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魔 다스리는 주문을 외우라〈28〉마경(魔境) ④ |
이번에는 마를 대치하는 많은 방법 중 하나인 치마다라니(治魔陀羅尼)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다라니란 총지(總持)·능지(能持)·능차(能遮)라 번역한다.
흔히 법문의 짧은 구절을 진언(眞言) 또는 주(呪)라 하고, 긴 구절로 된 것을 다라니, 또는 대주(大呪)라고 한다. 능히 무량·무변한 이치를 섭수해 지니어 잃지 않는 염혜(念慧)의 힘을 일컫는다. 종종의 선법을 능히 지니므로 능지라 하고, 종종의 악법을 능히 막아 주므로 능차라 한다.
본래는 선정(禪定)에서 정신통일을 의미했던 다라니는 그것을 수지함으로써 불(佛)의 지혜를 획득하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다라니는 불법 그 자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되었고, 그것이 가진 염력(念力)과 지혜의 힘에 의해 번뇌와 재해라고 하는 내외의 마를 정복하게 되는 것으로 인식되어 왔다.
원효스님은 <기신론소>에서 “모든 마를 다스리는 사람은 마땅히 대승의 모든 마를 다스리는 주문(治魔呪)을 외우라”고 하였으며, <마하지관>에서도 “마병(魔病)은 모름지기 깊은 관(觀)의 수행력(修行力)과 위대한 신주(神呪)를 써야만 바로 그 치유를 얻을 수 있다”고 하였고, <소지관>에서는 “반드시 대승경전에 있는 모든 마를 다스리는 주문을 외되 묵념으로 이것을 외면서 삼보를 염하여라”고 하였다. <선가구감>에서도 “신주를 지송하는 것은 현세의 업은 스스로의 힘으로도 다스릴 수가 있지만 과거숙세의 업은 제거하기가 어려우므로 신력(神力)을 빌릴 필요가 있기 때문에 신주를 지송하지 않고 마사를 물리치려고 하는 것은 옳지 못한 일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다라니는 예로부터 마를 퇴치하는 것은 물론 각종 질병·갖가지 재해를 소멸하기 위해 지송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다라니는 수지함으로써 지혜 얻어
佛法 자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
念力에 의해 번뇌와 재해의 魔 정복
또한 <능엄경>에서도 다음과 같이 신주를 외울 것을 권하고 있다. “만일 말세의 어리석은 중생으로서 선나(禪那)를 알지 못하며, 설법할 줄을 알지 못하면서, 삼매 닦기만을 좋아하는 이들을 내가 사도(邪道)와 같이 될까 염려되어 권하노니, 일심으로 나의 ‘불정다라니주(佛頂陀羅尼呪)’를 수지하라. 만일 외우지 못하거든 선당(禪堂)에 써 두거나 몸에 차거나 하면 모든 마가 요동하지 못하리니, 너희는 마땅히 시방여래의 구경까지 닦아 나아가는 최후의 수범(垂範)을 공경하여 받들라.”
그러므로 여기에서는 선을 수행하는 사람들이 선을 수행하는 가운데 나타나는 마경을 없애기 위해서 옛부터 송지(誦持)해 오던 신주인 ‘능엄주(楞嚴呪)’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한다.
능엄주란 ‘용맹스럽게 정진하여 선정을 닦는 데 힘을 돕는 주문’이라는 뜻이다. 능엄주는 선을 수습하는 사람이나 청정비구들이 숙세의 업력을 끊기가 어려워 수행에 어려움이 있을 때 그러한 업장을 끊어주는 신주라고 한다.
능엄주는 <능엄경>의 찬술 동기를 이루는 것으로 <능엄경>권1의 서분(序分)에서 아난이 걸식을 하다가 마등가녀가 환술로 그를 유혹하여 계체(戒體)를 훼손하려 하자 여래께서 이를 아시고 문수사리로 하여금 신주로써 마등가녀(摩登伽女)의 난을 면하게 하셨다. 이때 사용한 신주가 바로 ‘대불정수능엄신주(大佛頂首楞嚴神呪)’ 즉 ‘능엄주’이다.
능엄주는 총 427구 2617자로 되어 있는데 이를 다시 5회로 나누고 있다. 제1회 초구~137구까지는 모든 여래와 성중(聖衆)에게 귀의하고 찬탄하는 내용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올바른 신심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제2회 138구~178구는 능엄주의 권증(權證)과 신앙에 대한 내용으로 방편의 지혜를 성취하기 위한 신앙심에 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제3회 179구~272구는 능엄주의 성취공덕이 구체적으로 송출되어 있는데, 이는 곧 대원력의 발현이라 할 수 있다. 제4회 273구~332구는 능엄주를 성취하고 공덕이 내증된 것에 대해서 여러 성중에게 감사하되 그 본존인 백산개여신(白傘蓋女神)에게 간절히 기도하는 내용이며, 제5회 333구~427구는 회향 부분으로 수행자를 괴롭히는 제악(諸惡)의 결박을 성취하여 이들을 제도함으로써 성역(聖域)을 결계(結界)하는 것으로 맺어진다. 이는 회향으로 중생제도의 발원을 서원하는 것으로 수행자의 바른 자세와 염원을 밝힌 내용으로서 원천적으로 장애의 요소를 제거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능엄주는 제1회 귀경에서 제5회 회향까지 기도문으로서의 형식을 갖추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능엄경>의 ‘계환해(戒環解)’에서는 “418구 이전은 다만 삼보에 귀의함과 주문의 공력과 구원과 가피의 일을 설명한 것이요, 다질타(姪他)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주문을 설한 것이니 아래가 바로 비밀심주(秘密心呪)이다”라고 하였다. 이와 같이 사실상 능엄주의 정주(正呪)라고 할 수 있는 비밀주문은 다질타(姪他)이후 420구인 ‘옴(唵)’부터 마지막 427구인 사바하(莎婆訶)의 8구 34자에 불과하다.
능엄주는 일체의 액난을 절복하는 힘이 있다고 하였는데, 이러한 힘은 능엄주의 신력 곧 수능엄삼매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한마디로 능엄주의 핵심은 삼보 및 보살의 가피력으로써 다른 모든 악주(惡呪)와 액·재앙·질병 등을 물리치고 불제자들을 보호하려는 의지로 가득차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능엄주는 수선자가 수선 중에 나타나는 마경을 없애기 위해서 예로부터 송지해 오던 신주이며, 더구나 여름과 겨울의 안거 때에 정진 공덕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서 수지해 왔다고 한다. 승당(僧堂)의 기록에 의하면 선원청규(禪宗淸規) 중에는 흔히 다라니가 나타나며, 능엄주와 대비주(大悲呪)는 선밀쌍수(禪密雙修)의 주역이 되어 왔다고 한다. <칙수백장청규(勅修百丈淸規)>에도 ‘능엄회(楞嚴會)’라는 것이 시설되어 있는 것을 보면 선문에서 의용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능엄회’란 능엄주를 독송하면서 안거의 무사를 기원하는 법회이다.
다시 말하면, 능엄주는 장애 곧 마장이란 잘못된 신앙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그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일깨워 주는 것으로 수행 중 마장을 물리칠 뿐만 아니라 모든 업장을 소멸하는 비밀주라 할 수 있으며, 자신의 잘못된 견해와 절복되지 않는 업장을 은밀히 관찰해보면 수행자가 의지해야 할 무상의 주(呪)라 하겠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출처 : 불교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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