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화두참구법 / 한암스님 편지

通達無我法者 2009. 2. 5. 12:20

 

 

60년 전 한암·탄허스님 편지 공개 ‘눈길’

근세불교 미공개 자료를 찾아〈19〉

 

한암스님의 ‘화두참구법’ 생생

제4교구본사 월정사(주지 정념스님)가 60여 년 전인 1948년부터 1953년 사이에 쓰인 한암스님과 탄허스님의 친필 서한문을 공개했다. 이 편지들은 한암(漢巖, 1876~1951)스님과 탄허(呑虛, 1913 ~1983)스님이 조창환 선생(강릉 사천초등학교장 역임)에게 보낸 것으로, 유족들이 지난해 월정사에 기증한 것이다. 이 서찰들은 한암·탄허스님의 행장 연구와 근세 선지식들의 수행법은 물론 간화선 수행법의 지평을 넓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
  
 
 
간화선 수행법 지평 넓힐 ‘귀중한 자료’ 평가 
     
    
“재가불자 수행에 큰 힘주는 내용…의미심장”
 
 
 
 <사진> 한암스님이 조창환 선생에게 보낸 서찰. 유려한 필체가 수행자의 위의를 대변하는 듯하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는 한암스님 4통, 탄허스님 1통이다. 한암스님 서한은 1948년 11월, 1949년 1월, 1949년 2월, 1950년 2월에 조창환 선생에게 보낸 것이다. 탄허스님 서찰은 1953년 2월에 발송한 것이다.
 
5통의 편지는 붓글씨로 쓰였으며 국한문 혼용체이다. 가는 붓으로 쓴 글씨는 유려한 필체가 돋보여 수행정진에 몰두했던 스님들의 모습을 대신 보여주는 듯하다. 편지 내용은 화두참구 방법에 대한 설명과 함께 부처님 가르침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상생활과 관련된 이야기가 담겨 있어 두 스님과 조창환 선생이 각별한 사이였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공개된 서찰에서 한암스님과 탄허스님은 평어체를 사용하지 않고 시종일관 높임말을 쓰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비록 재가불자라도 하심(下心)으로 대했던 스님들의 배려하는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사진> 한암스님이 조창환 선생에게 보낸 편지와 겉봉투.
 
한암스님은 화두참구법을 질문한 조창환 선생에게 친절하게 답변하고 있다. 이 내용은 당대 최고의 선승(禪僧)으로 수좌들을 지도했던 한암스님의 수행관을 살필 수 있는 귀한 자료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다. 이번에 공개된 편지를 한글로 번역한 윤창화 민족사 사장(본지 논설위원)은 “한암스님의 다른 글에서는 화두참구법을 섬세하게 언급한 내용을 찾기 힘들다”면서 “이번 편지는 ‘한암사상(漢岩思想)’의 구체적이고 세밀한 부분을 살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라고 밝혔다.
 
편지에는 한암스님과 탄허스님의 ‘자상한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지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여 존체 만복하시고, 합내(閤內, 부인의 존칭)와 가내 모두 평안하시길 믿으며 기쁜 일이 한량없기를 바랍니다.”(한암스님) “지난해 가을 여러 선생님들께서 이곳을 다녀가셨는데 지금까지도 그 향기가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 그런데 뜻밖에도 편지가 와서 적막한 가운데 열어보니 감격스러워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진> 한암스님이 조창환 선생에게 보낸 서한문. 정돈된 글씨가 돋보인다.
 
 
한암·탄허스님과 편지를 주고받은 조창환 선생은 독실한 불교신자로 강릉 사천초등학교장을 역임한 교육자이다. 서한에 등장하는 ‘조각명(曺覺溟)’이란 구절을 통해 ‘각명’이란 법명을 사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한암스님과 탄허스님의 서간문이 발견된 것은 굉장히 소중한 보배를 구한 것과 다름없다”면서 “특히 재가불자의 수행에 큰 힘이 되는 지침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정념스님은 “발심(發心)을 하면 수행정진을 잘 할 수 있다는 한암스님의 ‘간절한 지도 내용’이 들어 있는 서찰”이라면서 “지극한 신심을 촉발시키는 내용으로 <서장>이나 <간화선지침서>에 못지않은 소중하고 훌륭한 내용”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사진> 탄허스님이 조창환 선생에게 보낸 편지와 겉봉투.
 
 
이번에 공개된 한암·탄허스님 서찰은 지난해 7월17일 조창환 선생의 유족 강만규(며느리) 씨와 조창신(손자) 씨가 기증한 것으로 현재는 월정사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다. 강만규 씨는 “그동안 소중하게 서신을 보관해왔다”면서 “개인적으로 보관하는 것보다는 인연있는 사찰에서 보존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에 월정사에 기증하게 됐다”고 밝혔다.
 
월정사 주지 정념스님은 “오대산과 인연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한암.탄허스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익힐 수 있도록 흔쾌히 기증해준 유족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월정사는 서찰 내용을 번역하고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을 거쳐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한암사상연구>에 게재하는 등 후속작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월정사=이성수 기자 soolee@ibulgyo.com
 
 
 
 
어떤 내용 담겨져 있나 /
      
    
“견고한 ‘당사자 신심’만이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
   
     
한암스님은 출재가를 막론하고 ‘당사자의 신심’이 견고해야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두참구법’과 관련된 한암스님의 가르침을 요약 정리했다. 한글풀이는 윤창화 민족사 사장(본지 논설위원).  
 
 

“항상 안심(安心) 정려(靜慮)하여 터럭 끝만치도 마음을 일으키거나 생각을 움직이지 마십시오.

더 나아가서 마음을 일으키거나 생각을 움직인다(번뇌를 일으킨다는 생각)는 생각까지도 없어야 됩니다. ……

오로지 방법은 마삼근 화두가 제일 묘방이온데 잘못하면 최고로 맛있는 음식도 도리어 독약이 될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화두를 참구할 때는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하십시오.

묘방은 거기에 있습니다. ……

잡념은 조금이라도 없는 가운데서 화두를 들되, 재미도 없고 사량 분별도 할 수 없게 하여 참구하십시오.

그리고 약간 정신을 가다듬어 이것이 무슨 도리(道理)인고?

이와 같이 오래도록 익히고 익혀서 일구월심하면 자연히 천진묘성(天眞妙性)에 계합하게 됩니다. ……

항상 마음을 편안하고 자유롭게 하십시오.

무심(無心), 안심(安心), 정심(靜心), 섭십(攝心)이 제일 상책의 묘도(妙道)입니다. ……

그러나 이 화두공부는 마음을 담백하게 하고 생각을 고요하게 한다는 생각마저도 버려야 합니다.

그러므로 사의(思議)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 도(화두참구)는 부모가 자식에게 전해줄수도 없고 자식이 부모에게 전수받을 수도 없는 것입니다.

오로지 당사자가 한 생각 진실하게 가져서 마치 모양(즉 模本)에 의거하여 그림을 그리되 그리고 또 그리면,

홀연히 축착합착(섬들 맞들 맺돌 맞듯)해서,

본래 생긴 그대의 불성(佛性)을 다시 닦고 알고 찾고 보면,

여러 가지 잡된 말이 끊어집니다.

아무쪼록 심사(深思), 정사(靜思), 안사(安思)하여 기운이 순하게 하고 혈기를 순하게 하여 홀연히(한 생각) 돌이키면 오히려 전에 병이 없을 때에 느꼈던 낙(樂)보다 더 상쾌하고 시원할 것이올시다.”

<1948년 11월6일 한암스님 편지에서>

 

“참선법은 불성을 명백하게 요달해서 다시는 업에 구애받지 않음을 목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화두를 들 때에는 온갖 생각을 허락지 아니합니다.

다만 화두에 대한 의심만 일여(一如)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말이 번다하면 도리어 공부에 방해가 되기에 이만 그칩니다.”

<1949년 1월 12일 한암스님 편지에서>

 

“화두를 참구할 때에는 한결 같이 하여 똥 누고 오줌 눌 때에도 끊어짐(間斷)이 없어야 합니다.

그런데 하물며 조석(朝夕)을 논해 무엇 하겠습니까?

일체처(一切處) 일체시(一切詩)에 화두를 참구해야 합니다.

간단(間斷)없이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고요한 곳과 시끄러운 곳,

움직일 때나 가만히 앉아 있을 때나,

그리고 행주좌와와 깊은 산속,

도시를 막론하고 다만 화두를 참구하여 오래토록 익히는 것에 주력하십시오. ……

재가자(신도)와 출가자(스님)를 막론하고 참선하여 도(道)를 깨친 사람은 무수히 많습니다.

꼭 부처님 앞에서(사찰에서) 참선해야만 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무를 보는 복잡한 가운데에서 득력(得力)하는 것이 적정(寂靜)한 곳에서 득력하는 것보다 10만억배가 더 중요하오니 문제는 오로지 당사자의 신심이 얼마나 견고한가?

그것이 관건입니다.”

<1949년 2월 4일 한암스님 편지에서>

 

“이 몸은 고(苦)의 뿌리입니다.

무슨 병이든지 발생하면 완쾌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음식을 잘 조절하고 양생/섭생하면 고통이 줄어듭니다.

이것이 가장 좋은 효과인데 오래도록 잘 조절/관리하여 신(神)의 경지에 들어가면 혹 아주 쾌차되는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업이 무거우면 아니 됩니다.

화두는 이것저것 따질 필요 없이 오로지 정신을 차려서 ‘이것이 무슨 도리(道理)인고?’하고 의심할 뿐이요,

다른 생각은 조금도 용납하지 않습니다.”

<1950년 2월 5일 한암스님 편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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