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선경어(參禪警語)

제 6장 - 게송

通達無我法者 2008. 2. 29. 20:43

 

 

 

 

 

제 6장 - 게송

 

 

참선을 하려면 철인(鐵人)이 되어야 하니
그 기한을 논하지 말라
어금니 꼭 다물고
오직 대사(大事)를 결판내어라
맹렬한 불꽃이 기름 가마 태우듯
허공이 다 타서 문드러질 때까지
홀연히 하루아침 그곳을 박차고 나오니
천 근 등짐을 내려놓은 듯 하구나

 

참선 오래 했다고 말하지 말고
티끌 세상 인연과 짝이 되지 말라
두 가닥 눈썹을 깍아내면
허공이 거꾸로 달려가
맷돌에 수미산을 가루로 만들고
당장에 본래면목을 좇아가면
생철(生鐵)에서 황금즙이 흐르고
비로소 이제껏의 허물을 벗어나게 되리라

 

참선을 하는데는 덜렁거려서는 안 되며
법도대로 행함에는 예일을 참고하라
한줄기 대쪽같이 곧은 마음[直心]이라면
갈림길의 괴로움을 만나지 않는다
황룡(黃龍)의 삼관(參關) 1)
을 부딪쳐 부수고
운문(雲門)의 ‘보(普)’ 2)
일구를 뽑아버렸 건만
이 한 사람의 무뢰한은
여태껏 문밖을 나기지 않았노라
1) 황룡 혜남 스님은 세마디로 납자를 지도하시되,
  “내 손은 어째서 부처님 손과 같은가? 내 다리는 어째서 나귀다리와 같은가?
  사람마다 태어난 인연처가 있는데 어디가 그대들의 태어난 인연처인가?”
  하고는 다음과 같이 송(頌)했다.

  태어난 인연처 끊길 때 나귀다리 드리우고 / 나귀다리 거둘 때 부처님 손 열린다.
  참선하는 5호(湖)납자에게 고하노니 / 세 관문 하나하나를 통과하여라.

2) 어떤 스님이 운문스님에게 묻기를,“무엇이 진정한 법안입니까?” 하니,
  “보(普)이니라.” 하였다.

 

참선에는 나[主宰]라는 생각을 없애고
오직 마음을 바꾸지 말아야 하니
세간의 온갖 번뇌 다 모아 놓고서
누구를 초청한단 말인가
단단하고 굳세기는 하늘을 떠받치고
용기와 결단은 바다를 당길 만하네
비록 이직 완전하지는 못하나
앞길이 남아있음을 유념하여라

 

참선에는 모름지기 자세히 살피고
과정을 계산하지 말지어다
조족이 있거든 그것을 사용하고
조목이 없거든 관례로 판결하라
부처님과 조사들을 친견하지 않고는
무슨 경문 어떤 게송 알아 쓸 수 있겠는가
모든 것 한 입에 다 삼키고 나면
마음 비어 비로소 급제(及第)하게 되느니라 1)

1) 방거사가 송하였다.

   시방 사람들 한 자리에 모여 /
   제각기 무위(無爲)를 배우네 /
   이곳이 선불장(選佛場:부처를 뽑는 과거장) 이니 /
   마음을 비워야 비로소 급제하리라

 

참선에는 바른 마음 일으켜야 하느니
믿음이 올마르면 마궁(魔宮)이 흔들린다
한 조각 눈송이 화로 속에 들어가듯
맨몸으로 칼날과 노니는 듯
오직 살 길만을 찾을 뿐
썩은 물 속에 잠기게는 하지 말라
커다란 관문이 홀연히 열리면
비로인(毘盧印)에 거꾸로 걸터앉게 되리라

 
참선을 가지고 장난삼지 말라
세월이란 잠깐 사이 지나가는 것
지극한 이치, 심오한 도는
고물 다 된 진나라 도락찬(만리장성 쌓던 기계)
아쉽구나! 장부의 마음이여
착수했다가도 도로 해이해 가니
인생 백년 얼마나 된다던가
어지럽게 죽어갈 날 기다리지 말라
 
참선에는 좋은 솜씨 서툰 솜씨 없으니
깨닫겠다는 일념만이 귀중한 것이니라
손가락 끝 그림자를 알아보거든
곧바로 하늘가의 달을 찾으라
가슴을 쪼개 열면 심장이 보이고
털을 도려내면 피가 흐르나니
분명 내가 그대에게 들어 보이겠노라
그래도 깨닫지 못하면 누구보고 설법할꼬
 
참선은 모름지기 젊어서 착수할지니
늙을 때까지를 기다리지 말라
귀가 먹어가고 눈이 어두워지면
아침에 살아 있어도 저녁을 보장키 어려우니
평생 가장 즐겁던 일
여기에 이르면 쓸모없게 된다네
불법 만날 기회란 본래 많지 않으니
오직 이 자리에서 끝내야 하느니라
 
참선에는 망상을 다스리지 말지니
망상을 다그리는 바로 그것이 장애가 된다
아름다운 고래를 잡으려거든
파도결이 어떤지가 무슨 상관이리오
진리의 바탕에는 티끌 한 점 없는데
망심은 그 어떤 모슴이던가
삼가 아뢰노니, 참선하는 납자여
이 종문(宗門)은 참으로 높일 만하외다
 
ㅡ終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