의 생각엔 어떻습니까? 저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여러 종류의 나무를 가지고 불비비개를 만들어 구멍을 뚫고 비벼 불을 일으켰을 때, 혹 어떤 사람이 거기에다 마른 풀이나 나무를 놓는다면 연기가 나고, 불꽃이 나고, 불빛이 나게 됩니다. 대왕이여, 그 연기와 연기, 불꽃과 불꽃, 불빛과 불빛에 어떤 차별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구살라왕 바사닉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이른바 저 여러 종류의 사람이 여러 가지 나무를 가지고 불비비개를 만들어 구멍을 뚫고 비벼 불을 일으켰을 때, 혹 어떤 사람이 거기에다 마른 풀이나 나무를 놓아 연기가 나고, 불꽃이 나고, 불빛이 생겨난다면 구담이시여, 나는 그 연기와 연기, 불꽃과 불꽃, 불빛과 불빛에 차별이 있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와 같이 대왕이여, 찰리 범지 거사 공사, 이 네 종족도 그들 모두가 똑같이 끊는다면 그 끊음에 있어서는 차별이 있을 수 없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찬탄하여 말하였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스승답습니다. 사문 구담의 말씀은 좋은 스승답습니다. 다시 여쭙고 싶은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1673 / 1738] 쪽
  "대왕이여,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마음대로 물으십시오."
  "구담이시여, 하늘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물으셨다.
  "대왕이여, 무슨 뜻으로 하늘이 있는가고 묻습니까?"
  구살라왕 바사닉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만일 다툼이 있고, 다툼을 즐기는 하늘이 있다면 그들은 분명 이 세상에 올 것입니다. 그러나 만일 다툼이 없고, 다툼을 즐기지 않는 하늘이 있다면 그들은 마땅히 이 세상에 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 때 비유라 대장은 구살라왕 바사닉 뒤에 서서 불자(拂子)를 잡고 왕을 모시고 있었다. 비유라 대장이 세존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만일 다툼이 없고, 다툼을 즐기지 않는 하늘이 있다면 우선 그 하늘들은 그대로 두십시오. 만일 다툼이 있고, 다툼을 즐기는 하늘이 있어 이 세상에 온다면, 사문 구담이시여, 반드시 이렇게 말씀하셔야 합니다.
  '그 하늘은 복이 수승하고 범행도 수승합니다. 그러나 천왕[天]께서는 자재(自在)로이 그 하늘을 물리치고 그 하늘을 쫓아 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때 존자 아난은 세존 뒤에 서서 불자(拂子)를 들고 세존을 모시고 있었다. 이에 존자 아난은 생각했다.
  '이 비유라 대장은 구살라의 왕 바사닉의 아들이요, 나는 세존의 아들이다. 지금이 바로 아들과 아들이 토론할 때이다.'
  이에 존자 아난이 비유라 대장에게 말하였다.
  "내가 당신에게 묻고자 합니다. 당신은 아는 대로 대답해 주시오. 대장이여,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구살라왕 바사닉이 소유한 경계로서 명령이 미치는 곳이라면, 구살라왕 바사닉은 복이 수승하고 범행이 수승하기 때문에 과연 자재로이 물리쳐 버리고, 쫓아 버릴 수 있겠습니까?"
  비유라 대장이 대답했다.
  "사문이여, 만일 구살라왕 바사닉이 소유한 경계로서 명령이 미치는 곳이라면, 구살라왕 바사닉은 복이 수승하고 범행이 수승하기 때문에 자재로이 물리쳐 버리고, 쫓아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대장이여, 당신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만일 구살라왕 바사닉의 경계가 아
 
[1674 / 1738] 쪽
  니라서 명령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면, 구살라왕 바사닉은 복이 수승하고 범행이 수승하다 하여, 마음대로 저들을 물리치고, 저들을 쫓아 버릴 수 있겠습니까?"
  비유라 대장이 대답하였다.
  "사문이며, 만일 구살라왕 바사닉의 경계가 아니라 명령이 미치지 못하는 곳이라면, 구살라왕 바사닉은 복이 수승하고 범행이 수승하다 하더라도, 자재로이 저들을 물리치고, 저들을 쫓아 버릴 수 없을 것입니다."
  존자 아난은 다시 물었다.
  "대장이여. 혹 삼십삼천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았습니까?"
  비유라 대장이 대답하였다.
  "나는 구살라왕 바사닉과 유희할 때에 삼십삼천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대장이여, 그대 생각은 어떻습니까? 구살라왕 바사닉은 복이 수승하고 범행이 수승하다 하여, 과연 저 삼십삼천을 물리칠 수 있고, 저 삼십삼천을 쫓아 버릴 수 있겠습니까?"
  비유라 대장이 대답하였다.
  "사문이여, 구살라왕 바사닉은 오히려 삼십삼천을 볼 수도 없는데 하물며 삼십삼천을 물리치고 쫓아 버릴 수 있겠습니까? 저 삼십삼천을 물리치고 쫓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와 같이 대장이여, 만일 다툼이 없고, 다툼을 즐기지 않는 하늘이 있어, 이 세상에 오지 않는다면 이 하늘은 복이 수승하고 범행이 수승합니다. 만일 다투고 다툼을 즐기는 하늘이 있어, 이 세상에 온다면 이 천왕은 오히려 저 하늘도 볼 수 없는데 하물며 물리치고 쫓아 버릴 수 있겠습니까? 만일 저 하늘을 물리치고 쫓아 버리려 한다면 그것은 끝내 그리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이에 구살라왕 바사닉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이 사문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여, 이 비구의 이름은 아난이라고 하며, 제 시자(侍者)입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그 말을 듣고 나서 찬탄하며 말하였다.
[1675 / 1738] 쪽
  "아난의 말씀은 스승답습니다. 아난의 말씀은 좋은 스승답습니다. 다시 여쭈어보고 싶은 말씀이 있사온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여, 묻고 싶은 말이 있으면 마음대로 물어 보십시오."
  구살라왕 바사닉이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혹 범(梵)이 있습니까?"
  세존께서 물으셨다.
  "대왕이여, 무슨 뜻으로 범이 있느냐고 묻습니까? 대왕이여, 만일 제가 범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 범은 청정한 것입니다."
  세존께서 구살라왕 바사닉과 이렇게 이야기하고 계실 때에 저 사신은 상년소길상자를 데리고 돌아와서 구살라왕 바사닉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천왕이시여, 상년소길상자가 여기 왔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상년소길상자에게 물었다.
  "전일에 내가 대중과 함께 앉아 있을 때 누가 제일 먼저 '사문 구담께서는 (어떤 다른 사문 범지가 일체를 알고 일체를 보는 일은 과거에도 없었고 미래에도 없을 것이며 현재에도 또한 없다)고 이와 같이 말합니다'라고 하였느냐?"
  상년소길상자가 대답하였다.
  "천왕이시여, 이 비유라 대장이 먼저 말하였습니다."
  비유라 대장은 이 말을 듣고 아뢰었다.
  "천왕이시여, 이 상년소길상자가 먼저 말하였습니다."
  이렇게 그 두 사람이 서로 다투고 있을 때, 마부는 곧 수레를 준비하고 구살라왕 바사닉에게 와서 아뢰었다.
  "천왕이시여, 수레가 이미 도착했습니다. 천왕이시여, 마땅히 때를 아소서."
  바사닉왕은 이 말을 듣고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사문 구담께 일체지(一切知)에 대해 묻자 사문 구담께서는 일체지에 대해 대답해 주셨습니다. 제가 사문 구담께 네 가지 청정(淸淨)에 대하여 묻자 사문 구담께서는 제게 네 가지 청정에 대하여 대답해 주셨습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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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문 구담께 얻으신 바를 묻자 사문 구담께서는 제게 얻으신 바를 대답해 주셨습니다. 제가 사문 구담께 범(梵)이 있느냐고 묻자 사문 구담께서는 저에게 범이 있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 만일 제가 또 다른 일을 물었더라도 사문 구담께서는 반드시 저에게 다른 일에 대해 대답해 주셨을 것입니다. 구담이시여, 저는 이제 일이 바빠 돌아가려고 하직 인사를 청합니다."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대왕이시여, 알아서 하십시오."
  구살라왕 바사닉은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가져 외우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 번 돌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구살라왕 바사닉과 존자 아난 및 모든 대중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일체지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3,773자이다.]
  213) 법장엄경(法莊嚴經) 제 2 [제5 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석가족들의 나라를 유행하실 적에 석가족의 도읍인 미루리(彌婁離)라는 곳에 계셨다. 그 때 구살라왕 바사닉은 볼 일이 있어 장작(長作)과 함께 읍명성(邑名城)으로 나갔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그 동산을 지나가다가 고요해 소리도 없고 멀리 떠나 악도 없으며 사람도 없는 나무 아래에서 그 환경을 따라 연좌(燕坐)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것을 보자 그는 세존이 생각나 장작에게 말하였다.
  "장작아, 지금 이 고요해 소리도 없고, 멀리 떠나 죄악도 없으며 사람도 없는 나무 아래에서 그 환경을 따라 사람들이 연좌하고 있구나. 나는 자주 이 곳을 찾아와 부처님을 뵈었었다. 장작아, 세존은 지금 어디 계시냐? 내가 가서 뵙고 싶구나."
  장작이 대답하였다.
  "천왕이여, 제가 들으니 세존께서는 지금 석가족 땅에서 유행하시면서 미루리라는 석가족의 서울에 계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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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살라왕 바사닉이 물었다.
  "장작아, 미루리라는 석가족의 서울은 여기서 얼마나 되느냐?"
  장작이 대답하였다.
  "천왕이여, 여기서 3구루사(拘婁舍)6) 정도 됩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말하였다.
  "장작아, 수레를 준비하라. 내가 부처님께 가리라."
  장작은 명령을 받고 곧 수레를 준비해 놓고는 아뢰었다.
  "천왕이여, 수레가 준비되었습니다. 천왕의 뜻대로 하소서."
  구살라왕 바사닉은 곧 수레를 타고 성을 나가 미루리라는 석가족의 서울로 갔다. 그 때 미루리 문 밖에서는 많은 비구들이 한데[露地]에서 거닐고 있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비구들에게 가서 물었다.
  "여러분, 세존께서는 지금 어디서 거닐고 계십니까?"
  비구대중들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저 동으로 향한 큰 집에서 창을 열고 지게문을 닫고 그 안에서 거닐고 계십니다. 대왕이여, 만일 뵙고 싶으시면 거기 가서 밖에서 기침하고 지게문을 두드리시오. 세존께서 들으시면 반드시 지게문을 열어 주실 것입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곧 수레에서 내렸다. 그리고 그는 찰리(刹利) 정생왕(頂生王)이 인간에 와서 대지를 호령할 때에 쓰는 다섯 가지 장식구 곧 칼 일산 화만 구슬 자루로 된 불자(拂子) 장식한 신을 다 벗어 장작에게 주었다. 장작은 '오늘은 천왕이 반드시 혼자서 들어가실 모양이다. 우리는 모두 여기서 기다려야 하겠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이에 구살라왕 바사닉은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저 동으로 향한 큰 집으로 걸어가 밖에 서서 기침하고 문을 두드렸다. 세존께서는 들으시고 곧 문을 열어 주셨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곧 그 집으로 들어가 부처님 앞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를 조아려 예배하고 재삼 자기 성명을 대었다.
  '저는 구살라왕 바사닉입니다. 저는 구살라왕 바사닉입니다.'
  
6) 구루사(拘婁舍, kosa)는 거리를 측량하는 단위이다. 즉 1구루사는 한 마리 소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거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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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당신은 구살라왕 바사닉이십니다. 당신은 구살라왕 바사닉이십니다."
  구살라의 왕 바사닉은 재삼 자기 성명을 일컬은 뒤에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대왕이여, 저에게 무슨 도리가 있다고 보았기에 스스로 마음을 낮추고 머리를 조아려 발에 예배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십니까?"
  구살라왕 바사닉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부처님에게 법의 고요함이 있음을 보나이다.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의 말씀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많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여러 사람들과 함께 앉았을 때에 어미는 자식과 다투고 자식은 어미와 다투며, 부자 형제 자매 친속들이 서로 돌아가며 다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이 다툴 때에는 어미는 자식의 허물을 말하고, 자식은 어미의 허물을 말하며, 부자 형제 자매 친속들이 서로의 허물을 말하는데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습니까? 그러나 저는 보았습니다. 세존의 모든 제자 비구대중은 모두 세존을 따라 범행을 실천합니다. 그리고 혹 어떤 비구가 이런 저런 다툼이 있어 계율을 버리고 도를 중단하더라도 그들은 부처님의 허물을 말하지 않고, 법의 허물을 말하지 않으며, 대중의 허물을 말하지 않고, 다만 스스로 '내가 나쁘다. 내가 덕이 없다. 무엇 때문인가? 나는 세존을 따라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닦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고 자책할 뿐입니다. 그래서 '저는 세존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의 말씀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많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어떤 사문 범지가 9개월이나 10개월 동안 다소 범행을 배우고 실천하다가 그것을 버리고 옛날로 돌아가 탐욕 때문에 더러워져 탐욕에 물들고, 탐욕에 집착하고, 탐욕에 얽매어, 교만하고 방자하게 그것을 받아 들여 그 재앙을 보지 못하고, 거기서 벗어날 길을 보지 못하면서, 탐욕 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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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를 즐기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았습니다. 세존의 모든 제자 비구들은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닦아 수억 생에까지 이릅니다. 저는 이밖에 세존의 집안처럼 이렇게 범행(梵行)이 청정한 자들은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의 말씀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보았습니다. 어떤 사문 범지는 몸이 몹시 마르고 초췌하며, 형상이 매우 추악하고 몸에 흰 물집이 생겨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였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어찌하여 몸이 저렇게도 마르고 초췌하며 형색은 매우 추악하고 몸에는 흰 물집이 생겨 사람들이 보기 싫어하게 되었을까? 이 사람은 반드시 범행을 좋아하지 않았거나 혹은 몸에 병이 있거나 혹은 으슥한 곳에서 나쁜 짓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몸은 마르고 초췌하며 형색은 매우 추악하고 몸에는 흰 버짐이 생겨 사람들이 보고는 기뻐하지 않게 되었을 것이다.'
  저는 그들에게 가서 물었습니다.
  '여러분은 어찌하여 몸은 마르고 초췌하며 형색은 매우 추악하고 몸에는 흰 버짐이 생겨 사람들이 보고는 기뻐하지 않게 되었는가? 여러분은 범행 닦기를 좋아하지 않는가? 몸에 병이 있는가? 혹은 으슥한 곳에서 나쁜 짓을 했는가? 그 때문에 여러분은 몸은 마르고 초췌하며 형색은 매우 추악하고 몸에는 흰 버짐이 나서 사람들이 보고는 기뻐하지 않게 되었는가?'
  그들은 저에게 대답했습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백병(白病)입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은 백병입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보았습니다. 세존의 모든 제자 비구들은 단정한 행동을 좋아하고 얼굴빛이 화열하고 윤택하며, 형체는 정결하고 애써 작용함도 없고 구함도 없으며, 남의 아내의 밥을 받을 때에는 사슴처럼 하고,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실천하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이떻게 생각했습니다.
  '이 분들은 왜 단정한 행동을 좋아하고 얼굴빛이 화열하고 윤택하며, 형체는 정결하고 애써 작용함도 없고 구함도 없으며, 남의 아내의 밥을 받을 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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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사슴처럼 하고,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실천하는 것일까? 이 분들은 혹은 탐욕을 여의었고 혹은 증상심(增上心)을 얻어 어렵지 않게 현재세계에서 즐겁게 산다. 그러므로 이 분들은 단정한 행동을 좋아하고 얼굴빛이 화열하고 윤택하며, 형체는 정결하고, 애써 작용함도 없고 구함도 없으며, 남의 아내의 밥을 받을 때에는 사슴처럼 하고,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실천한다. 만일 저들처럼 단정한 행동을 좋아하려는 마음처럼 행하면 나도 아마 단정한 행동을 좋아하게 될 수 있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나도 어렵지 않게 5욕(欲)의 공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분들은 탐욕을 떠나고 증상심을 얻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현재에서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분들은 단정한 행동을 좋아하고 얼굴빛이 화열하고 윤택하며, 형체는 정결하고, 애써 작용함도 없고, 구함도 없으며, 남의 아내의 밥을 받을 때에는 사슴처럼 하고,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범행을 실천하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의 말씀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하였습니다'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는 보았습니다. 어떤 사문 범지는 총명하고 지혜로와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널리 들어 결정한다'고 스스로 일컬으면서 모든 경전을 다 외우고 강한 적을 항복받으며, 변론을 잘하고 이치를 깨달아 이름과 덕망이 널리 퍼져 모든 세상 사람들이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며, 가는 곳마다 모든 주장을 부수고 곧 스스로 자기 주장을 세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문 구담을 찾아가 이러이러한 일을 물어보자. 만일 그가 대답하면 우리는 저들을 힐난하고, 만일 그가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또한 그를 힐난하자. 그런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나자.'
  그는 세존께서 어느 마을(村邑)에서 유행(遊行)하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을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세존께 감히 어떤 일을 물어보지도 못했거늘 하물며 힐난하였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의 말씀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는 보았습니다. 어떤 사문 범지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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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하고 지혜로우며 널리 듣고 결정한다'고 스스로 일컬으면서 모든 경전을 외우고 강한 적을 항복받으며, 변론을 잘하고 이치를 깨달아 이름과 덕망이 널리 퍼져 모든 세상 사람들이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며, 가는 곳마다 모든 주장을 부수고 곧 스스로 자기 주장을 세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문 구담을 찾아가 이러이러한 일을 물어보자. 만일 그가 대답하면 우리는 저들을 힐난하고, 만일 그가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또한 그를 힐난하자. 그런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나자.'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마을에서 유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을 찾아가 세존께 어떤 일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 대답하시자 그들은 그 대답을 듣고는 곧 기뻐하며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는 물러갔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께서 설하신 법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는 보았습니다. 어떤 사문 범지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널리 듣고 결정한다'고 스스로 일컬으면서 모든 경전을 외우고 강한 적을 항복받으며, 변론을 잘하고 이치를 깨달아 이름과 덕망이 널리 퍼져 모든 세상 사람들이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며, 가는 곳마다 모든 주장을 부수고 스스로 자기 주장을 세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문 구담을 찾아가 이러이러한 일을 물어보자. 만일 그가 대답하면 우리는 그를 힐난하고, 만일 그가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또한 그를 힐난하자. 그런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나자.'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마을에서 유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세존께 어떤 일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 대답하시면 그들은 그 대답을 듣고는 기뻐하며 스스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들에게 귀의하였습니다. 그러면 세존께서는 그들을 우바새로 받아주셨고 그들은 목숨이 다하도록 스스로 귀의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세존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의 말씀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는 보았습니다. 어떤 사문 범지는 총명하고 지혜로워 '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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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하고 지혜로우며 널리 들어 결정한다'고 스스로 일컬으면서 모든 경전을 외우고 강한 적을 항복받으며, 변론을 잘하고 이치를 깨달아 이름과 덕망이 널리 퍼져 모든 세상 사람들이 들어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며, 가는 곳마다 모든 주장을 부수고 스스로 자기 주장을 세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는 사문 구담을 찾아가 이러이러한 일을 물어보자. 만일 그가 대답하면 우리는 그를 힐난하고, 만일 그가 대답하지 못하더라도 또한 그를 힐난하자. 그런 뒤에 곧 그를 버리고 떠나자.'
  그들은 세존께서 어느 마을에서 유행하신다는 말을 듣고, 부처님께 나아가 세존께 어떤 일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나 세존께서 대답하시자 그들은 그 대답을 듣고는 곧 기뻐하며 세존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고 비구법 얻기를 구하였습니다. 그러면 부처님께서는 곧 그들을 제도하여 구족계를 주고 비구법을 얻게 하셨습니다.
  그들은 출가하여 도를 배우되 구족계를 받고 비구법을 얻은 뒤에는 멀리 떠나 혼자 살면서 마음에 방일함이 없이 수행하고 정근하였습니다. 그들은 멀리 떠나 혼자 살면서 마음에 방일함이 없이 수행하고 정근한 뒤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족성자(族姓子)들이 해야 할 바인 오직 위없는 범행을 마치고, 현재세계에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었습니다. 곧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서고, 할 일은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보아 알았습니다. 만일 그 분들이 법을 안 뒤에 더 나아가 아라하(阿羅訶 : 아라한)가 되며 아라하가 된 뒤에는 곧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전에는 거의 틀렸었고 거의가 실수였다. 왜냐 하면 나는 전에는 사문이 아니면서 사문이라 일컬었고, 범행자가 아니면서 범행자라 일컬었으며, 아라하가 아니면서 아라하라 일컬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 사문이요, 범행자요, 아라하이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께서 설하신 법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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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세존이시여, 제가 나라에 있을 때에는 허물이 없는 자도 죽이게 하였고, 허물이 있는 자도 죽이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여럿이 앉아 토론하는 자리에서 저는 '그대들이 여기 함께 있지만 아무도 그대들에게 일을 묻지 않았소. 모두 내게 일을 물었소. 그대들은 이 일을 결정할 수 없지만 나는 이 일을 결정할 수 있소'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왜냐 하면 그들은 내가 말하는 중간에 다른 일로 서로 다투느라고 앞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리지도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세존께서 대중에게 둘러싸여 설법하시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그중에 어떤 사람이 코를 골면서 졸고 있을 때 다른 사람은 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코를 골면서 졸지 말라. 너는 감로(甘露) 같은 세존의 설법을 들으려고 하지 않느냐?'
  그는 이 말을 듣고 곧 잠자코 있었습니다. 저는 생각했습니다. '여래 무소착 정진각 중조어사(衆調御士)는 참으로 기이하고 참으로 특별하시다. 왜냐 하면 칼이나 막대기가 없이도 모두가 스스로 법다워 안온하고 쾌락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께서 설하시는 법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선여(仙餘)와 숙구(宿舊) 두 대신에게 돈과 재물을 주고 또 항상 칭찬하였습니다. 또 그들의 목숨은 제게 달렸었습니다. 그러나 세존에게 뜻을 낮추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듯이, 선여와 숙구 두 신하가 마음을 낮추어 저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게 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께서 설하시는 법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옛날 정벌을 나갔다가 어떤 초막에 잘 때에 저 선여와 숙구 두 대신을 시험해 보려고 '머리를 어디로 두고 자는가? 곧 내 쪽으로 두고 자는가, 세존 쪽으로 두고 자는가'를 알아 보았습니다. 그런데 선여와
 
[1684 / 1738] 쪽
  숙구 두 대신은 초저녁에는 가부좌를 하고 앉아 묵묵히 좌선하다가 밤중이 되자 세존께서 어느 쪽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는 곧 머리를 그 쪽으로 두고, 발을 제 쪽으로 두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선여와 숙구 이 두 대신은 현재의 좋은 일만 보지 않는구나. 그 때문에 저들은 세존에게 뜻을 낮추어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는 것처럼 나를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저는 부처님에게서 법의 고요함을 보았고, 그 때문에 저는 (여래 무소착 정진각께서 설하시는 법은 훌륭하고, 세존의 제자들은 온갖 선행으로 나아간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또 세존이시여, 저는 나라의 왕이고 세존은 법의 왕입니다. 저도 찰리요 세존도 또한 찰리며, 저도 구살라에 있고 세존도 또한 구살라에 있으며, 제 나이도 80이요 세존의 나이도 80입니다. 세존이시여, 따라서 저는 세존의 몸과 목숨이 다할 때까지 기꺼이 뜻을 낮추어 세존을 공경하고 존중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일이 많아 돌아가려고 하직 인사를 올립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때를 알아 하십시오."
  이에 구살라왕 바사닉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잘 받아가져 외운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나갔다.
  그 때 존자 아난이 부처님 뒤에서 불자(拂子)를 들고 부처님을 모시고 있었다. 이에 부처님께서는 아난을 돌아보고 말씀하셨다.
  "아난아, 이 미루리(彌婁離) 동산에 있는 비구들을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하라."
  이에 존자 아난은 부처님 분부를 받고 미루리 동산에 있는 비구를 모두 강당에 모이게 한 뒤에 부처님께 돌아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미루리 동산에 있는 비구들이 모두 강당에 모였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께서는 때를 아소서."
  이에 세존께서는 존자 아난을 데리고 강당으로 가서 비구들 앞에 자리를 펴고 앉아 말씀하셨다.
[1685 / 1738] 쪽
  "비구들아, 이제 구살라왕 바사닉은 내 앞에서 이 법장엄경(法莊嚴經)을 설명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나갔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법장엄경을 잘 외우고 잘 익혀야 한다. 왜냐 하면 비구들아, 이 법장엄경은 이치답고 법다워 범행의 근본이 되며, 그것은 지혜로 나아가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열반에 이르게 하기 때문이다. 만일 족성자로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자라면 그도 또한 마땅히 이 법장엄경을 외우고 익혀야 하리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법장엄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3,037자이다.]
  214) 비하제경( 訶提經) 제 3 [제5 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아난은 사위국에 머무르다가 동원 녹자모(鹿子母)강당에 조그만 일이 있어 어떤 비구를 데리고 사위국을 나가 동원 녹자모강당으로 가서 볼 일을 마치고 다시 비구를 데리고 승림급고독원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 때 구살라왕 바사닉이 일분다리(一奔陀利) 코끼리를 타고 대신 시리아다(尸利阿茶)와 함께 사위국을 나왔다. 존자 아난은 멀리서 구살라왕 바사닉이 오는 것을 보고 동행한 비구에게 물었다.
  "저 분은 구살라왕 바사닉이 아니신가?"
  "그렇다."
  존자 아난은 곧 길을 벗어나 어떤 나무 밑으로 피해갔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멀리서 나무 밑에 있는 존자 아난을 보고 물었다.
  "시리아다여, 저 분은 사문 아난이 아니신가?"
  "그렇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시리아다 대신에게 명령하였다.
  "너는 이 코끼리를 저 사문 아난이 있는 곳으로 몰고 가라."
[1686 / 1738] 쪽
  시리아다는 왕의 명령을 받고 곧 코끼리를 몰아 존자 아난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에 구살라왕 바사닉이 존자 아난에게 물었다.
  "아난이여, 어디서 오며 어디로 가시려 합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저는 동원 녹자모강당에서 오며, 승림급고독원으로 가는 길입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말하였다.
  "아난이여, 만일 승림급고독원에 급한 일이 없다면 나와 함께 아이라바제(阿夷羅婆提)강으로 같이 가십시다."
  존자 아난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있어 구살라왕 바사닉을 위하여 묵묵히 그 청을 받아 주었다. 이에 구살라왕 바사닉은 존자 아난을 앞서게 하고, 아이라바제강으로 함께 가서 코끼리에서 내려 코끼리 덮개를 가져다 네 겹으로 땅에 펴고, 존자 아난에게 청하였다.
  "아난이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그만두십시오. 마음만 편하면 족합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재삼 존자 아난에게 간청하였다.
  "아난이여, 이 자리에 앉으소서."
  존자 아난도 재삼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그만두십시오. 마음만 편하면 족합니다. 제게는 니사단(尼師檀)이 있으니 저는 여기 앉겠습니다."
  이에 존자 아난은 니사단을 펴고 가부좌를 하고 앉았다.
  구살라왕 바사닉은 존자 아난과 서로 안부를 묻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말하였다.
  "아난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는데 들어 주시겠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묻고 싶은 것이 있으면 물으십시오. 제가 들은 뒤에 생각해 보겠습니다."
[1687 / 1738] 쪽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도 혹 사문 범지들이 싫어하는 몸의 행[身行]을 행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여래께서는 이른바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문 범지 및 그 밖의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몸의 행을 행하시지 않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아난이여, 나는 미치지 못하겠나이다. 또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이나 그 밖의 세상 사람 어느 누구도 미치지 못하였음을 아난은 아시는군요. 아난이여, 만일 착하지 않은 생각으로 모두들 비방하거나 칭찬한다면 우리는 그의 진실을 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난이여, 만일 착한 생각으로 모두들 비방하거나 칭찬한다면 우리는 그의 진실을 보게 됩니다. 아난이여, 혹 여래께서도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문 범지 및 그 밖의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는 몸의 행을 행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여래께서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문 범지 및 그 밖의 세상사람들이 싫어하는 몸의 행은 끝내 행하시지 않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물었다.
  "아난이여, 어떤 몸의 행을 말하는 것입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착하지 않은 몸의 행을 말하는 것입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물었다.
  "아난이여, 어떤 것을 착하지 않은 몸의 행이라 합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죄가 있는 몸의 행을 말합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물었다.
  "아난이여, 어떤 것을 죄가 있는 몸의 행이라 합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지혜로운 사람들이 싫어하는 몸의 행을 행하는 것을 말합니다."
[1688 / 1738] 쪽
  구살라왕 바사닉이 물었다.
  "아난이여, 지혜로운 사람은 무엇을 싫어합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이른바 몸의 행을 행하여 자기도 해치고 남도 해치고 모두 해치며, 지혜를 멸하고 악을 도와 열반을 얻지 못하며, 지혜로 나아가지 못하고 깨달음으로 나아가지 못하며 열반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행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합니다. 행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 뒤에는 받아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받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합니다. 받아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받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 뒤에는 끊어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끊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합니다. 끊어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끊지 않아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 뒤에는 성취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합니다.
  성취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한 뒤에는 행하여야 할 법은 행하지 않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을 행합니다. 행하여야 할 법은 행하지 않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을 행한 뒤에는 받아야 할 법은 받지 않고 받지 않아야 할 법만 받습니다. 받아야 할 법은 받지 않고, 받지 않아야 할 법만 받은 뒤에는 끊어야 할 법은 끊지 않고, 끊지 않아야 할 법을 끊습니다. 끊어야 할 법은 끊지 않고, 끊지 않아야 할 법을 끊은 뒤에는 성취하여야 할 법을 성취하지 않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은 성취합니다. 성취하여야 할 법은 성취하지 않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을 성취한 뒤에는 착하지 않은 법은 더욱 늘어나, 그 착한 법은 더욱 줄어들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끝내 그런 법을 행하시지 않는 것입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다시 물었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는 어떻게 하여 끝내 그런 법을 행하지 않으십니까?"
[1689 / 1738] 쪽
  "대왕이여, 여래께서는 탐욕을 떠나 탐욕이 이미 다하였고, 성냄을 떠나 성냄이 이미 다하였으며, 어리석음을 떠나 어리석음이 이미 다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을 끊고 모든 착한 법을 성취하였으며, 가르치는 스승이고, 묘한 스승이고, 잘 따르는 스승이시며, 이끌어 다스리고 따라서 다스리시며, 또 잘 말하고 묘하게 말하며, 매우 순하게 말하십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끝내 그런 법을 행하지 않는 것입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찬탄하며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는 행하지 않아야 할 법은 끝내 행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무소착 정진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난이여, 당신은 그 스승 제자로서 도를 배워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얻으려고 하는 분입니다. 그런 당신도 오히려 그런 법을 행하지 않는데 하물며 여래께서 그런 법을 행하겠습니까?"
  바사닉왕은 이렇게 찬탄한 뒤에 다시 물었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는 혹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문 범지 및 그 밖의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몸의 행은 행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여래께서는 총명하고 지혜로운 사문 범지 및 그 밖의 세상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몸의 행은 반드시 행하십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물었다.
  "아난이여, 어떤 몸의 행을 말합니까?"
  "대왕이여, 착한 몸의 행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난이여, 어떤 것을 착한 몸의 행이라 합니까?"
  "대왕이여, 죄가 없는 몸의 행을 말합니다."
  "아난이여, 어떤 것을 죄가 없는 몸의 행이라 합니까?"
  "대왕이여, 몸의 행을 행하여 지혜로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는 몸의 행을 말합니다."
  "아난이여, 어떤 것을 지혜로운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습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이른바 몸의 행을 행하여 자기도 해치지 않고 남도 해치지 않
[1690 / 1738] 쪽
  고 모두 해치지 않으며, 깨달음이 있고 지혜가 있으며, 악을 돕지 않고 열반을 얻으며, 지혜로 나아가고 깨달음으로 나아가며 열반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그는 행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압니다. 행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안 뒤에는 받아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받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압니다. 받아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받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안 뒤에는 끊어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끊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압니다. 끊어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끊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안 뒤에는 성취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압니다.
  성취하여야 할 법을 사실 그대로 알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도 또한 사실 그대로 안 뒤에는 행하여야 할 법은 행하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은 행하지 않습니다. 행하여야 할 법은 행하고, 행하지 않아야 할 법은 행하지 않은 뒤에는 받아야 할 법은 받고, 받지 않아야 할 법은 받지 않습니다. 받아야 할 법은 받고, 받지 않아야 할 법은 받지 않은 뒤에는 끊어야 할 법은 끊고, 끊지 않아야 할 법은 끊지 않습니다. 끊어야 할 법은 끊고, 끊지 않아야 할 법은 끊지 않은 뒤에는 성취하여야 할 법은 성취하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은 성취하지 않습니다. 성취하여야 할 법은 성취하고, 성취하지 않아야 할 법은 성취하지 않은 뒤에는 착하지 않은 법은 더욱 줄어들고, 착한 법은 더욱 늘어나게 됩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반드시 그런 법을 행하시는 것입니다."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는 어떻게 하여 반드시 그런 법을 행하십니까?"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여래께서는 탐욕을 떠나 탐욕이 이미 다하였고, 성냄을 떠나 성냄을 이미 다하였으며, 어리석음을 떠나 어리석음이 이미 다하였습니다. 여래께서는 모든 착한 법을 성취하고, 모든 착하지 않은 법을 끊었으며, 가르치는 스승이고, 묘한 스승이고, 잘 따르는 스승이시며, 이끌어 다스리고 따라 다스리시며, 또 잘 말하고 묘하게 말하며 순하게 말하십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1691 / 1738] 쪽
  는 반드시 그런 법을 행하는 것입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아난이여, 여래께서는 행하여야 할 법은 반드시 행하십니다. 왜냐 하면 여래께서는 무소착 정진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아난이여, 당신은 그 스승의 제자로서 도를 배워 위없이 안온한 열반을 얻으려 하는 분입니다. 그런 당신도 오히려 그런 법을 행하는데 하물며 여래께서 그런 법을 행하시지 않겠습니까? 아난께서 잘 말씀해 주셔서 나는 지금 기쁩니다. 아난께서 시원스럽게 말씀해 주셔서 나는 지금 매우 기쁩니다. 만일 마을에서 실어 오는 벼를 아난께서 법으로 받을 수 있다면 나는 마을에서 실어오는 벼를 그 법을 위하여 모두 다 보시하겠습니다. 아난이여, 만일 코끼리 말 소 염소를 아난께서 법으로 받을 수 있다면 나는 코끼리 말 소 염소를 그 법을 위하여 보시하겠습니다. 아난이여, 만일 부인이나 처녀를 아난께서 법으로 받을 수 있다면 나는 부인과 처녀를 그 법을 위하여 보시하겠습니다. 아난이여, 만일 금[生色寶]을 아난께서 법으로 받을 수 있다면 나는 금을 그 법을 위하여 보시하겠습니다. 아난이여,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모두 아난께서 받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우리 구살라 가문에는 비하제( 訶提)라는 제일 좋은 옷이 있습니다. 이것은 왕7)이 일산자루 구멍에 넣어서 내게 선물로 보낸 것입니다. 아난이여, 우리 구살라 가문에는 겁패(劫貝)8)등의 여러 가지 옷이 있지만 이 비하제가 가장 낫습니다. 왜냐 하면 이 비하제옷은 길이가 16주(肘)이고 너비는 8주나 되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제 이 비하제옷을 그 법을 위하여 아난께 보시하겠습니다. 아난이여, 이것으로써 3의(衣)를 만들어 지니시고 우리 구살라 가문이 오래도록 복을 누리게 하소서."
  존자 아난이 대답하였다.
  "그만두십시오. 대왕이여, 마음만 편하면 족합니다. 저에겐 이미 받아 가진 3의가 있습니다."
  구살라왕 바사닉이 아뢰었다.
  
7) 팔리본에는 왕이 구체적으로 '마가다의 왕인 위제희(韋提希)의 아들 아사세(阿闍世)'로 되어 있다.
8) 겁패(劫貝, kapp sika)는 곧 면옷[綿衣]이다.
[1692 / 1738] 쪽
  "아난이여, 내가 비유를 들어 말씀드릴 터이니 들어주소서. 슬기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그 이치를 압니다. 큰 비가 내릴 때면 이 아이라바제강엔 물이 가득 차서 언덕을 넘어 흘러 넘치게 됩니다. 아난께서는 보셨습니까?"
  "보았습니다."
  "그와 같습니다. 아난이여, 만일 3의가 있으시다면 저 비구 비구니와 배우는 단계에 있는 사라(舍羅 : 사미) 사라마니리(舍羅摩尼離 : 사미니)들에게 나누어주십시오. 아난이여, 이 비하제로 3의를 만들어 가지시고 우리 구살라 가문이 오래도록 복을 누리게 하소서."
  존자 아난은 구살라왕 바사닉을 위하여 묵묵히 청을 받아드렸다. 이에 바사닉왕은 존자 아난이 묵묵히 청을 받아 준 줄을 알고 비하제옷을 그 법을 위해 존자 아난에게 보시하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세 번 돌고 떠나갔다.
  왕이 떠나고 얼마 안 있어 존자 아난은 그 비하제옷을 가지고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 비하제옷은 오늘 구살라왕 바사닉이 법을 위하여 저에게 보시한 것입니다. 원컨대 세존께서는 이 비하제옷 위에 두 발을 놓으시어, 저 구살라 가문이 오래도록 복을 누리게 하소서."
  이에 세존께서는 그 옷 위에 두 발을 놓으시고 말씀하셨다.
  "아난아, 만일 네가 구살라왕 바사닉과 이야기한 것이 있다면 지금 내게 전부 말해 보라."
  이에 존자 아난은 구살라왕 바사닉과 나눈 이야기를 전부 부처님께 아뢴 뒤 합장하고 여쭈었다.
  "저는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혹 세존을 비방한 것이 되지나 않을는지요? 혹은 진실로 법다움을 말하고 법과 다음 법을 말한 것으로서, 법다움에 있어서 잘못이 없겠습니까?"
  "네가 그렇게 말한 것은 나를 비방한 것이 아니다. 진실로 법다움을 말하고, 법과 다음 법을 말한 것이며, 법다움에 있어서 잘못이 없다. 아난아, 만일 구살라왕 바사닉이 그런 이치와 그런 말로써 내게 와서 물었다면 나도 또한 그를 위하여 그런 이치와 그런 말로써 대답하였을 것이다. 아난아, 그 이치는
[1693 / 1738] 쪽
  네가 말한 것과 같다. 너는 마땅히 그렇게 받아 가져라. 왜냐 하면 그 말은 곧 이치에 맞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존자 아난과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비하제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2,591자이다.]
  215) 제일득경(第一得經) 제4 [제5 후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을 유행하실 적에 승림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부처님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구살라왕 바사닉의 명령이 미치는 소유 경계 안이라면 구살라왕 바사닉이 제일이다. 그러나 구살라왕 바사닉도 변하고 달라진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곧 그와 같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을 싫어하게 된 뒤에는 그 제일이 되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데 하물며 저 하천한 것이겠느냐?
  이른바 해와 달의 광명이 비치는 모든 세계를 곧 1천 세계라고 한다. 이 1천 세계에는 1천 개의 해 1천 개의 달 1천 개의 불우체주(弗于逮洲) 1천 개의 염부주(閻浮洲) 1천 개의 구다니주(拘陀尼洲) 1천 개의 울단월주(鬱單越洲) 1천 개의 수미산 1천 사대왕천 1천 사천왕자 1천 삼십삼천 1천 석천인다라 1천 염마천 1천 수염마천자 1천 도솔다천 1천 도솔다천자 1천 화락천 1천 선화락천자 1천 타화락천 1천 자재천자 1천 범세계 및 1천 별범(別梵)이 있다. 그 중에 한 대범천(大梵天)이 있는데, 그는 매우 부유하고 큰 복이 있으며 화(化)해서 된 하늘 사람으로서, 중생을 만들어 낸 아버지요, 과거에도 있었고 미래에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대범도 변하고 달라진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곧 그와 같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을 싫어하게 된 뒤에는 그 제일이 되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데 하물며 하천한 것이겠는가?
  뒷날 이 세계는 무너져 없어진다. 이 세계가 무너져 없어질 때 중생들은
 
[1694 / 1738] 쪽
  황욱천(晃昱天)에 태어나는데 거기서 훌륭한 빛깔을 가지며, 마음대로 몸을 받아 나서 일체를 구족하고, 지절(支節)은 줄어들지 않으며, 모든 근(根)은 무너지지 않는다. 그들은 기쁨으로 음식을 삼고 형색은 맑고 깨끗하며, 몸에서 광명이 나고, 허공을 타고 날아다니면서 오래도록 거기서 산다. 그러나 그 황욱천도 또한 다른 것으로 변한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가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곧 그와 같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을 싫어하게 된 뒤에는 그 제일이 되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데 하물며 하천한 것이겠는가?
  또 네 가지 생각이 있어 어떤 비구들은 작다고 생각하고, 어떤 비구들은 크다고 생각하며, 어떤 비구들은 한량이 없다고 생각하고, 어떤 비구들은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중생들은 이렇게 생각[想]을 즐겨하고 뜻으로 이해하지만 그것도 또한 변하고 달라진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곧 그와 같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을 싫어하게 된 뒤에는 그 제일이 되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데 하물며 하천한 것이겠는가?
  다시 여덟 가지 버리는 경계가 있다. 어떤 것이 그 여덟 가지인가? 비구는 안에 색(色)이라는 생각이 있으면서 밖으로 조그마한 좋은 색과 나쁜 색을 관찰하여 '저 색(色)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첫째의 버리는 경계라 한다.
  다시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있으면서 밖으로 한량없이 많은 좋은 색과 나쁜 색을 관찰하여 '저 색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둘째의 버리는 경계라 한다.
  다시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조그마한 좋은 색과 나쁜 색을 관찰하여 '저 색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셋째의 버리는 경계라 한다.
  다시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한량없이 많은 좋은 색과 나쁜 색을 관찰하여 '저 색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넷째의 버리는 경계라 하느니라.
  다시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것은 푸른빛으로서 푸르게 보이고, 푸르게 빛난다. 마치 푸른 물꽃[水華]이 푸르러 푸른빛으로서 푸르게 보이고, 푸르게 빛나는 것과 같다. 또 마치 만들어 잘 두드리고 잘 다
[1695 / 1738] 쪽
  듬어 빛깔이 곱고 윤택한 바라나옷이 푸른빛으로서 푸르게 보이고, 푸르게 빛나는 것과 같다'고 색을 관찰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것은 푸르러 푸른빛으로서 푸르게 보이고 푸르게 빛난다'고 색을 관찰한다. 그래서 한량없고 한량없이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즐거워하며 조금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 색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다섯째의 버리는 경계라 하느니라.
  또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것은 누르러 누른빛으로서 누르게 보이고, 누르게 빛난다. 마치 빈두가라(頻頭歌羅)꽃이 누르러 누른빛으로서 누르게 보이고, 누르게 빛나는 것과 같다. 또 마치 잘 만들어 잘 두드리고 잘 다듬어 빛깔이 곱고 윤택한 바라나옷이 누른빛으로서 누르게 보이고, 누르게 빛나는 것과 같다'고 색을 관찰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 색은 누르러 누른빛으로서 누르게 보이고, 누르게 빛난다'고 색을 관찰한다. 그래서 한량없고 한량없이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즐거워하며 조금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저 색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여섯째의 버리는 경계라 하느니라.
  다시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것은 붉어서 붉은빛으로서 붉게 보이고, 붉게 빛난다. 마치 가니가라(加尼歌羅)꽃이 붉어서 붉은 빛으로서 붉게 보이고, 붉게 빛나는 것과 같다. 또 마치 잘 만들어 잘 두드리고 잘 다듬어 빛깔이 곱고 윤택한 바라나옷이 붉어서 붉은 빛으로서 붉게 보이고, 붉게 빛나는 것과 같다'고 색을 관찰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 색은 붉어서 붉은 빛으로서 붉게 보이고, 붉게 빛난다'고 색을 관찰한다. 그래서 한량없고 한량없이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즐거워하며 조금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저 색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일곱째의 버리는 경계라 하느니라.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 색은 희어서 흰빛으로서 희게 보이고, 희게 빛난다. 마치 샛별이 흰 빛으로서 희게 보이고 희게 빛나는
[1696 / 1738] 쪽
  것과 같다. 또 마치 잘 만들어 잘 두드리고 잘 다듬어 빛깔이 곱고 윤택한 바라나옷이 희어서 흰빛으로서 희게 보이고, 희게 빛나는 것과 같다'고 색을 관찰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안에 색이라는 생각이 없이 밖으로 '저 색은 희어서 흰빛으로서 희게 보이고, 희게 빛난다'고 색을 관찰한다. 그래서 한량없고 한량없이 마음을 깨끗하게 하고, 마음을 윤택하게 하여 즐거워하며 조금도 싫어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저 색을 버린 것을 알고, 버린 것을 본다'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것을 여덟째의 버리는 경계라 하느니라.
  중생은 이렇게 버리는 경계를 즐거워하고 뜻으로 이해하지만 그것도 변하고 달라진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곧 그와 같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들을 싫어하게 된 뒤에는 그 제일이 되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데 하물며 하천한 것이겠는가?
  다시 열 가지 일체의 경계가 있다. 어떤 것이 열 가지인가? 어떤 비구는 상 하와 모든 방위가 둘이 아니라는 한 생각을 닦는다. 이른바 한량없는 땅의 경계 한량없는 물의 경계 한량없는 불의 경계 한량없는 바람의 경계 한량없는 푸른 경계 한량없는 누른 경계 한량없는 붉은 경계 한량없는 흰 경계 한량없는 허공의 경계 한량없는 의식 등, 이러한 상 하 모든 방위가 둘이 아니라는 한 생각을 닦는다. 중생은 이렇게 일체의 경계를 즐거워하고 뜻으로 이해하지만 그것도 변하고 달라진다. 많이 아는 거룩한 제자는 이와 같이 관찰하고 곧 그와 같이 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들을 싫어하게 된 뒤에는 그 제일이 되는 것까지도 바라지 않는데 하물며 하천한 것이겠는가?
  이른바 '나[我]가 없고 내 소유가 아니다'라고 하며, 그것을 증득하였기 때문에 도라고 주장하나니, 이것을 제일 맑고 깨끗한 말이라 하고, 가장 제일이라고 주장하느니라. 또 이른바 색(色)에 대한 모든 생각을 넘어서고 나아가 비유상비무상처를 성취하여 노니나니, 이것을 제일가는 바깥을 의지하여 보는 경계라 하고, 가장 제일가는 의지하여 보는 경계[依見處]라 하느니라. 이른바 여섯 가지 갱락처(更樂處)에 대해서 그 생(生) 멸(滅) 맛들임[味] 벗어남[離]을 지혜로써 사실 그대로 보고 또 그것을 증득하기 때문에 도(道)라고 주장하나니, 이것을 현재에서 제일로 열반을 구해 열반에 이르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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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하고, 현재에서 가장 제일로 열반을 주장하는 것이라 하느니라.
  다시 네 가지 끊음[斷]이 있다. 어떤 것이 넷인가? 즐거움을 더디 끊는 것, 즐거움을 빨리 끊는 것, 괴로움을 더디 끊는 것, 괴로움을 빨리 끊는 것이 있다. 그 중에서 만일 즐거움을 더디 끊으면 그것은 즐거움을 더디 끊기 때문에 하천하다고 말한다.9) 그 중에 어떤 사람은 즐거운 탐욕을 끊는다. 만일 이 사람이 이 법을 익히면 조금도 그것을 싫어하지 않고,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술 마시기를 익히면 조금도 그것을 싫어하지 않으며,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잠자기를 익히면 조금도 그것을 싫어하지 않는다. 이것이 비구들아, 만일 어떤 사람이 이 세 법을 익히면 조금도 그것을 싫어하지 않고, 또한 그것을 완전히 끊을 수 없다고 하는 까닭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은 언제나 이 세 법을 버리고 가까이 하지 말라. 모든 비구들은 마땅히 이렇게 배워야 하느니라."
  그 때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세 가지 좋은 뿌리 공양하면
  세 가지 병과 덮음 치료되건만
  세 가지 상법(相法) 깨닫지 못해
  사랑하고 공경하며 싫어할 줄 모르네.
  [이 제일득경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1,371자이다. 『중아함경 』 제59권에 수록된 경문의 글자 수는 모두 10,772자이다.]
  
  (이하는 원본(元本)에 수록되어 있는 것을 참고로 번역하여 수록한다.)
  "그 중에서 만일 즐거움을 빨리 끊으면 그것은 즐거움을 빨리 끊기 때문에 또한 하천하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 만일 괴로움을 더디 끊으면 그것은 괴로움을 더디 끊기 때문에 그 끊음도 또한 하천하다고 말한다. 그 중에서 만일
  
9) 이 아래로 '그 중에서 어떤 사람은'에서부터 이 소경의 끝부분인 '싫어할 줄 모르네'라고 한 데까지는 본 경의 내용과 부합하지 않는다. 도리어 『증일아함경 』 제12권 「삼공양품(三供養品)」제10경의 문장과 동일하다. 따라서 경의 말미에 원본 (元本)을 토대로 하여 이 내용과 부합되는 부분을 번역하였으니 독자들은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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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로움을 빨리 끊으면 그것은 괴로움을 빨리 끊기 때문에 그 끊음은 널리 퍼지지 않고, 두루 퍼지지 않으며, 내지 하늘과 사람들도 또한 그것을 칭찬하지도 않고 널리 펴지도 않는다. 그러나 나의 끊음은 널리 퍼지고 두루 퍼지며, 나아가 하늘과 사람들까지도 또한 칭찬하며 널리 편다. 나의 끊음은 널리 퍼지고 두루 퍼지며 나아가 하늘과 사람들까지도 그것을 칭찬하고 또 널리 편다는 것은 무엇인가? 이른바 바른 소견에서부터 바른 선정까지의 8정도를 말하는 것이니, 나의 끊음은 널리 퍼지고 두루 퍼지며 나아가 하늘과 사람들까지도 그것을 칭찬하고 또 널리 편다는 것은 이것을 말한다.
  나는 이러하다. 그런데 저 모든 사문 범지들은 거짓으로 거짓말을 지어, 좋지 않고 진실하지 않게 나를 비방한다. 진실로 어떤 중생은 '사문 구담은 주장하는 것이 없다'고 말하며 끊어지고 없어진다고 주장한다. 진실로 어떤 중생은 끊어지고 없어지는 것[斷壞]이 나 없음[無我]과 같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지 않는다.
  '저 여래는 현세에서 일체를 끊고 일체를 알아 쉼과 그침과 멸함과 열반을 얻었다.' "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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