Ⅲ. 논란
[1 장]
1. 부처님에 대한 공양(供養)은 결과를 맺는다.
그때, 밀린다 왕은 질문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자,
스승의 발아래 머리 숙여 합장 예배하고, 이렇게 말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다른 학파(異學)의 지도자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만일, 부처님이 공양을 받는다면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般涅槃) 즉
완전한 깨달음의 경지에 드셨을 리가 없다.
부처님은 아직도 세상에 묶여 있고, 세상 안에 있으며, 아직 세상일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부처님을 위하여 공양을 드리는 것은 헛된 일이고 결과도 없는 일이다.
또 만일 부처님이 완전한 열반에 드셔서 세상을 떠나 있고 세상에 있지 않다면,
부처님은 공양을 받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완전한 열반에 든(사멸한) 사람은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는 사람에게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고 결과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고.
이것은 양도논법(兩刀論法 즉 두 뿔 사이로 피하는 딜렘마)입니다.
이것은 깨치지 못한 사람들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뛰어난 사람들에게 적합한 문제입니다.
부디 이 사견(私見)의 그물코를 풀어서 결론을 내려 주십시오.
이 난문을 그대에게 제출합니다.
미래의 불자(佛子)들에게 지혜의 눈을 열어 반대자의 논란을 굴복시키도록 해 주십시오.”
장로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사멸)에 드셨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공양을 받을 수 없습니다.
보리수(菩提樹) 아래서 조차 공양 받는 일을 버리셨는데,
윤회하지 않는 열반의 경계(無餘依涅槃界)에서 완전한 열반에 드신
부처님에게 있어서는 당연합니다.
대왕이여, 법장(法將) 샤아리풋타 장로는 이렇게 게송(偈頌)을 읊었습니다.
'이 세상 무엇과도 비길 때 없는 부처님,
여러 신과 사람들에게 공양을 받으시지만,
이러한 공양도 예배도 바라지 않으시니,
이는 부처님의 본성(本性)이니라.'"
왕은 물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아들이 아버지를 칭송하거나 또는 아버지가 아들을 칭찬하거나
그것은 반대자를 굴복시키는 근거는 되지 않습니다.
칭찬은 다만 그들 서로의 신뢰를 나타내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제 여기서, 그대 자신의 입장을 세워 사견(私見)의 그물코를 풀어헤쳐
나의 질문에 충분한 해답을 주십시오."
장로는 대답했다.
"대왕이여,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般涅槃)에 드셨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공양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신과 사람들은 이미 공양을 받지 않는 부처님의 유골(駝都寶)과
부처님의 지혜(智慧)에 의지하여 바른 행동을 한다면,
세 가지 경계(三成就) 중 한 가지에 이릅니다.
대왕이여, 이를테면, 커다란 불덩어리가 다 타서 꺼졌다고 합시다.
그때 불덩어리는 마른풀이나 땔나무를 필요로 합니까?"
"존자여, 당장 타고 있을 때도 커다란 불덩어리는
풀이나 땔나무 같은 마른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정신작용이 없는 불덩어리가 소멸했을 때,
다시 연료를 필요로 하겠습니까?
대왕이여, 불덩어리가 소멸했을 때, 세상의 불은 완전히 없어지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땔나무는 불의 연료가 되고 불을 일으키는 소재가 됩니다.
불을 바라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의 정력과 힘과 노력으로
나무(鑽木)을 마찰시켜 불을 일으켜서 불이 필요한 일을 합니다."
"대왕이여, 그렇다면 `공양을 받지 않는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고
결과가 없는 것이라'고 하는 다른 학파 사람들의 말은 틀렸습니다.
대왕이여, 커다란 불덩어리가 타는 것처럼,
부처님도 수만 세계에서 광명을 비칩니다.
커다란 불덩어리가 다 타고 꺼지는 것처럼
부처님도 수만 세계에서 광명을 비친 다음,
윤회하지 않는 열반의 경계에서 완전한 열반에 드셨습니다.
이미 소멸한 불덩어리가 마른 풀이나 땔나무와 같은 연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처럼,
세상을 이롭게 하는 부처님은 공양을 받는 일을 그만 두셨습니다.
대왕이여, 불덩어리가 꺼지고 연료가 다했을 때,
사람들은 정력과 힘과 노력으로 나무를 마찰시켜 불을 일으켜
불이 필요한 일을 합니다.
마찬가지로, 여러 신과 사람들은 완전한 열반에 들어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는
부처님의 유골과 지혜에 의지하여 바른 행동을 할 때,
세 가지 경계 중 하나에 이릅니다.
그러므로 대왕이여,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사멸)에 드셔서
이미 어떠한 공양도 받으시지 않지만,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지도 않고 결과가 없는 것도 아닙니다.
대왕이여, 아직도 그대의 의심이 그치지 않는다면,
그 밖의 또 다른 비유를 들으시오.
대왕이여, 큰 바람이 불다가 그쳤다고 합시다.
그쳐버린 바람이 또 다시 불려고 하겠습니까?"
"존자여, 이미 그쳐 버린 바람은 또 다시 불 생각이나 계획을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바람은 정신작용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또 이미 그쳐 버린 바람에 대하여
`바람'이라는 말을 붙이는 것은 합당한 일입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다아라 나무 잎사귀(多羅葉)와 부채는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입니다.
더위에 눌리고 열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아라 나무잎사귀나 부채를 가지고 정력과 힘과 노력으로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가라앉히며 열을 완화시킵니다."
"대왕이여, 그렇다면
`공양을 받지 않는 부처님께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고 효과 없는 일이라'고 한
다른 학파 사람들은 잘못입니다.
대왕이여, 큰 바람이 부는 것처럼, 부처님은 수만 세계에서 자비에 넘치는
시원한 바람과 훈훈한 바람과 잔잔한 바람과 산들산들한 바람을 보냅니다.
그리고 큰 바람이 불다가 멎는 것처럼,
부처님은 자비에 넘치는 바람을 보낸 다음,
윤회하지 않는 열반의 경계에서 완전한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리고 또 이미 그쳐버린 바람이 또 다시 불려고 하지 않는 것처럼,
세상을 유익하게 하는 부처님은 공양을 받는 것을 그만 두셨습니다.
대왕이여, 사람들이 더위에 눌리고 열에 시달리고 있는 것처럼,
여러 신이나 사람들은 세 가지 번뇌불(貪=탐욕, 瞋=노여움, 癡=어리석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다아라 나무 잎사귀나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는 도구인 것처럼,
부처님의 유골(遺骨)과 지혜는 세 가지 경계에 도달하는 수단입니다.
더위에 눌리고 열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이
다아라 나무 잎사귀나 부채를 가지고
바람을 일으켜 더위를 가라앉히고 열을 완화시키는 것처럼,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에 드셔서 이미 공양을 받지 않지만,
여러 신과 사람들은 부처님의 유골과 지혜를 공양하고 받듦으로서
선근(善根)을 심고 그 선근에 의하여 3가지 번뇌불을 소멸시켜 갑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에 드셔서 이미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지만,
부처님에게 드리는 공양은 무용한 것이 아니라
어떤 결과를 수반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반대자의 논란을 굴복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비유를 들으시오.
어떤 사람이 큰 북을 쳐서 소리를 낸다고 합시다.
북소리는 곧 사라질 것입니다.
그 소리는 또 다시 울려고 하겠습니까?“
"아닙니다. 존자여, 그 북소리는 이미 사라졌습니다.
그 북소리는 또 다시 울려는 생각이나 계획을 하지 않습니다.
그 북소리는 한 번 울렸다가 사라지면 이미 완전히 끊어져 버린 것입니다.
존자여, 그러나, 큰 북은 소리를 울리기 위한 도구, 수단입니다.
그러므로, 누구든 자기가 필요할 때
자신의 노력으로 큰 북을 쳐서 소리를 울립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부처님은 계행(戒行=戒)과 마음의 통일(定)과
지혜(慧)와 속박으로부터의 자유(解脫)와 속박으로부터의 벗어남으로써
얻어지는 통찰력(解脫知見)으로써 충만 되어 있는 부처님의 유골과 교법(法)과
교계(敎戒=律)를 스승으로 삼은 뒤,
윤회하지 않는 열반의 경계에서 완전한 열반에 드셨습니다.
그러나,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에 드셨을 때,
세 가지 경계에 도달할 가능성은 없어지지 않았습니다.
만일 생존(有)을 위한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有情)들이
부처님의 유골과 교법과 계율(戒律)을 의지(緣)하여
세 가지 경계에 도달하려고 한다면,
누구나 거기에 도달 성취할 수 있습니다.
대왕이여, 이러하여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지만,
그 부처님에게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지 않으며 결과를 가져 옵니다.
대왕이여, 부처님은 미래의 가능성을 이렇게 보고 말씀하고 지시해 주셨습니다.
즉 `아난다야, 너희들은 `스승의 말씀은 이미 끝났고 이제 스승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난다야, 그렇지 않다.
내가 너희들에게 보여 주고 가르쳐 준 진리의 가르침(法)과 계율(律)을
내가 죽은 뒤 너희들은 스승으로 삼아야 한다'고,
그러므로, 부처님은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지만,
`부처님을 향하여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고 효과 없는 일이다.'하는
다른 학파 사람의 말은 잘못이오, 거짓이며 진실치 못한 것이오,
허망한 것이오, 틀린 것이오, 전도(顚倒)된 것이오, 괴로움을 초래하는 것이오,
괴로운 결과를 낳는 것이오, 악한 생활로 이끌어 가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그 밖의 비유를 또 하나 들으시오.
대왕이여, 이 대지는 `일체 종자야, 내 속에서 생장하라'고 바랍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그렇다면 어찌하여 종자는 그렇게 바라지도 않는 대지 속에서
성장하여 뿌리를 강하게 붙이고, 줄기와 가지를 뻗고, 꽃과 열매를 맺습니까?"
"존자여, 대지는 그것을 바라지 않지만,
종자가 성장하기 위한 발판이 되고, 반연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종자는 발판을 의지하고, 반연을 따라 자라서 뿌리를 강하게 붙이고,
줄기와 가지를 뻗으며, 꽃과 열매를 맺습니다."
"대왕이여, 그렇다면 다른 학파가 만일
`공양 받지 않는 부처님에 대하여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고 효과 없는 일이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자기들의 학설에 의하여 파멸되고 격파되고 배반됩니다.
대왕이여, 여래(如來)와 아라한(阿羅漢)과 무상정등각자(無上正等覺者)는
마치 넓은 대지와 같습니다.
대지가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것처럼 여래는 아무것도 받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종자가 대지를 의지하여 성장하고 결실을 맺는 것처럼,
여래는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지만,
모든 신과 사람들은 여래의 성골보(聖骨寶)와 지혜보(智慧寶)에 의지하여
선근(善根)을 뿌리박고, 마음을 통일하는 줄기와, 진리의 가르침인 뼈대(髓)와,
계행인 가지를 뻗치며 속박으로부터 벗어난 꽃과
출가자의 깨침인 열매(즉 預流,一來,不還,羅漢의 四沙門果)를 맺습니다.
대왕이여, 그러기 때문에 여래는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지만,
여래에게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지 않고 결과를 가져 옵니다.
대왕이여, 그와 꼭 같은 것에 대한 또 하나의 이유를 들으시오.
낙타와 물소와 노새와 양과 숫소와 인간은
자기들 뱃속에 기생충(키미)이 생기기를 바랍니까?"
"아닙니다. 존자여."
"그러면 어찌하여 기생충들은 동물이 바라지도 않는데
그들의 뱃속에 생겨서 무수한 자손을 번식시킵니까?"
"존자여, 악업(惡業)의 힘에 의해서 그렇게 되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마찬가지로 여래는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아무것도 받지 않지만
여래의 성품과 지혜의 힘에 의하여 여래에게 드리는 공양은 무용하지 않고
결과를 가져 옵니다.
대왕이여, 그와 꼭 같은 또 하나의 이유를 들겠습니다.
대왕이여, 사람들은 자기들 몸에 98 가지 질병이 생기기를 바랍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찌하여 그런 질병이 생깁니까?"
"전생(前生)에 행한 악행에 의하여 그러한 질병이 생깁니다."
"대왕이여, 만일 사람이 전생에 행한 악행의 결과를
이 세상에서 받게(感受) 되는 것이라면, 전생이나 현세에서 행해진 악행은
결과가 없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가져 옵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아무것도 받지 않지만,
여래를 향하여 드리는 공양은 가치 있는 결과를 가져 옵니다.
그에 대한 또 하나의 비유를 들겠습니다.
대왕이여, 그대는 전에 난다카라고 하는 마귀(夜叉)가
샤아리풋타 장로를 해치려다 땅 속으로 빠져버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까?"
"존자여, 들었습니다. 그것은 세상 사람들이 다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샤리풋타 장로는 악마가 그렇게 되기를 바랐습니까?"
"존자여, 모든 천계(天界)와 인간계가 파멸되고 해와 달이 떨어지고
산중의 왕인 수메루 산왕(須彌山王)이 다 분쇄되는 한이 있더라도
샤리풋타 장로는 남이 고통을 받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샤리풋타 장로는 성내는 원인이 배제되어
뿌리 채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존자여, 그러기 때문에 샤리풋타 장로는 자기의 생명을 앗아 가려는
자에 대해서까지도 화를 낼 리가 없습니다."
"대왕이여, 만일 샤리풋타 장로는 난다카가 땅 속으로 빠져 버리기를
바라지 않았다면, 어찌하여 난다카는 땅속으로 빠져 들어 갔습니까?"
"난다카는 자신의 악행의 힘에 의하여 그렇게 되었습니다."
"대왕이여, 만일 자신의 악행의 힘에 의하여 난다카가 땅속으로
빠져 들어 갔다면, 벌을 바라지 않는 사람에 대하여 저지른 행위(죄악)도
효력이 있고 결과를 낳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여래는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어떠한 공양도 받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분에게 드리는 공양은 가치 있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대왕이여, 이 세상에서 땅 속으로 떨어진 사람은 얼마나 됩니까.
그 점에 관하여 들은 적이 있습니까?"
"존자여,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말씀해 보십시오.
친챠야라는 바라문 여인과 샤카족의 숩파부다와 데바닷타 장로와 마귀 난다카와
난다라는 바라문 청년입니다.
이들 다섯 사람은 땅속으로 떨어졌습니다.
대왕이여, 그들은 누구에게 죄를 지었습니까?"
"세존과 그분 제자들에게 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면 세존이나 그분의 제자들은 그들이 땅속으로 떨어지기를 바랐습니까?"
"존자여, 그렇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여래는
완전한 열반에 드시어 어떠한 공양도 바라지 않으신 데도,
그분에게 드리는 공양은 가치 있는 결과를 낳는 것입니다.
나아가세나 존자여,
그대는 심오한 질문을 잘 해결해 주시고 해명해 주셨습니다.
오묘한 뜻(秘義)을 명백하게 해 주고, 얽어진 마디를 풀어 주고,
답답한 밀림(密林)을 개선해 열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반대론자의 주장은 논파되고,
그릇된 의견(謬見)은 잘못임이 입증되었으며,
여러 학파들도 가장 뛰어난 그대를 만났을 때 빛을 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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