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15. 알 수 없는 인물, 지귀자(知歸子) 온일 관(溫日觀)

通達無我法者 2008. 3. 5. 17:56
 

 

 

15. 알 수 없는 인물, 지귀자(知歸子) 온일 관(溫日觀)


온일 관(溫日觀)이라는 자는 알 수 없는 인물이다. 그의 아호는 지귀자(知歸子)이며, 어려서 서당에서 공부한 후 선림(禪林)에 들어왔다. 얽매임 없는 천성으로 도를 즐기며 작은 예절에 구애받지 않았지만 마음만은 정토에 매어두고 경황 중에라도 잠시를 잊어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왕희지 서첩의 임서(臨書)와 포도나무 그리기를 좋아하여 두 가지 모두 오묘한 경지에 이르렀다. 가는 절마다 떠나올 때는 반드시 돈을 달라하여 주는대로 주막에 들러 혼자서 술을 마시고, 남은 돈은 길거리의 어린아이들에게 나눠주면서 이 아이들을 앞장 세워 “재상 오신다!”고 소리치도록 하였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그를 보면 모여들어 열을 이루었다. 그의 시와 게송은 이전의 것을 뛰어넘는 작품들이었으며, 후일 서호(西湖)의 교사(敎寺:天台寺)에서 입적하였는데 일설에 의하면 백담연(白湛淵)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하였다고 한다. 그렇지만 세간의 인연을 끝마치지 않고서 어떻게 이처럼 큰 일을 마칠 수 있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