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총 평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21:11

 

 

 

총 평

 

 내가 옛사람의 수행을 기록하면서 감응으로 책을 끝맺자 곁에서 비웃는 사람이 이렇게 말하였다.

   “도는 닦을 것도, 깨칠 것도 없다.   닦을 것이 없다면 중생도 공(空)하며, 깨칠 것이 없다면 부처도 고요〔寂〕하리라.   감응을 그리워 애틋해 한다면 이 역시 공리(功利)를 따지는 마음이 아니겠는가?”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북채가 북에 닿으면 소리가 나고, 물에 달이 비치면 달그림자가 나타나는 법이니, 여기에 따지는 마음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러므로 충신이 충절을 맹세하고 죽자 마른 대나무에서 싹이 터 나왔고, 효자가 슬피 울자 견고한 얼음이 풀려 잉어를 잡을 수 있었다는 고사도 그럴법한 이야기이니, 무엇이 특이하다 하겠는가?  가령 감응의 연유가 없다 한다면 인과(因果)도 모조리 없어야 하리라.   ‘인과가 텅 비었다 함이여, 재앙을 부르리라’ 한 영가(永嘉)스님의 말씀을 경계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