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록(僞山錄)

2-6. 상당

通達無我法者 2008. 2. 15. 18:00
 

51.

스님께서 하루는 원주스님을 불러서 그가 곧 오자 말씀하셨다.

"내가 원주를 불렀는데 네가 왜 왔느냐?"

원주스님은 대답하지 못했다.

조산 본적(曹山本寂:840~901)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스님께서 저를 부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또 시자를 시켜 수좌를 불러오라 하시고서는 수좌가 오자 말씀하셨다.

"나는 수좌를 불렀는데 네가 왜 왔느냐?"

수좌 역시 대답을 못했다.

조산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시자를 시켜서 부르셨다면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법안 문익(法眼文益:885~958)스님은 대신 말하였다.

"조금 전에 시자가 불렀습니다."

52.

스님께서 상당(上堂)하시자 한 스님이 앞으로 나와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대중을 위해 설법해 주십시오."

"나는 너 때문에 너무나도 피곤하다."

그 스님은 스님께 절을 올렸다.

○ 뒷날 어떤 사람이 설봉 의존(雪峯義存:822~908)스님에게 말씀드렸더니,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옛사람은 이처럼 노파심이 간절하였다."

현사 사비(玄沙師備:835~908)스님은 말하였다.

"산두스님(山頭和尙:설봉)이 옛사람의 일을 그르쳤습니다."

설봉스님이 이 말을 듣고는 바로 현사스님에게 물었다.

"어느 곳이 노승이 옛사람의 일에서 빗나간 곳인가?"

현사스님은 말하였다.

"가엾은 위산스님이 그 스님의 질문을 받고 산산이 부서져 버렸습니다."

설봉스님은 이에 깜짝 놀랐다.

53.

한 스님이 찾아와 절을 올리자 스님이 일어나는 시늉을 하시니 그 스님이 말하였다.

"스님께서는 일어나실 필요없습니다."

"나는 앉은 적 없네."

"저도 절한 적 없습니다."

"어찌해서 절하지 않았느냐?"

그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 동안(同安)스님이 대신 말하였다.

"스님(위산)의 행동은 괴이할 것이 없다."

54.

한 스님이 물었다.

"위산의 삿갓 하나〔一頂笠〕를 만들지 않고는 막요촌(莫村:중국 서남쪽에 있는 소수민족이 사는 지역으로 수․당대 초기에 공을 세워 그 자손들은 대대로 役을 면제받았다)에 이르지 못한다 하니, 무엇이 위산의 삿갓입니까?"

스님께서 "이리 오너라" 하여 그 스님이 앞으로 가까이 가자, 스님께서는 그대로 걷어찼다.

55.

스님께서 한 스님에게 물으셨다.

"어디서 오느냐?"

"서경(西京)에서 옵니다."

"서경 주인공의 편지를 가지고 왔느냐?"

"감히 함부로 소식을 통하지 못하였습니다."

"천연 그대로 작가사승(作家師僧)이구먼."

"남은 국물, 쉰 밥은 누가 먹는지요?"

"그대만은 그것을 먹지 않으리라."

그 스님이 구역질하는 시늉을 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병든 중을 부축하고 나가거라."

그러자 그 스님은 나가버렸다.

56.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도입니까?"

"무심(無心)이 도이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모르는 그 주인공을 알아야 하리라."

"무엇이 그 모르는 주인공입니까?"

"그저 그대일 뿐, 다른 사람이 아니다."

다시 말씀하셨다.

"이제 모르는 그것이 바로 그대의 마음이며 그대의 부처임을 그대로 체득하기만 하면 된다. 만약 밖으로 향하여 하나하나 알음알이를 쌓아서 그것을 선도(禪道)라고 한다면 전혀 틀린다. 그것은 똥을 퍼다 붓는 것이지 결코 똥을 퍼내는 것이 아니어서 그대의 마음밭을 오염시킬 뿐이다. 그러므로 도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57.

한 스님이 위국(衛國)스님에게 참례하자 위국스님이 물었다.

"어디서 오시오?"

그 스님은 말하였다.

"하남(河南) 땅에서 옵니다."

"황하(黃河:황하는 河北에 있다)는 맑던가요?"

그 스님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스님(위산)께서 대신 말씀하셨다.

"좀스러운 여우야! 가고 싶으면 가면 되지 망설여 무엇 하려느냐!"

58.

스님께서 시중(示衆)하셨다.

"그대들은 각자 깨달은 것을 나에게 내놔보아라."

이때 지화(圍和)상좌가 앞으로 나와 절을 올리니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함도 생각하지 말고 악함도 생각하지 말아라. 바로 이런 상태에서 지화상좌의 본래면목을 나에게 가져와 보아라."

"바로 그런 상태는 제가 신명(身命)을 놓아 버릴 곳입니다."

"그대는 공(空)에 떨어지지 않았을까?"

"제가 공에 떨어질 만한 공이 있다고 보았다면, 무엇 때문에 그곳에다 신명을 놓겠습니까?"

"이 자리에서 묻지 그러느냐?"

"이 자리에서 스님께 물을 것이 있다고 보지를 않습니다."

"그대는 박복해서 우리 불법을 잡아 일으키지 못하겠구나."

59.

앙산스님과 북암주(北主)가 올라와 문안을 드렸는데 이때 한 관리가 차를 마시고 있었다. 스님께서 보시고는 그 관리를 가리키며 말씀하셨다.

"옛 부처와 동참하고 왔구나."

암주가 말하였다.

"돌아가신 뒤에 이 말씀을 거론하는 이를 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바로 지금은 어떠한가?"

"혀를 물고 있을 수는 있어도 대답하라면 못하겠습니다."

"관리가 보고 있는데 자기 말도 못하는군."

"앙산스님이 이 대답을 탐탁하게 여기질 않습니다."

"암주 노릇도 어렵겠군."

60.

스님께서 하루는 여의주(如意珠)를 꺼내 보여주시고 다시 이런(○◎)모습을 그리시더니 말씀하셨다.

"말을 하는 사람이 있으면 바로 이 여의주를 얻으리라. 말해라, 말해!"

이때 어떤 스님이 말하였다.

"이 여의주는 본래 스님 것이 아닙니다."

스님이 말씀하셨다.

"얻어도 쓸모가 없겠다."

또 어떤 스님이 말하였다.

"설사 저에게 준다 해도 둘 곳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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