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보훈(禪林寶訓)

선림보훈/3 말세학인은 안위를 살펴야 한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3. 16:39
03  말세학인은 안위를 살펴야 한다  대각 회연(大覺懷璉)스님 / 1008∼1090 
 

 1. 옥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않듯, 사람도 배우지 않으면 도를 모른다. 현재로 옛날을 알 수 있으며 후세로 선대를 알 수 있듯, 착한 자를 보고는 본받을 만하고 악한 자를 보고는 자기의 악을 조심할 만하다. 당세에 입신양명(立身揚名)했던 선배들을 차례로 관찰해 보았더니, 배우지 않고 도를 완성했던 자가 드물었다.[구봉집(九峯集)]

2. 묘도(妙道)의 이치는 성인께서 일찌기 『주역(周易)』에 밝혀놓았다. 주(周)나라가 기울자 선왕(先王)의 도는 무너지고 예법은 없어졌다. 그런 뒤에 궤변과 술수가 더러 튀어나와 세상을 혼란시키다가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이 중국으로 들어온 후 으뜸가는 진리〔第一義諦〕가 사람들에게 소개되었다. 그리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자비를 베풀어 중생들을 교화시켰는데, 그것은 시대의 요청에 따랐기 때문이다.
백성들이 태어난 뒤로 순박함이 흩어지지 않았을 때는 삼황(三皇)의 가르침이 간단하면서도 소박하였으니, 절기로 치자면 봄에 해당된다. 마음 구멍이 날로 뚫리자 오제(五帝)의 가르침은 좀더 자세하게 형식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는 여름에 해당한다. 시대와 세상이 달라짐에 따라 마음도 날로 변해 가서 삼왕(三王)의 가르침이 조밀하고도 엄격해졌는데, 이는 가을에 해당한다. 옛날 상(商)·주(周) 때 행해졌던 『서경(書脛)』의 일깨워주고〔誥〕 맹서하는〔誓〕 글들을 이제 배우는 뒷사람들은 깨우치지 못하니, 듣기만 해도 어기지 않았던 당시 사람들에게 비교한다면 그때와 지금의 풍속 차이가 어떠하겠는가? 폐단으로 말하자면 진(秦)·한(漢) 시대에 와서는 이르지 않는 곳이 없었다. 그리하여 천하에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을 정도의 일까지 있게 되었다. 이때 우리 부처님의 가르침은 한결같이 마음 도리를 추구하게 하셨으니 이는 겨울에 해당된다.
하늘에는 사철〔四時〕이 있어 순환하면서 만물을 낳고 성인께서는 가르침을 베풀어 그것이 서로 부지(扶持)하면서 천하를 교화해 완성해 가니, 모두가 이런 이치에서다. 그러나 그 끝에 가서는 모두가 폐단이 없을 수 없었다. 폐단이 자취로 남게 됨에 따라 반드시 대대로 성현이 나와서 이를 구제해야 했다. 진·한 시대 이래로 천여 년 동안은 풍속이 점점 야박해지면서 성인의 가르침이 여러 갈래로 정립(鼎立)하자, 서로가 헐뜯어서 대도(大道)는 쓸쓸하게도 근원으로 되돌아갈 수가 없게 되었으니 실로 한탄스러운 일이다.[답시랑손화노서(答侍郞孫華老書)

3. 한 곳의 주지로서 체득한 도를 실천하여 남을 이롭게 하고자 한다면, 우선 사욕을 극복하고 상대에게 은혜를 베풀며, 모든 일에 겸손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런 뒤에 비단이나 금 등의 값진 물건을 썩은 흙처럼 보아버린다면 사부대중(四部大衆)이 존경하며 귀의할 것이다.
[여구선허화상서(與九仙 和尙序)

4. 선배 중에 자질은 총명하였으나 안위(安危)를 염려하지 않았던 이들이 있었으니, 석문사(石門寺) 온총(蘊聰:964∼1032)*스님이나 서현사(棲賢寺) 효순(曉舜)**스님 같은 태도는 경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사람이 나면서부터 정해진 업(業)은 실로 분명하게 알기는 어렵다 하겠으나, 그 근원을 자세히 살펴본다면 소홀하고 태만하여 사려깊지 않았던 데서 생긴 허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재앙은 깊은(隱微) 곳에 간직되어 있다가 사람이 소홀하게 하는 곳에서 튀어나온다'고 했던 것이다. 이런 점으로 보아 더욱 조심하고 두려워해야 한다.
[구봉집(九峯集)]

*1 온총(蘊聰):양주(襄州) 곡은산(谷隱山) 석문사(石門寺)의 스님. 수산 성념(首山省念)스님의 법을 이었으며, 남악(南嶽)의 9세 법손이다. 법을 얻은 후 석문사에서 살았다. 하루는 양주 태수가 개인적 감정으로 때리며 욕을 보였다. 되돌아오는 길에 여러 스님들이 길가에서 영접하였는데, 수좌가 급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태수가 무고하게 스님을 욕보이셨읍니다" 
하고 말하자, 스님이 손으로 땅을 가리키며 "평지에 뼈무더기가 일어나리라" 하고 말했다. 
그러자 손을 따라 한 뼈무더기가 솟아올랐다. 태수가 듣고 사람을 시켜 치우라 하였더니, 다시 솟아나 처음과 같이 되면서 태수의 온 집안이 양주에서 죽었다.
*2 효순스님의 일은 바로 다음 글에 나오는 횡역에 걸리게 된 사건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