直指·무비스님

“나의 정법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

通達無我法者 2010. 2. 14. 21:13

 

 

“나의 정법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

〈9〉제7불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② 꽃을 드니 미소하다


世尊 在靈山說法 天雨四花 世尊 遂拈花示衆 迦葉 破顔微笑

世尊 云

吾有正法眼藏涅槃妙心 付囑摩訶迦葉

세존께서 영축산에서 설법을 하실 때 하늘에서 네 가지 꽃이 비가 오듯이 쏟아졌다. 세존께서 드디어 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는데 가섭 존자가 빙긋이 미소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나에게 정법의 눈과 열반의 오묘한 마음이 있는데 그것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라.”


간결한 표현…선불교 기원

‘염화시중’은 화두의 ‘원조’


해설 : 석가모니 부처님에게서 특기할만한 사항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앞에서 소개하였던 성도(成道)하신 것이 첫 번째 특기할 사항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거량하는 법을 전하는 장면이다. 즉 법을 깨달은 일과 법을 전한 일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직지심경을 편찬하신 백운화상의 불교적 안목과 깊이를 조금은 짐작하겠다.

세존의 삼처전심(三處傳心) 중에서 가장 멋있고 대표적인 것이다. 스승이 꽃을 드니 제자가 미소를 지어 이심전심(以心傳心)의 도리를 천하에 널리 알게 한 내용은 <대범천왕문불결의경>이라는 경전의 이야기다. 이 경전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그 때에 대범천왕이 부처님께 사뢰었다. ‘세존께서 세상에 오시어 40여 년 동안 갖가지 설법을 하시었습니다. 어찌 미증유의 법문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는 법이라 하겠습니까. 원컨대 세상의 모든 사람들과 천신들을 위하여 보여주십시오.’ 이 말을 마치고 금 빛나는 천개의 잎이 달린 연꽃을 바치고 자신의 몸으로 법상을 대신하여 앉게 하며 진심으로 법을 간청하였다.

그 때 세존은 그 자리에 앉아 문득 꽃을 들어 대중들에게 보였다. 법회에 모인 백만 대중들과 비구들은 묵묵하였다. 그 때 법회에는 오직 마하가섭존자가 있어서 곧 그것을 보고는 파안 미소하여 보였다. 그리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고 바로 서서 아무 말이 없었다. 그 때에 부처님이 마하가섭존자에게 말하였다. ‘나에게 정법을 깨달은 안목과 열반을 체득한 마음이 있다. 그것은 진실하고 영원한 것이지만 형상이 없는 미묘한 법문이다. 이것은 문자로서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교밖에 다르게 전한다. 지혜가 있든 없든 인연이 되면 증득할 것이다(正法眼藏 涅槃妙心 實相無相 微妙法門 不立文字 敎外別傳 有智無智 得因緣證). 오늘 마하가섭에게 부촉하노니 미래세에 여러 부처님을 받들어 섬기고 나서 마땅히 성불하리라’고 하였다.”

이 이야기는 염화미소(拈花微笑), 영산회상거염화(靈山會上擧拈花), 염화시중(拈花示衆), 이심전심(以心傳心)등의 말로 요약하여 널리 전해지면서 선불교의 기원이 되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불교의 기원을 이 경전의 이야기에 근거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선불교는 참으로 멋지다. 아름다운 한 송이의 꽃에서 출발하였다. 그래서 선은 간결하고 탈속하고 유현하고 아름답다. 선을 이야기 하는 사람치고 이 이야기를 근거로 삼지 않는 이가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그리고 보면 선은 경전의 산물이다. 경전은 선불교의 어머니다. 결국은 “문자로서는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교밖에 다르게 전한다(不立文字 敎外別傳)”라는 경전의 가르침을 선불교에서는 숭상한다.

선은 인류가 창조한 것 중에 가장 위대한 정신문화며 걸작품이다. 선은 하나의 거울이다. 사람의 마음상태를 환하게 비춘다. 선은 하나의 등불이다. 사람들의 삶의 길을 밝게 비추며 안내한다. 또한 선은 일종의 생활태도며 처세방법이다. 선은 생각하는 지혜며 인생지침이다. 선은 사람들의 마음을 정화하며 사람들의 인격을 미화한다. 사람들의 지혜를 개척하며 역량을 강화한다. 선은 사람들에게 잠재된 능력 가운데 본래로 갖추고 있는 일종의 숭고한 정신역량이다. 이러한 선을 한 송이 꽃으로 보였다. 참 간결하다. 쉽다. 불필요한 장식적인 설명이나 부수적인 요소는 하나도 없다. 그러면서 무한히 높고 무한히 깊은 것이 또한 선이다.

무비스님 / 조계종 전 교육원장


[불교신문 2457호/ 9월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