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제7장 화엄종사상] 1. 진공묘유 - (2) 공유교철

通達無我法者 2007. 4. 30. 11:30

제7장 화엄종사상

  1. 진공묘유

    (2) 공유교철



지금 해설하는 것은 현수스님의 저서인 화엄유심법계기(華嚴遊心法界記)에서 인용한 글로, 그 대체적인 의미는 앞에서 설명한 진공묘유(眞空妙有)의 요지와 거의 같습니다. 다만 여기에서는 공유(空有)에 대해서 설명할 뿐만 아니라 어떤 방편으로서 그것에 들어갈 수 있는지 그 실증(實證)의 경계에 대해서 언급하는 점이 다릅니다. 즉 진실한 공유의 경계는 말로 표현할 수 없고, 마음으로 헤아릴 수 없다고 역설하니, 교가(敎家)에서 자주 설하는 공유무애(空有無碍)는 결코 이론에만 그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공(空)으로써 전체 유(有)를 빼앗으니 유가 공하면서 유가 없으므로 있다는 견해[有見]가 없어지고, 유로써 전체 공을 빼앗으니 공이 있으면서 공이 없으므로 공에 집착함이 모두 없어진다. 공과 유가 즉입(卽入)하여 전체가 서로 통하여 한 가지 모습으로 둘이 없으니 두 견해를 함께 떠남이요, 곧 서로 통하여 걸림이 없으면서 무너지지 않으니 두 상이 서로 존재하여 견해 아님[非見]이 모두 사라지느니라.

以空으로 全奪有하니 有空而無有하여 有見이 蕩盡也요 以有로 全奪空하니 空有而無空하여 空執이 都亡也라 空有卽入하여 全体交徹하여 一相無二하니 雙見을 俱離요 卽以交徹無碍而不壞하니 兩相이 雙存하여 非見이 咸泯也라. [華嚴遊心法界記;大正藏 45, p. 644下]


마지막에 말하는 ‘견해 아님’이란 쌍차에 집착하는 견해를 말합니다. 공과 유가 상즉상입하여 전체가 통하여 한 가지 모습으로 둘이 없어 공과 유를 찾아볼 수 없게 되어 쌍차가 된다고 하니 중생들이 잘못 알고 쌍차에 집착하게 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이 쌍차에 집착할 어떤 견해도 없다는 것을 말해 주기 위하여 곧바로 뒤에서 ‘두 상이 서로 존재하는’ 쌍조를 드러낸 것입니다.


이 방편을 얻어 법에 들어가는 자는 곧 둥근 구슬을 손바닥에 놓고 보는 것 같아, 모든 견해에 구애받지 않고 자성 바다를 마음 끝에서 증득하여 사물 밖에 한가하며, 망정을 벗어나고 생각을 여의어 멀리 헤아림을 뛰어넘어 문득 백 가지 그른 것을 막아 버려 언어와 관념이 모두 끊어진다. 그러므로 이미 망령된 마음이 영원히 끊어지고 모든 견해의 구름이 걷혀 버려 오직 증득한 자만이 상응하는 것이니 어찌 말과 이론에 관계하겠는가.

得是方便而入法者는 是卽契圓珠於掌內하여 諸見不拘하고 證性海於心端하여 逍然物外하며 超情離念하여 迴越擬議하고 頓塞百非하여 語觀이 雙絶하니라. 故로 旣妄心이 永滅하고 諸見雲披일새 唯證相應이라 豈關言論이리요.


‘이 방편을 얻어 법에 들어간 자’, 곧 법을 바로 안 자는 둥근 구슬을 손바닥에 두고 보듯이 모든 차별된 견해와 치우친 편견이 다 사라져 버립니다. 둥근 구슬이란 자성이나 법성을 뜻하는 중도를 비유한 것입니다.

‘자성 바다를 마음 끝에서 증득하여 사물 밖에 한가하여’에서 자성 바다는 즉 중중(重重)의 무진법계를 말하는데, 이 자성 바다를 마음속에 증득하면 세상의 온갖 사물에 걸림이 없이 한가하여 참으로 격외도리(格外道理)를 알게 됩니다.

내외(內外)가 상통하기 때문에 삼제(三諦)가 원융하고 십현(十玄)이 무애한 천태나 화엄종은 동(東)을 때리면 서(西)가 응하고 공(空)이라 하면 유(有)가 있고 유라 하면 으레 공이 있어 통했다 하면 막히고 막혔다 하면 통하는 것입니다.

‘언어와 관념이 모두 끊어진다’에서 언어[語]는 말과 글로 밖으로 표현한 것이고, 관(觀)이란 마음속에서 분별하는 관념을 말하는 것입니다. 공이니 유니 쌍민이니 쌍존이니 하는 도리들은 언어문자와 관념으로 알기는 알아도 실제로 쌍민쌍존하는 무애법계는 자성을 깨치기 전에는 그 참맛을 모르는 것입니다.

무릇 불법의 근본은 진공묘유에 있으며 화엄법계연기도 그 근원을 역시 여기에 두고 있습니다. 진공묘유의 기본내용은 쌍차쌍조에 있는데, 진공도 쌍차쌍조이고 묘유도 쌍차쌍조입니다. 따라서 진공과 묘유의 내용이 둘 다 중도를 중심으로 한 쌍차쌍조인데 진공과 묘유를 나누어 놓은 이유는 체(體)의 면으로 공(空)을 강조할 때 진공이라 표현하고, 용(用)의 면으로 색(色)을 강조할 때는 묘유라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앞에서 설명한 화엄교의 진공과 묘유의 네 가지 뜻을 잘 알아야만 진공묘유의 내용을 아는 동시에 화엄법계연기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