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식30송(唯識三十頌)

유식30송-29/혜거스님

通達無我法者 2007. 10. 17. 14:18
 제 29 송
 
無得不思議 是出世間智  무득부사의 시출세간지
捨二粗重故 便證得轉依  사이조중고 편증득전의

무분별지는 무득이며 부사의이며 출세간의 지(智)이다. 번뇌장과 소지장이라는 두 가지의 조중한 종자를 버릴 수 있기 때문에 보리·열반이라는 두 가지 전의과(轉依果)를 증득할 수 있다.
 
(해 설)
이미 28송에서 언급한 자량·가행·통달의 각 위는 아직 수도의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송에 이르러 비로소 진정한 수도과정에 입문하게 되므로 이 위를 수습위라 한다.

수행자가 유식성을 깨달으면 이미 전도지견에 속한 번뇌를 깨끗이 소제할 수 있다. 전도지견은 10사(十使) 번뇌를 말한 것으로 앞에서 말한 3현위를 거쳐 이미 10사 번뇌 가운데 5리사는 여의었으나 아직 5둔사가 남아 있는 것을 본 송의 수습위에서 이를 멸진하게 된다.

10사 번뇌의 5리사와 5둔사는 이미 12송에서 밝혔으므로 여기서는 대략 정리하고자 한다.

5리사는 6번뇌 곧 탐·진·치·만·의·악견 중 맨 끝의 악견에 속하는 번뇌로서 이치를 미혹하므로 견혹이라고도 하는 번뇌이다. 이렇듯 잘못된 견해에 5종이 있어서 5리사라 한다.

① 신견(身見) : 아견이다. 일체만법이 환인 줄 알지 못하고 아(我)가 실유(實有)한다고 여기는 견이다.

② 변견(邊見) : 인간이 한번 죽으면 모두 멸하여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을 말한 것으로 이를 단견이라 한다.

③ 사견(邪見) : 인과를 믿지 않고 모두를 운명에 맡겨서 방종, 방만한 생각을 하는 것을 말한다.

④ 견취견(見取見) : 자신의 견해만을 고집하는 것을 말한다.

⑤ 계금취견(戒禁取見) : 잘못된 계율이나 법을 집착하는 견해이다.

이상과 같은 다섯 가지 견해가 너무 강해서 이를 악견이라 하는데 수행자가 먼저 악견을 여의고 견도통달의 위(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본 송 수습위에서는 앞에서 이미 악견을 여의었으므로 탐·진·치·만·의의 5둔사는 사상(事上)의 구염에 속하므로 끊기가 매우 어려워서 크게 닦아 수습해야 하는 수습위에서 멸진할 수 있고 이를 멸진해야 비로소 성불의 문(門)에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1구에서 무득부사의라 한 것은 번뇌장을 끊어서 대열반을 증득하고 소지장을 끊어서 대보리를 증득하기 위해서는 무분별지를 수습해야 한다. 이 지(智)는 능취(能取)와 소취(所取)를 멀리 여의었으므로 무득이라 하며 그 묘용을 헤아리기 어려우므로 부사의라 한다.

2구의 시출세간지(是出世間智)는 무분별지는 18계에 주함이 없고 견문각지를 떠났기 때문에 세간지가 아니다. 또 능취와 소취, 수면이 세간의 근본인데 이를 끊을 수 있기 때문에 출세간지라 한다.

이 근본지는 지(智)의 체가 무루이기 때문에 진여를 증득한다. 이 송구에 세 가지 뜻이 있으니 첫째는 체무득(體無得)이요, 둘째는 용부사의(用不思議)이며, 셋째는 성출세간(性出世間)이다.

3구에서 조중(粗重)이라 한 뜻은 번뇌장과 소지장의 종자 즉 2취습기를 말한 것이다. 이것은 분단생사와 변이생사의 근본으로 세(細)도 아니고 경(輕)도 아니므로 거칠고 무겁다는 뜻으로 조중이라 한 것이다.

4구 맨 끝에 전의라는 뜻은 전(轉)은 굴린다는 글자인데 여기에 굴려서 버린다는 뜻과 굴려서 얻는다는 두 가지 뜻이 있어 이를 전사(轉捨)·전득(轉得)이라 하고 의(依)는 소의(所依)의 뜻으로 곧 제8식의 소의처(所依處)를 말한다. 종자의 입장에서 말하면 제8식은 그 안에 번뇌와 소지 2종의 종자를 저장하고 있으며 또한 보리와 열반의 종자도 저장하고 있다.

여기서는 제8식을 의지하여 번뇌와 소지 2장의 종자를 버리고 열반과 보리의 종자를 얻으므로 두 가지 조중을 버리고 보리 열반의 두 가지 전의과를 증득함을 말한다. 이상 2조중을 버리고 2전의를 증득하여 불과를 이루기 위하여는 10바라밀을 닦아 10지에 이르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