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큰스님 법어집/정통선의 향훈
수행(修行)의 단계(段階)
수행의 단계로는 어려운 것도 많이 있습니다만 제일 간명(簡明)한 것이
사도(四道)입니다.
맨 처음에는 가행도(加行道)라,
우리는 지금 용맹정진(勇猛精進)을 하려고 이렇게 모여 있는 것입니다.
용맹정진의 별명이 가행정진(加行精進)입니다. 평소에 하던 공부를, 우리
수행을 더욱더 가속도로 증장시킨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가행정진이나 용
맹정진은 원래 똑같은 뜻입니다.
따라서 가행도(加行道)는 평소에 하는 공부에다 조금 더 우리 힘을 가해
서 정진력을 더하는 것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가행정진을 하게 되는 셈 이
지요.
가행도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것인가? 가행도를 하게 되면 그 다음에
는 무간도(無間道)가 옵니다. 가행도를 잘못 하면 무간도가 안 오겠지요.
무간도(無間道)는 무엇인가 하면, "천지우주가 청정미묘한 부처뿐이구
나" 하는 생각이 사이없이 쭉 이어간다는 말입니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분
명히 딴 생각은 전혀 안 나오는 무간도가 옵니다. 오직 부처님 생각으로, 천
지우주가 하나로 딱 되어 버린다는 말입니다.
내 몸도 비고 천지가 비었다는 공관(空觀)을 억지로 안해도 자기 몸은 텅
비어버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무간도가 되면 자기 몸에는 아무런 부담이 없
는 것입니다. 자기 몸이 터럭 하나의 무게도 없는 것을 느끼는 것입니다. 오
직 가행도를 애쓰고 나가므로써 그런 때가 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무간도를 거치면 필연적으로 우리 본자성(本自性)이 불성(佛
性)이기 때문에, 그때는 해탈도(解脫道)라, 불성을 견증(見證)하는것입니
다. 찬란스러운 내 본생명의 고장, 내 마음의 고향, 내 생명의 본 주인공을
본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해탈도(解脫道)입니다.
이래서 우리는 벌써 업장을 다 벗어버리고 좋다, 궂다, 사랑한다, 밉다하
는 것을 다 떠나버립니다. 이렇게 해서 견성오도(見性悟道)합니다. 불성을
보고 도를 깨닫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구경지(究竟地) 성불(成佛)은 못됩니다. 비록 우리가 불성
을 봤다 하더라도 아직은 습관성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습관성 곧 번뇌
의 뿌리, 그것을 뽑으려면 또 승진도(勝進道)라, 해탈도에 입각해서 더욱
더 정진을 한다는 말입니다. 말하자면 보임수행(保任修行)을 한다는 말입
니다.
부처의 성품을 본 것을 잘 지키면서 또, 함부로 행동하면 안되니까 잘 닦
고 닦으면 그때는 드디어 번뇌의 종자가 다, 뿌리가 뽑혀서 완전무결한 성
불인 대각(大覺)의 자리가 오는 것입니다.
이렇게 가행도, 무간도, 해탈도, 승진도 이것이 사도(四道)입니다.
우리는, 아까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일상삼매 일행삼매라, 천지우주가 하나
의 부처덩어리인 것이요 천지우주는 실은 부처뿐인 것입니다. 그리고 절대
로 간격이 없습니다. 이런 말씀을 여러분들이 공부하다가 자꾸만 되풀이 해
야 합니다. 우주는 간격이 없는, 틈이 없는 하나의 부처 뿐입니다. 단지 중
생이 잘못 봐서 간격을 세우고 구분을 세우고 차별을 세웁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일미평등(一味平等)한 불성(佛性)이라, 하나의 맛이고 평등한 불성뿐
이라는 말입니다.
무명(無明)이란 무엇인가? 일미평등의 불성 곧 천지우주가 하나의 생명
체인 불성임을 잘못 보는 것이 무명인 것입니다.
그리고는 우리가 실상(實相)자리, 실상묘유(實相妙有)자리, 우리 마음의
고향자리, 영원의 자기 주인공자리, 이 자리를 지켜서 일행삼매로서 가행정
진을 해가지고서, 다시 다른 생각이 끼일 수 없도록까지 무간도(無間道)에
들어가야 합니다.
무간도에 들어가야 정말로 행복을 느낍니다. 무간도만 들어가면 마치 저
열반(涅槃)에서 불어오는 맑은 청풍(淸風)이 자기를 엄습하는 그런 상쾌함
과 표현할 수 없는 희락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희락지(喜樂地)요 또
는 환희지(歡喜地)입니다.
무간도를 거쳐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우리 행복은 더 가증(加增)됩니
다. 무간도만 들어가면 그때는 이제 순교(殉敎)나 생사(生死)에 대해서 자
재(自在)로 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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