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20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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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20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28. 성문품(聲聞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大比丘)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네 사람의 큰 성문들이 한곳에 모여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다 같이 이 라열성을 살펴보자. 누가 부처님·법·승가를 공양(供養)하고 받들지 않아 공덕을 짓지 않고 있는가. 본래부터 마음이 없는 이라면 마땅히 권유해서, 그로 하여금 여래·법·승가와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존자 가섭(迦葉)·존자 아나율(阿那律)·존자 빈두로(賓頭盧)를 믿게 하자.
  그 때 발제(拔提)1)라는 장자(長者)가 있었는데, 그는 재물이 풍족했고 보물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았으며, 금(金)·은(銀)·진보(珍寶)·자거(車▩)·마노(瑪瑙)·진주(眞珠)·호박(琥珀)과 코끼리·말·수레·노비(奴婢)·하인[從僕]들도 모두 다 풍족하였다.
  그러나 그는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부처님·법·승가(僧家)에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털끝 만한 선행(善行)도 없었으며, 독실한 믿음도 없었기
  
  
1) 왕사성(王舍城)에 살았던 사람으로 또는 발제리가(跋提梨迦, Bhaddiya)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현선(賢善)·최승(最勝)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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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문에 지은 복은 이미 다하였고, 다시 새로운 복은 짓지 않으며, 항상 삿된 소견[邪見]을 가지고 있었으니, 즉 '보시(布施)도 쓸데없는 것이고 복(福)도 없는 것이며, 받는 사람도 없고 금세(今世)니 후세(後世)니 하는 것이라든가 선악(善惡)의 과보(果報)도 없는 것이다. 부모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한 진리를 증득하는 이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 장자의 집은 일곱 겹의 문이 있었고, 그 문마다 지키는 사람이 있어 걸인(乞人)들을 문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다섯 개의 뜰에는 쇠 그물을 쳐놓아 새들도 들어와 앉지 못하게 해놓았다.
  그 장자에게는 난다(難陀)라는 누이가 있었다. 그 역시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보시하기를 좋아하지 않았고 공덕의 뿌리를 심지 않았기 때문에 지은 복은 이미 다하였고 새 복은 짓지 않았다. 그는 게다가 삿된 소견까지 가지고 있었으니, 즉 '보시도 쓸데없는 것이고 복도 없는 것이며, 받는 사람도 없고 금세니 후세니 하는 것이라든가 선악의 과보 같은 것도 다 없는 것이다. 부모도 없고 아라한도 없으며, 또한 진리를 증득하는 이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난다의 집 문도 일곱 겹으로 되어 있었고 문마다 지키는 사람이 있어 걸인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또 쇠 그물을 그 위에 덮어 새들까지도 그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였다.
  그 성문들은 이런 것을 관찰하고 나서 '우리들이 오늘 저 난다로 하여금 부처님·법·승가를 독실하게 믿게 하자'고 의논하였다.
  그 때 발제 장자는 아침에 떡을 먹고 있었다. 이 때 존자 아나율이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장자의 집으로 가서 땅 속에서 솟아올라 장자를 향해 발우를 내밀었다. 장자는 매우 근심하면서 떡을 조금 떼어 아나율의 발우에 던져주었다. 그러자 아나율은 떡을 얻어 가지고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이 때 장자는 곧 화를 벌컥 내면서 문지기를 꾸짖었다.
  "내가 아무도 문 안에 들여보내지 말라고 그렇게 일렀는데 왜 사람을 들여보냈느냐?"
  그러자 문지기가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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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은 굳게 잠가 놓았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인(道人)이 어디로 해서 들어왔는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장자는 잠자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장자는 떡을 다 먹고 난 다음에 고기를 먹고 있었다. 존자 마하 가섭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장자의 집으로 가서 땅 속에서 솟아 나와 장자를 향해 발우를 내밀었다. 그러자 장자는 매우 불쾌해하면서 고기를 조금 떼어 주었다. 가섭은 고기를 얻어 가지고 거기에서 사라져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다.
  그러자 장자는 더욱 화를 내며 문지기를 꾸짖었다.
  "너는 아까도 사람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일렀는데, 왜 두 사문을 다 들여보내 걸식을 하게 하였느냐?"
  그러자 문지기가 대답하였다.
  "나는 그 사문이 어디로 들어갔는지 보지 못했습니다."
  장자가 중얼거렸다.
  "저 까까머리 사문(沙門)은 요술을 부려 세상을 속여 미혹하게 할 뿐이요, 바른 행(行)은 없구나."
  그 때 장자의 아내는 장자에게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앉아서 이 광경을 다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 장자의 아내는 질다(質多) 장자의 누이동생으로서 마사산(摩師山)2)에서 데리고 온 여자였다. 그 때 아내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입을 조심하세요. '사문더러 요술이나 배우는 사람'이라고 그렇게 비방하지 마십시오. 왜냐 하면 사문들에게는 큰 위신(威神)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분들이 우리 집에 온 까닭은 우리 집에 많은 이익을 주기 위해서입니다. 당신은 아까 먼저 온 그 비구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알지 못합니다."
  
  
2) 팔리어로는 Macch ksa a라고 한다. 사위성에서 30 유순쯤 떨어져 있는 성 안에 있던 시(市)의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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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은 혹 가비라위국(迦毗羅衛國)의 곡정왕(斛正王)의 아들 아나율이라는 사람을 들어본 일이 있습니까? 그가 태어날 때에 이 흙덩이가 여섯 번 진동하였고, 집 둘레로 1유순(由旬) 이내에 숨겨져 있던 보배들이 모두 저절로 드러났었습니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아나율이라는 말만 들었지 직접 보지는 못하였소."
  그러자 아내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그는 귀족 집안의 아들로서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우면서, 범행(梵行)을 닦아 아라한이 된 사람인데 천안(天眼)으로는 제일이어서 그보다 더 뛰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여래께서도 '내 제자들 중에 천안으로 제일인 사람은 바로 아나율 비구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음 두 번째로 들어왔던 비구는 누구인지 아십니까?"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모르는 사람이오."
  그 아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은 혹 이 라열성(羅閱城) 안에 사는 가비라(迦毗羅)3)라는 범지에게 재물이 풍족하고 보배가 많아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으며 999마리의 소로 농사를 짓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일이 있소?"
  장자가 대답하였다.
  "나는 그 범지를 직접 보았소."
  아내가 말하였다.
  "장자여, 당신은 혹 비파라야단나(比波羅耶檀那)4)라고 이름하는 그 범지의 아들이 몸은 황금빛[金色]이고, 그 아내 바타(婆陀)5)는 여자 중에서 제일
  
  
3) 팔리어로는 Kapila라고 한다. 또는 가비리(迦毗利)·가비리야(迦毗梨耶)라고도 하고, 번역하여 황두(黃頭)라고 한다. 대가섭(大迦葉)의 아버지이다.
4) 또는 필발라야나(畢鉢羅耶那)라고도 한다. 이 사람이 바로 대가섭(大迦葉, Mahakassapa)이다. 번역하여 대음광(大飮光)이라고 한다.
5) 또는 발타가비라(拔陀迦毗羅, Bhaddakapilan ) 또는 발타라가비리야(跋陀羅迦卑梨耶)라고도 하며, 번역하여 묘현(妙賢)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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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뛰어납니다. 가령 자마금(紫磨金)을 그 앞에 갖다 놓으면, 마치 검은 것을 흰 것에 비교하는 것과 같다고 하는 말을 들은 일이 있습니까?"
  장자가 말하였다.
  "나는 이 범지의 아들 비파라야단나가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은 있지만 아직 그를 직접 보지는 못하였소."
  아내가 말하였다.
  "좀 전에 왔던 사람 중에 뒤에 온 비구가 바로 그 사람입니다. 그는 그와 같이 아름다운 아내를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지금은 아라한이 되었습니다. 그는 항상 두타행(頭陀行)을 하는데, 두타행을 두루 갖춘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저 가섭(迦葉 : 比波羅耶檀那) 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도 '내 제자들 중에서 두타행으로 제일가는 사람은 바로 대가섭(大迦葉)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장자는 좋은 이익을 얻었기 때문에 곧 그런 성현을 여기 와서 걸식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나는 이런 뜻에서 당신에게 말하기를 '입을 조심하시오. 성현을 요술쟁이라고 비방하지 마시오'라고 하였던 것입니다. 그들은 다 석가(釋迦)의 제자들로서 모두 큰 신통력과 덕망이 있는 분들입니다."
  이렇게 말할 때에 존자 대목건련(大目揵連)은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허공에 날아올라 장자의 집으로 가서 쇠 그물을 부수어 떨어뜨리고 허공에서 가부좌하고 앉았다. 그 때 발제 장자는 목건련이 허공에 앉아 있는 것을 보고 곧 두려운 마음이 생겨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하늘 신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 신이 아니다."
  장자가 물었다.
  "그럼 그대는 건답화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건답화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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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자가 물었다.
  "그대는 귀신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귀신도 아니다."
  장자가 물었다.
  "그대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噉人鬼]6)라찰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사람을 잡아먹는 귀신인 라찰도 아니다."
  그 때 발제 장자는 곧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는 하늘 신이냐, 건답화냐?
  라찰이냐, 귀신이냐?
  이 물음에 너는 말하기를 하늘도 아니고
  저 라찰도 또한 귀신도 아니다라고 했다.
  
  이 지방에서 노닐고 있는 너는
  건답화도 닮지 않았다.
  이제 네 이름 그 무엇인지
  나는 지금 그것이 알고 싶구나.
  
  그 때 목련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나는 하늘이나 건답화도 아니고
  귀신이나 라찰의 종류도 아니다.
  3세(世)에 걸쳐 해탈을 얻은
  지금의 나는 바로 사람 몸이다.
  
  
6) 또는 비사사(毗舍闍)라고 쓰기도 하고 번역하여 담인정기귀(噉人精氣鬼)라고 한다. 동방(東方) 지국천왕(持國天王)의 권속으로 아귀(餓鬼) 중에 가장 뛰어난 귀신이며, 이 귀신은 사람의 정기외 피와 살을 먹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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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복 받아야 할 악마를 항복 받고는
  마침내 위없는 큰 도를 이루신
  그 스승 이름은 석가문(釋迦文)이시고
  내 이름은 대목련(大目連)이다.
  
  그 때 발제 장자가 목련에게 말하였다.
  "비구는 내게 무슨 부탁이 있는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너를 위해 설법하려고 한다. 잘 생각해 보아라."
  그 때 장자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모든 도사들은 오랜 세월 동안 음식(飮食)에 집착해왔다. 그런데도 지금 저가 이야기하려는 것은 틀림없이 음식 이야기일 것이다. 만일 지금 나에게 먹을 것을 청한다면 나는 당연히 없다고 말하리라.'
  그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잠깐 이 사람의 말을 들어보리라.'
  그 때 목련은 장자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여래는 두 가지의 보시를 말씀하셨으니
  법의 보시와 또 재물의 보시에 대해서이다.
  이제 나는 너에게 법의 보시 말하리니
  마음을 오로지 하고 뜻을 다해 들어라.
  
  이 때 장자는 법의 보시를 말하리라는 말을 듣고 곧 기쁜 마음으로 말하였다.
  "원컨대 지금 연설해 보라. 들으면 당장 알 수 있을 것이다."
  목련이 말하였다.
  "장자여, 마땅히 알아야 한다. 여래께서는 다섯 가지 큰 보시를 말씀하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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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목숨을 마칠 때까지 마땅히 수행만을 생각하라."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목련이 아까는 법의 보시에 대하여 말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또 다섯 가지 큰 보시가 있다고 말한다.'
  목련은 장자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알고 다시 장자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두 가지 큰 보시에 대하여 말씀하셨다. 이른바 법의 보시와 재물의 보시이다. 나는 이제 법의 보시에 대하여 말하고 재물의 보시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으리라."
  장자가 대답하였다.
  "다섯 가지 큰 보시란 무엇인가?"
  목련이 대답하였다.
  "첫째는 살생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큰 보시이다. 장자는 마땅히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시오. 둘째는 도둑질하지 않는 것이니, 이것이 큰 보시이다. 마땅히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시오. 다음에는 음행(淫行)하지 않는 것, 거짓말하지 않는 것, 술 마시지 않는 것이다. 마땅히 목숨을 마칠 때까지 닦아 행하시오. 장자여, 이것이 이른바 다섯 가지 큰 보시이니, 항상 생각하고 닦아 행해야 하느니라."
  이 때 발제 장자는 그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석가문 부처님의 설법은 매우 미묘하구나. 지금 연설한 것에는 보물도 쓸 데 없다. 지금의 나 같으면 살생하지 않을 수 있으니 그것을 받들어 행할 수 있다. 또 우리 집에는 재물도 넉넉하고 보배도 많으므로 도둑질하지 않아도 되니, 그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또 우리 집에는 아름다운 여자가 많으므로 남의 여자와 음행하지 않아도 되니,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나는 거짓말하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늘 어떻게 내 자신이 거짓말을 하겠는가?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또 나는 지금 술은 생각지도 않거늘 하물며 직접 마시겠는가? 이것도 내가 실행할 수 있는 일이다.'
  이 때 장자가 목련에게 말하였다.
  "이 다섯 가지 보시를 나는 다 받들어 행할 수 있습니다."
  그 때 장자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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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이제 이 목련에게 밥을 주리라.'
  장자는 머리를 들어 목련을 우러러보며 말하였다.
  "굽어 살펴 여기 내려와 앉으십시오."
  그러자 목련은 그의 말을 따라 내려와 앉았다.
  그 때 발제 장자는 몸소 갖가지 음식을 차려 목련에게 주었다. 목련은 공양이 끝나자 깨끗한 물을 돌리고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털 담요 한 끝을 가져다가 목련에게 바치리라.'
  그 때 그는 창고에 들어가 흰 천을 가려 가져올 때 나쁜 것을 가지고 오려고 하다가 좋은 것을 가려내고 다시 좋은 것을 가렸다가는 이내 버리고 다시 제가 좋아하는 본래 것을 취하고, 그것을 버리고는 다시 다른 것을 취하곤 하였다. 이 때 목련은 장자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다 알고는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보시와 마음 둘이 싸우더니
  그대는 결국 보시의 공덕 버리는구나.
  보시할 때에는 싸울 때가 아니다.
  그 마음을 따라 곧 보시하라.
  
  그 때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목련은 내가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다.'
  그리고는 곧 흰 천을 가져다가 바쳤다. 목련은 곧 이렇게 그를 축원하였다.
  
  보시를 생각하는 것 훌륭하지만
  현성(賢聖)이 있다고 아는 것은
  보시 가운데서 가장 제일이 되나니
  좋은 밭에서 과일이 나기 때문이니라.
  
  그 때 목련은 이런 축원을 마치고 나서 그 흰 털 방석을 받음으로써 장자로 하여금 끝없는 복을 짓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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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장자가 한쪽에 앉았다. 목련은 그를 위해 묘한 논(論)을 설하였다. 그 논은 보시에 대한 논, 계(戒)에 대한 논, 천상에 태어나는 데 대한 논이었으며, 또 덧붙여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하였다. 그리고 모든 불세존(佛世尊)이 말씀하신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그 때 목련이 그를 위해 이렇게 설법하자, 그는 곧 그 자리에서 법안(法眼)이 깨끗하게 되었다. 비유하면 마치 매우 깨끗한 옷에는 물감에 쉽게 물 드는 것처럼, 이 발제 장자도 그와 같아서 그 자리에서 바로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래서 법을 얻고 법을 보아 조금도 의심이 없었으며, 5계(戒)를 받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였다.
  목련은 장자의 법안이 깨끗해진 것을 보고 곧 이 게송을 설하였다.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은
  그 근원이 다 갖추어졌으니
  눈이 깨끗해 더러운 티가 없고
  의심도 없고 망설임도 없다네.
  
  이 때 발제 장자가 목련에게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 뒤로는 사부대중들과 함께 항상 내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마땅히 의복·음식·평상·침구·의약 등을 공급(供給)해 드리되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겠습니다."
  그 때 목련은 장자를 위해 설법하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서 떠나갔다.
  다른 큰 성문(聲聞)인 존자 대가섭(大迦葉)과 존자 아나율(阿那律)이 존자 빈두로(賓頭盧)7)에게 말하였다.
  
  
7) 범어로는 Pi ola-bharadvaja라고 하며, 16라한의 하나. 부동이근(不動耳根)이라고 번역하며, 석존의 제자이다. 빈두로는 이름이고 파라타는 성이다. 하얀 머리와 기다란 눈썹을 가진 라한이다. 원래는 발차국(跋蹉國) 구사미성 재상의 아들이다. 어렸을 때 불교에 귀의.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고, 여러 곳으로 다니며 전도(傳道)하였다. 부처님께서 성도한 지 6년에 이 라한이 왕사성에서 신통을 나타냈다가 외도(外道)들의 조소를 받았으므로 부처님께서 이 뒤에는 부질없이 신통을 나타내지 말라 하고, 서구야니주(西瞿耶尼洲)에 가서 교화하게 하다. 뒤에 다시 돌아오게 되고 부처님의 명(命)을 받아 열반에 들지 않고, 남인도의 마리산에 있으면서 부처님 멸도(滅度)하신 후에 중생들을 제도하며, 말세(末世)의 공양을 받아 대복전(大福田)이 되었으므로 주세(住世) 아라한(阿羅漢)이라고 일컫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독성(獨聖) 나반존자(那般尊者)라고 하여 절마다 봉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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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들은 이제 발제 장자를 제도하였소. 이제는 그대가 저 늙은 할미 난다에게 가 보시오."
  빈두로가 대답하였다.
  "그 일이 매우 좋습니다."
  그 때 노모(老母) 난다는 소병(酥餠)을 만들고 있었다. 존자 빈두로는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羅閱城)에 들어가 걸식(乞食)하면서 점점 노모 난다의 집으로 다가가서 땅 속으로부터 솟아 나와, 손에 들고 있던 발우를 내밀고 노모 난다에게 먹을 것을 빌었다. 그러자 노모는 빈두로를 보고는, 벌컥 화를 내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비구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네 눈알이 빠지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오."
  그 때 빈두로는 곧 삼매(三昧)에 들어 두 눈을 뽑아 내었다. 그러자 난다는 갑절이나 더 화를 내며 이렇게 욕하였다.
  "설령 너 사문이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존자 빈두로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 공중에 거꾸로 매달렸다. 그러자 노모 난다는 배나 더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의 온 몸에 연기가 난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그 때 빈두로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 온 몸에 연기를 내었다. 노모는 그것을 보고는 더욱 화를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의 온 몸이 다 타서 없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으리라."
  그 때 빈두로는 곧 삼매에 들어 온 몸에 불을 내어 다 태웠다. 노모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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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보고 나서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의 온 몸에서 물을 낸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다."
  빈두로는 다시 삼매의 힘으로써 온 몸에서 물을 내었다. 노모는 그것을 보고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설령 너 사문이 내 앞에서 죽는다 하더라도 나는 끝내 너에게 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 때 존자 빈두로는 곧 멸진삼매(滅盡三昧)에 들어가서 내쉬고 들이쉬는 숨이 없이 그 노모의 앞에서 죽었다. 그러자 노모는 들이쉬고 내쉬는 숨길이 없어진 것을 보고 곧 두려운 마음이 생겨 온 몸의 털이 다 곤두선 채 이렇게 말하였다.
  "석씨의 아들인 이 사문은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고 또한 국왕(國王)의 존경까지 받고 있는 자이다. 만일 우리 집에서 죽었다는 소문이 나면 틀림없이 관청에 붙잡혀 가서 그 죄를 면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이어 중얼거렸다.
  '만일 이 사문이 도로 살아난다면 나는 반드시 그에게 밥을 줄 터인데…….'
  그러자 빈두로는 곧 삼매에서 깨어났다.
  그 때 노모 난다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떡은 너무 크다. 지금 작은 것을 새로 만들어 주리라.'
  그 때 노모는 밀가루를 조금 가져다가 반죽을 하여 조금만 떼어내 떡을 만들었다. 그런데 그 작은 떡은 웬일인지 점점 더 커졌다. 노모는 그것을 보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떡은 너무 크다. 지금 다시 작은 것을 새로 만들어야겠다.'
  그러나 떡은 더욱 커졌다.
  '이제 먼저 만든 것을 가져다주자.'
  그리고는 먼저 만든 것을 집었다. 그러나 모든 떡이 한데 다 붙어 있었다. 그 때 노모 난다가 빈두로에게 말하였다.
  "비구여, 떡이 그렇게 먹고 싶으면 직접 집어먹을 일이지, 왜 이렇게 못 살게 구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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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두로가 말하였다.
  "큰 누이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나는 음식이 필요 없습니다. 다만 노모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뿐입니다."
  노모 난다가 말하였다.
  "비구여, 무슨 경계하여 부탁할 말이 있습니까?"
  빈두로가 대답하였다.
  "노모여,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우리 지금 이 떡을 가지고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찾아가자. 만일 세존께서 무슨 경계하여 분부하시는 말씀이 있으시면 우리 그대로 받들어 실천하자."
  노모가 대답하였다.
  "그거 매우 통쾌한 일이다."
  그 때 노모는 몸소 그 떡을 들고 존자 빈두로의 뒤를 따라 세존의 처소로 갔다. 그곳에 이르러 그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섰다. 그 때 존자 빈두로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 노모 난다는 발제 장자의 누이입니다. 인색하고 탐욕이 많아 혼자서만 먹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독실히 믿는 법을 말씀하시어 깨우쳐 주소서."
  그러자 세존께서 노모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이 떡을 가지고 여래와 비구 스님에게 돌려라."
  그러자 노모 난다는 곧 그 떡을 여래와 다른 비구 스님에게 바쳤다. 그래도 떡은 아직 남아 있었다. 노모 난다가 세존께 아뢰었다.
  "아직 떡이 남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다시 돌려라."
  노모 난다는 부처님의 분부를 받고, 다시 그 떡을 부처님과 비구 스님에게 돌렸다. 그런데도 아직 떡은 남았다.
  그 때 세존께서 노모 난다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이 떡을 가지고 가서 저 비구니(比丘尼)·우바새(優婆塞)·우바이(優婆夷)에게 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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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데도 떡은 여전히 남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 떡을 가져다 저 가난한 이들에게 나누어주어라."
  시키는대로 다 했는데도 떡은 아직 남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이 떡을 가져다가 깨끗한 흙이나 또는 깨끗한 물에 버려라. 왜냐 하면, 여래·지진·등정각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 그리고 하늘과 사람으로서는 이 떡을 다 소화할 이를 나는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노모 난다는 곧 그 떡을 가져다가 깨끗한 물에 버렸다. 그러자 곧 불꽃이 일어났다. 노모 난다는 그것을 보고 나서 곧 두려운 마음이 생겨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점차로 설법하셨다. 그 때 설법한 논은, 보시에 대한 논, 계(戒)에 대한 논, 천상에 태어나는데 대한 논이었으며, 또 탐욕은 더러운 것이므로 그것을 벗어나는 것이 즐거운 일이라고 하는 것 등이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노모 난다가 마음에 이해가 생긴 것을 보시고, 다시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설하셨던 법인, 괴로움·괴로움의 발생·괴로움의 소멸·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에 대하여 노모 난다에게 말씀해 주셨다.
  그러자 그 노모는 곧 그 자리에서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비유하면 흰 천은 물감에 물들기 쉬운 것처럼 이 또한 그와 같아서 그 때 노모 난다는 모든 번뇌가 다 없어지고 법안이 깨끗하게 되었다. 그는 법을 얻고 법을 이루어 아무 의심이 없었고, 이미 망설임을 벗어나 두려운 것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3존(尊)을 받들어 섬기고 5계(戒)를 받들어 가졌다.
  그 때 세존께서 그를 위해 거듭 설법하시어 그로 하여금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그 때 난다가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사부대중들이 저의 집에서 보시를 받게 하소서. 지금부터는 항상 보시를 행하고 온갖 공덕을 닦으며, 모든 성현들을 받들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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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의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 떠났다.
  그 때 발제 장자와 그 누이 난다에게 우바가니(優婆迦尼)라는 동생이 있었다. 그는 아사세왕(阿闍世王)과 어릴 때부터 서로 친하게 사귀어 매우 사랑하는 사이었다. 그 때 우바가니 장자는 농사를 짓고 있고 있었는데 그의 형 발제와 누이 난다가 여래에게 법의 교화를 받았다는 말을 듣고는 기뻐서 어쩔 줄을 몰라 하며, 이레 동안 잠도 자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다. 그 때 장자는 농사일을 마치고 라열성으로 돌아가던 도중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먼저 세존께서 계시는 곳에 갔다가 다음에 집으로 가리라.'
  그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의 형 발제와 누이 난다가 여래의 교화를 받았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야. 지금 발제와 난다는 네 가지 진리를 보고 온갖 착한 법을 수행하고 있다."
  그 때 우바가니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희 집안이 큰 이익을 얻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장자야, 네 말과 같다. 지금 너의 부모(父母)는 매우 큰 이익을 얻었고, 후세의 복(福)까지 심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장자(長者)를 위해 미묘한 법을 설명하셨다. 장자는 그것을 듣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 떠나갔다.
  그는 아사세왕의 처소를 찾아가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왕이 장자에게 물었다.
  "너의 형과 누이가 여래의 교화를 받았느냐?"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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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뻐 뛰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곧 종을 치고 북을 울려 성 안에 칙령을 내렸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부처님을 섬기는 집안에는 세금을 받지 말고 또 부처님을 섬기는 사람은 마중하고 배웅하도록 하라. 왜냐 하면 그들은 다 도법(道法)으로서의 나의 형제이기 때문이다."
  그 때 아사세왕은 갖가지 음식을 내어 장자에게 주었다. 그러자 장자는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아직 우바새로서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하는가에 대해서 세존께 듣지 못하였다. 나는 지금 우선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그 법을 여쭈어 본 뒤에 이 음식을 먹으리라.'
  그 때 장자는 측근에 있던 어떤 사람에게 말하였다.
  "너는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내 말로 세존께 '우바가니 장자는 세존께 여쭙나이다. 대개 현자(賢者)의 법으로서는 몇 가지 계를 가져야 하며 몇 가지 계를 범하면 청신사(淸信士)가 아니옵니까?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합나까?' 하고 여쭈어 보아라."
  그 때 그 사람은 장자의 부탁을 받고 세존께서 계신 곳을 찾아가서,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서 있었다. 그 때 그 사람은 장자의 이름으로 세존께 아뢰었다.
  "대개 청신사의 법은 몇 가지 계를 가져야 하고, 몇 가지 계를 범하면 우바새가 아닙니까? 또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고 어떤 장을 마셔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음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친근히 해야 할 것이 있고 친근히 하지 않아야 할 것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두 종류인가? 만일 친근히 해서 먹었을 때, 착하지 못한 법을 일으키고 착한 법에 손해가 있으면, 그 음식은 친근히 하지 않아야 할 음식이고, 만일 그 음식을 먹어 착한 법이 늘어나고 나쁜 법은 줄어들면, 그 음식은 친근히 할 만한 음식이다. 장(漿)에도 또한 두 종류가 있다. 만일 장을 먹어서 착하지 않은 법을 일으키고 착한 법에 손해가 있으면, 그 장은 친근히 하지 않아야 하고, 만일 장을 먹어 착하지 않은 법은 줄어들고 착한 법에 이익이 있으면, 그 장은 친근히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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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느니라.
  또 청신사가 지켜야 할 계에 다섯 가지가 있다. 그 중에서 한 가지 계·두 가지 계·세 가지 계·네 가지 계와 나아가 다섯 가지 계를 다 가질 수 있으면 모두 가져야 하고, 또 모두 가질 수 있다는 이에게는 두 번, 세 번 물어서 가지게 하라. 만일 청신사로서 한 가지 계를 범하면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또 만일 청신사로서 한 가지 계만이라도 받들어 가지면 천상(天上)처럼 좋은 곳에 태어날 것이다. 더구나 둘·셋·넷·다섯 가지 계를 다 지키는 것이겠느냐?"
  그 사람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서 머리를 조아려 예를 올리고 이내 물러나 떠나갔다.
  그가 돌아간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지금부터 이후로는 우바새들에게 5계와 세 가지에 스스로 귀의(歸依)하는 것을 허락한다. 만일 비구가 청신사와 청신녀(淸信女)에게 계를 주려고 할 때에는 그로 하여금 팔을 드러내어 합장하게 하고 자기 성명을 대게 한 뒤에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나이다' 하고 두 번, 세 번 외치게 하라. 즉 자기 성명(姓名)을 대게 하고 '부처님과 법과 승가에 귀의하나이다' 하고 말하게 하라. 그리고 나서 다시 스스로 일컬어 '나는 이제 이미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에게 귀의하였습니다'라고 말하게 하라.
  그것은 석가문(釋迦文) 부처님께서 세 가지에 스스로 귀의한다는 장사꾼 5백 명의 말을 최초로 받아들이고 '목숨을 마칠 때까지 살생(殺生)하지 않고, 도둑질하지 않으며, 음행(淫行)하지 않고, 속이지 않으며, 술을 마시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게 한 것과 같으니라.
  만일 한 가지 계를 가지면 다른 네 가지 계를 봉(封)하고, 만약 두 가지 계를 받으면 다른 세 가지 계를 봉하며, 세 가지 계를 받으면 다른 두 가지 계를 봉하고, 네 가지 계를 받으면 다른 한 가지 계를 봉하며, 만일 다섯 가지 계를 받으면 모두 다 갖추어 가지게 하였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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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해와 달에는 네 가지로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광명(光明)을 들어 내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구름이요, 둘째는 티끌이며, 셋째는 연기요, 넷째는 아수륜(阿須倫)이다. 그것들이 해와 달을 가려 광명을 나타내지 못하게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가리움이 있어 해와 달이 광명을 들어 내지 못하게 한다'고 말하는 것이니라.
  비구들아, 이와 같아서 사람에게도 4결(結)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첫째는 탐욕의 번뇌[欲結]이니 그것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서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 둘째는 성냄이고, 셋째는 어리석음이며, 넷째는 이양(利養)이니, 이런 것들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서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4결(結)이 있어 사람의 마음을 덮고 가려서 열어 깨닫지 못하게 한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方便)을 구해 이 4결(結)을 없애도록 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아라비(阿羅毗)라고 하는 사당 곁에 계셨다.
  그 때 한 겨울이어서 나뭇잎은 모두 말라 떨어졌다. 그 때 수아라바(手阿羅婆)8)라고 하는 장자의 아들이 성을 나와 밖에서 거닐다가 점점 세존께서 계신 곳에 이르러 세존을 뵙고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그 장자가 세존께 아뢰었다.
  
  
8) 팔리본에서는 Hatthako, 즉 왕자(王子) 하다(訶多)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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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피지 못했습니다. 어젯밤에 잘 주무셨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동자야, 기분 좋게 잘 잤다."
  그 때 장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은 한창 추운 때라 만물(萬物)이 모두 시들어 떨어졌습니다. 더구나 세존께서는 풀 자리를 쓰고 계시며 입으신 옷도 매우 얇습니다. 그런데도 세존께서는 어떻게 잘 주무셨다고 말씀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동자야, 자세히 들어라. 내가 이제 너에게 물을 터이니 마음대로 대답하라. 만일 어떤 장자가 집을 단단하게 단속해서 바람이나 먼지가 없고, 방 안에는 짐승들의 가죽과 비단으로 된 침구가 있어 아무 불편이 없으며, 얼굴이 단정하고 낯은 도화(桃華) 같으며 세상에 보기 드물게 아름다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은 미녀[玉女] 네 명이 있고, 또 등불이 켜져 있다면 그 장자는 유쾌하게 잘 잘 수 있겠느냐?"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좋은 침상(寢牀)이 있으면 유쾌하게 잘 수 있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장자야, 또 그 사람이 유쾌하게 잘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때때로 탐욕이 일어난다면 그 탐욕으로 말미암아 유쾌하게 잘 수 없지 않겠느냐?"
  장자가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그 사람에게 탐욕이 일어나면 유쾌하게 잘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 사람은 탐욕이 왕성하지만, 지금 나는 그런 탐욕이 아주 다 끊어져서 남은 것이 없고, 또 근본이 없어 다시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떠냐? 장자야, 만일 성내는 마음과 어리석은 마음이 일어난다고 하면 그래도 유쾌하게 잘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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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자가 대답하였다.
  "편히 잘 수 없을 것입니다. 왜냐 하면 그 3독(毒)의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여래에게는 그런 마음이 아주 다 없어져서 남은 것이 없고, 또 그 뿌리까지도 없느니라. 동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내가 지금 네 가지 자리에 대하여 설명하리라. 어떤 것이 그 네 가지 자리인가? 낮은 자리[卑座]·하늘 자리[天座]·범 자리[梵座]·부처 자리[佛座]가 그것이다.
  동자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낮은 자리라는 것은 곧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바로 석제환인(釋帝桓因)의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곧 범천왕(梵天王)의 자리이고, 부처님의 자리라는 것은 바로 네 가지 진리의 자리이니라.
  또 낮은 자리라는 것은 수다원(須陀洹)으로 향(向)하는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수다원을 얻은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사다함(斯陀含)으로 향하는 자리이고, 부처 자리라는 것은 4의지(意止)의 자리이니라.
  또 낮은 자리라는 것은 사다함을 얻은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아나함(阿那含)으로 향하는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아나함을 얻은 자리이고, 부처 자리라는 것은 네 가지 평등한 자리이니라.
  또 낮은 자리라는 것은 욕계(欲界)의 자리이고, 하늘 자리라는 것은 색계(色界)의 자리이며, 범 자리라는 것은 무색계(無色界)의 자리이고, 부처 자리라는 것은 4신족(神足)의 자리이니라.
  그러므로 동자야, 여래는 이 4신족의 자리에 누워 유쾌하게 잘 잘 수 있고, 그 가운데에서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이 3독(毒)의 마음을 일으키지 않기 때문에 곧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였느니라. 그래서 나고 죽음이 이미 끝났고 범행(梵行)이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후생에서 몸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알았느니라. 그러므로 장자야, 나는 이런 이치를 보았기 때문에, 그래서 '여래는 유쾌하게 잘 잘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그 때 동자가 곧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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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뵈온 지 얼마나 오래인가?
  범지는 그 동안에 반열반하여
  여래의 힘을 얻음으로써  
  자나깨나 언제나 열반에 드시네.
  
  낮은 자리와 하늘 자리와
  범 자리와 부처 자리를
  여래는 모두 분별하나니
  그러므로 그는 잘 자게 되었네.
  
  사람 중의 높은 이께 귀의하옵고
  사람 중의 어른에게 귀의합니다.
  그래도 나는 아직 알 수 없나니
  그 어떤 선정(禪定)을 의지해야 합니까?
  
  장자가 이렇게 말하자 세존께서는 옳다고 하셨다. 이 때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옳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얼마나 기쁜지 스스로 어찌 할 바를 모르겠다.'
  그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 때 저 동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 기사굴산(耆闍崛山)에서 대비구(大比丘)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고요한 방에서 나와 영취산(靈鷲山)으로 내려가시어 녹두(鹿頭)라는 범지(梵志)를 데리고 자꾸 걸어서 크게 무서운 묘지 가까이에
  
[533 / 1393] 쪽
  이르셨다. 그 때 세존께서 죽은 사람의 두개골을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범지야, 너는 지금 별[星宿]에 밝고 또 의술까지 겸하고 있어 온갖 병(病)을 다 고치고 모든 갈래의 세계를 다 알며, 또 사람들의 죽은 인연(因緣)까지 다 잘 안다. 나는 지금 너에게 묻는다. 이것은 어떤 사람의 두개골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또 무슨 병으로 목숨을 마쳤는가?"
  이 때 범지는 곧 두개골을 들고 이리 저리 뒤척거리면서 관찰하다가 손으로 쳐보기도 하다가 세존께 아뢰었다.
  "이것은 남자의 두개골이요, 여자가 아닙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이것은 남자이지 여자가 아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무슨 이유로 죽었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온갖 병이 한꺼번에 생겨 온 뼈마디에 산통(酸痛)을 겪다가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약을 썼더라면 나았겠느냐?"
  녹두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하리륵(呵梨勒)의 열매에 꿀을 섞어 먹었으면 그 병은 나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만일 이 사람이 그 약을 먹었더라면 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이 사람은 지금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 때 범지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다시 두개골을 잡아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세 갈래 나쁜 길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좋은 곳에 태어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세 갈래 나쁜 길에 태어났느니라. 좋은 곳
  
[534 / 1393] 쪽
  에 태어나지 못했느니라."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어떤 사람인가? 남자인가, 여자인가?"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것은 여자의 두개골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병으로 목숨을 마쳤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아기를 배었다가 목숨을 마쳤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이 여인은 무슨 이유로 아기를 배었다가 죽었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아기 낳을 달이 차지 않았는데, 아기를 낳다가 목숨을 마쳤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범지야, 네 말과 같다. 그러면 그는 그 때 어떤 약을 썼더라면 치료가 되었겠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와 같은 병자(病者)는 좋은 소(酥)나 제호(醍醐)를 먹었더라면 곧 나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네 말과 같다. 지금 이 여자는 여기에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여기서 죽어 축생(畜生) 속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범지야, 네 말과 같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이것은 남자냐, 여자냐?"
  
[535 / 1393] 쪽
  그 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해골은 남자의 두개골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럼 무슨 병으로 죽었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칠 무렵 음식을 너무 많이 먹고 심한 설사를 만나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병은 무슨 약으로 고칠 수 있느냐?"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흘 동안 음식을 끊고 먹지 않으면 곧 나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러면 이 사람은 여기에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 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해골을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아귀(餓鬼)로 태어났을 것입니다. 왜냐 하오면 그는 물에 집착하였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 때 세존께서 다시 두개골 하나를 집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남자냐, 여자냐?"
  그러자 범지는 다시 손으로 그 두개골을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해골은 여자의 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이 사람은 무슨 병으로 죽었겠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아기를 낳다가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왜 아기를 낳다가 죽었느냐?"
  
[536 / 1393] 쪽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여자는 기력(氣力)이 다 빠진데다 굶주리기까지 하여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면 이 사람은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그러자 범지는 다시 손으로 두개골을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마치고 사람의 세상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대개 굶어 죽은 사람은 좋은 곳에 태어나려고 하여도 그리 될 수 없다. 그리고 세 갈래 나쁜 길에 태어난다는 것은 이치로도 당연한 일이다."
  이 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여인은 계(戒)를 완벽하게 지키다가 죽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이 여자는 계를 완전히 가지다가 목숨을 마쳤다. 왜냐 하면, 대개 남자나 여자가 계를 완전히 지키는 이는 목숨을 마칠 때에 반드시 천상(天上)이나 인간(人間)의 두 세계에 태어나는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다시 두개골 하나를 들어 범지에게 주면서 물으셨다.
  "남자냐, 여자냐?"
  그러자 범지는 다시 손으로 그 두개골을 툭툭 쳐보고는 세존께 아뢰었다.
  "이것은 남자의 두개골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그러면 이 사람은 무슨 병으로 죽었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병은 없었고 남의 해침을 입어 죽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남의 해침을 입어 죽었느니라."
  세존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어디에 태어났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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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여기서 죽어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대로라면 앞에서 논한 이야기와 뒤에서 논한 이야기가 서로 맞지 않는구나."
  범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찌하여 앞뒤가 서로 맞지 않는다고 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모든 남자와 여자들이 남의 해침을 입어 목숨을 마치면 다 세 갈래 나쁜 세계에 태어나는데, 너는 어째서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났다고 하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이 사람은 5계를 받들어 가졌고 10선행(善行)을 겸하여 행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마치고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난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계를 가진 사람이 그 계를 범한 일이 없으면 천상의 좋은 곳에 태어난다."
  세존께서 거듭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몇 가지 계를 지키다가 목숨을 마쳤느냐?"
  범지는 전일하고 정밀한 마음으로 다른 생각 없이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한 가지 계를 가졌던가, 그렇지 않았던가, 둘·셋·넷·다섯이었던가, 아니던가, 그렇지도 않으면 이 사람은 8재법(齋法)을 가지고 목숨을 마쳤을 것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 말과 같다. 8재(齋)를 가지고 목숨을 마쳤느니라."
  그 때 동방 경계(境界) 보향산(普香山) 남쪽에 살고 있던 우타연(優陀延)이라는 비구(比丘)가 무여열반의 경계에서 반열반하였다. 그 때 세존께서는 팔을 굽혔다 펴는 동안만큼의 아주 짧은 시간에 그곳에 가서 그 두개골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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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져다가 범지에게 주면서 말씀하셨다.
  "남자냐, 여자냐?"
  범지는 다시 손으로 툭툭 쳐보더니 세존께 아뢰었다.
  "제가 이 두개골을 살펴보니 원래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옵니다. 왜냐 하오면, 제가 이 두개골을 관찰하오니 산 것이라고 볼 수도 없고 죽은 것이라고 볼 수도 없으며, 또한 그 정신이 돌아다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 까닭은 8방과 상하를 두루 살펴 보아도 도무지 아무 소리가 없기 때문입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알 수 없나이다. 이것은 누구의 두개골입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라, 그만 두라. 범지야, 너는 끝내 그것이 누구의 두개골인지 모를 것이다. 너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 두개골은 마침도 없고 시작도 없으며, 또 나고 죽음도 없고 8방이나 상하, 그 어느 곳에도 가는 곳이 없을 것이다. 이것은 곧 동방 경계의 보향산 남쪽에 살고 있던 우타연 비구가 무여열반의 경계에 반열반한 것으로서 바로 그 아라한(阿羅漢)의 두개골이다."
  그 때 범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개미 새끼를 보고도 어디서 온 줄도 다 알고 새나 짐승 소리를 들으면, 곧 그것이 수컷인지 암컷인지를 능히 분별해 압니다. 그러나 제가 지금 이 아라한을 보고는 전연 소견이 나지 않았습니다. 오는 곳도 볼 수 없었고 가는 곳도 볼 수 없었습니다. 여래의 바른 법은 매우 특별하고 기이합니다. 왜냐 하오면 모든 법의 근본은 여래의 신령스런 입에서 나오고, 아라한은 또 경법(經法)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범지야. 네 말과 같다. 모든 법의 근본은 여래의 입에서 나온다. 가령 모든 하늘이나 세상 사람이나 마(魔)나 혹은 마천(魔天)도 마침내 아라한이 가는 곳은 알지 못하느니라."
  그 때 범지는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아흔 여섯 가지 도(道)가 나아가는 곳에 대해서는 다 알지만, 여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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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이 나아가는 곳은 분별할 수 없습니다. 바라건대 세존이시여, 저도 그 도에 들어갈 수 있사옵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다! 범지야, 범행을 유쾌한 미음으로 잘 닦아라. 그러면 아무도 네가 나아가는 곳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 때 범지는 곧 출가(出家)하여 도를 배우면서 한적하고 고요한 곳에서 도술(道術)을 생각하였다. 이른바 족성자(族姓子)로서 머리와 수염을 깎고 세 가지 법의(法衣)를 입는 것은 '나고 죽음이 이미 끝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아는데 있다'고 말한다.
  그 때 범지는 곧 아라한이 되었다.
  그 때 존자 녹두가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이제 아라한이 행해야 할 것과 닦아야 할 법을 알았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어떻게 아라한이 행해야 할 일을 알았느냐?"
  녹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4계(界)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흙의 요소[地界]·물의 요소[水界]·불의 요소[火界]·바람의 요소[風界]가 그것입니다. 여래시여, 이것을 일러 4계라고 합니다. 사람이 죽으면 흙의 요소는 곧 흙으로 돌아가고 물의 요소는 곧 물로 돌아가며, 불의 요소는 곧 불로 돌아가고 바람의 요소는 곧 바람으로 돌아갑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비구야, 또 몇 가지 계(界)가 있느냐?"
  녹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실제로는 4계(界)가 있고, 이치로는 8계(界)가 있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실제의 4계와 이치의 8계인가?"
  녹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4계란 흙·물·불·바람이니, 이것을 일러 4계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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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어떤 것이 이치의 8계인가?"
  "흙의 요소에 두 가지가 있으니, 흙에는 내지(內地)의 요소와 외지(外地)의 요소가 있습니다."
  "저 어떤 것이 내지의 요소인가?"
  "머리·털·손톱·발톱·이·몸뚱이·피부·힘줄·뼈·골수·뇌·창자·위·간·쓸개·지라·콩팥이니, 이것을 일러 내지의 요소라고 합니다."
  "저 어떤 것이 외지의 요소인가?"
  "모든 단단한 것들이니, 이것을 일러 외지의 요소라고 합니다. 이상의 것들을 일러 두 가지 흙의 요소라고 말합니다."
  "저 어떤 것이 물의 요소인가?"
  "물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물의 요소와 바깥의 물의 요소가 그것입니다. 안의 물의 요소란, 가래·침·눈물·오줌·피·골수이니, 이것을 일러 안의 물의 요소라고 합니다. 바깥의 모든 연하고 축축한 것은 바깥의 물의 요소입니다. 이상의 것들을 일러 두 가지 물의 요소라고 말합니다."
  "저 어떤 것이 불의 요소인가?"
  "불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불의 요소와 바깥의 불의 요소가 있습니다."
  "어떤 것이 안의 불의 요소인가?"
  "모든 음식물을 다 소화시켜 남음이 없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안의 불의 요소라고 합니다."
  "저 어떤 것이 바깥의 불의 요소인가?"
  "모든 바깥 물건의 뜨거운 것들이니, 이것을 바깥의 불의 요소라고 합니다."
  "저 어떤 것이 바람의 요소인가?"
  "바람의 요소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안의 바람의 요소와 바깥의 바람의 요소가 그것입니다. 입술 안의 바람·눈의 바람·머리의 바람·내쉬는 숨의 바람·들이쉬는 숨의 바람과 모든 뼈마디 사이의 바람들이니, 이것을 일러 안의 바람의 요소라고 말합니다."
  "저 어떤 것이 바깥의 바람의 요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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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벼이 날리고 움직여 흔들리며 빨리 달리는 물질이니, 이것을 바깥의 바람의 요소라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이것이 이른바 '두 가지 요소에 실제로는 넷이 있으나, 수효로는 여덟이 있다'고 하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이와 같이 저는 이 이치를 관찰하고, 사람이 죽으면 4계(界)는 제각기 그 근본으로 돌아간다고 하나이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무상(無常)한 법은 영원한 법과 나란히 있지 못한다. 왜냐 하면 흙의 요소에 안과 바깥의 두 가지가 있다. 안의 흙의 요소는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고 바뀌는 법이지만, 바깥의 흙의 요소는 항상 머물러 변하거나 바뀌지 않는다. 이것을 일러 '흙에는 두 가지 요소가 있는데 무상한 것과 영원한 것이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세 가지 요소도 그와 같아서 무상한 것과 영원한 것이 서로 호응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녹두야, 비록 여덟 가지가 있지만 실제로는 네 가지가 있을 뿐이다. 녹두야, 꼭 이와 같이 배워야 하느니라."
  그 때 녹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9)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설명할 네 가지 큰 이치가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이른바 계경(契經)·율(律)·아비담(阿毘曇)·계(戒)이니, 이것을 일러 네 가지라고 한다.
  비구야, 마땅히 알아야 한다. 만일 어떤 비구가 동방(東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禁戒)를 받들어 가지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능히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지키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
  
  
9)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長阿含經)』 제2권 「유행경(遊行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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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령 저 비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독실하게 믿지 않고, 마땅히 그 비구를 붙들고 그 법을 따져 서로 변론해야 한다.
  어떤 법을 따져 변론해야 하는가? 법을 따져 변론한다는 것은 이른바 자세히 설명할 네 가지 법이니, 즉 계경·율·아비담·계이다. 먼저 그 비구를 향해 계경을 설명하고 율을 펴 보이며 법을 분별해야 한다.
  만일 그가 계경을 설명하고 율을 펴 보이고 법을 분별할 때에, 그 설명이 계경과 서로 호응하고 율과 법에 서로 호응하면 곧 받들어 가질 것이다. 만일 그것이 계경·율·아비담에 서로 호응하지 않거든 마땅히 그 사람에게 이렇게 대답하라.
  '그대는 마땅히 알아야 한다. 그것은 여래의 말씀이 아니다. 그리고 그대가 한 말은 바른 경전의 근본이 아니다. 왜냐 하면, 내가 지금 설명한 계경·율·아비담과는 전연 서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계경이 서로 맞지 않거든 마땅히 다시 계행(戒行)을 물어 보아라. 만일 그것이 계행과 서로 맞지 않거든 마땅히 그에게 말하라.
  '이것은 여래의 본 뜻이 아니다.'
  그래서 곧 떨쳐 보내야 한다. 이것이 큰 이치의 근본을 연설하는 그 첫 번째이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남방(南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가지면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능히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지키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
  가령 저 비구가 이런 말을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독실하게 믿지 않고, 마땅히 그 비구를 붙들고 그 법을 따져 서로 변론해야 한다.
  가령 그 비구의 말이 이치에 맞지 않거든 마땅히 떨쳐 보내고, 만일 이치에 맞거든 마땅히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라.
  '그것은 옳은 말이다. 그러나 바로 경의 근본은 아니다.'
  그 때 마땅히 그 이치는 취하고 경책[經本]은 받지 말라. 왜냐 하면 이치는 경을 해설하는 근원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큰 이치의 근본을 연설하는 두 번째라고 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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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서방(西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지키고 널리 배우고 많이 들었다'고 말하거든, 그 비구를 향해 계경·율·아비담을 설명하라. 그러나 그 비구가 문자만 이해하고 뜻을 이해하지 못하거든 마땅히 그 비구에게 이렇게 말하라.
  '우리는 이 말이 여래의 말씀인지 아닌지 분명히 모른다.'
  만일 그가 계경·율·아비담을 설명할 때에 문자만 이해하고 뜻은 이해하지 못하거든, 비록 그 비구의 말을 듣더라도 훌륭하다고 칭찬하지도 말고 나쁘다고 말하지도 말라. 또 계행을 물어 보아 이치에 맞거든 받들어 가져라. 왜냐 하면 계행은 문자와는 맞지만 그 뜻은 밝힐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을 일러 이치를 연설하는 세 번째라고 하느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어떤 비구가 북방(北方)에서 와서 경을 외우고 법을 가지며 금계를 받들어 행하면서 '여러분, 의심이 있거든 곧 내게 와서 그 뜻을 물어라. 내가 마땅히 설명하리라' 하고 설령 그 비구가 말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외우지 말고, 그 비구에게 계경·율·아비담·계를 물어 보아라. 그래서 서로 맞거든 곧 그 이치를 묻고 또 이치가 옳거든 그 비구를 이렇게 칭찬해 주어라.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현사(賢士)여, 그것은 진실로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치와 어긋나지 않고, 계경·율·아비담·계에 잘 맞습니다.'
  그리고 공양으로 그 비구를 대접하라.
  왜냐 하면, 여래는 법을 공경하기 때문에 법을 공양하는 이는 곧 나를 공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법을 본 이라면 그는 곧 나를 보는 것이다. 법이 있으면 곧 내가 있고 법이 있으면 곧 비구승(比丘僧)이 있으며, 법이 있으면 곧 사부대중이 있고 법이 있으면 4성(姓)이 세상에 있다. 왜냐 하면 법이 세상에 있으므로 말미암아 이 현겁(賢劫) 중에 큰 위엄스런 왕이 나오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곧 4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된 것이다.
  법이 이 세상에 있기 때문에 곧 4성이 이 세상에 있게 되었으니 곧 찰리(刹利)·바라문(婆羅門)·공사(工師)·거사종(居士種)이 그것이다. 만약 법이 있으면 곧 전륜성왕(轉輪聖王)의 자리가 끊어지지 않고, 만약 법이 이
  
[544 / 1393] 쪽
  세상에 있으면 사천왕(四天王)의 종족과 도술천(兜術天)·염천(艶天)·화자재천(化自在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만약 법이 이 세상에 있으면 욕계천(欲界天)·색계천(色界天)·무색계천(無色界天)이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다. 만약 법이 이 세상에 있으면 곧 수다원(須陀洹)·사다함(斯陀含)·아나함(阿那含)·아라한(阿羅漢)·벽지불(辟支佛)과 불법(佛法)이 이 세상에 나타나느니라.
  그러므로 비구들아, 마땅히 법을 잘 공경해야 하느니라. 그 비구가 수시로 공양하고 그대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바지하거든 그에게 이렇게 말하라.
  '훌륭하고 훌륭하다! 네 말과 같다. 그대가 오늘 말한 것은 바로 여래의 말씀이다.'
  비구들아, 이것을 일러 자세히 연설해야 할 네 가지 큰 이치라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마음과 뜻을 바로 잡아 이 네 가지 일을 행하되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파사닉왕(波斯匿王)이 이른 아침에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대왕에게 물으셨다.
  "대왕이시여, 어디서 오시기에 그렇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았습니까? 무슨 일이 있습니까?"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이 나라에 큰 도적이 일어났기 때문에 어제 밤중에 군사를 일으켜 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몸이 매우 피곤하여 바로 궁(宮)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도중에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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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래를 먼저 찾아가 뵙고 그 다음에 궁전으로 돌아가자.'
  이러한 인연 때문에 자나깨나 편치 못하였더니, 지금은 도적을 쳐부순 공로(功勞)가 있어서 너무도 기뻐 어쩔 줄을 몰라 일부러 이렇게 와서 뵈옵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어젯밤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도적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대왕이시여, 대왕의 말과 같습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기름과 소(酥)를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쓴 약을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살림살이와 혼인을 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 때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의 말씀은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 네 가지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왜냐 하오면 나는 오늘 그 네 가지 일을 손바닥 위에 있는 구슬 보듯이 환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것들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왕은 설법을 듣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돌아가고자 하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 때를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 때 파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곧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범행을 닦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경문(經文)을 외우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선정(禪定)을 닦는 일은 먼저는 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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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을 헤아리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비구들아, 이 네 가지 일을 실천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것이니라.
  또 만일 어떤 비구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법을 행하면 그는 틀림없이 사문(沙門)으로서 뒷날에 즐거운 과보(果報)를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만일 어떤 비구가 이 법을 부지런히 닦아 탐욕과 같은 나쁜 법을 없애고 기쁘고 편안함을 생각해 가지고 마음이 첫 번째 선정에 놀면, 이것은 사문의 첫 번째 즐거움이다.
  또 거친 관찰[覺]과 세밀한 관찰[觀]이 있고 안으로 기쁜 마음이 있으면서 전일하고 정밀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닦아서 거친 관찰과 세밀한 관찰이 다 없어지고 기쁘고 편안함을 생각해 가져서 두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의 두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아무런 생각도 다 없어지고 보호하는 데에 마음이 놀아서, 항상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깨달아 알고, 모든 성현들이 바라는 바 생각의 즐거움을 잘 보호하여 세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이 얻는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괴로움과 즐거움이 이미 다하고 본래 있던 근심과 슬픔도 없어지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이 생각의 깨끗함을 보호하여 네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의 네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만약 먼저 이 괴로운 행(行)을 행하고 뒤에 사문의 네 가지 즐거운 과보를 얻으면, 3결(結)의 그물을 끊고 수다원의 물러나지 않는 법을 이루어 반드시 멸도(滅度 : 涅槃)에 이르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이 3결(結)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지면, 사다함을 이루어 이 세상에 한 번 와서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5하분결(下分結)을 끊으면 아나함을 이루고 거기에서 열반에 들어가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않느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번뇌[有漏]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면, 현재 세계에서 진리를 몸소 증득하여 스스로 즐겁게 노닐게 된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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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다 아느니라.
  이것이 저 비구들이 수행해야 할 먼저 괴로운 법을 닦아 뒤에 얻는 사문 4과(果)의 즐거움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법을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세상에는 네 종류의 사람이 출현(出現)한다. 어떤 것이 그 네 종류의 사람인가? 황람(黃藍)꽃과 같은 사문이 있고, 빈다리(邠陀利)꽃과 같은 사문이 있으며,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 있고 부드럽고도 연약한 가운데 더욱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 있다.
  저 어떤 이가 황람꽃과 같은 사문인가? 혹 어떤 사람은 3결사(結使)를 끊고 수다원을 이루어 물러나지 않는 법에서 반드시 열반에 이르되 지극히 더뎌서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태어나야 한다. 혹은 가가(家家)10)의 일종(一種)으로서, 비유하면 마치 황람꽃을 아침에 꺾으면 저녁에 자라나는 것처럼, 그 비구도 그와 같아서 3결사가 이미 다 끊어지고 수다원을 이루어 물러나지 않는 법에서 반드시 열반에 이르되 지극히 더뎌서 일곱 번 죽고 일곱 번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만일 용맹스러운 마음으로 방편을 구하는 사람이라면 가가의 일종으로서 곧 도적(道跡)을 이루게 된다. 이것을 일러 황람꽃과 같은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10) 팔리어로는 kola kola라고 한다. 생(生)을 받아 태어나는 곳이 일정하지 않은 것을 말한다. 이 사람은 욕계(欲界) 9품 사혹(思惑) 중에 혹 3·4품을 끊어 혹은 하늘 중 3·2가(家)에 생을 받거나, 혹은 인간 세상 3·2가에서 생을 받아 태어나 비로소 제2의 사다함(斯陀含)을 증득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548 / 1393] 쪽
  저 어떤 이를 빈다리꽃과 같은 사문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3결사가 이미 다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서, 사다함을 이루어 이 세상에 한번 와서야 괴로움의 끝을 벗어난다. 그러나 만일 조금 더딘 이라면 이 세상에 와서 괴로움의 끝을 벗어나지만, 만일 용맹스러운 이라면 곧 거기에서 괴로움의 끝을 완전히 벗어난다. 비유하면 마치 빈다리꽃을 아침에 꺾으면 저물어서 시들어지는 것과 같다. 이것을 일러 빈다리꽃과 같은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이를 부드러운 사문이라 하는가? 어떤 사람은 5하분결(下分結)를 끊고 아나함을 이루어 거기에서 바로 열반에 들어 이 세상에 오지 않는다. 이것을 부드러운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저 어떤 이를 부드럽고 연약한 중에서도 더욱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라고 하는가? 혹 어떤 사람은 번뇌가 다 끊어지고 번뇌가 없음을 이룩하게 되어, 심해탈(心解脫)하고 혜해탈(慧解脫)하여, 현재 세상에서 직접 진리를 증득하고는 스스로 즐겁게 노닌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안다. 이것을 일러 부드럽고도 연약한 중에서도 더욱 부드럽고 연약한 사문이라고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를 일러 이러한 네 종류의 사람이 세상에 있다고 하는 것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방편을 구해 부드럽고 연약한 중에 부드럽고도 연약한 사문이 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수타(修陀)와 수마균(修摩均)과
  빈두로(賓頭盧)·가리움[翳]·손[手]과
  녹두(鹿頭)와 이치를 자세히 연설함과
  뒤에 즐거움과 부드럽고 연약한 경을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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