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3. 원(元)의 침입에 맞서 송(宋)나라 사람의 절개를 지키다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7:36
 

3. 원(元)의 침입에 맞서 송(宋)나라 사람의 절개를 지키다

/ 가공 설옥(珂公雪屋)스님



원나라 병사가 강남 땅을 침략했을 때 금산사 현묵암(賢黙艤)스님은 백안(伯顔:元將)의 협박으로 그의 막사에 머물게 되었으며 그를 따라 무림(武林)에 이르렀다. 당시 중축사(中竺寺)의 가공 설옥(珂公雪屋:石田의 法嗣)스님은 송나라가 망하자 곧바로 사원의 직책을 그만 두었다. 묵암스님은 가공스님을 잘 아는 사이며 또한 그의 도행을 존경해온 터였다. 이 때문에 백안에게 가공스님을 영은사의 주지로 승진시켜 주기를 청하고, 묵암스님 자신이 임명장을 가지고 가공스님의 문을 두드리니 가공스님은 빗장을 뽑아 얼굴을 반쯤 내밀고 물었다.

”너는 누구냐?”

”스님의 옛친구 묵암이요.”

이에 가공스님은 빗장을 걸면서, “나는 너를 모른다'고 하였다. 가공스님은 비록 세속 밖에 살면서도 스스로 충절을 지켜 영은사 주지로 임명됨을 달갑게 여기지 아니하고 이처럼 단호히 거절하였던 것이다. 당시 가공스님의 문하에 한 수좌가 있었는데 그의 나이 80여 세였다. 그는 “송나라에서 태어나 송나라에서 늙은 몸으로, 송나라에서 죽을 수 없게 되었구나!' 탄식하고서 마침내 단식을 하여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