直指·무비스님

무쇠소는 ‘사자의 포효’ 두려워 않는다

通達無我法者 2010. 2. 14. 21:18

 

 

무쇠소는 ‘사자의 포효’ 두려워 않는다

〈11〉제7불 석가모니불(釋迦牟尼佛) ④ 보거나 듣지 아니하다


世尊 在尼拘律樹下坐次 有二商人 問 還見車過不 曰不見 曰還聞不 曰不聞 曰莫禪定不 曰不禪定 曰莫睡眠不 曰不睡眠 商人歎曰 善哉善哉 世尊 覺而不見 遂獻白兩段

(如云 身心如土木 聞見似盲聾)

세존께서 니구율 나무 아래에 앉아 계실 때 상인 두 사람이 와서 물었다. “혹시 수레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까?” “보지 못하였네.” “그렇다면 소리를 들으셨습니까?” “듣지 못하였네.” “선정에 들어계셨습니까?” “아니 선정에도 들어있지 않았네.” “그렇다면 주무셨습니까?” “아니 잠도 자지 않았네.”

상인들이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세존께서는 깨어 있으면서도 보지 않으십니다”라고 하고는 흰 천 두필을 바쳤다.

(이를테면 ‘몸과 마음은 토목과 같고 듣고 보는 것은 눈멀고 귀먹은 이와 같다’라는 말과 같다.)

경계에 끄달림 없이 바라보면

있는 그대로가 ‘깨침의 자리’


해설 : 석가세존의 일생의 삶에 대해서나 설법하신 내용들에 대해서 특별히 기록하여 전하고 싶은 가르침들은 매우 많다. 백운화상은 <오등회원>에서 간추려놓은 내용 중 다시 더 살펴보고 선별하여 꼭 소개하고 싶었던 것을 <직지심경>에 수록하였다. 천하의 명안종사가 추리고 추려서 한권의 경전으로 만들었으므로 그 내용의 깊이와 수준은 족히 짐작하는 바다.

이 내용은 부처님이 중생들을 위한 다종다양한 대기설법(對機說法) 중에서 전통적인 선불교에서 매우 즐겨하는 대경무심(對境無心)의 삶을 표현하는 좋은 예가 되겠다. 즉 세상의 그 어떤 문제들도 모두가 내가 문제시함으로부터 비로소 문제로 등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문제시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선불교의 한 가지 입장이다. 그래서 문제해결의 열쇠는 곧 나 자신에게 있고 그것은 곧 내가 무심하면 모든 문제는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문제가 있다하더라도 다 해결이 된다는 뜻이다.

선게(禪偈)에는 “내 마음 가운데 아무런 일이 없으면 세상의 그 어떤 일도 나를 움직이지 못한다(心中無一事 萬境不能轉)”라는 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제방선원의 주련에는 방(龐)거사의 “세상에는 대상도 많고 사건들도 많지만 다만 내 마음이 그것에 무심하다면 그 많고 많은 사물과 사건들이 아무리 내 주위를 에워싸고 있다한들 무엇이 방해되랴. 마치 무쇠소가 사자의 포효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과 같으며 나무로 깎은 사람이 꽃을 보고 새를 보는 경우와 같을 것이다. 나무로 만든 사람은 본래 감정이 없는데 꽃과 새가 그 나무사람을 만난들 놀랄 일이 무엇이겠는가. 그와 같이 마음은 마음대로 경계는 경계대로 그냥그대로 그 자리에만 있으면 깨달음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하여 무엇을 염려하겠는가?”라는 게송을 흔히 볼 수 있다.

그렇다. 선원에 앉아 선정에 몰두하는 사람으로서는 반드시 이와 같은 심경이 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세존께서도 위와 같은 사례가 있었으며 특별히 기록하여 후대에 전해줌으로서 수행자의 큰 지침이 되고 있다.

세존의 코앞을 수레가 지나갔으나 세존은 수레소리를 듣지도 못했으며 보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잠을 자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세속의 상인으로서는 너무나도 훌륭한 일이며 뛰어난 정진력이다.

그래서 환희한 마음에 흰 천 두필을 보시하였다. 백운스님도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몸과 마음은 토목과 같고 듣고 보는 것은 눈멀고 귀먹은 이와 같다”라고 착어를 하였는데 사람의 정신세계가 이와 같은 경지에 이르는 것도 쉽지 않지만 무엇인가 부족한 느낌이 든다. 살아있는 사람이 목석과 같이 되는 것으로 두 상인을 감동시킨 것보다는 이왕에 상인들을 만났으니 상인의 도리와 참다운 상인의 길을 일러주고 나아가서 어떻게 하면 정도에 맞게 사업을 잘하여 돈을 많이 벌 수 있는가를 가르쳤더라면 오늘 날 중생들에게 가장 많이 읽히는 경전이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무비스님 / 조계종 전 교육원장


[불교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