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림보훈(禪林寶訓)

선림보훈/41 비방과 참소를 잘 분별해야 한다  

通達無我法者 2007. 12. 3. 17:30
41  비방과 참소를 잘 분별해야 한다   영지 원조(靈芝元照)스님 / 1049∼1116 
 

 영지사(靈芝寺) 원조(元照)스님이 말하였다.
"참소〔:훌륭한 이를 해칠 목적으로 하는 절박한 말〕와 비방〔謗:단순히 남의 단점만을 들춰내는 말〕과는 어떤 차이인가.
참()은 반드시 방(謗)을 의지하여 일어난다고 해야 하리라. 이는 비방에서 그치고 참소까지는 가지 않는 경우는 있어도 참소하면서 비방을 곁들이지 않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다. 깊숙한 참소는 증오와 질투로 시작하였다가 신의를 가볍게 보는 결과를 낳는데, 그것은 아첨하는 소인들이나 하는 짓이다.
옛날에도 충성을 다하여 임금을 보필하는 자, 효성을 다하여 어버이를 섬기는 자, 의로움을 안고 벗이 된 자들이 있어 군신이 서로 마음을 얻고 부자가 서로 사랑하며 벗들은 서로 친하였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다른 사람의 깊숙한 참소에 녹아나서 반목(反目)·빈축하며 사이가 벌어져 서로 등지게 된다. 그리하여 서로를 원수처럼 보는 지경에 이르게 되는데, 이는 옛 성현도 면치 못하였다. 그러나 처음에는 분별하지 못했다가 오랜 후에 밝혀진 것도 있고, 살아서는 몰랐다가 죽은 후에 밝혀진 것도 있으며, 죽음에 이르도록 분별하지 못하고 영원히 은폐된 경우도 있으니, 이런 것은 이루 다 셀 수조차도 없다.
자유(子游)는 이렇게 말했다.
"임금을 섬기면서 너무 꼿꼿하게 간언하면 자기에게 욕됨이 돌아오고, 친구간에 충고가 잦으면 사이가 벌어진다."
이는 사람들에게 깊숙이 참소하는 말을 멀리하도록 주의를 시킨 것이다.
아 - 아, 참()과 방(謗)을 반드시 잘 살펴야 한다.
그런데 경사(脛史)에 이를 기록하여 다 밝혀놓았기 때문에 공부하는 이들이 보고 그 잘못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으나, 더러는 자신이 비방하는 입에 빠져들어 답답하게도 죽을 때까지 스스로 밝히지 못한 자가 있었다. 이는 틀림없이 헐뜯는 말을 노여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살피지 않았기 때문에 헐뜯는 사람이 아첨한 것이리라. 또다른 소인들이 그의 앞에서 다시 남을 헐뜯는 경우에 이르러서도, 들어주며 당연하게 여기니 이를 총명하다 할 수 있겠는가.
기막히게 헐뜯는 사람은 교묘하고 민첩하게 싸우고 얽어매며 영합하고 뒤집어 씌우면서 멍청한 이들을 마치 귀신에게 홀린 듯하게 한다. 그리하여 죽을 때까지도 살피지 못한 자가 있게 한다. 
공자께서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자기도 모르게 점점 스며드는 헐뜯음과 피부가 저릴 만큼 애절한 하소연'이라는 표현을 쓰셨다. 이는 점차적으로 스며와서 사람들이 미리 알아채지 못함을 경계한 것이다.
지극히 효성스러운 증자(曾子)의 경우에도 어머니는 그가 반드시 살인을 했으리라고 의심하였으며,.
『한비자(韓非子)』에 나오는 왕과 방공과의 대화에서도, 시장은 숲이 아닌데도 사람들은 거기에 호랑이가 있으리라고 꼭 의심할 것이라하였다.
더러는 이런 데에 넘어가지 않은 자도 있었으니, 바로 그런 이를 총명하고 원대한 군자라 말한다.
나는 어리석고 졸렬하며 엉성하고 게을러서 다른 사람에게 아부하고 부질없이 기쁘게 하지는 않았다. 드디어는 이 때문에 사람들이 헐뜯고 비방하는 경우가 많았으므로 나는 이야기를 듣고 스스로 자신을 반성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상대방의 말이 과연 옳은 것일까. 옳다면 나는 당연히 허물을 고치리라. 그렇게 되면 상대방이 바로 나의 스승이다. 상대방의 말이 결과적으로 잘못일까. 그렇다면 상대방이 부질없을 뿐이다. 어떻게 나를 더럽힐 수 있겠는가.'
이런 판단이 선 후로는 귀로 듣고만 있었지 입으로는 따지지 않았다. 사람들이 살폈느냐 살피지 못했느냐 하는 것은 그들의 재능과 식견이 총명한가 총명하지 못한가에 있었을 뿐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잘잘못을 따져가지고 다른 사람의 인심이나 사려 하겠는가. 그러나 오랜 후에 밝혀질는지, 뒷세대에 가서야 밝혀질는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는지는 모를 일이다.
문중자(文中子:수나라 양제 때 사람, 王通)는 말하기를 "어떻게 비방을 그치게 할까. 이러니 저러니 따지지 말아야 하리라" 하였다. 나는 이 말씀을 명심하리라. 『지도집(芝圖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