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제7장 화엄종사상] 1. 진공묘유 - (1) 진공사의

通達無我法者 2007. 4. 30. 11:30

 

제7장 화엄종사상 - 1. 진공묘유



여기에 인용하는 것은 현수스님이 찬술한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般若波羅蜜多心經略疏)에서 공(空)과 유(有)를 설명한 부분입니다. 그 내용은 공과 유를 각각 네 가지로 설명하여 그 원융함을 밝힌 것인데 공과 유를 개별적으로 논의하지만, 사실은 공의 해설 중에 유가 포함되고, 유의 설명 중에 공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은 진공묘유(眞空妙有)를 공과 유의 면으로 구분하여 고찰한 것입니다. 이 진공묘유의 내용을 분명히 이해해야 앞으로 설명하는 사사무애(事事無碍)를 비롯한 많은 화엄종의 교리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제7장 화엄종사상 - 1. 진공묘유 - (1) 진공사의



진공에 전체적으로 네 가지 뜻이 있다. 첫째는 자기를 버리고 남을 이룬다는 뜻이다. 공(空)이 곧 색(色)이기 때문에 곧 색은 드러나고 공은 숨어 버리는 것이다.

眞空에 通有四義하니 一은 廢己成他義라 以空卽是色故로 卽色現顯空隱也요. [心經略疏;大正藏 33, p. 553中]


‘자기는 버리고 남을 이룬다는 뜻’은 공을 내버리고 색을 쫓아간다는 뜻으로 공이 즉 색이기 때문에 공을 버리고 색이 되는 것입니다. 즉 진공(眞空)의 첫째 조건은 색이 드러나고 공이 숨어 버리는 것인데, 이것은 공 이대로가 전체적으로 색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둘째는 남을 숨기고 자기를 드러낸다는 뜻이다. 색이 공이기 때문에 곧 색이 다하면 공이 드러나는 것이다.

二는 泯他顯己義라. 以色是空故로 卽色盡空顯也요.


‘남을 숨기고 자기를 드러낸다는 뜻’은 색을 버리고 공을 나타낸다는 뜻으로 색 이대로가 공이기 때문에 색이 다하면 공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공의 둘째 조건으로 그 이유는 색 이대로가 전체적으로 공이기 때문입니다.


셋째는 자기와 남이 함께 존재한다는 뜻이다. 숨음과 드러남이 둘 아닌 것이 진공이기 때문에 색이 공과 다르지 않음을 환색(幻色)이라 하니 색이 존재하는 것이요, 공이 색과 다르지 않음을 진공(眞空)이라 하니 공이 드러난다. 서로 장애하지 않으므로 둘이 다 존재하는 것이다.

三은 自他俱存義라 以隱顯無二가 是眞空故로 謂色不異空을 爲幻色이러니 色存也요 空不異色을 名眞空이러니 空顯也라 以互不相碍하여 二俱存也라.


‘자기와 남이 함께 존재한다는 뜻’은 색과 공을 쌍조한 데서 하는 말입니다. 쌍조면에서 보면 공과 색은 서로 막히지 아니하고 통해 있으므로 공과 색이 둘이 다 존재하는 것입니다.


넷째는 자기와 남이 같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체(體)를 들어 서로 즉하여 전체를 빼앗아 둘이 없어져 두 변을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四는 自他俱泯義라 以擧體相卽하여 全奪兩亡하여 絶二邊故라.


‘자기와 남이 같이 사라진다는 뜻’은 색과 공을 쌍차한 데서 하는 말입니다. 그 까닭은 색이 즉 공이므로 색이라 할 수 없고 공이 즉 색이므로 공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색과 공이 사라진 면에서 쌍민(雙泯)이라 하는 것입니다.이와 같은 진공에 대한 네 가지 설명을 통하여 볼 때, 진공의 근본 뜻은 어느 곳에 있느냐 하면 색이 즉 공이고 공이 즉 색으로 서로 상즉하기 때문에 쌍조(雙照)하여 함께 있으면서[俱存] 쌍차(雙遮)하여 함께 사라지는 것입니다[雙泯]. 그러므로 진공의 내용은 함께 있으면서 함께 사라지고 또 쌍차쌍조하는 것이니 그 내용만 같으면 이름은 진공이라 해도 괜찮고 묘유라 해도 괜찮습니다. 다만 한쪽으로 공을 강조할 때에 진공이라고 표현한 것입니다.


색이 공을 바라보는 것에도 또한 네 가지 뜻이 있으니, 첫째는 남을 드러내고 자기는 없어지는 것이요, 둘째는 자기는 드러나고 남을 숨기는 것이요, 셋째는 같이 존재하는 것이요, 넷째는 같이 사라지는 것이니 앞에 준거하여 생각할 것이다. 이것은 곧 환색(幻色)이 있고 없는 것이 거리낌이 없고 진공이 숨고 드러남이 자재하여, 합하여 한 맛이 되어 원융하게 통하여 의지함이 없으니 이것이 그 법이다.

色望於空에 而有四義하니 一은 顯他自盡이요 二는 自顯隱他요 三은 俱存이요 四는 俱泯이니 並準前思之니라. 是卽幻色이 存亡無閡하고 眞空이 隱顯自在하여 合爲一味하여 圓通無寄하니 是其法也라.


첫째의 현타자진(顯他自盡)은 색즉시공으로 공이 드러나고 색은 없어지는 것이요, 둘째의 자현은타(自顯隱他)는 공즉시색으로 색이 드러나고 공은 없어지는 것이며, 셋째의 구존(俱存)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으로 색과 공이 분명하기 때문이요, 넷째의 구민(俱泯)은 색즉시공 공즉시색으로 색이라 해도 안 되고 공이라 해도 안 됩니다. 앞에서 해설한 진공의 네 가지 뜻에 준거하여 생각해 보면 곧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있고 없는 것이 거리낌이 없다’에서 있음[存]은 유(有)이고 없음[亡]은 무(無)로서 유, 무가 거리낌이 없으므로 진공이 은현자재하고 합하여 한 맛이 되면서 원융하게 통달하여 걸림이 없으니 이것이야말로 진공묘유의 참 묘법인 것입니다.결국 진공에도 네 가지 뜻이 있고 묘유에도 네 가지 뜻이 있는데, 그 내용은 전체가 구존과 구민입니다. 존(存)은 조(照)이고 민(泯)은 차(遮)이므로 천태대사가 말하는 쌍차쌍조와 내용에서는 같습니다. 진공이라 해도 쌍차쌍조가 되고 묘유라 해도 쌍차쌍조가 되어, 색은 색이고 공은 공이면서 색즉시공이요 공즉시색이니 여기에서 참으로 원융무애한 화엄의 근본 도리가 발현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