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5. 감변.시중
한 스님이 물었다.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는다' 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오조홍인(五祖弘忍)
스님의 의발(衣鉢)을 전수받지 못했습니까?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받아야 마
땅합니까?"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자이다."
"문으로 들어가지 않는 자이기만 하면 의발을 전수받습니까?"
"그렇긴 하나 부득불 주지 않을 수는 없다네."
스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그저 '본래 한 물건도 없다'고 해도 의발을 전수받기에는 합당하질 못하
니 그대는 말해보라. 어떤 사람이 합당하겠는지를.
여기에서 딱 깨쳐줄 만한 한 마디(一轉語)를 던져보아라. 자, 어떤 말을 해
야겠는가."
그때 한 스님이 96마디를 하였으나 모두 계합하질 못하다가 마지막 한 마
디에 비로소 스님의 뜻에 적중하자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진작 이렇게 말하지 않았더냐?"
또 다른 스님 하나가 몰래 듣다가 마지막 한 마디만을 듣지 못하여 드디
어 그 스님에게 설명해주기를 청하였으나 스님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리
하여 3년을 쫓아다녔으나 스님은 말하려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하루는 병이
들어 말하였다.
"나는 3년이나 앞의 이야기를 설명해 달라고 청하였으나 자비를 받지 못
하였다. 선의로 하여 되지 않았으니 악의로 하겠다."
드디어는 칼을 가지고 협박하였다.
"나를 위하여 설명해 주지 않는다면 그대를 죽이겠다."
그 스님은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우선 기다리게. 내 그대를 위해 설명하겠네."
이리하여 말하였다.
"설사 가져온다 해도 둘 곳이 없다고 하였다네."
그 스님은 절하고 물러갔다.
설두 중현스님은 말하였다.
"그가 이미 받지 않았다면 그를 안목있다 하겠으나 가져오면 반드시 눈이
멀리라. 조사의 의발을 보았느냐? 여기에서 문에 들어가야 두 손에 그것을 받을
수 있으니, 대유령(大庾嶺)에서 한 사람이 이끌어도 일어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설사 온 나라 사람이 찾아온다 해도 떠나갔을 것이다."
취암 지(翠巖芝)스님은 말하였다.
"그의 의발을 얻는데 모두 합당하지 않아야 도리어 옛 부처와 동참하리라.
말해보라. 동참할 자 누구인가.?
천동 정각스님은 말하였다.
"나 장노(長蘆)라면 그렇게 하지 않겠다. 곧장 가져와야지, 가져오지 않는다면
받지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알랴. 가져온다면 필시 안목이 있다 하겠으나, 받지
않는다면 참으로 눈이 멀었다 하리라. 알겠느냐.
관조(觀照)가 다하니 자체는 의지할 바 없어 온 몸이 대도에 합하네."
영은 악(靈恩嶽)스님이 취암의 말을 거량하고 나서 말하였다.
"양자강 도착하니 오(吳)나라 땅 다하고
언덕 넘어 월(越)나라는 산이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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