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21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03
[549 / 1393] 쪽
  
증일아함경 제21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29. 고락품(苦樂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이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출현한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의 사람인가?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고, 혹 어떤 사람은 먼저는 즐거우나 뒤에는 괴로우며,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혹 어떤 사람은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다.
  어떤 사람을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비천(卑賤)한 집안에 태어나고, 혹은 사람을 죽이는 종족으로, 혹은 공사(工師) 종족으로, 혹은 삿된 도를 믿는 집안에 태어나기도 하고, 또 이와는 다른 가난한 집안에 태어나서 의식이 넉넉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비록 그 사람이 그런 집안에 태어나기는 했으나 그 사람은 삿된 소견이 없어서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布施)도 있고 그것을 받는 이도 있다. 금세(今世)도 있고 후세(後世)도 있으며, 사문(沙門)도 있고 바라문(婆羅門)도 있으며,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으며, 아라한 등의 가르침을 받는 이도 있다. 또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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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그는 큰 부잣집을 보면 옛날에 덕(德)을 베풀고 방일(放逸)하지 않음으로 인한 과인 줄을 알고, 만약 의식(衣食)이 없는 가난한 집안을 보면 그들은 보시의 공덕을 짓지 않았으므로 항상 빈천(貧賤)하게 되었다고 안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지금 가난하여 의식이 없는 것은, 다 옛날에 복을 짓지 않고 세상 사람을 속이고 방일한 법을 행한 까닭이다. 그런 악행(惡行)의 과보로 말미암아 지금 이런 가난함을 겪으며 입고 먹을 것이 없는 것이다.'
  또 사문이나 바라문들이 착한 법을 닦는 것을 보면, 곧 그들에게 참회(懺悔)하고는 현재 하던 짓을 고치며, 자기가 소유하고 있는 것에서 남는 것이 있으면 남에게 나누어준다. 그래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 천상(天上) 같은 좋은 곳에 태어나고, 만일 인간 세계에 태어나면 재물이 많고 보배가 넉넉해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다. 이런 이를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먼저는 즐거우나 뒤에는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귀족[豪族] 집안인 찰리(刹利) 종족이나, 혹은 장자(長者) 종족, 혹은 큰 성(姓)의 집안에 태어나기도 하고, 혹은 부잣집에 태어나 의식이 풍족하다. 그러나 그는 비록 그런 집안에 태어났기는 했으나 항상 삿된 소견을 가지고 치우친 소견에 호응하여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도 필요 없고 그것을 받는 사람도 없으며, 또 현세나 후세의 과보도 없다. 아버지와 어머니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한 증득한 사람도 없고 선악의 과보도 없다.'
  그는 이런 삿된 소견을 가지고, 만일 부귀(富貴)한 집을 보면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오래도록 이런 재물과 보배를 가지고 있었다. 남자는 오래도록 남자였고, 여자는 오래도록 여자였으며, 축생은 오래도록 축생이었다.'
  그리하여 보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계율(戒律)을 지키지 않는다. 그는 계율을 잘 지키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성내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 사람은 거짓을 행한다. 어느 곳에 복의 과보가 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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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하여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地獄)에 태어나고, 혹은 사람이 되더라도 빈궁(貧窮)한 집안에 태어나 입고 먹을 것이 없어서 늘 헐벗고 굶주릴 것이다. 이런 이를 먼저는 즐거우나 뒤에는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빈천한 집안인 사람을 죽이는 종족, 공사(工師)의 종족이나 또는 하열(下劣)한 집안에 태어나서 입고 먹을 것이 없다. 그런 집에 태어난 그 사람은 다시 삿된 소견을 가지고 치우친 소견과 서로 호응하여 곧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는 쓸데없고 그것을 받는 이도 없으며, 현세·후세에 선악의 과보도 없으며, 아버지와 어머니도 없고 아라한도 없다.'
  그리하여 그는 보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계를 받들어 지키지 않는다. 그는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면 곧 성을 내어 현성(賢聖)들을 대하고, 또 그 사람은 가난한 사람을 보면 '오랜 세월 동안 저러했다'고 말하며, 부자를 보아도 '오랜 세월 동안 저러했다'고 말한다. 아버지를 보면 '옛날부터 아버지였다'고 말하고, 어머니를 보면 '옛날부터 어머니였다'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태어나고, 혹 인간에 태어나더라도 매우 빈천하여 입고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하다. 이런 이를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부귀(富貴)한 집안인 찰리(刹利) 종족이나 바라문 종족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국왕(國王)의 종족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장자(長者)의 종족으로 태어나거나 혹은 온갖 재물이 넉넉하고 보물이 많은 집에 태어나서 태어나는 곳마다 모자라는 것이 없다. 그런 집안에 태어난 뒤에도 그는 바른 소견을 가지고 삿된 소견이 없다. 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생각한다.
  '보시도 있고 그것을 받는 이도 있으며, 금세도 있고 후세도 있다. 세상에는 사문과 바라문도 있고, 선악의 과보도 있다. 아버지도 있고 어머니도 있으며 아라한도 있다.'
  그리하여 그 사람이 부귀한 집안에 재물이 넉넉하고 보물이 많은 것을 보면 그는 곧 이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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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은 옛날에 보시를 많이 한 까닭이다.'
  또 만약 빈천한 집안을 보면 이런 견해를 가진다.
  '이 사람은 옛날에 보시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도 지금부터 수시로 보시하여 뒤에 다시 빈천한 집안에 태어나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리하여 그는 항상 사람들에게 보시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한다. 그 사람은 사문이나 도(道) 닦는 사람을 보면 수시로 그의 안부를 묻고 형편을 물어, 의복·음식·평상·침구·의약 등을 공급하며 무엇이든지 다 보시한다. 그리하여 그는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나고, 만약 인간 세상에 태어나면 부귀한 집안에 태어나 재물이 넉넉하고 보배도 많다. 이런 이를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그 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관찰해보니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는 괴로웠다가 뒤에는 즐겁고,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는 즐거웠다가 뒤에는 괴로우며,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어떤 중생은 현세에서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럴만한 인연이 있어서 중생들이 먼저는 괴로웠다가 뒤에는 즐겁고, 먼저는 즐거웠다가 뒤에는 괴로우며,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게 되느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떤 인연이 있기에, 먼저는 즐거웠다가 뒤에는 괴롭고, 먼저는 괴로웠다가 뒤에는 즐거우며,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게 되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약 사람이 백 살을 산다고 할 때 기껏해야 10에 10을 곱한 것이다. 그리고 그 목숨이 겨울·여름·봄·가을로 끝난다고 하자. 비구야, 백 년 동안에는 온갖 공덕을 짓고, 백 년 동안에는 온갖 악한 업과 모든 삿된 소견을 지으면, 그는 다른 때에 혹 겨울에는 즐거움을 받고 여름에는 괴로움을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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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백 년 동안에는 공덕을 두루 갖추어 모자람이 없고 백 년 동안에는 온갖 삿된 소견과 착하지 않은 행(行)을 지었다면, 먼저는 그 복을 받고 뒤에는 그 죄를 받을 것이다.
  또 어릴 때에는 복을 짓고 자라서는 죄를 지으면 그는 후생에 어려서는 복을 받고 자라서는 죄를 받을 것이다. 또 어려서도 죄를 짓고 자라서도 죄를 지으면 그 사람은 후생에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울 것이요, 또 어렸을 때 온갖 공덕을 지어 여러 가지를 나누어주어 보시하면 그는 후생에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거울 것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어떤 인연이 있어 먼저는 괴로웠으나 뒤에는 즐겁고, 먼저는 즐거웠으나 뒤에는 괴로우며, 먼저도 괴롭고 뒤에도 괴로우며,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다'고 하는 것이니라."
  비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고자 한다면 마땅히 보시를 행해 먼저도 즐겁고 뒤에도 즐겁기를 바래야 할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비구야, 네 말과 같다. 만일 어떤 중생이 열반과 아라한의 도와 나아가 부처의 도에 이르기까지 이 모두를 이루려고 한다면 마땅히 보시를 행하여 공덕을 지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출현한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인가? 혹 어떤 사람은 몸은 즐거우나 마음은 즐겁지 않고, 혹 어떤 사람은 마음은 즐거우나 몸은 즐겁지 않으며, 혹 어떤 사람은 마음도 즐겁지 않고 몸도 즐겁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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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 어떤 사람은 몸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우니라.
  어떤 사람을 몸은 즐거우나 마음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복을 지은 범부는 의복·음식·침구·의약, 이 네 가지를 공양(供養)받으며 모자람이 없다. 그런데도 그는 아귀(餓鬼)·축생(畜生)·지옥(地獄)의 세계와 그 밖의 나쁜 세계를 면하지 못한다. 이런 이를 몸은 즐거우나 마음이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마음은 즐거우나 몸은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아라한이 공덕을 짓지 않아서 네 가지 공양을 스스로 마련해 얻지 못하는 것이다. 그는 다만 지옥·아귀·축생의 길을 면할 뿐이다. 비유하면 저 아라한 유유(唯喩)와 같다. 비구들아, 이런 이를 마음은 즐거우나 몸은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몸도 즐겁지 않고 마음도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범부가 공덕을 짓지 않아서 의복·음식·침구·의약, 이 네 가지 공양을 얻지 못하고, 또 지옥·아귀·축생의 길을 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이를 몸도 즐겁지 않고 마음도 즐겁지 않은 사람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사람을 몸도 즐겁고 마음도 즐거운 사람이라고 하는가? 말하자면 공덕을 지은 아라한을 일컫는 것이니, 그는 의복·음식·침구·의약, 이 네 가지 공양에 부족함이 없고, 또 지옥·아귀·축생의 세계를 면한다. 마치 저 시바라(尸波羅) 비구와 같은 경우이다.
  비구들아, 이것이 세간(世間)에 네 종류의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저 시바라 비구처럼 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1)
  이와 같이 들었다.
  
  
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長阿含經)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長阿含經)』 제18권 30번째 소경인 「세기경(世紀經)」 염부제주품(閻浮提洲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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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범천(梵天)의 복을 받는 네 가지 일을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만일 믿음이 있는 어떤 선남자(善男子)와 선여인(善女人)이 아직 탑[偸婆]이 세워지지 않은 곳에 탑을 세우면,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첫 번째 일이다.
  또 믿음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오래되어 낡은 절을 수리하면,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두 번째 일이다. 또 믿음이 있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승가 대중을 화합(和合)시키면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세 번째 일이다. 또 다살아갈(多薩阿竭 : 如來)이 처음으로 법륜(法輪)을 굴릴 때 모든 하늘과 세상 사람들은 그것을 권유하고 간청하였다.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는 네 번째 일이다. 이것이 범천의 복을 받을 네 가지 일이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 때 다른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범천의 복은 그 끝이 얼마나 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생각하고 기억하라. 내가 지금 설명해주리라."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염부리(閻浮里) 땅은 동쪽과 서쪽의 길이가 7천 유순(由旬)이나 되고, 남쪽과 북쪽의 길이는 2만 1천 유순이나 되며, 그 지형(地形)은 마치 수레의 모양과 같다. 그곳에 살고 있는 모든 중생들의 공덕은 바로 한 전륜성왕(轉輪聖王)의 공덕과 같다. 구야니(瞿耶尼) 땅은 세로와 너비가 32만 리(里)이고 그 지형은 반달[半月]과 같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염부지 사람들과 한 전륜성왕의 덕을 합해 이 사람에게 비교하면 이 한 사람의 덕과 같으니라.
  또 비구들아, 불우체(弗于逮)의 땅은 세로와 너비가 36만 리이고, 그 지형은 방정(方正)하다. 염부리 땅과 구야니 두 지방의 복을 계산해보면 이 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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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복만 못하느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울단왈(鬱單曰) 땅은 세로와 너비가 40만 리이고, 그 지형은 보름달과 같다. 저 세 지방의 중생들의 복을 계산해보면 이 울단왈에 살고 있는 한 사람의 복만 못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4천하 사람들의 복을 모두 합해 계산해보아도 사천왕(四天王)의 덕만 못하고, 4천하 사람들의 복과 사천왕의 복을 합해 계산해보아도 삼십삼천(三十三天)의 복만 못하며, 4천하와 사천왕과 삼십삼천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석제환인(釋帝桓因) 한 사람의 복만 못하고, 4천하·사천왕·삼십삼천과 석제환인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염천(艶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며, 4천하·사천왕·삼십삼천·석제환인·염천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도술천(兜術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고, 4천하에서 도술천까지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화자재천(化自在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며, 4천하에서 화자재천까지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 한 사람의 복만 못하고, 4천하에서 타화자재천까지의 복을 통틀어 계산해보아도 범천왕(梵天王) 한 사람의 복만 못하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것이 곧 범천(梵天)의 복이다. 만일 선남자와 선여인이 그 복을 구한다면 이것이 바로 그 양(量)이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너희들이 범천의 복을 구하려고 하거든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해 먼저 그 공덕을 이루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들에게는 4식(食)이 있어 그것이 중생들을 장양(長養)하고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크거나 혹은 작은 단식(摶食 : 段食)·갱락식(更樂食 : 觸食)·염식(念食)·식식(識食), 이것을 4식이라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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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을 단식이라 하는가? 단식이란 지금 인간 세상에서 먹는 것인 입으로 들어가는 음식으로서 씹어 먹는 음식이니, 이것을 일러 단식(摶食)이라 한다.
  어떤 것을 갱락식이라 하는가? 갱락식이란 의상(衣裳)·일산·온갖 향·온갖 꽃·피우는 불·향유(香油)와 부인들과 한데 모여 어울려서 몸에 감촉되는 것이니, 이것을 갱락식(更樂食)이라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염식이라 하는가? 마음 속 온갖 기억과 생각, 그리고 사유(思惟)하는 것으로서 혹은 입으로 말하고, 혹은 몸으로 부딪치는 온갖 소지(所持)하는 법이니, 이것을 일러 염식(念食)이라 한다.
  어떤 것을 식식이라 하는가? 식식이란 마음으로 아는 것으로서 범천을 우두머리로 하여 나아가 유상무상천(有想無想天)은 다 식(識)으로 먹는 것을 음식으로 삼는다. 이것을 식식(識食)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런 4식이 있다. 중생들은 이 4식으로써 나고 죽음에 흘러 전전하면서 금세(今世)로부터 후세(後世)에 이른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이 4식을 모두 버리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변재(辯才)가 있다. 어떤 것이 그 4변재인가? 의변(義辯)·법변(法辯)·사변(辭辯)·응변(應辯)을 말한다.
  어떤 것을 의변이라고 하는가? 의변이라는 것은 저들이 하는 말, 즉 하늘·용·귀신들이 하는 모든 말에 대하여 그 뜻을 다 분별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의변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법변이라고 하는가? 여래께서 말씀하신 12부경(部經)인, 계경(契經)·기야(祇夜)·본말(本末)·게(偈)·인연(因緣)·수결(手決)·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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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己說)·조송(造頌)·생경(生經)·방등(方等)·합집(合集)·미증유(未曾有)와 그리고 모든 함이 있는 법[有爲法]·함이 없는 법[無爲法]·번뇌가 있는 법[有漏法]·번뇌가 없는 법[無漏法]으로서 이 모든 법은 진실한 것이라서 무너뜨릴 수 없고, 모두 가져야 할 것이니, 이것을 일러 법변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사변이라고 하는가? 만약 앞에 있는 중생들의 길고 짧은 말·남자의 말·여자의 말·부처의 말과 범지·하늘·용·귀신의 말과 아수륜(阿須倫 : 阿修羅)·가류라(迦留羅)·견타라(甄陀羅 : 緊那羅)의 말에 대해서 그 근원(根原)을 따라 그들을 위해 설법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사변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것을 응변이라고 하는가? 설법할 때에 겁내거나 연약해 하지 않고 두려움이 없으며, 능히 사부대중들을 기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응변이라고 하느니라.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칙명(勅命)한다. 너희들은 마땅히 마하구치라(摩訶拘絺羅)와 같이 되어야 한다. 왜냐 하면 구치라는 이 4변재를 다 갖추고 사부대중을 위해 자세히 분별하여 연설하기 때문이다.
  내가 지금 관찰한 바로는 이 모든 대중들 가운데에서 이 4변재를 얻은 사람으로 구치라보다 나은 이는 없다. 이 4변재는 여래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너희들도 마땅히 방편을 구해 4변재를 성취하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2)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雜阿含經)』 제16권 407·408번째 소경인 「사유경(思惟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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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끝끝내 사유할 수 없는 것[不可思惟]3)이 네 가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중생은 사유할 수 없는 것이고, 세계(世界)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며, 용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고, 부처의 경계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니라. 왜냐 하면 그것을 말미암아서는 멸진열반(滅盡涅槃)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 중생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이 중생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 또 무엇으로부터 일어났고, 무엇을 좇아 마치며, 또 어디서부터 생겼는가?'
  이와 같아서 중생은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세계를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삿된 소견을 가진 사람들은 '세계는 아주 없어지고 마는 것인가, 세계는 아주 없어지지 않는 것인가? 세계는 끝이 있는가, 세계는 끝이 없는가? 이것은 목숨인가, 이것은 몸인가? 이것은 목숨이 아닌가, 이것은 몸이 아닌가? 이 세계는 범천이 만든 것인가, 큰 귀신이 만든 것인가?'라고 사유를 한다."
  그 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은 범천이 만든 것이라느니
  세상은 귀신이 만든 것이라느니
  혹은 여러 귀신이 만든 것이라느니
  이런 말을 누가 결정지어 말하겠는가?
  
  탐욕과 성냄이 결박하는 것
  저 세 가지가 모두 다 똑 같다.
  마음의 자재(自在)를 얻지 못한 것이니
  이 세속(世俗)에는 재변(災變)이 있으리라.
  
  
3) 신수대장경 각주에 의하면 "송(宋)·원(元)·명(明) 세 본에는 불가사유(不可思惟)가 불가사의(不可思議)로 되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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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와 같이 비구들아, 그래서 세계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 용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어떻게 이 비가 용(龍)의 입에서 나오겠는가? 왜냐 하면 빗방울은 용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면 그 눈이나 귀나 코에서 나오는 것인가?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일이다. 왜냐 하면 빗방울은 용의 눈이나 귀나 코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용이 마음으로 생각하기에 달려 있다. 가령 악(惡)을 생각해도 비를 내리고, 또는 선(善)을 생각해도 비를 내린다. 또한 그 본래의 행(行)으로 말미암아 이 비를 내리는 것이다. 왜냐 하면 지금 수미산 중턱에 대력(大力)이라는 하늘이 있는데, 그도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알아차리고 비를 내리기 때문이다. 비는 저 하늘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며, 눈이나 귀나 코에서 나오는 것도 아니다. 다 저 하늘의 신력으로 말미암아 비를 내리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아서 비구들아, 용의 경계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 부처님 국토의 경계를 사유할 수 없는 것이라고 하는가? 여래의 몸은 곧 부모가 만든 것인가? 이것도 역시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몸은 청정하고 더러움이 없어 저 모든 하늘의 기운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사람이 만든 것인가? 그것도 또한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사람의 행보다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면 여래의 몸은 곧 크다고 할까?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의 몸은 만들 수 없는 것이어서 하늘로서도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래의 목숨은 짧은 것인가?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는 4신족(神足)이 있기 때문이다. 여래의 목숨은 긴 것인가? 그것도 사유할 수 없는 것이다. 왜냐 하면 여래는 일부러 세간(世間)에 출현하여 세간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훌륭한 권도[權]의 방편으로 서로 호응하기 때문이다.
  여래의 몸은 어림짐작할 수가 없어 크다고도 말할 수 없고 작다고도 말할 수 없다. 여래의 음성(音聲)도 또한 규정할 수가 없다. 여래는 범음(梵音)이기 때문이다. 여래의 지혜와 변재는 사유할 수 없는 것이어서 세간 사람들로서는 미칠 수 없는 것이다. 이와 같아서 부처님의 경계는 사유할 수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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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이 네 가지 일은 사유할 수 없는 것이며, 보통 사람이 사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네 가지 일에는 선근(善根)이 없어서 그것으로 말미암아 범행을 닦을 수 없고, 휴식(休息)할 곳에 이를 수도 없으며, 나아가서는 열반에 이를 수도 없다. 다만 사람으로 하여금 의심하고 현혹하게 하여 마음을 어지럽게 하고 온갖 의심의 번뇌[疑結]를 일으키는 것이다.
  왜냐 하면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과거 구원겁(久遠劫)에 이 사위성 안에 어떤 평범한 사람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이 세계를 생각해 보리라.'
  그 사람은 곧 사위성을 나가 어떤 연못 곁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이 세계를 생각해 보았다.
  '이 세계는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어떻게 무너질 것인가? 누가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이 중생들은 어디서 왔으며, 또 무엇으로부터 태어났고 언제 생겼는가?'
  그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하다가 못 가운데에서 네 종류의 군사가 드나드는 것을 보았다. 이 때 그 사람은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의혹에 빠져 마음이 어지러워졌다. 이 세간은 없는 것이다. 나는 이제 보았다.'
  그 때 그 사람은 사위성으로 도로 들어가 거리에서 이렇게 외쳤다.
  '여러분, 마땅히 알아야만 하오. 세계(世界)란 없는 것이오, 나는 이제 그것을 보았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게 말하였다.
  '세상이 없는 것을 당신은 어떻게 보았오.'
  그 때 그 사람은 많은 대중들에게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는 아까 이렇게 생각하였오.
  (세계는 어디로부터 생겼는가?)
  그리고는 곧 사위성을 나가 어느 연못 곁에서 이렇게 생각하였오.
  (이 세계는 도대체 어디로부터 왔으며, 누가 이 세계를 만들었는가? 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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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들은 어디에서 왔으며, 누가 만들었는가? 또 목숨을 마친 뒤에는 장차 어느 곳에 태어날 것인가?)
  이렇게 생각할 때에 연못 가운데에 네 종류의 군사가 드나드는 것을 나는 보았오. 세계는 없는 것이오. 나는 이제 보았오.'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 같은 자는 정말 미친 어리석은 사람이오. 어떻게 연못 가운데에 네 종류의 군사가 있을 수 있단 말이오. 이 세계의 미치고 어리석은 사람들 중에서 당신이 제일이오.'
  그러므로 비구들아,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너희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왜냐 하면 이것은 선의 근본이 되는 공덕도 아니고, 이것으로는 범행(梵行)을 닦을 수도 없으며, 또한 열반(涅槃)에도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헤아리는 사람은 곧 사람을 미치게 하고 마음을 어지럽게 하느니라.
  그러나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사람이 네 종류의 군사를 본 것은 사실이다. 그 까닭을 말하리라. 옛날에 여러 하늘들은 아수륜(阿須倫)과 싸움을 벌렸었다. 그 때 하늘이 이기고 아수륜이 졌다. 그래서 아수륜들은 너무도 두려워 몸을 아주 작게 변화시켜 연뿌리 구멍을 통해 지나갔다. 그것은 부처님의 눈으로나 볼 수 있는 것이요, 다른 사람은 볼 수 없는 것이었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네 가지 진리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왜냐 하면, 이 네 가지 진리는 뜻이 있고 이치가 있어 범행을 닦고 사문의 법을 행함으로써 열반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모든 비구들아, 이 세계의 법을 버리고 마땅히 방편을 구해 네 가지 진리를 생각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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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신족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자재삼매행진신족(自在三昧行盡神足)·심삼매행진신족(心三昧行盡神足)·정진삼매행진신족(精進三昧行盡神足)·계삼매행진신족(誡三昧行盡神足)이 그것이다.
  어떤 것을 자재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모든 삼매가 자유로와 뜻대로 마음대로 몸을 가볍고 편리하게 하여, 몸을 아주 작게 만들어 숨기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첫 번째 신족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심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마음으로 아는 법이 시방에 두루 차서 석벽(石壁)을 지나가더라도 아무런 걸림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심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정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이 삼매는 게으름이 없고 두려움이 없으며 용맹스러운 뜻이 있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정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는가? 이른바 이 삼매는 중생들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아서 태어날 때와 사라지는 때를 모두 알며, 욕심(欲心)이 있는 것, 욕심이 없는 것, 성내는 마음이 있는 것, 성내는 마음이 없는 것, 어리석은 마음이 있는 것, 어리석은 마음이 없는 것,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것,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 것, 어지러운 마음이 있는 것, 어지러운 마음이 없는 것, 작은 마음이 있는 것, 작은 마음이 없는 것, 큰 마음이 있는 것, 큰 마음이 없는 것, 헤아리는 마음이 있는 것, 헤아리는 마음이 없는 것, 고요한 마음이 있는 것, 고요한 마음이 없는 것, 해탈한 마음이 있는 것, 해탈한 마음이 없는 것을 모조리 다 아는 것이니, 이것을 일러 계삼매행진신족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은 4신족이 있다. 만일 모든 중생들이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고자 하거든, 마땅히 이 4신족을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564 / 1393] 쪽
  [ 8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애착[愛]을 일으키는 네 가지 법이 있다. 비구가 집착을 일으킬 때에는 곧 거기에 애착이 생긴다. 그러면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비구는 의복으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키고, 음식으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키며, 좌구(坐具)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키고, 의약(醫藥)으로 말미암아 애착을 일으킨다. 비구들아, 이것이 '애착을 일으키는 네 가지 법이 있어 거기에 집착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어떤 비구가 의복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는 의복을 얻지 못할 때에는 곧 불평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마음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가 음식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는 음식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곧 불평을 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가 좌구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는 좌구를 얻지 못했을 때에는 곧 불평을 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떤 비구가 의약에 집착하면 나는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는 의약을 얻지 못했을 때에는 곧 불평을 하게 되고 아쉬워하는 생각을 일으키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지금 의상(衣裳)에 대해 가까이해야 할 것과 가까이하지 않아야 할 것, 이 두 가지에 대해 말하리라. 어떤 것을 가까이해야 하며, 어떤 것을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는가? 만일 의상을 얻어 그 의상에 지나치게 집착하여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면, 그런 의상은 가까이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의상을 얻어 착한 법이 일어나고 마음에 애착이 없으면 그것은 가까이할 만한 것이다.
  만일 걸식(乞食)을 할 때에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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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아야 하고, 만일 걸식을 할 때에 착한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할 만한 것이다.
  만일 좌구를 얻었을 때에 착하지 않은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좌구를 얻었을 때에 착한 법이 일어나면 그것은 가까이할 만한 것이다. 의약에 있어서도 그와 같으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마땅히 좋은 법을 가까이하고 나쁜 법을 버리도록 하라. 모든 비구들아, 이와 같이 시주[檀越]로 하여금 그 공덕을 거두어 끝없이 복을 받게 하고 감로(甘露)의 열반을 얻게 하려거든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의상을 보시 받고
  음식과 침구를 보시 받더라도
  거기서 애착을 일으키지 않아
  온갖 세계에 태어나지 않도록 하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여기에 네 개의 큰 강이 있다. 그 강은 아누달(阿耨達)이라고 하는 샘에서 흘러나온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개의 강인가? 이른바 항가(恒伽 : 갠지스강)·신두(新頭)·바차(婆叉)·사타(私陀)가 그것이다.
  저 항가의 물은 물소[水牛]의 입에서 나와 동쪽으로 흐르고, 신두는 사자(師子) 입에서 나와 남쪽으로 흐르며, 사타는 코끼리의 입에서 나와 서쪽으로 흐르고, 바차는 말의 입에서 나와 북으로 흐른다.
  이 네 강이 아누달이라는 샘을 에워싸고는 항가는 동쪽 바다로 흘러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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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두는 남쪽 바다로 흘러들며, 바차는 서쪽 바다로 흘러들고, 사타는 북쪽 바다로 흘러든다. 그러나 그 강들은 바다로 들어간 뒤에는 본래 지니고 있던 이름은 다 없어지고 그저 바다라고만 불리느니라.
  이 또한 그와 같아서 네 가지 성(姓)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성인가? 찰리(刹利)·바라문(婆羅門)·장자(長者)·거사(居士)의 종족을 말한다. 그러나 그들 누구나 여래에게 나아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고 출가(出家)하여 도(道)를 배우면 본래 가지고 있던 성은 다 없어지고, 다만 석가의 제자 사문(沙門)이라고만 불리느니라. 왜냐 하면 여래의 대중은 큰 바다와 같고 네 가지 진리는 네 개의 큰 강과 같아서 온갖 번뇌[結使]를 다 없애버리고 두려움이 없는 열반의 성으로 들어가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저 네 성의 사람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되었다면 본래 지니고 있던 이름은 다 버리고 석가의 제자라고 스스로 일컬어라. 왜냐 하면 나는 바로 석가의 아들로서 석가 종족(種族) 가운데서 출가하여 도를 배웠기 때문이니라.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누구의 아들로 태어났는가를 말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석가 종족의 아들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왜냐 하면 태어나기를 나로 말미암아 태어났고, 법을 좇아 일어났으며, 법을 좇아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방편을 구해 석가 종족의 아들이 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4등심(等心)4)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자애로운 마음[慈]·
  
4) 4무량심(無量心)이라고도 한다.
[567 / 1393] 쪽
  불쌍히 여기는 마음[悲]·기뻐하는 마음[喜]·평정한 마음[護 : 捨]을 이르는 말이니라.
  무슨 이유로 이것들을 범당(梵堂)이라고 하는가? 비구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범(梵) 중에 대범(大梵)을 천(千)이라고 이름한다. 그와는 견줄 대상이 없고 그보다 더 뛰어난 자는 없어서 1천 나라를 통솔한다. 그러한 이의 당(堂)이기 때문에 범당이라 부르는 것이다. 비구들아, 이 네 개의 범당은 큰 세력(勢力)이 있어 1천 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 그러므로 범당이라고 부르느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욕계(欲界)의 하늘을 벗어나 탐욕이 없는 곳에서 살려고 한다면, 그러한 사부대중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네 개의 범당을 이루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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