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선의 강의·혜거스님

〈44〉장소의 선택(擇處)/선지식 지도받을 수 있는 곳 ‘최우선’

通達無我法者 2009. 12. 6. 22:40

 

 

선지식 지도받을 수 있는 곳 ‘최우선’

〈44〉장소의 선택(擇處)

 
  
좌선을 하려고 할 때는 먼저 좌선할 장소를 잘 택해야 한다. 이것을 택처(擇處)라고 한다. 사실 좌선에 능한 사람은 장소를 가릴 필요가 없다. 그들은 어디서든 참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초심자의 경우 장소를 잘 선택하여야 집중하기가 쉬워진다. 참선할 장소로 산사나 사찰내의 선방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수행하는 동안 어떠한 방해도 받지 않고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조용하고 정결한 장소를 택해야 한다. 좌선을 잘하기 위해서는 좌선을 하는 동안 방해가 없어야 한결같이 집중하여 삼매에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처음 참선하는 사람은 장소와 시간을 일정하게 해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참선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장소와 시간을 편리한 대로 옮겨 수행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처음 참선하는 사람의 경우 장소는 방해받지 않는 곳이면 어디든지 무방하며, 시간은 피곤하거나 졸리지 않은 쾌적한 상태일 때 하는 것이 좋다.
 
굳이 참선 수행하는 장소로 적합한 곳을 꼽는다면 지리적 여건으로는 자연으로부터 재해가 없는 곳이어야 하고, 사회적 여건으로는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곳, 주변이 조용한 곳, 그리고 공기가 쾌적한 곳이면 더욱 좋다. 중요한 것은 선지식으로부터 지도 받을 수 있는 곳이 최우선이라 하겠다.
 
좌선 전에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과 음식조절, 수면조절, 그리고 장소까지 결정되고 나면 좌선을 잘하기 위해서는 먼저 좌선 시 몸의 자세를 알아 잘 조절해야만 한다. 이것을 조신(調身)이라고 한다.
 
먼저 몸과 호흡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꽉 조이지 않는 헐렁한 옷을 입는 것이 좋다. 꽉 조이는 옷은 숨쉬기를 불편하게 할 뿐 아니라 혈액순환에도 방해가 되어 다리도 빨리 저리게 된다. 반대로 옷을 편안하게 입으면 호흡을 깊게 할 수 있고 혈액순환이 잘되기 때문에 머리에 맑은 피를 많이 공급할 수 있어, 머리를 늘 맑은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가능하면 평소에도 조금 여유가 있는 옷을 입는 것이 좋다.
 
그 다음에 대.소 두 장의 좌복을 준비한 후 큰 좌복의 뒷부분에 작은 좌복을 놓는다. 만약 적당한 좌복이 없다면 집에서 사용하는 요를 반으로 접어 사용해도 된다. 중요한 것은 되도록 푹신한 자리를 깔고 앉아야 한다는 점이다. 쿠션이 충분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날수록 엉덩이와 허벅지 부분이 몸무게에 눌리면서 피가 통하지 않아 다리가 아프고 저려 명상에 방해가 된다.
 
 
자연으로부터 재해가 없고
 
사람들로부터 방해받지 않고
 
주변이 조용하고 공기가
 
쾌적한 곳이면 더욱 좋다
 
 
 
큰 좌복의 뒷부분에 작은 좌복을 놓는 이유는 앉았을 경우 다리부분보다 엉덩이 부분이 높아야 척추가 똑바로 펴지면서 자세가 반듯해지고 한결 몸이 편안해지기 때문이다. 또한 사람마다 신체가 다르기 때문에 방석의 높이는 자신의 신체에 맞게 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자신이 앉아 보아 양 무릎이 땅에 닿고 허리가 펴지며 지나치게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자리를 정돈하고 앉을 때, 가장 이상적인 자세는 결가부좌(結跏趺坐)이다. 결가부좌는 두 발을 교차시킨 다음 다시 손으로 좌우의 발등을 두 넓적다리 위에 놓는 것이다. 그러나 동양인은 체형상 결가부좌 보다는 반가부좌가 편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반가부좌를 해도 무방하다. 반가부좌는 한쪽 발만을 다른 쪽 다리의 허벅지에 올려놓는 자세이다. 위쪽에 오는 발이 왼발이든 오른발이든 상관이 없다. 다만 매회 왼발과 오른발을 번갈아 올려 몸이 비뚤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반가부좌를 하고나면 두 손은 양 손바닥을 살짝 포갠 뒤 엄지손가락이 마주 닿게 하여 동그란 모양을 만드는데, 이때 두 손을 포갠 모양은 발 모양과 통일하여 몸의 균형을 맞춘다. 이는 예로부터 망념을 버려 움직이지 않고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삼매경에 들게 하는 수인(手印)으로 입정을 상징하는 것이다.
 
발과 손의 위치가 정해져서 정좌(正坐)하고 난 뒤에는 몸을 천천히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으로 반복해서 흔들어 몸의 중심을 잡은 뒤 허리를 반듯이 편 후 긴장을 풀고 단정히 앉는다. 왼쪽으로 기울거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서도 안 되며, 앞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젖혀서도 안 된다.
 
자세가 몸에 익어질 때까지는 참선하는 동안에도 늘 자신의 자세를 스스로 살펴야 한다. 처음 참선할 때 몸이나 손, 얼굴 등에 힘이 너무 들어가 경직되어 보이는 경우가 많다.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해야 한다. 얼굴에도 인상을 가득 쓰고 참선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입에는 가볍게 미소를 띄고 표정은 온화한 모습으로 참선해야 한다.
 
특히 처음 참선하는 초심자는 늘 자신의 자세를 살펴 바른 자세를 익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렇게 하여 오래오래 바른 자세가 익어지면 자연히 몸과 마음에도 힘이 빠지게 될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자세에 신경 쓰느라 힘이 들겠지만, 모든 일은 시작이 중요하고 기초가 바르게 된 후에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듯이 참선하는 데도 앉는 자세가 올바르게 되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귀와 어깨가 나란히 되도록 하고, 코와 배꼽이 일직선이 되도록 하며, 혀는 윗잇몸에 대고 입술과 이는 맞붙인다.
 
다음 시선을 어떻게 할 것인가. 눈은 반드시 떠야한다. 옛 선지식들은 눈감고 참선하면 흑산귀굴(黑山鬼窟)에 들어간다고 하였다. 눈을 감으면 마음이 고요하고 정신이 집중되는 듯하지만 금방 혼침에 떨어지기 쉽다. 시선은 코끝을 응시한다. 코끝을 응시할 때 마음으로 코끝을 응시해야지 정말로 보이지 않는 코끝을 보려고 애써서는 안된다. 좌선 시간은 50분이 기본이지만, 50분에 익숙해질 때까지 30분부터 시작하여 차츰 시간을 늘려간다. 50분 좌선하고 5~10분 포행한다.
 
근래에 참선하는 모습은 백가지 형태라 할 만큼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공부가 그렇듯이 참선수행도 역시 처음부터 바른 자세와 바른 법을 반드시 배워서 수행해야 함은 물론이다. 모든 법이 바르게 하려고 하면 힘들고 더딘 것 같으나 바른 길에서는 힘들고 더딜지라도 잘못 가는 병통이 생기는 일은 없다.
 
이와 같이 좌선을 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으면 좌선 전에 반드시 참회를 하도록 권장한다. 지금까지 나에게 가장 후회되는 일과 가장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일 등을 꼼꼼이 살펴 고치고자 애쓰는 사이에 문득 일념이 되고 큰 원을 세우고자하는 발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혜거스님 / 서울 금강선원장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