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암잡록(山艤雜錄)

25. 사재를 용납치 않은 주지 / 동산사 노산(魯山)스님

通達無我法者 2008. 3. 5. 21:38
 

 

 

25. 사재를 용납치 않은 주지 / 동산사 노산(魯山)스님


동로산(東魯山)은 사명(四明)의 사람으로 인품이 강직하고 탐욕스럽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남달리 공경하였다.

세간에 나와 동산사(東山寺)의 주지가 되자 공부할 때 모아둔 자기 재물을 모조리 쓸어다가 동산사 토목공사에 써서 얼마 후 집들이 새로와졌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등창이 생겼다. 곁에 있던 승려들이 훌륭한 의원을 불러들여 치료하자고 권하였지만 말을 듣지 않고 오직 편안히 앉아 절의 많은 일들을 처리하였다. 그는 또한 자신이 죽으면 장례에 필요한 옷과 물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절 재산에 넣으라고 하니 그 절 승려들은, 스님께서 새로 받아들인 제자가 십여 명이나 되는데 만에 하나라도 스님께서 돌아가신다면 상복 하나 마련할 길이 없다고 하였으나 스님은 듣지 않았다. 또다시 간청하자 그제서야 한 사람마다 곡식 한 섬을 나누어주도록 하였다. 스님이 열반하자 대중들은 슬픈 마음을 금하지 못하였다.

곰곰히 살펴보니, 요즘 스승의 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대개가 새로 주지를 맡게 되면 소작인을 모두 모아놓고 소작문서를 뒤바꾸면서 돈을 받아 절 비용에 충당하고 또한 날짜를 정해 놓고 이자를 거둬들이며 죽을때 가서는 온갖 물건을 자기 측근에게 나누어 주므로 장례를 치른 후엔 으레껏 절 재산에 손해를 끼친다. 아! 노산스님과는 큰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