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요(禪要)

제십사편

通達無我法者 2008. 2. 18. 16:37

대중에게 보이신 말씀 (제십사편)

 

만일 선의 자리를 몰라 참구하는 정의를 의논할진대

가히 방석위에 앉아 있는 것만을 집착해서 공부를 삼아서 혼침과 산란 가운데 떨어지며,

몸이 상쾌하여 편안하고 몸이 고요한 속에 떨어져 있어서

마음을 깨닫지 못하는 것을 알지 못하니 공부를 이렇게는 말지니,

오직 헛되이 세월만 읽을 뿐 아니라 신도들의 시주의 공양을 녹이기 어려움이니,

하루 아침에 목숨이 땅에 떨어져 죽는 순간에 필경에 무엇을 가지고 힘을 삼아서 의지할바인고,

 

고봉이 지난해 대중에 있을 때 두끼니의 죽과 밥을 먹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찍이 방석위에 오르지 않고 다만 아침부터 저녁에 이르기까지

동쪽으로 행하고 서쪽으로 행하여 걸음걸음이 화두 의심을 여의지 않으며

마음마음이 화두 의심이 계속되게 이어져서 이같이 삼년을 지내 마치되

일찍이 한 생각도 해태한 마음이 없다가 하룻날에 홀연히 고향집을 밟으니

원래 일체관념이 붙지 않는 그 자리를 일찍이 옮기지 않았더라.

 

혼침과 산란과 기뻐하고 성내고 슬퍼하고 낙을 느끼는 감정이

이 진리인 자기 본래 면목이며 지혜의 혜탈이언마는

다만 눈밝은 선지식을 만나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일체의 추번뇌 세번뇌의 장애를 받지 않고 직관하는 가운데

쓰는 용심이 나오는 평상심인 최상승선을 반대로 뒤집어 생각하여

중생들의 추번뇌 세번뇌에서 일어나는 암상의 업식을 이겨내지 못하는 독약을 이루도다.

 

영리한 사람이 설사 당장에 그릇된 줄을 알아서

몸전체로 이 소식을 체험하고 이해하고 수용한다고 하더라도

정히 좋게 아침에 삼천 방망이를 때리고 저녁에 팔백방망이를 때릴지니 무슨 까닭인가,

어찌 이르는 말을 듣지 못했느냐 의리로 따져서 알고 해석하는 것이

재앙을 불러 들이는 원인의 문이니라.

 

만일에 화두를 의심하는 일을 말할진대

비유하자면 모기가 무쇠로 된 소에 오름과 같이 비유하여

궁금함을 묻지 말고 문득 부리를 내릴래야 내릴수없는 곳을 향하여

생명을 버리고 몸까지 뚫어 들어갈지니

정히 이러한 때에 백천만억 넓은 바다 가운데 있는 것과 같아서

취하여도 다함이 없으며 써도 다함이 없으려니와,

설사 뜻이 굳지 못하고 마음이 한결같지 못해서

화두를 잡드는 일에 마음을 쓰지 않고 그럭저럭하여

동쪽으로 날아다니고 서쪽으로 날아다닐진대

비록 네가 날아서 하늘 가운데 최고로 높은 비상 천상세계에 이르더라도

옛과 같이 다만 이 한낱 굶주린 모기일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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