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세상사가 허공 꽃의 일이다
백년의 세상사 허공 꽃의 일이며
한 조각 몸과 마음, 물에 어린 달과 같네.
만중산 깊고 깊은 곳에 외로이 살며
길고 긴 한낮에 솔문을 닫아걸고 가만히 앉아 있네.
百年世事空花裏 一片身心水月間
백년세사공화리 일편신심수월간
獨許萬山深密處 晝長趺坐掩松關
독허만산심밀처 주장부좌염송관
- 감산(憨山)
인생사를 생각해보면 실로 손안에 들어오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다. 설사 백년을 산다 해도 꿈이요, 환영이다. 아침이슬이요, 저녁연기다. 눈에 병이 나면 멀쩡한 허공에서 꽃이 쏟아지는 것을 본다. 세상사가 그와 같다. 한 조각 몸과 마음은 물에 비친 달그림자와 같다. 헛것을 보며 헛것으로 산다. 그야말로 물거품이요, 번갯불이다.
인생이 그렇다면 어떻게 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가. 바람직한 것이야 있을 수 없겠지만, 홀로 만중산 깊은 곳에서 긴 긴 한낮을 가만히 앉아 없는 듯이 살아간다. 물에 비친 달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흔적 없이 없는 듯이 살 뿐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허망한 인생사에 가장 가깝고 가장 맞게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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