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문록(雲門錄)

2. 상당 대기 - 44

通達無我法者 2008. 3. 14. 09:16

 

 

44.
 상당하여 말씀하셨다.
 "그대들은 별일없이 여기까지 찾아와서 무엇을 찾느냐? 나는 그저 밥 먹고
똥 오줌 쌀 줄만 알 뿐이다. 별달리 안다 한들 무엇을 하겠느냐? 그대들은
제방에서 참선하며 도를 묻는데, 그러면 제방에서 참구한 일이 무엇이냐?
한번 꺼내 보아라."
 다시 말씀하셨다.
 "중간에 너의 집안 아버지를 속여서야 되겠느냐? 내 뒷꽁무니나 따라다니며 흘린 침이나 받아 씹어새겨 자기 것이라 하고서는 '나는 선을 알고 도를 안다'고 말한다. 설사 그대가 일대장경을 외운다 한들 무엇에 쓰려 하느냐?
 옛사람은 그대들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고는 마지못해 '보리와 열반'을 말
씀하셨으나, 그것은 그대를 매몰하거나 말뚝을 박아 묶어두는 것이다. 또 그
대들이 알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보리 열반이 아니다'라고 하였으나, 이런
일은 애당초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겠다. 그런데도 게다가 그 사람들의 주해
(注解)나 찾고 있으니, 이러한 사람은 부처의 종족을 멸하는 부류이다. 옛날
에도 다 그러했다면 무슨 수로 오늘에 으르렀겠는가.
 지난날 행각할 때 어떤 사람이 내게 주석서를 하나 주었는데, 비록 그가
나쁜 마음을 먹고 그런것은 아니었으나 하루는 내가 그것을 보고는 한바탕
웃음거리로 만들어버렸다. 내 3, 4년 죽지 않고 산다면 부처 종자를 없애는
이런 놈은 도끼 한 방에 다리를 찍어서 부러뜨리리라.
 요즈음 제방에는 떠들썩하게 세상에 나와서 허세를 부려 사기치는 사람이
있는데 그대들은 어째서 그리 들어가지 않고, 여기서 무슨 똥막대기를 찾느
냐?" 
 그리고는 바닥으로 내려와 주장자로 몽땅 후려쳐서 쫓아내버렸다.


 "무엇이 만법을 한 번에 결판하는 것입니까?"
 "질문한 뜻을 놓치지 말라."


 "죽었다 살아났을 땐 어떻습니까?"
 "아침에 3천리, 저녁에 8백리를 가는구나."


 "대중이 많이 모였습니다. 무슨 이야기를 해야겠습니까?"
 "오늘은 구냥 보내도록 하라."
 그 스님이 절을 올리자 스님은 갑자기 후려쳤다.


 "어떤 것이 제 자신입니까?"
 "내가 모를까봐 그러느냐."


 "무엇이 법신을 꿰뚫는 말입니까?"
 "바다는 잔잔하고 강은 맑다."
 도사(道士:노장의 도를 닦는 사람)가 물었다.
 "보고 들어도 소리 없고 모양 없다 한 것은 노자(老子)의 말씀입니다만
운문의 한마디는 무엇인지 가르쳐 주십시오."
 "인도로 가는 아득히 먼 길이다.
 대꾸가 없으므로 스님이 법좌에서 내려오려고 하는데 도사가 말하였다.
 "스님께서 종지를 보여 주시기를 간곡히 청합니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오너라."
 대중이 대꾸가 없자 스님은 "그렇다면 법문을 청한 장본인을 져버리는
것이다"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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