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당집(祖堂集)

석상(石霜) 화상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11:25
 

 

 

석상(石霜) 화상

  

  도오(道吾)의 법을 이었다. 선사의 휘(諱)는 경저(慶諸)요, 속성은 진씨(陳氏)이며, 길주(吉州) 신감(新凎) 사람이다. 13세에 홍주(洪州)의 서산(西山)에서 출가하여 20세에 숭산(嵩山)에서 계를 받고, 다시 도오에게 돌아와서 뵈니, 도오가 물었다.

  "어떤 사람은 들고 나는 호흡이 없다. 빨리 말하라." 

  선사가 대답했다. 

  "말하지 않겠습니다."

  "어째서 말하지 않는가?"

  "입을 가지고 오지 않았습니다."

  

  선사가 35세에 석상(石霜)에 머물면서 더는 딴 곳으로 옮기지 않았다. 동산을 이어 법을 제창하라는 청이 있었는데, 피하여 받아들이지 않자 정법(旌法) 등 천하의 학자가 몰려와 밤낮으로 둘러싸고 있었다. 선사가 깊은 

  

  산으로 피해 달아났으나 끝내 피하지 못하고 이내 대중에게 들켜 근 반 년 동안 둘러싸여 있었으나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달리 미룰 핑계도 없어서 마지못하고 있는데, 어떤 스님이 주장자 하나를 가지고 와서 말했다. 

  "스님께 한 개의 주장자를 바치오니, 그 모양이 아홉 군데나 굽었습니다. 굽은 것은 지금의 사람을 위하거니와 위아래의 길이는 얼마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말하지 못하겠노라."

  "어째서 말하지 못합니까?"

  "얼마가 되는지 그대가 말해 보아라."

  대중이 함께 말했다.

  "얻었습니다, 얻었습니다."

  선사가 말했다.

  "그대가 만일 그렇다면 나에게도 한마디가 있어서 천하 사람들의 혀끝을 멈추게 하느니라."

  어떤 스님이 이 말을 들어 물었다.

  "어떤 것이 천하 사람들의 혀를 멈추게 하는 구절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노승으로 하여금 한마디 말로 대답하게 하지 말라."

  "진신(眞身)도 세상에 나타납니까?"

  "진신은 세상에 나타나지 않느니라."

  "그렇지만 진신임에야 어찌합니까?"

  "유리병의 주둥이니라."

  "불성(佛性)이 허공과 같을 때는 어떠합니까?"

  "누울 때엔 있고 앉을 때엔 없느니라."

  

  선사가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내가 전에 어떤 노숙(老宿)이 있는 곳에서 어떤 스님과 함께 여름을 지냈다. 여름이 끝나자 그 스님이 묻기를 '화상께서 바른 원인을 가르쳐 주십시오' 하니, 그 노숙(老宿)이 대답하기를 '그대는 얽매이지 마라. 정인(正因) 

  

  속엔 한 글자도 없느니라' 하였다. 이렇게 말하고서 곧 소리내어 이를 세 차례 갈더니, 이내 그렇게 말한 것을 뉘우쳤다. 이 때 어떤 노숙이 창 밖에서 이 말을 듣고 말하기를 '한 가마솥의 맛있는 국에 무엇 하러 더러운 오물을 집어넣는가?' 하였다."

  복선(福先)이 이 말을 들어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지금 그 정인에 부합되면서 더럽히지도 않는다는 것을 어떻게 말해야 되겠는가?"

  스님이 대답이 없으니, 복선이 스스로 대신 말했다.

  "그대는 이 뒤로부터 나를 탓하지 말라."

  스님이 다시 물었다.

  "갑자기 도반을 만나면 어떻게 말하리까?"

  복선이 대답했다. 

  "그저 딴 사람에게 묻기만 하여라."

  

  병든 스님이 물었다.

  "겁의 불이 활활 탈 때엔 어떠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올 때에도 있는 것을 알지 못했고, 갈 때에도 그대 마음 따라 가느니라."

  "그러나 지금 쇠약하니 어찌합니까?"

  "병들지 않는 이가 있는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병듦과 병들지 않음의 차이가 얼마입니까?"

  "깨달으면 한 치의 차이도 없고, 미혹하면 첩첩한 산으로 막히느니라."

  "앞날이 어떠합니까?"

  "비록 검기가 칠흑 같으나 이루어지기는 지금 당장이니라."[이 스님이 초연히 떠났다 한다.]

  

  선사가 장졸(張拙) 수재(秀才)에게 물었다.

  "그대의 이름이 무엇인가?"

  "장졸입니다."

  

  "세상에 문자는 얼마든지 있는데 하필 졸(拙)이라 했는가?"

  "공교한 것을 찾았으나 없었습니다." 

  "역시 졸하구나."

  장 수재가 게송을 읊었다.

  

  광명이 고요히 비쳐 항하사 세계에 두루 하니 

  범부와 성인이 모두 한 가족일세. 

  한 생각 나지 않을 때 전체가 드러나지만

  여섯 감관이 움직이자마자 구름이 가리운다.

  光明寂照遍恒沙 凡聖含靈共一家 

  一念不生全體現 六情纔動被雲遮

  

  번뇌를 없앤다는 것 도리어 병만 더하고 

  진여(眞如)로 향해 나아감도 역시 삿됨이로다.

  마음대로 경계 따라 걸림 없나니 

  진여다 범성(凡聖)이다 함이 모두 허공에 핀 꽃이로다.

  遣除煩惱重增病 趣向眞如亦是邪

  任逐境緣無罣得 眞如凡聖是空花

  

  어떤 이가 물었다.

  "도오 화상의 기일(忌日)에 어째서 재를 차리지 않으십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나는 그에게 조금도 얻은 바가 없으므로 그러한 공양을 마련하지 않느니라." 

  어떤 이가 화산(禾山)에게 물었다.

  "옛사람이 말씀하시기를 '나는 그에게 조금도 얻은 바 없으므로 그러한 공양을 차리지 않는다' 했는데, 무엇으로 공양을 차려야 됩니까?"

  "조금치도 없는 것으로 공양해야 되느니라."

  "옛사람은 어째서 말하기를 '그런 것으로 공양하지 않는다' 했습니까?"

  

  "그대는 무엇을 그러한 것이라 이르는가?"

  

  원(圓) 다두(茶頭)가 물었다.

  "지원(志圓)은 어째서 어쩔 수 없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한 사람뿐 아니라 온 나라 사람들도 다 어쩔 수 없느니라."

  "화상께선 어떠하십니까?"

  "나도 어쩔 수 없느니라."

  "스님은 인간과 하늘의 스승이신데 어째서 어쩔 수 없습니까?"

  "내가 그의 얼굴도 본 적이 없는데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선사가 어떤 좌주(座主)에게 물었다.

  "이르기를 '의식으로도 알 수 없고 지혜로도 알 수 없다' 했는데, 어떤 사람의 경지인가?"

  좌주가 대답했다.

  "이는 법신(法身)을 찬탄하는 말씀입니다."

  "법신이라는 말 그대로가 찬탄이거늘 어찌 다시 찬탄할 필요가 있겠는가?"

  좌주가 대답이 없었다.

  

  어떤 스님이 물었다.

  "누군가가 갑자기 묻되 '죽은 뒤에 어디로 가시렵니까?' 하면, 그에게 무어라 대답하시겠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20년 동안만 세상에 있는 1,500사람이라고만 하리라."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알겠는가?"

  "모르겠습니다." 

  "우선 방으로 돌아가라."

  선사가 대광(大光)에게 물었다.

  

  "지금[今]을 제하고 나면 따로 다른 때가 또 있겠는가?"

  대광이 대답했다. 

  "그도 지금이라고는 말하지 않습니다."

  "나도 지금이 아니라고 말하려던 참이니라."

  

  설봉이 어린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로 가려는가?"

  "강서(江西)로 가렵니다." 

  "강서 어디로 가려느냐?" 

  "석상(石霜)으로 가렵니다."

  그러자 설봉이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들어 말했다.

  "석상의 병이 위중할 때에 새로 온 2백 사람이 화상을 뵙지 못함을 슬퍼하여 소리를 내어 우니, 석상이 감원(監院)에게 물었다.

  '누가 우는 소리냐?'

  감원이 대답했다.

  '새로 온 2백 사람이 화상을 뵙지 못해 슬퍼서 우는 소리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불러오라. 창 너머로 만나 보리라.'

  시자(侍者)가 그들을 부르니, 새로 온 2백 사람이 함께 올라와서 창 밖에서 절을 하고 물었다.

  '지척 사이에 계시는데, 어째서 존안(尊顔)을 뵙지 못합니까?'

  '세상 어디서라도 감춘 적이 없느니라.' "

  설봉(雪峰)이 이 이야기를 들어 선사를 찬하니, 나중에 어떤 이가 물었다.

  "세상 어디서라도 감춘 적이 없다 하시니, 무슨 세상입니까?"

  설봉이 대답했다. 

  "그게 무엇이던가?"

  "제가 화상께 물었습니다."

  설봉이 말했다.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6 권 > 331 - 332쪽

K.1503(45-233), 

  "묻는 것에도 가로와 세로가 있거늘 그대는 어째서 그렇게 말하는가?"

  "학인(學人)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또 말했다.

  "진정으로 대답하지 못하겠습니다."

  이에 설봉이 다음과 같은 게송을 읊었다.

  

  가엾어라. 공연히 애쓰는 무리들아,

  사람들은 그대의 어리석음을 비웃는다.

  정신이 맑아서 거울 속의 그림자 같아지면

  훤출하게 뛰어나 사물을 분간하리.

  可怜徒懃子 時人笑你昏

  神淸如鏡像 逈然與物分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오는가?"

  "설봉에서 옵니다."

  "무슨 불법의 인연이 있던가? 말해 보라."

  그 스님이 말했다.

  "화상께서 대중에게 설법하시기를 '3세의 부처님들도 말하지 못했고, 12분교(分敎)에도 기록하지 못했으며, 3승(乘)의 교외별전(敎外別傳)에도 싣지 못했고, 시방의 노승들의 입이 여기서 산산히 부서졌다' 하였습니다."

  이에 선사가 소리내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 가지고서야 무엇에 쓰랴. 벌써 너에게 멱살이 잡혔도다."

  그리고는 다시 말했다. 

  "그렇기는 하나 나도 한결같지는 않느니라."

  그 스님이 얼른 물었다.

  "설봉의 뜻이 무엇입니까?"

  "내가 꿈꾸는 사람이 먼 곳의 일을 생각한다 말하면 그대는 어찌하겠는가?"

  

  다시 물었다.

  "시방에서 와서는 한자리에 모여 무슨 일을 얘기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세 치의 혀 위에 무슨 일이 있겠는가?"

  "어찌 들추어내는 자가 없겠습니까?"

  "요새 사람들의 눈이 한결같지 못하니라."

  또 다른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겨자씨 속에 수미산을 넣는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쌍쌍(雙雙)이 쌍쌍(雙雙)의 소리를 듣느니라."

  또 다른 이가 물었다.

  "신하에게 공(功)이 있을 때, 왕이 무엇을 하사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눈을 돌리지 않는다."

  

  선사에게 희종(僖宗) 황제가 자색 가사를 특별히 하사하였는데, 굳이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

  광계(光啓) 4년 무신(戊申) 2월 10일에 천화(遷化)하니, 춘추(春秋)는 80세요, 승랍(僧臘)은 59세였다. 평장사(平章事) 손악(孫握)이 비문을 찬술하였고, 시호를 보회(普會) 대사라 내렸으며, 탑호를 견상(見相)이라 하였다.




조당집 > 조당집(祖堂集) > 조당집 제 7 권 > 333 - 342쪽

K.1503(45-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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