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 단 한 번에 적을 무찔러라 / 대혜선사
원오 (圜悟) 스님이 어느 날 수좌실에 와서 설법하였다.
ꡒ밀인 (密印) 장로는 4년 전에 이미 이 경지를 보았는데 금산사 (金山寺) 에 와서 법좌에 올라서도 이 경지만 하나하나 되풀이 할 뿐 완전히 거두지 못하니 어떻게 학인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 이는 마치 보검을 가득 실은 수레에서 밑바닥이 보일 때까지 한자루씩 계속 끄집어 내는 것과 같다. 그러나 본분의 수단이라면 한자루만 빼어 들어도 사람을 죽일 수 있는데 어째서 굳이 다 끄집어 낼 것 있느냐?ꡓ
그때 한 스님이 이 설법을 듣고 스님 (대혜) 에게 말하였다.
ꡒ제가 지난 날 그의 소참어록을 보고서 그가 평소에 세밀하고 풍부하게 공부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대중을 마주하여 하나가 끝나면 또 하나씩, 이렇게 알고 있는 바를 모조리 드러내려고만 하였지 쉴 생각은 없었던 것입니다.ꡓ
스님이 말하였다.
ꡒ사실은 그런 게 아니다. 용은 반잔의 물만 있어도 구름과 안개를 일으키고 큰 비를 내릴 수 있는데 무엇 때문에 굳이 큰 바다 속으로 수레를 몰고 가면서 `나에게 많은 물이 있다'고 하겠는가? 또한 서로가 싸울 때 창 한자루만 가지고서도 적의 말을 보자마자 그것이 바로 내가 처치해야 할 것임을 알아 가까이 다가서서 한 창에 적을 무찌르고 말의 등에 올라타는 것과도 같다. 사람을 죽이는 일은 모름지기 이래야만 하는 것이다.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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