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발문(跋文)

通達無我法者 2008. 3. 10. 21:12

 

 

 

치문숭행록(緇門崇行錄) 발문(跋文)

 

 「치문숭행록」은 진실을 실천하고 소박을 숭상하여 근본을 깨닫게 하는 담론이다.   더구나 갖가지 근기들이 저마다 허무맹랑한 설을 주장하는 말법시대에 있어, 단정한 마음으로 이치에 계합하는 데는 이보다 나을 것이 없으리라.   그러므로 우리 대사께서 3장(三藏)을 총지(總持)하고 일심(一心)을 보운(普運)하시어 지극한 대비로 이 문장을 얻으셨으니, 실로 고해(苦海)를 건네주는 자비의 배이며 어두운 길을 밝혀주는 보배로운 횃불이라 하겠다.

   조목별로 분류하고 자세히 분석하여 빈틈없는 이론을 세우심이 마치 청묘(淸廟 : 엄숙, 청정한 靈殿)에서 8음(八音 : 8가지의 악기)을 연주하듯 황홀하며 그윽한 메아리는 많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할 만하였다.   그리하여 이 글을 읽는 자들이 분야별로 제각기 만족하게 하였다.   그리하여 어느 스님은 충성스러웠고, 어느 스님은 효성스러웠으며, 어느 분은 청정한 행을 통해 도에 들어갔고, 어느 분은 단정. 근엄함으로써 대중을 통솔하였으며, 또 어느 대덕은 실천하기 어려운 일을 수행해 냈고, 어느 대덕은 참기 어려운 것을 참아내었다고 높이 선양하시고, 끝에 가서는 감응으로써 밝게 드러내셨다.

   이를 비유하면 자석(磁石)이 바늘을 끌어들이고 맑은 연못에 달이 투영되듯 필연적인 이치이니, 다시 무엇을 의심하랴.   이른 바 둔한 놈을 일깨우고 나약한 사람을 분발시켰다 할 만하니, 그 복된 이익으로 말하자면 작은 도움이 아니리라.   후세에 배우는 사람들이 태만하여, 그를 조금이라도 권면하면 곧 이렇게 말을 한다.

   “그분들은 성인이었고 나는 범부인데 그대는 무엇 때문에 나를 여기에 비교하는가?”

   슬프다.   그들은 비근(卑近)한 데에 자신을 안주시키면서 위없는 불승(佛乘)을 바라보나 꿈에도 될 수 없음을 내 장담하겠다.

   제자 광분(廣馩)은 어리석게 사는 여가에 황송하게도 지극하신 가르침을 만났다.   끝까지 읽어보기도 전에 슬픈 눈물을 훔치고 탄식하며, 두려운 마음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넋이 나간 사람처럼 갑자기 무얼하려 했는지조차 잊었다.

   그저 맑은 바람이 발밑에 스침을 보았을 뿐이다.

   나 광분은 그 기록을 받아쓰라는 부탁을 받고 두려운 마음으로 삼가 쓴다.

 

                     만력(萬歷) 을유년(乙酉年) 중동일(仲冬日, 1585)

                                제자 광분(廣馩)은 합장하고 발문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