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9. 감변.시중
어떤 스님이 물었다.
"추위와 더위가 찾아오면 어떻게 피합니까?"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느냐?"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추울 땐 그대를 춥게 하고 더울 땐 그대를 덥게 하는것이지."
투자 동(投子同)스님은 말하였다.
"하마터면 그리로 갈 뻔했군."
낭야 혜각스님은 말하였다.
"나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한다면 '큰
방으로 가라'고 했으리라.
운거 효순(雲居曉舜)스님은 말하였다.
"가엾은 낭야스님은 이렇게 처신을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 '어디가 추
위와 더위가 없는 곳입니까?' 한다면 '삼동(三冬)엔 따뜻한 불을 쬐고 한더위(九夏)
엔 시원한 바람을 쏘이라'했으리라."
보봉 극문(寶峯克文: 1075∼1102)스님은 말하였다.
"대중아! 알았다면 신통희유하면서 어느 때라도 추위와 더위를 개의치 않아도 무
방하겠으나, 모른다면 추위와 더위 속에서 겨울과 여름을 보내도록 하라."
상봉 재(上封才)스님은 말하였다.
"동산스님의 한 구절은 주인과 손님이 교대로 참례하고 정.편(正.偏)이 섭렵해 들
어간다 할 만하다. 여러분은 지금 어디로 피하려느냐. 일 없이 산에 올라 한 바퀴
돌아보노라. 여러분에게 묻노니, 알겠느냐."
늑담 문준( 潭文準: 1061∼1115)스님은 말하였다.
"다른 사람을 위할 때라면 물이라 해도 따뜻하지만 남을 위하지 않을 땐 불이라
해도 차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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