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감변.시중
스님께서 시중(示衆)하였다.
"납자들이여, 늦여름 초가을에 이곳 저곳으로 갈 때 곧장 만리 밖 풀 한
포기 없는 곳으로 가야 하리라."
한참 잠자코 계시다가 다시 말을 이으셨다.
"만리 밖엔 한 포기 풀도 없는데 어떻게 가랴."
그 뒤에 누군가 석상(石霜)스님에게 이 말씀을 드렸더니 석상스님이 말하
였다.
"어째서 문만 나서면 바로 풀이라고 말하지 않는가."
스님께서 듣고는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 이런 이가 몇 명이나 있을까?"
대양 경현(大陽警玄: 942∼1027)스님은 말하였다.
"지금 문을 나서지 않고도 풀이 가득하다고 말하리라. 말해보라. 어느 곳으로
가야겠는가."
한참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깎아지른 바위 온갖 푸른 풀을 지키지 말라. 흰구름에 눌러앉으면 종지(宗)가
오묘하지 못하리."
백운 수단(白雲守端: 1025∼1072)스님은 말하였다.
"암주(菴主)를 볼 수 있다면 바로 동산스님을 볼 것이며, 동산 스님을 본다면
암주를 보리라. 동산스님을 보기는 쉬워도 암주를 보기는 어려운데, 그가 주지(住
持)에 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보지도 못했느냐, '구름은 고갯마루에 한가하여 사
무치질 않는데 흐르는 시냇물은 쉴새없이 바쁘다'고 했던 말을."
위산 과( 山果)스님은 말하였다.
"못과 무쇠를 절단하여 향상(向上)의 현묘한 관문을 활짝 열고 진실된 말씀으로
바로 그 사람의 요로(要路)를 지적한다. 말해보라. 그대는 '문을 나서면 바로 풀이
다'고 한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석상스님은 그렇게 말했고 상봉(上封)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은 움직이지 말라. 움직이면 곤장 30대를 맞으리라."
경산 종고(徑山宗 : 1089∼1163)스님은 말하였다.
"사자의 젖 한 방울로 노새 젖 열 섬을 물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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