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증일아함경(增一阿含經)

증일아함경 제33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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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일아함경 제33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39. 등법품(等法品)
  [ 1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비구가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현세에서 무궁한 즐거움을 누리고 번뇌를 없애려 하면 곧 없앨 수 있을 것이다. 일곱 가지 법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비구가 법을 알고, 이치를 알며, 때를 알고, 자기를 알며, 만족할 줄을 알고,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알며, 사람들을 관찰하는 것이니, 이것을 일곱 가지 법이라 하느니라.
  비구가 법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가 법을 안다는 것은 이른바 계경(契經)·기야(祇夜)·게(偈)·인연(因緣)·비유(譬喩)·본말(本末)·광연(廣演)·방등(方等)·미증유(未曾有)·광보(廣普)·수결(授決)·생경(生經) 등을 아는 것이다. 만일 비구가 법을 모른다면 그것은 12부 경전을 모르는 것이며,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법을 알기 때문에 법을 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법을 알아야 하느니라.
  비구가 뜻을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여래의 의도를 알고 깊은 이치를 이해하여 의심이 없어야 한다. 만일 비구가 깊은 이치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깊은 이치를 이해하기 때문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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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를 안다고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이치를 분별해야 하느니라.
  비구가 적당한 때를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적당한 때를 알아, 관(觀)을 닦아야 할 때에는 곧 관을 닦고, 지(止)를 닦아야 할 때에는 곧 지를 닦으며, 침묵해야 할 때에는 침묵할 줄 알고, 가야 할 때에는 갈 줄 알며, 외워야 할 때에는 외울 줄 알고, 남을 가르쳐야 할 때에는 가르칠 줄 알며, 말해야 할 때에는 말할 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이것을 몰라 지를 닦고 관을 닦으며 나아가고 그쳐야 할 때를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만일 비구로서 그 때를 알아 적당한 때를 놓치지 않는다면 이것을 일러 적당한 방법을 따르는 것이라 한다. 이와 같이 비구는 그 적당한 때를 알아야 하느니라.
  비구가 스스로 자신을 닦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자기를 알아 '나는 지금 이런 소견과 지식과 생각과 앎을 가지고 있다. 이런 지혜가 있어 걸음걸이와 나아가고 멈춤을 항상 바른 법대로 한다'고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지혜로운 드나듦과 가고 옴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적당한 나아감과 멈춤을 스스로 닦으면 이것을 자신의 행을 스스로 닦는 것이라 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자기를 안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만족할 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스스로 잠자고 깨고 앉고 눕고 경행하고 나아가고 멈춤에 있어 그 적당함을 헤아려 능히 만족할 줄을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그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능히 그것을 알기 때문에 만족할 줄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와 같은 것을 만족할 줄 아는 것이라 하느니라.
  비구가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는 대중을 분별하여 '이들은 찰리 종족이고, 이들은 바라문들이며, 이들은 장자들이고, 이들은 사문들이다. 나는 이 법으로 적당하다면 저 무리 가운데로 들어가 말해야 할 경우와 침묵해야 할 경우를 모두 잘 알아서 하리라'고 알아야 한다. 만일 비구가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모른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그가 비구로서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알기 때문에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안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대중 가운데 들어갈 줄 안다는 것이니라.
  비구가 사람들의 근성을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비구들이여, 알라. 두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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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동산으로 가서 비구를 직접 만나보려 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동산으로 가 비구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 경우 동산으로 가서 비구를 직접 만나보려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비구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기는 하더라도 안부를 묻지 않고, 다른 한 사람은 비구를 보려고 절에 가지도 않는다. 이 경우 절에 가는 사람이 더 훌륭한 사람이다.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 절후의 안부를 묻지만 다른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지도 절후의 안부를 묻지도 않는다. 이 경우 절에 가는 사람이 가지 않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지만 다른 한 사람은 비구에게 찾아가지도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지도 않는다. 이 경우 지극한 마음으로 법을 듣는 사람이 듣지 않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능히 법을 관찰하고 받들어 가지며 외우지만 다른 한 사람은 법을 받들어 가지고 외우지 못한다. 이 경우 법을 받들어 가지고 외우는 사람이 그러지 않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법을 들으면 그 뜻을 이해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법을 듣고도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 경우 법을 들으면 이해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사람은 법을 듣고 그 법을 성취하지만 다른 한 사람은 법을 듣지도 않고 법을 성취하지도 못한다. 이 경우 법을 듣고 법을 성취하는 사람이 그러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훌륭하니라.
  비구들이여, 또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어떤 것이 두 종류인가? 어떤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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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법을 들으면 그 수행을 감당하여 바른 법을 분별하고 보호해 가지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 법을 수행하는 일을 감당하지 못한다. 이 경우 법을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이 그 여러 종류의 사람 중에서 가장 높고 제일이니라.
  마치 우유에서 낙(酪)이 생기고, 낙에서 수(酥)가 생기며, 수에서 제호(醍醐)가 생기면 제호가 제일이어서 어느 것도 따르지 못하는 것처럼, 만일 어떤 사람이 수행을 잘하면 그가 제일이어서 아무도 따르지 못하느니라.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사람의 근성을 관찰한다는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이것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비구가 아니다. 비구로서 법을 듣고 그 뜻을 분별한다면 그가 최상이다. 이와 같이 비구는 사람들의 성질을 관찰해야 하느니라.
  만일 비구가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현세에서 즐겁고 함이 없을 것이요, 탐욕의 번뇌가 끊어지고 의심도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2 ]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삼십삼천의 주도수(晝度樹)는 그 밑동의 세로와 가로가 각 50유순이요, 높이는 1백 유순이며 동서남북으로 드리운 그늘이 각각 50유순이나 된다. 삼십삼천들은 그곳에서 넉 달 동안 서로 어울려 즐기느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어떤 때에 그 주도수의 꽃과 잎이 시들어 땅위에서 누렇게 떨어지면 하늘들은 그 징조를 보고 다들 기뻐하며 즐거움이 솟아나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아 열매가 맺히겠구나'고 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혹은 어떤 때에 그 나무의 열매가 모두 시들어 땅에 떨
  
  
1) 중아함 제2경인 『주도수경(晝度樹經)』과 송(宋)나라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원생수경(佛說園生樹經)』을 참조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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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지면 삼십삼천은 더욱 기뻐하며 그들끼리 말한다.
  '이 나무는 오래지 않아 잿빛이 되겠구나.'
  비구들이여, 알라. 다시 시간이 흘러 그 나무가 잿빛이 되면 삼십삼천은 잿빛이 된 나무를 보고 나서 매우 기뻐하며 그들끼리 말한다.
  '이제 이 나무가 잿빛이 되었으니 오래지 않아 눈[羅網]이 생기겠구나.'
  그 뒤 삼십삼천은 그 주도수에 눈이 생기는 것을 보게 되고, 또 오래지 않아 봉우리가 돋기 시작한다. 그 때 삼십삼천은 그것을 보고 다시 기뻐하며 '이제 이 나무에 봉우리가 돋았으니 오래지 않아 봉우리가 터지겠구나'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알라. 삼십삼천은 그 나무의 봉우리가 조금씩 벌어지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기뻐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나무가 이제 점점 봉우리를 여는 것을 보니 오래지 않아 온 나무에 꽃이 활짝 피어나겠구나.'
  비구들이여, 알라. 어느 날 그 나무는 모든 봉우리를 터트리고, 그 모습을 본 모든 이들은 기뻐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 나무가 드디어 꽃을 활짝 피웠구나.'
  그 때 그 꽃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1백 유순까지 진동한다. 그 때 여러 하늘들은 넉 달 동안 그곳에서 서로 어울려 즐기는데 그 즐거움은 이루 헤아릴 수 없느니라.
  이와 같이 현성의 제자[賢聖弟子]가 출가하여 도를 배우려고 하는 때는 저 나뭇잎이 비로소 시들어 떨어지려고 하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처자와 재물을 버리고 견고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배우며 머리와 수염을 깎는 것은 저 나뭇잎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으니라.
  비구들이여, 알라. 현성의 제자가 탐욕스러운 생각 없이 착하지 않은 법을 버리고 기쁨을 기억해 유지하며 초선(初禪)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주도수가 잿빛이 되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각과 관을 쉬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그 한마음을 오로지 하여 각도 관도 없이 제2선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나무에 눈이 생기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기억하고 평정을 유지하며 몸의 즐거움을 스스로 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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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모든 성현들이 구하는 평정[護]과 기억[念]을 완전히 갖추어 제3선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나무에 봉우리가 생기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괴로움과 즐거움을 완전히 없애고, 근심은 이미 없어졌으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 평정과 기억이 있고 청정한 제4선에서 마음이 노니는 것은 저 나무의 봉우리가 점점 벌어지는 것과 같다.
  또 현성의 제자가 번뇌를 완전히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여 현세에서 스스로 즐거워하며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아는 것은, 저 나무에 꽃이 활짝 피는 것과 같으니라.
  그 때 현성의 제자는 그 계덕(戒德)의 향기가 사방에 두루 퍼져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으며, 저들이 넉 달 동안 스스로 즐기듯 4선(禪)에서 마음이 노닐며 그 행을 완전히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방편을 구해 계덕의 향기를 갖추도록 하라. 비구들이여,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3 ]2)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일곱 가지 물과 관련된 비유로 사람도 그와 같음을 설명하리니, 자세히 듣고 자세히 들어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 물과 관련된 비유로 사람도 그와 같다는 것인가? 물
  
  
2)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권 4번째 소경인 「수유경(水喩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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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밑에 가라앉아 있는 사람이 있고, 또 잠깐 수면 위로 나왔다가 도로 가라앉는 사람이 있으며,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 있고, 수면위로 계속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사람이 있으며, 물에서 헤엄쳐 나아가는 사람이 있고, 물에서 나와 저쪽 언덕으로 가려는 사람이 있으며, 이미 저쪽 언덕에 이른 사람이 있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일곱 가지 물과 관련지어 비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이니라.
  어떤 사람이 물밑에 가라앉아 있으면서 나오지 못하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착하지 않은 법이 그 몸에 가득 차서 몇 겁이 지나더라도 고치지 못한다. 그런 사람을 물밑에 가라앉아 있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수면 위로 나왔다가 도로 가라앉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신근(信根)이 점점 엷어져 비록 착한 법이 있다지만 그것이 든든하지 못하다. 그래서 그는 몸과 입과 뜻으로 선을 행하다가 뒤에 다시 몸과 입과 뜻으로 악을 행하여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지옥에 태어난다. 그런 사람을 수면 위로 나왔다가 도로 가라앉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의 선근(善根)이 있으나 몸과 입과 뜻의 행에 있어서 조금도 그 법을 늘리지 않고 스스로 지키기만 한다. 그래서 그는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아수륜(阿須倫)에 태어난다. 그런 사람을 수면 위로 고개를 내밀고 주위를 살피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에서 계속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여 3결(結)을 끊고 다시는 물러나지 않으며 반드시 구경에 이르러 위없는 도를 성취한다. 그런 사람을 물에서 계속 머리를 내밀고 있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물을 헤엄쳐 건너려는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면서 항상 부끄러워하여 3결(結)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져 이 세상에 태어나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난다. 그런 사람을 물을 헤엄쳐 건너려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저쪽 언덕에 이르려는 사람인가?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여 5하분결(下分結)을 끊고, 아나함(阿那含)이 되어 그곳에서 반열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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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들고 다시는 이 세상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그런 사람을 저쪽 언덕에 이르려는 사람이라 하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미 저쪽 언덕으로 건너간 사람인가? 이른바 어떤 사람은 믿음으로 정진하면서 부끄러워 할 줄을 알고, 번뇌를 다해 번뇌가 없게 되어 현세에서 스스로 즐거워하며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안다. 그는 이 무여열반(無餘涅槃)의 세계에서 반열반한다. 그런 사람을 이미 저쪽 언덕으로 건너간 사람이라 하느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이른바 물과 관련된 사람의 일곱 가지 비유인데, 이를 이제 너희들에게 말하였다. 모든 불세존(佛世尊)께서 수행해야할 일인 중생 제도를 나는 이제 이미 행하였다. 너희들은 한적한 곳이나 혹은 나무 밑에서 이 말을 되새기며 좌선하기를 게을리 하지 말라. 이것이 나의 가르침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4 ]3)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성왕(聖王)은 먼 곳에서 나라를 다스리지만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기 때문에 원수나 도적에게 사로잡히지 않는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그의 성은 매우 높고 가지런하게 정비되어 있다. 이것이 그 왕이 가장 먼저 성취하는 첫 번째 법이다. 또 그 성문은 매우 튼튼하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두 번째 법이다. 또 그 성밖의 해자는 매우 깊고 넓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세 번째 법이다. 또 그 성안에는 온갖 곡식이 많아 창고에 가득 찬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네 번째 법이다. 또 그 성에는 섶과 풀이 풍족하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다섯 번째 법이다. 또 그 성에는 온갖 기구와 무기가
  
  
3)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1권 3번째 소경인 「성유경(城喩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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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갖추어져 있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여섯 번째 법이다. 또 그곳의 성주는 매우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사람의 마음을 미리 알고 매질할 이는 매질하고 다스릴 이는 다스린다. 이것이 그 성이 성취하는 일곱 번째 법으로서, 이럴 경우 다른 나라에서 침노하지 못한다. 비구들이여, 이것이 이른바 '그 나라의 주인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남이 감히 넘보지 못한다'는 것이니라.
  비구도 이와 같아서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하면 악마 파순(波旬)도 그 틈을 노리지 못한다. 어떤 것이 일곱 가지인가? 이른바 비구가 계율을 성취하고 위의를 완전히 갖추는 것이니, 소소한 계율도 범하기를 두려워하거늘 하물며 중요한 계율이겠는가?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첫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이 높고 크며 너무도 험준해 무너뜨릴 수 없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만일 눈으로 빛깔을 보더라도 집착하거나 기억하지 않고 눈을 온전히 해 번뇌가 새는 일 없이 눈을 잘 보호하고, 귀로 소리를, 코로 냄새를, 혀로 맛을, 몸으로 감촉을, 뜻으로 법을 인식할 때도 그와 같아서 잡된 생각을 일으키지 않고 뜻을 온전히 해 어지러운 생각 없이 뜻을 잘 보호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둘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문이 튼튼한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많이 듣고 잊어버리지 않으며 항상 바른 법과 도의 가르침을 기억해 사유하며 과거에 겪은 일들을 빠짐없이 모두 다 안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셋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저 성밖의 해자가 매우 깊고 넓은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온갖 방편을 갖추고, 가진 법은 모두 처음도 좋고 중간도 좋고 마지막도 좋으며 청정함을 완전히 갖추고 범행을 닦는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넷째 법으로서 저 성에 온갖 곡식이 많아 바깥의 도적들이 감히 침입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4증상심(增上心)4)의 법을 사유하여 빠뜨림이 없으면, 이것이
  
  
4) 팔리어로는 catt ro adhipat 이고 곧 4선(禪)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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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다섯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에 섶과 풀이 많아 남들이 감히 침노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4신족(神足)을 얻어 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여섯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안에 무기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것과 같으니라.
  또 비구가 음(陰)·입(入)·계(界)를 자세히 분별하고, 또 12인연으로 일어난 법을 분별한다면, 이것이 이른바 비구가 성취하는 일곱째 법으로서 악마 파순이 그 틈을 노리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마치 저 성주가 총명하고 재주가 뛰어나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리는 것과 같다. 이제 이 비구도 그와 같아서 음·입·계의 모든 병을 자세히 분별해 안다.
  만일 비구가 이 일곱 가지 법을 성취한다면 악마 파순이 끝내 그 틈을 노리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이 방편을 구해 음·입·계와 12인연을 잘 분별해 그 차례를 잃지 않는다면 곧 악마의 경계를 벗어나고 그 안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5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정신이 머무르는 일곱 곳[七神止處]5)을 설명하리라. 너희들은 자세히 듣고 잘 사유하고 기억하라."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5) 팔리어로는 satta vi a hitiyo이고 7식주(識住)·7식지처(識止處)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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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신이 머무르는 일곱 곳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여러 가지 몸에 여러 가지 생각들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인간과 천상이니라. 또 여러 가지 몸에 같은 생각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이 세상에 처음으로 출현했다는 범가이천(梵迦夷天)이니라. 또 똑같은 몸에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광음천(光音天)이니라. 또 똑같은 몸에 같은 생각을 가지는 중생들이 있으니 이른바 변정천(遍淨天)이니라. 또 한량없는 허공인 중생들이 있으니 그것은 공처천(空處天)이다. 또 한량없는 식인 중생들이 있으니 그것은 식처천(識處天)이다. 또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중생들이 있으니 그것은 무유처천(無有處天)이니라.
  비구들아, 이것이 식이 머무는 일곱 곳[七識住處]이다. 나는 이제 식이 머무는 일곱 곳을 설명하였다. 모든 불세존께서 시행하는 일인 중생 제도를 나는 이제 이미 마쳤다. 너희들은 한적한 곳이나 나무 밑에서 이를 잘 수행하며 게을리 하지 말라. 이것이 내 가르침이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6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존자 균두(均頭)는 중한 병이 들어 자리에 누워 스스로 기거하지 못하였다.
  그 때 균두는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지금 나를 가엾이 여기지 않으시는구나. 이렇게 중한 병에 걸렸으니 목숨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고 약도 쓸 수 없으리라. 나는 세존께서 '한 사람이라도 건지지 못한 이가 있으면 나는 끝내 버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는데, 지금 이렇게 홀로 버림을 받았으니 이 괴로움을 어찌할까."
  그 때 세존께서는 균두 비구가 원망하는 소리를 천이(天耳)로 들으시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모두 모여라. 균두 비구를 문병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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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들은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비구들을 데리고 천천히 걸어 균두 비구의 방으로 가셨다. 그 때 균두 비구는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곧 땅에 내려와 엎드렸다. 그러자 세존께서 균두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병이 매우 위중하다. 자리에서 내려올 것 없다. 나는 이 자리에 앉겠다."
  그 때 세존께서는 균두에게 말씀하셨다.
  "네 병은 더하냐 덜하냐? 아니면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으냐? 내 말을 들을 수는 있겠느냐?"
  균두 비구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 저의 병은 너무 깊어 더하기만 할 뿐 나을 기미가 없습니다. 약이란 약은 다 써 보았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병은 누가 간호하는가?"
  "여러 범행자들이 찾아와 간호하고 있습니다."
  세존께서 균두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나에게 7각의(覺意)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 때 균두는 7각의의 이름을 세 번이나 일컬었다.
  "저는 지금 여래 앞에서 7각의법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만일 네가 여래에게 설명할 수 있다면 지금 바로 설명해 보라."
  그 때 균두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7각의란 무엇인가 하오면, 이른바 염각의(念覺意)이니 이는 여래께서 말씀하신 바이며, 법각의(法覺意)·정진각의(精進覺意)·희각의(喜覺意)·의각의(猗覺意)·정각의(定覺意)·호각의(護覺意)입니다. 세존이시여, 이른바 7각의란 바로 이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때 존자 균두는 이렇게 말하고 나자 앓던 병이 깨끗이 나아 아무 고통도 없게 되었다. 그 때 균두가 세존께는 아뢰었다.
  "약 중 가장 효험이 좋은 약은 바로 7각의법입니다. 약 중 가장 효험이 좋
  
[926 / 1393] 쪽
  
  은 약을 말하자면 이 7각의를 능가할 것이 없습니다. 지금 이 7각의를 사유했더니 앓던 온갖 병이 모두 깨끗이 나았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 7각의법을 받아 지녀 잘 기억하고 외우며 부처님과 법의 승가에 대해 의심하지 말라. 그리하면 중생들의 모든 병은 모두 깨끗이 나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 7각의는 매우 깨닫기 어렵고, 모든 법을 다 알아 모든 법을 밝게 비추게 하며, 또 좋은 약처럼 온갖 병을 치료하고, 감로처럼 아무리 먹어도 싫증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이 7각의를 얻지 못한다면 그런 중생은 생사에 흘러 다닐 것이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방편을 구해 이 7각의를 닦도록 하라.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7 ]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하면 곧 7보가 세상에 나타나게 된다. 즉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옥녀보(玉女寶)·거사보(居士寶)·전병보(典兵寶)이니 이것이 7보다. 이것이 이른바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하면 곧 7보가 세상에 널리 퍼진다는 것이니라.
  만일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곧 7각의(覺意)의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일곱 가지란 이른바 염각의(念覺意)·법각의(法覺意)·정진각의(精進覺意)·희각의(喜覺意)·의각의(猗覺意)·정각의(定覺意)·호각의(護覺意)로서 이것들이 세상에 나타난다.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곧 이 7각의의 보배가 세상에 나타난다.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해 이 7각의를 닦아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927 / 1393] 쪽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8 ]6)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한다면 그는 곧 좋은 땅을 골라 성을 세울 것이다. 그 성은 동서로 12유순에 남북으로 7유순이며, 토지는 기름져 즐겁기가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성은 외곽이 일곱 겹으로 둘러쳐지고 7보로 그 사이가 장식될 것이니, 7보란 금·은·수정·유리·호박·마노·자거이다. 이것을 7보라 하느니라.
  다시 7보로 된 해자가 그 성을 일곱 겹으로 에워싸는데 매우 깊고 넓어 아무도 건널 수 없고 그 사이에는 모두 금모래가 깔린다. 또 7보 나무가 그 사이에 줄을 지어 자라고, 그 나무들은 일곱 가지 빛깔을 띠니 즉 금·은·수정·유리·자거·마노·호박 빛깔이니라.
  또 그 성 안에는 돌아가며 일곱 겹의 문이 있는데 모두 튼튼하고 이것 또한 7보로 만들어진다. 은 문은 금으로 그 사이를 꾸미고, 금 문은 은으로 그 사이를 꾸미며, 수정 문은 유리로 그 사이를 꾸미고, 유리문은 수정으로 그 사이를 꾸미며, 마노 문은 호박으로 그 사이를 꾸미는데 그 아름답기가 이루 말할 수 없느니라.
  또 그 성 안에는 사방에 네 개의 목욕하는 못이 있는데 그 낱낱의 못은 세로와 가로가 1유순으로서 자연의 물이 흐르고 금·은·수정으로 만들어져 있다. 은 못의 물이 얼면 곧 은이 되고 금 못의 물이 얼면 곧 금이 되므로 전륜성왕이 이것을 사용한다.
  또 그 성 안에는 일곱 가지 소리가 있다. 일곱 가지 소리란 이른바 고동소
  
  
6)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장아함경』 제18권 「세기경(世記經)」의 전륜성왕품이 있고, 송(宋)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전륜왕칠보경(佛說轉輪王七寶經)』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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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북소리·소고소리·종소리·장구소리·춤 소리·노래 소리니, 이것을 일곱 가지 소리라 한다. 그 때 그곳의 백성들은 그것으로 항상 즐거워한다. 그리고 그 중생들에게는 추위와 더위가 없고 굶주림과 목마름이 없으며 또 병도 없다.
  전륜성왕은 세상에 머물며 이리저리 다니면서 교화하고 이 7보와 4신족(神足)을 성취하여 모자람이 없고 끝내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7보란 무엇인가? 이른바 윤보(輪寶)·상보(象寶)·마보(馬寶)·주보(珠寶)·옥녀보(玉女寶)·거사보(居士寶)·전병보(典兵寶)이니라.
  또 그에게는 매우 용맹스러운 천 명의 아들이 있어 외부의 도적들을 항복 받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 염부리 땅은 칼이나 몽둥이를 쓰지 않고 다스려질 것이다."
  그 때 어떤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윤보(輪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보름날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머리를 감고 큰 대전에서 미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으면, 그 때 천 개의 바큇살이 완전히 갖춰진 윤보가 동방에서 와서 대전 앞에 머무른다. 그 바퀴는 찬란히 빛나는 것이 사람의 솜씨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데, 땅 위로 일곱 길쯤 떨어져 차츰 왕 앞으로 다가와 머무른다. 전륜성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옛날 사람들에게서 (전륜왕이 보름날 머리를 감고 손을 씻고 대전 위에 앉아있으면 윤보가 스스로 동방에서 와 왕 앞에 머무른다)고 들었다. 내가 이제 이 윤보를 시험해 보리라.'
  그 때 왕은 오른손으로 그 윤보를 잡고 이렇게 말한다.
  '너는 지금 이치에 맞게 구르고 이치에 어긋나게 구르지 말라.'
  그러면 윤보는 스스로 돌며 허공에 머무르고, 전륜성왕 역시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허공에 머무른다. 이 때 윤보가 굴러 동방을 향해 가면 전륜성왕도 윤보를 따라 간다. 또 윤보가 머무를 때에는 전륜성왕과 그 거느린 무리들도 따라 머무른다.
  그 때 동방의 여러 작은 나라 왕들과 백성들은 이 왕이 오는 것을 보고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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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일어나 맞이하고, 또 금 발우에는 은가루를 담고 은 발우에는 금가루를 담아 전륜성왕에게 올리면서 아뢴다.
  '잘 오셨습니다. 성왕이시여, 지금 이 나라는 백성이 풍성하고 그 즐거움은 헤아릴 수 없습니다. 원컨대 대왕께서 이곳을 다스리소서.'
  그러면 전륜성왕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희들은 법으로 다스리고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지 말라. 또 살생과 도둑질과 음탕한 짓을 하지 말라. 부디 법이 아닌 것으로 다스리지 말라.'
  그 때 윤보는 다시 남방·서방·북방으로 옮겨가며 널리 백성들을 어루만져 교화하고는 왕이 본래 다스리던 곳으로 돌아와 땅위로 일곱 길쯤 떨어져 머무른다. 비구야, 전륜성왕은 이렇게 그 윤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상보(象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알라. 전륜성왕이 보름날에 목욕하고 큰 대전 위에 있으면, 그 때 상보가 남방에서 온다. 그 코끼리는 여섯 개의 어금니를 가졌고 새하얀 털을 가졌으며, 일곱 부위가 가지런하고 온통 금·은의 보배로 주렁주렁 장식하였으며, 능히 허공을 날아다닌다. 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 상보는 너무도 훌륭하고 묘해 세상에선 보기 드물며 성질이 부드러워 사납지 않구나. 내 이제 이 상보를 시험해 보리라.'
  그 때 전륜성왕은 아침해가 뜰 무렵 이 상보를 타고 천하 밖을 다니면서 백성들을 교화한다. 전륜성왕은 이렇게 상보를 성취하느니라."
  이 때 비구가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마보(馬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그 때 마보가 서방에서 온다. 그 말은 새파란 털에 꼬리털은 붉고 빛나며 걸어도 몸이 흔들리지 않고 아무 장애도 없이 허공을 날아다닐 수 있다. 왕은 그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생각한다.
  '이 말은 참으로 훌륭하고 묘하구나. 이제 부려 보리라. 또 성질이 선량해
  
[930 / 1393] 쪽
  사납지 않구나. 내 이제 이 마보를 시험해 보리라.'
  그 때 전륜성왕은 곧 그 말을 타고 4천하를 다니면서 백성들을 교화한 뒤에 왕이 본래 다스리던 곳으로 돌아온다. 비구여, 이렇게 전륜성왕은 마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또 어떤 인연으로 주보(珠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주보가 동방에서 오는데, 그 구슬은 8각형에 네 면에는 불꽃같은 광명이 있으며 길이는 한 자 여섯 치다. 전륜성왕은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한다.
  '이 주보는 너무도 훌륭하고 묘하다. 내 이제 시험해 보리라.'
  그 때 전륜성왕은 한밤중에 네 종류의 군사를 모두 모으고 이 마니보(摩尼寶)를 높은 깃대 꼭대기에 다는데, 그 때 그 광명은 그 나라 안의 12유순을 비춘다. 그 때 성 안의 백성들은 그 광명을 보고 저희끼리 말한다.
  '해가 벌써 떴다. 집안 일을 하자.'
  그 때 전륜성왕은 대전 위에서 백성들을 본 뒤에 다시 궁전으로 들어간다. 전륜성왕은 다시 그 마니(摩尼)를 궁전에 두는데 궁전 안팎이 모두 밝아 두루 비치지 않는 곳이 없다. 비구여, 이렇게 전륜성왕은 주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부처님께 다시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옥녀보(玉女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알라.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자연히 이 옥녀보가 나타난다. 그녀는 얼굴이 단정하고 얼굴빛이 복숭아꽃 같으며,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희지도 않고 검지도 않으며, 성질이 부드러워 사납지 않고 입에서는 우발화(憂鉢華) 향기가 나고 몸에서는 전단향 냄새가 난다. 그녀는 항상 성왕의 좌우에서 시중들며 그 때를 어기지 않고 언제나 온화하고 즐거운 얼굴빛으로 왕의 얼굴을 바라본다. 비구야, 이렇게 전륜성왕은 그 옥녀보를 성취하느니라."
  
[931 / 1393] 쪽
  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거사보(居士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곧 그 거사보도 세상에 나타난다. 그는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으며 몸은 붉은빛에 재주가 뛰어나고 지혜는 통달하여 어떤 일이고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며, 또 천안통(天眼通)을 얻은 자이다. 그 거사는 왕에게 찾아가 이렇게 아뢴다.
  '성왕께서는 만수무강 하소서. 만일 왕께서 금·은과 보배를 원하신다면 모두 가져다 바치겠습니다.'
  그리곤 그 거사는 천안으로 관찰해 보배창고가 있는 곳과 보배창고가 없는 곳을 모두 보고선 왕이 필요로 하는 보배가 있을 때 때맞춰 가져다 바쳤다. 그 때 전륜성왕은 그를 시험하려고 곧 그를 데리고 강을 건너다가 반대쪽 언덕에 이르기 전에 그에게 말한다.
  '나는 지금 금·은·보배가 필요하다. 지금 당장 마련하라.'
  장자(長者)는 이렇게 아뢴다.
  '저쪽 언덕에 가서 마련하겠습니다.'
  '나는 지금 당장 여기서 보배가 필요하다. 저쪽 언덕까지 갈 수 없다.'
  그 때 거사는 곧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물을 향해 합장하는데 그러면 곧바로 물 속에서 7보가 솟아 나온다. 그 때 전륜성왕은 그 장자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만 둬라. 그만 둬라. 거사여, 더는 보배가 필요 없다.'
  비구야, 이렇게 전륜성왕은 거사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는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떻게 전병보(典兵寶)를 성취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여, 전륜성왕이 세상에 출현할 때 곧 이 보배가 있어 스스로 찾아와 응하는데, 세상을 뒤덮는 총명에 사람의 마음을 미리 알고 몸과 얼굴은 매우 아름답다. 그는 왕에게 와서 이렇게 아뢴다.
  '원컨대 성왕께서는 마음껏 즐기소서. 만일 성왕께서 군사가 필요하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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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곧 바로 대령하여 나아가고 그침을 적당히 하여 그 때를 잃지 않겠습니다.'
  그리곤 전병보는 왕의 생각을 따라 군사들을 구름같이 모아 왕의 좌우에 둔다. 그 때 전륜성왕은 전병보를 시험하려고 '내 군사들이 지금 당장 구름처럼 모였으면' 하고 생각한다. 그러면 군사들은 당장 왕의 문밖에 모인다. 만일 전륜성왕이 마음 속으로 군사들을 머무르게 하고 싶어하면 군사들은 곧 머무르고 나아가게 하고 싶어하면 곧 나아간다. 비구여, 이렇게 전륜성왕은 전병보를 성취하느니라. 비구여, 알라. 전륜성왕은 이렇게 7보를 성취하느니라."
  이 때 그 비구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어떤 4신족(神足)을 성취하여 좋은 이익을 마음대로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세상에 드물 만큼 용모가 단정하여 온 세상 사람들보다 뛰어난 것이 마치 저 하늘 사람은 아무도 따라올 자가 없는 것과 같다. 이것이 그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첫 번째 신족이다.
  또 전륜성왕은 세상을 뒤덮을 만큼 총명하여 익히지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 중의 영웅이다. 따라서 당대에는 그 지혜의 풍부함에 있어 아무도 전륜성왕을 능가하지 못한다. 이것이 그가 성취하는 두 번째 신족이다.
  비구여, 또 전륜성왕은 병이 없이 몸이 건강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저절로 소화되어 대소변에 괴로움이 없다. 비구여, 이것이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세 번째 신족이다.
  비구여, 또 전륜성왕은 그 수명이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매우 길어, 당대 사람들의 수명으로는 아무도 전륜성왕의 수명을 능가할 자가 없다. 비구여, 이것이 전륜성왕이 성취하는 네 번째 신족이다. 비구여, 전륜성왕에게는 이런 4신족이 있느니라."
  
  그 비구는 다시 세존께 아뢰었다.
  "전륜성왕은 목숨을 마친 뒤에 어느 곳에 태어납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전륜성왕은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에 태어나고 그 수명은 1천 세다.
  
[933 / 1393] 쪽
  왜 그렇게 되는가? 전륜성왕은 스스로도 살생하지 않고 남들도 살생을 못하게 하며, 스스로도 도둑질하지 않고 남들도 도둑질을 못하게 하며, 스스로도 음행하지 않고 남들도 음행을 못하게 하며, 스스로도 거짓말하지 않고 남들도 거짓말을 못하게 한다. 그래서 스스로도 열 가지 착한 법을 행하고 남들도 열 가지 착한 법을 행하게 한다. 비구여, 알라. 전륜성왕은 이런 공덕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친 뒤에 삼십삼천에 태어나느니라."
  그 때 그 비구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전륜성왕은 참으로 흠모할 만하구나. 그를 사람이라고 하자니 사람이 아니요, 그는 사실 하늘이 아니면서 하늘의 일을 행해 온갖 묘한 즐거움을 누리고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지도 않는다. 만일 지금 내가 계율을 용맹스럽게 지켜 그 복으로 장래에 전륜성왕이 된다면 또한 유쾌하지 않겠는가?'
  그 때 세존께서는 그 비구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여래 앞에서 그런 생각을 말라. 왜냐 하면 전륜성왕이 비록 7보와 4신족을 성취하여 아무도 따라올 자가 없다고는 하지만 그도 오히려 지옥·아귀·축생의 세 갈래의 나쁜 길을 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왜냐 하면 전륜성왕은 4선(禪)과 4신족(神足)과 4제(諦)를 얻지 못해 그 인연으로 다시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지기 때문이다. 사람 몸을 얻기는 매우 어렵고 여덟 가지 어려움을 당해 헤어나기도 매우 어려우며, 바른 나라에 태어나기도 쉽지 않고 좋은 벗을 구하기도 쉽지 않으며, 선지식을 만나고 싶어해도 그 또한 쉽지 않고 여래를 따라 법 안에서 도를 배우려하여도 또한 만나기 어려우며,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는 일은 매우 만나기 어렵고 그 설법하시는 가르침 또한 마찬가지라 해탈(解脫)과 4제(諦)와 4비상(非常)은 참으로 듣기 어렵다.
  
  저 전륜성왕은 이 네 가지 법을 완전히 성취하지 못한다. 비구여, 여래가 세상에 출현하면 곧 7보가 세상에 나타난다. 여래의 7각의(覺意)라는 보배는 완전한 구경에 이르게 하는 것으로 천상과 인간이 기리는 것이다. 비구여, 지금 범행을 잘 닦으면 현재의 몸으로 괴로움을 완전히 벗어날 것인데 저 전륜성왕의 7보가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 비구는 여래의 이와 같은 가르침을 듣고 한적한 곳에서 도의 가르침을
  
 
[934 / 1393] 쪽
  깊이 사유하였다.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은 위없는 바른 업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기 위함이다. 그 때 그 비구는 곧 나한이 되었다.
  그 때 그 비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9 ]7)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존자 동진가섭(童眞迦葉)8)은 사위국의 주암원(晝闇園)9)에 있었다. 가섭이 한밤중에 경행(經行)하고 있는데, 그 때 어떤 하늘이 가섭에게 찾아와 허공에서 가섭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비구여, 이 집은 밤에는 연기가 피어나고 낮에는 불길이 치솟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바라문은 지혜로운 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이제 칼[刀]을 가지고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등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너는 그것을 뽑아 버려야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을 뚫을 때 분명 산을 보게될 것이니 너는 그 산을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두꺼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니 너는 그 두꺼비를 버려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고깃덩어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니 고깃덩어리를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을 때 분명 칼[枷]10)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칼을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고 나면 분명 두 갈래 길이 나타날 것이니 두 갈래 길을
  
  
7)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잡아함경』 제38권 1,079번째 소경인 「유경(喩經)」과 『별역잡아함경』 제1권 18번째 소경, 송 시대 시호(施護)가 한역한 『불설전륜왕칠보경(佛說轉輪王七寶經)』이 있다.
8) 팔리어로는 Kum ra Kassapa이고 동자가섭(童子迦葉)이라고도 하며, 구마라가섭(鳩摩羅迦葉)으로 음역하기도 한다.
9) 팔리어로는 Andhavana이고 암림(闇林)이라고도 하며 안타림(安陀林)으로 음역하기도 한다.
10) 죄인을 구속해 머리에 씌우던 형틀을 가리킨다.
[935 / 1393] 쪽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고 나면 분명 나뭇가지를 발견하게 것이니 나뭇가지를 보게 되거든 그것을 버리고 떠나야 한다. 너는 이제 산길을 뚫어라. 산길을 뚫고 나면 분명 용을 발견하게 될 것이니 용을 보게 되거든 이야기를 나누려하지 말고 스스로 귀의하며 사모하도록 하라.'
  비구여, 이 뜻을 잘 생각해 보라. 만일 이해하지 못하겠거든 바로 사위성으로 가서 세존께 나아가 이 뜻을 여쭈어 보라. 그리고 만일 여래께서 말씀이 계시거든 잘 명심하고 실행하라. 왜냐 하면 나는 여태껏 여래와 여래의 제자 혹은 내게서 들은 자들을 제외하고는, 어떤 사문 바라문이건 악마이건 악마의 하늘이건 이 뜻을 아는 자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가섭은 대답하였다.
  "참으로 좋은 일입니다."
  가섭은 이른 아침에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아 그 사실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그리고는 가섭이 세존께 여쭈었다.
  "저는 지금 여래께 그 뜻을 여쭙나이다. 그 하늘이 한 말은 무슨 뜻입니까? 왜 그 집은 밤에는 연기가 피어나고 낮에는 불길이 치솟습니까? 왜 바라문이라고 이름하고, 왜 지혜로운 자라고 이름했습니까? 산길을 뚫는다는 것은 무슨 뜻입니까? 그가 말한 칼[刀]도 무슨 뜻인지 모르겠습니다. 왜 등짐이라고 말했습니까? 또 그가 말한 산(山)이란 무슨 뜻입니까? 왜 또 두꺼비를 말했습니까? 왜 또 고깃덩어리를 말했습니까? 왜 또 칼[枷]을 말했습니다. 왜 또 두 갈래 길을 말했습니까? 나뭇가지는 무슨 뜻입니까? 왜 용이라고 이름했습니까?"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집'이란 곧 이 몸뚱이니, 이는 물질인 4대(大)로 만들어져 부모의 혈맥을 받아 점점 자라나며 항상 먹이고 길러 부족함이 없게 하지만 그것은 곧 무너지고 흩어지는 법이다. '밤에는 연기가 피어난다'는 것은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말한 것이요, '낮에는 불길이 치솟는다'는 것은 몸과 입과 뜻으로 짓는 행을 말한 것이다. '바라문'은 아라한을 말한 것이요, '지혜로운 자'는 공부하
  
[936 / 1393] 쪽
  는 이를 말한 것이다.
  '산길을 뚫는다'는 것은 정진하는 마음을 말한 것이요, '칼[刀]'은 지혜를 말한 것이며, '등짐'은 5결(結)을 말한 것이요, '산'은 교만을 말한 것이며, '두꺼비'는 성내는 마음을 말한 것이요, '고깃덩어리'는 탐욕을 말한 것이며, 칼[枷]는 다섯 가지 욕망[五欲]을 말한 것이요, '두 갈래 길'은 의심을 말한 것이며, '나뭇가지'는 무명을 말한 것이요, '용'은 여래·지진·등정각을 말한 것이다.
  그 하늘이 한 말은 이런 뜻이다. 네가 이제 이 뜻을 깊이 사유한다면 오래지 않아 번뇌가 없어질 것이다."
  그 때 가섭은 여래의 이러한 가르침을 받고 한적한 곳에서 스스로 수행하였다. 족성자들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목적은 범행을 닦아 '나고 죽음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태를 받지 않는다'고 사실 그대로 알기 위함이다. 그 때 그 비구는 곧 나한이 되었다.
  그 때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 10 ]11)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라열성(羅閱城)의 가란다죽원(迦蘭陀竹園)에서 대비구들 5백 명과 함께 계셨다.
  만원자(滿願子)12) 역시 5백 명의 비구들을 거느리고 고향에서 유행하고 있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라열성에서 90일 동안의 여름 안거를 마치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며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으로 오셨다. 그 때 다른 비구들도 제각기 흩어져 세간을 유행하다가 세존께서 계신 곳으로 모였다. 그들은 도착한 뒤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여
  
  
11) 이 소경과 그 내용이 비슷한 경으로는 『중아함경』 제2권 9번째 소경인 「칠거경(七車經)」이 있다.
12) 팔리어로는 Pu a Mant ni-putta이고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로 음역하기도 한다. 부처님의 제자 중 설법에 가장 뛰어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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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 비구들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어디서 여름 안거를 지냈는가?"
  비구들은 아뢰었다.
  "저희들은 고향에서 여름 안거를 지냈습니다."
  "너희들 고향에서는 어떤 비구가 스스로 아련야(阿練若)를 행하고 또 아련야를 칭찬하였으며, 스스로도 걸식하고 남들도 때를 어기지 않고 걸식하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누더기 옷을 입고 남들도 누더기 옷을 입게 하였으며, 스스로 만족할 줄 아는 행을 닦고 또 만족할 줄 아는 행을 칭찬하였으며, 스스로도 욕심을 적게 가지고 또 욕심을 적게 가지는 행을 칭찬하였는가? 또 스스로도 한적한 곳을 좋아하고 남들도 한적한 곳을 즐기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자기 행을 지키고 남들도 자신의 행을 지키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계행을 청정하게 온전히 지키고 남들도 계행을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삼매를 성취하고 남들도 삼매를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지혜를 성취하고 남들도 지혜를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해탈을 성취하고 남들도 해탈을 닦게 하였으며, 스스로도 해탈의 지혜를 성취하고 남들도 그 법을 닦게 하였으며, 몸소 교화하기를 싫어하지 않고 설법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았는가?"
  그러자 모든 비구들이 세존께 아뢰었다.
  "만원자(滿願子) 비구가 이 모든 비구들 중에서 능히 교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도 아련야행(阿練若行)을 닦고 또 아련야행을 칭찬하였으며, 스스로 누더기 옷을 입고 욕심을 적게 가지며 만족할 줄을 알았고, 용맹하게 정진하고 걸식하며 한적한 곳을 좋아하였으며, 계율·삼매·지혜·해탈·해탈지견을 성취하였습니다. 그는 또 남들도 그런 법을 행하게 하고 스스로 능히 교화하고 설법하기를 싫어하지 않았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비구들을 위해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다. 비구들은 부처님 설법을 듣고 곁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 사리불은 세존에게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가부좌하고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하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원자는 지금 좋은 이익을 한껏 얻었다. 왜냐 하면 범행을 닦는 모든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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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들이 그의 덕을 칭찬하였고 또 세존께서도 그 말을 옳다 하시면서 부정하지 않으셨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볼 수 있을까?'
  그 때 만원자는 고향에서 교화를 두루 마치고 천천히 세간을 유행하며 교화하다가 세존께서 계시는 곳으로 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는 차근차근 그를 위해 설법하셨다. 만원자는 그 설법을 듣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물러갔다. 그는 니사단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주암원(晝闇園)으로 갔다.
  그 때 어떤 비구는 만원자가 니사단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그 동산으로 가는 것을 보고 곧 사리불에게 가서 말하였다.
  "세존께서 항상 칭찬하시던 만원자가 지금 막 여래께 찾아와 부처님으로부터 설법을 듣고는 동산으로 갔습니다. 존자께서는 때를 알아하십시오."
  사리불은 이 비구의 말을 듣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니사단을 오른쪽 어깨에 걸치고 그 동산으로 갔다. 그 때 만원자는 어떤 나무 밑에서 가부좌하고 앉아있었으므로 사리불도 어떤 나무 밑에 단정히 앉아 사유하였다. 그러다가 사리불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만원자에게로 가 서로 문안하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사리불이 만원자에게 물었다.
  "어떻습니까? 만원자여, 세존을 말미암으면 범행을 닦고 제자가 될 수 있습니까?"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 다시 물었다.
  "세존으로 인해 청정한 계율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마음의 청정함을 말미암으면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소견이 청정하면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망설임이 없으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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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적이 청정하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도(道) 안에서 지혜를 청정하게 닦으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어떻습니까, 지견이 청정하면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까?"
  "아닙니다."
  사리불은 말하였다.
  "제가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느냐고 물었을 때, 당신은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혜롭거나 마음이 청정하거나 도와 지견이 청정하면 범행을 닦을 수 있느냐고 묻자 당신은 다시 아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지금 어떻게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었습니까?"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는 마음을 청정하게 했고, 마음이 청정한 이치는 소견을 청정하게 했으며, 소견이 청정한 이치는 망설임 없음을 청정하게 했고, 망설임 없음이 청정한 이치는 행적을 청정하게 했으며, 행적이 청정한 이치는 도를 청정하게 했고, 도가 청정한 이치는 지견을 청정하게 했으며, 지견이 청정한 이치는 열반의 이치에 들어가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었습니다."
  사리불이 물었다.
  "당신이 지금 한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만원자가 말했다.
  "제가 이제 비유를 들이 그 뜻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면 그 뜻을 이해합니다. 지혜로운 분께선 스스로 깨달으십시오. 마치 지금 파사닉왕이 사위성에서 바지국(婆祇國)까지, 두 나라 사이에 일곱 대의 수레를 배치해 놓은 것과 같습니다. 파사닉왕은 성을 나와 먼저 첫 번째 수레를 탑니다. 그리고 두 번째 수레에 이르면 곧바로 두 번째 수레를 타고 첫 번째 수레를 버립니다. 조금 더 나아가서는 세 번째 수레를 타고 두 번째 수레를 버리며, 다시 더 나아가서는 네 번째 수레를 타고 세 번째 수레는 버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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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다. 다시 더 나아가서는 다섯 번째 수레를 타고 네 번째 수레를 버리고, 더 나아가서는 여섯 번째 수레를 타고 다섯 번째 수레를 버리며, 다시 더 나아가서는 일곱 번째 수레를 타고 여섯 번째 수레는 버리고 바지국으로 들어갑니다. 파사닉왕이 궁중에 들어갔을 때 만일 누군가 '대왕께선 오늘 어떤 수레를 타고 이 궁전으로 오셨습니까' 하고 묻는다면 그 왕이 무어라고 대답하겠습니까?"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누군가 묻는다면 분명 '나는 사위성에서 나와 먼저 첫 번째 수레를 타고 두 번째 수레까지 왔고, 다시 두 번째 수레를 버리고 세 번째 수레를 탔으며, 다시 세 번째 수레를 버리고 네 번째 수레를 탔고, 다시 네 번째 수레를 버리고 다섯 번째 수레를 탔으며, 다시 다섯 번째 수레를 버리고 여섯 번째 수레를 탔고, 여섯 번째 수레를 버리고는 일곱 번째 수레를 타고 바지국에 도착하였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앞 수레로 말미암아 두 번째 수레로 왔고 이렇게 계속해 서로를 말미암아 그 나라에 이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만일 누군가 묻는다면 분명 이렇게 대답할 것입니다."
  만원자는 말하였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 또한 그와 같고, 마음이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소견이 청정하게 되었고, 소견의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망설임을 버린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으며, 망설임 없는 이치로 말미암아 행적의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고, 행적의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도의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으며, 도의 청정함으로 말미암아 지견의 청정함에 이르게 되었고, 지견이 청정한 이치로 말미암아 열반의 이치에 이르게 되어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게 된 것입니다.
  왜냐 하면 계율이 청정한 이치는 곧 받아들이는 형태인데 여래께서는 받아들임[受入]을 없애라고 말씀하셨고, 마음이 청정한 이치 또한 곧 받아들이는 형태인데 여래께서는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으며, 나아가 지견의 이치 또한 받아들임인데 여래께서는 받아들임을 없애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나아가 열반에 이르러야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습니다.
  만일 계율의 청정함으로 여래 밑에서 범행을 닦을 수 있다면 범부들 또한 멸도(滅道)를 얻어야 할 것입니다. 왜냐 하면 범부에게도 그런 계법(戒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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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는 차례를 따라 도를 이루어야 열반의 세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지 계율의 청정함만으로 멸도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마치 어떤 사람 7층 다락 꼭대기에 오르려 한다면 반드시 차례대로 올라가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계율이 청정한 이치도 그와 같아 점점 마음에 이르게 되고, 마음으로 말미암아 소견에 이르게 되며, 소견으로 말미암아 망설임 없음에 이르게 되고, 망설임 없음으로 말미암아 깨끗한 행적에 이르게 되며, 깨끗한 행적으로 말미암아 도에 이르게 되고, 깨끗한 도로 말미암아 지견에 이르게 되며, 깨끗한 지견으로 말미암아 열반에 이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자 사리불이 곧 찬탄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그 이치를 잘 설명하였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여러 범행 비구들은 당신을 어떻게 부릅니까?"
  만원자는 대답하였다.
  "제 이름은 만원자(滿願子)이고, 어머니의 성은 미다나니(彌多那尼)13)입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만원자여, 우리 성현의 법에서 아무도 짝할 이가 없겠습니다. 마음에 감로(甘露)를 품고 끝없이 펼쳐 자세히 설명하였습니다. 제가 지금 매우 깊은 이치를 물었는데 당신은 모두 자세히 설명하셨습니다. 설사 모든 범행인이 당신을 머리에 이고 온 세상을 돈다하더라도 오히려 그 은혜를 갚지 못할 것입니다. 누구든 찾아와 가까이하고 문안하는 이가 있다면 그는 좋은 이익을 얻을 것입니다. 저도 오늘 좋은 이익을 얻고 그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만원자가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당신 말씀과 같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이며, 여러 비구들은 당신을 어떻게 부릅니까?"
  "제 이름은 우파제사(憂波提舍)14)이고, 어머니의 이름은 사리(舍利)이며
  
  
13) 팔리어로는 Mant i이고 미다라니(彌多羅尼)라고도 하며 만자녀(滿慈女)로 한역하기도 한다.
14) 팔리어로는 Upatissa이고 우파제(憂波提)라고도 하며, 대광(大光)으로 한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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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들은 저를 사리불(舍利弗)이라 부릅니다."
  만원자는 말하였다.
  "저는 이제 어르신과 변론하였었군요. 법의 주인께서 이곳으로 찾아오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만일 존자 사리불께서 이곳을 찾아주신 줄을 알았다면 그런 변론으로 문답을 주고받지 않았을 것입니다. 존자께서 그런 깊은 이치를 물으셨을 때 아마 전 바로 정신이 나갔을 것입니다. 훌륭하십니다. 사리불께서는 부처님 제자 중 가장 어른으로서 항상 감로같은 법의 맛으로 스스로 즐기시는 분이십니다. 설사 모든 범행인이 존자 사리불을 머리에 이고 여러 해 동안 온 세상을 돈다하더라도 잠깐 동안의 은혜조차 갚지 못할 것입니다. 어떤 중생이라도 존자께 찾아와 문안드리고 가까이 한다면 그는 좋은 이익을 선뜻 얻게 될 것입니다. 저 역시 좋은 이익을 얻었습니다."
  그 때 두 현자는 그 동산에서 이렇게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두 사람은 서로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등법(等法)과 주도(晝度)와
  수유(水喩)와 성곽유(城郭喩)와
  식(識)·균두(均頭)·2륜(輪)과
  파밀(波蜜)과 7거(車)에 대해 설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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