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14〉수면의 조절(調眠)/잠이 지나치면 ‘성인의 법’ 닦지 못해

通達無我法者 2009. 6. 13. 07:02

 

 

잠이 지나치면 ‘성인의 법’ 닦지 못해

〈14〉수면의 조절(調眠)


잠을 절제하는 것을 조면(調眠)이라고 한다. 수면에 관하여 <소지관>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면을 조절한다는 것은 잠이란 무명과 현혹과 전복(顚覆)을 부르니 이를 방종히 해서는 안 된다. 잠이 지나치면 성인의 법을 닦지 못할 뿐 아니라, 또한 공부를 상실하여 마음이 어두워져서 선근(善根)이 사라지게 된다. 마땅히 무상함을 깨닫고 수면을 조절하여 정신과 기운을 맑게 하고 생각과 마음을 밝고 깨끗하게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이 하여야 성인의 경지에 마음을 두어 삼매가 나타나게 된다. 그러므로 경(經)에 이르기를, “초저녁이나 늦은 저녁에도 또한 수행을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 하니, 수면의 인연으로 일생을 헛되게 보내어 얻은 바 없어서는 안 된다. 마땅히 덧없는 불이 모든 세간사를 태워버린다는 점을 생각하고, 일찍이 스스로를 제도하여 졸거나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조수면자(調睡眠者)는 부면(夫眠)은 시무명혹복(是無明惑覆)이니 부가종지(不可縱之)라 야기면매과다(若其眠寐過多)면 비유폐수성법(非唯廢修聖法)이라 역복상실공부(亦復喪失功夫)하야 이능령심암매(而能令心闇昧)하야 선근심몰(善根沈沒)이니 당각오무상(當覺悟無常)하고 조복수면(調伏睡眠)하야 령신기청백(令神氣淸白)하고 염심명정(念心明淨)이니라 여시라(如是라)야 내가서심성경(乃可棲心聖境)하야 삼매현전(三昧現前)이라 고경운(故經云) 초야후야역물유폐(初夜後夜 亦勿有廢)라 하니 무이수면인연(無以睡眠因緣)으로 영일생공과무소득야(令一生空過無所得也)라 당념무상지화소제세간(當念無常之火燒諸世間)하고 조구자도(早求自度)하야 물수면야(勿睡眠也)니라

잠을 고르게 자야 한다. 게으르거나 방일하여 수면으로 시간을 헛되이 보내는 것은 수행자나 일반인 모두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초발심자경문>에는 “3경(밤 9시이후부터 새벽 3시까지 6시간동안)을 제외한 그 밖의 시간에는 수면을 허용하지 말지니라. 오랜 겁에 도의 장애는 수마(睡魔)보다 큰 것이 없느니라”고 하였다. 예로부터 잠을 수마라고 하여 도를 이루는데 가장 큰 장애로 보아왔다. 잠에 마(魔)를 붙인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잠은 수행자가 이기기에 가장 힘든 장애 중 하나이다.

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교훈이 있다. 부처님께서 10대 제자중 아나율타(阿那律陀)가 처음 출가하여 늘 낮잠을 즐기는 것을 보시고 꾸짖어 말씀하셨다.

“낮잠 자는 것을 좋아하면 다음 생에 축생의 과보를 받는다.”

이에 아나율타가 스스로 자책하여 7일 동안 밤낮으로 잠을 자지 않다가 실명하여 볼 수 없게 되자 부처님께서 ‘낙견조명금강삼매(樂見照明金剛三昧)’ 수행법을 가르쳐 주셨으니, 눈으로 보지 않고도 시방세계를 모두 볼 수 있는 천안제일(天眼第一)의 제자가 되었다.


마땅히 덧없는 불이 모든 세간사를

태워버린다는 점을 생각하고

졸거나 잠을 자지 말아야 한다



또한 옛날 스님들은 잠을 이기기 위하여 목침을 동그랗게 만들어 베고 잤다. 잠이 깊이 들어 둥근 목침에 미끄러져 머리를 찧으면 다시 일어나 공부를 하여 도를 성취했다고 하기도 하며, 또 어떤 스님은 잠을 물리치기 위해 뾰족한 송곳을 들고 좌선을 하여 도를 성취했다고 하니, 공부인에게 잠은 넘어야할 큰 장애 중에 장애인 것이다.

수면(睡眠)이라는 마구니는 비록 얼음침상에 눈 이불을 덮고 있다 하더라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와서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거늘, 하물며 자리를 두텁게 깔고서 다리를 펴고 널찍하게 누워 있으면서 어찌 능히 물리치겠는가. 그러한 까닭에 수면에 깊이 빠져 있음은 흡사 죽은 사람과도 같이 밤이 새는 줄도 모르고 날이 밝는 줄도 모르는데 어느 겨를에 마음을 수습하고 공부를 해 내겠는가. 그러므로 잠에 깊이 빠져들지 말라고 경계한 것이다.

과도한 수면에 다섯가지 허물이 있으니, 첫째는 악몽이 많음이요, 둘째는 일체의 천신이 보호하지 않음이요, 셋째는 마음이 법에 들어가지 못함이요, 넷째는 밝은 상(相)을 생각하지 못함이요, 다섯째는 정력(精力)을 내기 좋아함이다.

<숫타니파타>에서는 “일어나 좌선하라. 잠을 자서 너희들에게 무슨 이익이 있으리오. 독화살에 맞아 고통받는 이에게 잠이 웬 말인가”라고 하여 잠에 대하여 경책을 하고 있다.

또한 불구(佛具)의 하나인 목어와 목탁도 수행자들의 잠을 경책하기 위해 만든 도구이다. 나무로 만든 물고기 특히 잉어 모양을 만들어서 걸어 두고 두드리는 목어는 물고기의 배 부분을 파내고, 배 부분 안쪽의 양벽을 나무 막대기로 두드려 소리를 내는 법구다. 목어는 물 속의 중생을 제도하고 게으른 수행자를 경책하는 뜻이 담겨 있다.

옛날 어떤 스님이 스승의 가르침을 어기다가 죽은 뒤에 물고기의 과보를 받고 태어났다. 어느 날 스승이 배를 타고 바다를 지나갈 때에, 등에 커다란 나무가 난 물고기가 바다에 몸을 나타내어 그전 죄를 참회하고 등에 난 나무를 없애주기를 애걸하므로, 스승이 수륙제(水陸齊, 물이나 육지에 사는 미물과 외로운 영혼을 천도하는 법회)를 베풀어 물고기의 몸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그날 밤 제자는 스승의 꿈에 나타나 감사드리며 서원 하였다. “저의 등에 난 나무를 베어 저와 같이 생긴 물고기의 형상을 만들어서 나무막대로 쳐주십시오. 그 소리는 수행자에게는 좋은 교훈이 될 것이고 물고기들에게는 해탈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될 것입니다.” 스승은 그 부탁에 따라 이 나무로 물고기 모양을 딴 목어를 만들어서 모든 사람들을 경책 하였다고 한다.

중국 및 우리나라 선종(禪宗)에서 사찰 규범의 지침서로 삼았던 <백장청규(百丈淸規)>에 의하면, 물고기는 밤낮으로 눈을 감지 않으므로 수행자로 하여금 자지 않고 도를 닦으라는 뜻으로 목어를 만들었다고 하였으며, 그것을 두드려 수행자의 잠을 쫓고 혼침(昏沈, 어둡고 혼미한 정신 상태)을 경책(驚策)한다고 하였다.

이와 같이 음식과 수면을 조절하는 것이 사소한 일 같아서 지나치기 쉽다. 그러나 수행은 이런 사소한 것의 조절과 절제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며, 이것이 실패하면 멀고 험한 수행의 길은 얼마 지속되지 못하고 좌절되기 쉽다. 그러므로 사소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수행 처음부터 잘 조절하고 절제하면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선정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 2518호/ 4월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