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능력과 상황에 맞게 소임을 안배하다 / 천동사(天童寺) 동암(東岩)스님
동암(東岩)스님은 강서(江西) 사람으로 81세에 사부대중의 추천으로 천동사(天童寺)의 주지가 되었다. 그 당시 천동사는 몹시 퇴락해 있었는데 스님은 노년에 중임을 맡아 편안히 기거할 겨를이 없었으므로 그의 문도 동(東)․원(圓)․경(慶) 세 사람을 불러 각자에게 일을 분담시켰다.
”동아! 나는 강서 사람들과 인연이 있으니 네가 그곳을 찾아가 나의 뜻을 대신 전하여 재화(財貨)를 얻어 만수건원보각(萬壽乾元寶閣)을 세우고 구리로 여래불상 천 구와 아울러 공양구를 주조토록 하라. 이 일은 네가 맡아 할 일이다. 원아! 너는 관리들의 일을 잘 알고 있으니 관청 일을 네가 맡도록 하라. 경아! 너는 조심스러워서 위아래로 화목하니 병들고 수척한 이를 살피는 일은 너만이 할 수 있을 것이다. 의각(衣閣:조사의 의발을 보관하는 곳)을 지키도록 하라.”
그 후 5년이 채 안되어 건물이 준공되고 불상이 조성되었으며 나머지 재산을 가지고 상산(象山) 지방의 바닷가에 뚝을 막아서 사찰의 식량으로 쓰게 하니, 관청도 무사하고 상하 간이 화목하고 엄숙하였다.
비록 동․원․경 세 사람의 힘이라 하지만 스님의 가르침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쉽사리 이뤄질 수 있었겠는가? 요즈음 스승들을 살펴보면 그의 무리를 살찌우는 데만 힘쓸 뿐, 절이 퇴락해도 마치 길손이 길가의 버려진 헌집을 바라보듯 조금도 개의치 않으니 괴이한 일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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