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만 사천 법문은 팔만사천 번뇌를 치료하는 것으로서, 다만 대중을 교화 인도하는 방편일 뿐 일체 법이란 본래 없다. 그러므로 여의는 것이 곧 법이요, 여의줄 아는 이가 곧 부처이다. 일체 법을 여의기만 하면 얻을 만한 법이 없으니, 도를 배우는 사람이 깨닫는 비결을 터득하고자 한다면, 마음에 어느 것이라도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부처님의 참된 법신은 마치 허공과 같다'고 한 비유가 바로 이것이다. 법신이 곧 허공이며 허공이 곧 법신인데도 '법신이 허공계에 두루하고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허공 가운데에 법신을 포함하고 있다고 생각하여 법신 그대로가 허공이며 허공 그대로가 법신임을 모른다. 만약 결정코 허공이 있다고 한다면 법신은 허공이 아니다. 그렇다고 결정코 법신이 있다고 한다면 법신이 허공이 아니다. 다만 허공의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 허공이 곧 법신이니라. 법신의 알음알이를 내지 말라, 법신이 곧 허공이니라. 허공과 법신은 전혀 다른 모양이 없으며, 번뇌와 보리도 다른 모양이 없는 것이니, 일체의 모양을 여윔이 곧 부처이니라.
범부는 경계를 취하고 도를 닦는 사람은 마음을 취하나니,마음과 경계를 함께 잊어야만 참된 법이다. 경계를 잊기는 오히려 쉬우나 마음을 잊기는 매우 어렵다. 사람들이 마음을 감히 잊어버리지 못하는 까닭은 공(空)에 떨어져 부여 잡을 바가 없을까 두려워해서인데, 이는 공이 본래 공이랄 것도 없고, 오로지 한결 같은 참된 법계[一眞法界]임을 몰라서 그런 갈 견해이니, 밖으로 경계를 좇으면서 그것을 마음이라고 잘못 알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이것은 도둑을 제자식으로 잘못 아는 격이다.
탐욕.성냄.어리석음이 있기 때문에 계.정.혜를 세워 말씀하신 것인데, 애초부터 번뇌가 없다면 깨달음인들 어디 있겠느냐? 그러므로 조사께서 말씀하시기를, '부처님께서 일체법을 말씀하신 것은 일체의 마음을 없애기 위함이로다. 나에게 일체의 마음이 없거니 일체 법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셨다. 본래 근원이 청정한 부처에다가는 다시 어떤 것도 덧붙이지 말아야 한다. 이것은 마치 허공이 수많은 보배구슬로 장엄할지라도 마침내 머무를 수 없는 것과 같다. 불성(佛性)도 허공과 같아서 비록 무량한 공덕과 지혜로써 장엄한다 하더라도 마침내 머무를 수 없는 것이다. 다만 본래 성품이 미혹되어 더더욱 보지 못할 뿐이다.
이른바 심지법문(心地法門)이란 만법이 이 마음을 의지하여 건립되었으므로, 경계를 만나면 마음이 있고 경계가 없으면 마음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깨끗한 성품 위에다가 경계에 대한 알음알이를 굳이 짓지 말라. 또 '정혜(定慧)의 비추는 작용이 역력히 밝고 고요하면서도 또렷하다[寂寂惺惺]'든가, '보고 듣고 느끼고 안다[見聞覺知]'는 것은 모든 경계 위에서 알음알이를 짓는 것이니, 이 말은 임시로 중하근기의 사람들을 위하여 설법하는 경우라면 몰라도, 몸소 깨닫고자 하는 사람은 이와 같은 견해를 지어서는 절대로 안된다. 이것은 모두 경계의 법이므로 유견(有見)이라는 함정에 빠진 것이다. 일체 법에 대해서 있다거나 없다는 견해를 짓지만 않으면, 곧 법을 보는 것이다.
八萬四千法門 對八萬四千煩惱 祈是敎化接引門 本無一切法 離卽是法 知離者是佛 但離一切煩惱 是無法可得 學道人 若欲得知要訣 但莫於心上 着一物 言佛眞法身 猶若虛空 此是喩 法身 卽虛空 虛空 卽法身 常人 謂法身 虛空處 虛空中 含容法身 不知法身 卽虛空 虛空 卽法身也 若定言有虛空 虛空 不是法身 若定言有法身 法身 不是虛空 但莫作虛空解 虛空 卽法身 莫作法身解 法身 卽虛空 虛空與法身 無異相 佛與衆生 無異相 生死與涅槃 無異相 煩惱與菩提 無異相 離一切相 卽是佛 凡夫 取境 道人 取心 心境雙忘 乃是眞法 忘境 猶易 忘心 至難 人不敢忘心 恐落空無撈摸處 不知空本無空 唯一眞法界耳 此靈覺性 無是已來 與虛空同壽 未曾生未曾滅 未曾有未曾無 未曾穢未曾淨 未曾喧未曾寂 未曾少未曾老 無方所無內外 無數量無形相 無色象無音聲 不可覓不可求 不可以智慧識 不可以言語取 不可以境物會 不可以功用到 諸佛菩薩 與一切蠢動含靈 同此大涅槃性 性卽是心 心卽是佛 佛卽是法 一念離眞 皆爲妄想 不可以心 更求於心 不可以佛 更求於佛 不可以法 更求於法 故 學道人 直下無心 默契而已 擬心卽此 以心傳心 此爲正見 愼勿向外逐境 認境爲心 是 認賊爲子 爲有貪瞋癡 卽立戒定慧 本無煩惱 焉有菩提 故 祖師云 <佛說一切法 爲除一切心 我無一切心 何用一切法> 本源淸淨佛上 更不着一物 譬如虛空 雖以無量珍寶莊嚴 終不能住 佛性 同虛空 雖以無量功德智慧 莊嚴 終不能住 但迷本性 轉不見耳 所謂心地法門 萬法 皆依此心建立 遇境卽有 無境卽無 不可於淨性上 轉作境解 所言定慧 鑑用 歷歷 寂寂惺惺 見聞覺知 皆是境上作解 暫爲中下根人說 卽得 若欲親證 皆不可作如此見解 盡是境法 有沒處 沒於有地 但於一切法 不作有無見 卽見法也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