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송(偈頌)
1
하늘 뚫고 솟아오른 운문산에
흰구름 나즈막한데
물살 급한 여울에는
물고기 감히 살지 못하네
문안에 들어서면 벌써
찾아온 사람의 경계를 알아차리는데
무엇하러 쓸데없이
수레바퀴 진흙을 들어보이랴
2
약과 병이 서로 다스림은
배움길에 있는 의원의 일이요
울타리 잡고 벽을 더듬는 것은
어린 아기의 장난일세
그윽한 골짜기는 말이 없으니
뉘라서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있으며
스승 잇는 한가지만 아는 것
누군들 그것을 모르겠는가
3
강씨(康氏)는 마음이
막혀서 밝지 못하고
마가 깊어 세월만 보내다
한빙지옥에 부딪쳤다네
붕새가 날개 한번 펼치면
파란 하늘을 훌쩍 넘는데
큰 칼끝 팔방으로 휘두를 때
무엇을 붙들려는가
4
기연(機緣)이 있고 상대함이 있으면
기연을 상대하는 일 미혹해지고
기연을 열어제쳐 기연이 멀어지면
심원한 기연이 깃들어오리라
뉘라서 한낮의 해를
저녁에 걸어 두랴
무엇인가 때문에 생겨난 일로
마음은 더더욱 미혹해지네
5
눈부신 태양은
지극히 오묘한데
내가 그르니 그가 그르니를
누가 말하랴
말속에 길이 있으면
누구나 소리 들으나
얼굴을 맞대고도
최상근기 만나기 어렵네
6
어린 나이로 산문에 귀의함은
세상에 드문 일이요
소나무 밑에서 서로 만나면
법담을 나누는 일 기특하도다
칼끝 앞의 한마디
부처를 뛰어넘는데
물어볼 일이다
이찌하여 영겁토록 어긋났는지
7
늙은 소나무 바라보니
높아도 구름 닿지 못한데
기러기며 외가리며 학들은
몇해나 깃들었던가
알을 깨는 그 순간에
남다른 모습 분명하고
나래 펴서 치솟으면
파란 하늘은 저 아래 있네
8
만상과 삼라가
지극히 오묘하여
처음 마주하여 말하는 사람은
아니라 하네
서로 만나 보고는
하하 하고 웃는데
머뭇거리며 기봉을 멈춘 이
또 누구이던가
9
말 다한 곳도 도중의 일인데
말 많으면 어찌 마음 깨치랴
빈주먹으로 왔다가 빈주먹으로 떠나니
모르는 곁에 헛되이 났다가 늙어가네
위를 쳐다봐도
하늘을 보지 못하고
아래를 굽어봐도
땅을 보지 못하네
목구멍이 막혔으니
어디로 숨을 쉴까
나를 보고 웃는 사람 많지만
나를 비웃는 사람 적구나
10
세월은 가고
덩굴숲은 거친데
그림 그리는 화공
생각은 막히고 살갗은 파리하다
들고서 돌아보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어긋나버리니
헤아려보려 한다면
어느 겁에나 깨치랴
쯧쯧쯧
힘은 다 빠지고 선(禪)은 희미한데
납자는 엉겁결에
눈썹이 내려덮이네
추고송(抽顧頌)*
*<운문스님은 때때로 납자들을 이리저리 훑어보고 "살펴봐라!" 하여 그
스님이 무어라고 대꾸하려 하면 "이!"하고 소리쳤다. 그리하여 후학들은
그것을 기록하고 게송을 지어 '고감송'이라 하였다. 그런데 스님의 상수
제자 덕산 원명스님이 '고감송'에서 '고(顧)'를 빼고 '감(이)송'이라 하니
사람들은 그것을 '추고송(抽顧頌)이라 부르게 되었다.>
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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