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심수행장(發心修行章)

수행자의 인과(因果)와 청빈(淸貧)

通達無我法者 2007. 12. 7. 15:21

수행자의 인과(因果)와 청빈(淸貧)

인터넷 불교대학/ 혜거

세락후고(世樂後苦) 하탐착재(何貪着哉)
일인장락(一忍長樂) 하불수재(何不修哉)
도인탐(道人貪) 시행자(是行者) 수치(羞恥)
출가부(出家富) 시군자(是君子) 소소(所笑)


“세상의 즐거움은 뒤에 고통이 따르는데 어찌하여 탐착하는가, 한번 참으면 영원한 즐거움이거늘 어찌하여 수행하지 않는가.
도를 닦는 사람의 탐욕은 수행인의 수치이며 출가한 이의 부귀는 군자의 웃음거리이다.”


원효 스님 말씀이 구구절절 합니다. 한번만 참으면 길이길이 즐거움인데 어찌하여 닦지 않느냐고 묻고 계십니다.『발심수행장』을 읽다 보면 공연히 흥이 나서 도인이 다 된 느낌이에요. 한국불교에서 스님들을 발심시킨 분이 바로 원효 스님입니다.『화엄경』,『금강경』,『법화경』등 많은 경전이 있지만 대부분의 스님들은『발심수행장』을 공부하면서 주먹을 쥐고 발심을 해요. 우리 불자님들도 원효 스님의 글대로 따라해 보세요. 평범한 말씀 같지만 이대로만 하면 수행자나 다름없겠죠. 여기서 끌낼 것이 아니라 원효 스님께서 쓰신 글들을 전부 공부해 보는 것도 좋겠죠.『기신론』,『금강경』,『화엄경』등 주석을 달아놓은 글들을 읽다 보면 불교 공부가 끝나요. ‘원효 스님의 글을 다 보겠다’ 이렇게 한번 발심을 합시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차언(遮言) 부진(不盡) 탐착불이(貪着不已)
제이무진(第二無盡) 부단애착(不斷愛着)

“이렇게 간절한 것을 말로 다할 수가 없는데 탐욕의 집착은 그칠 줄 모르며, 또 하고자 하는 말이 끝이 없는데 애착을 끊지 못함이로다.”

안으로 일어나는 것을 끊어 버리면 현실적으로 가장 정밀한 것이 보이고, 현실적으로 가장 작은 소리를 들을 수 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동하지 않게 돼요. 진정 움직이지 않는 것은 물들지 않아야 합니다. 물들면 가만히 있어도 동(動)하잖아요. 동하지 않으려면 물이 안 들어야죠. 물하고 기름하고 섞이지 않죠. 그게 부동(不動)이에요. 물하고 물하고 놔두면 섞이잖아요. 그것은 동이예요. 경허 스님 같은 분들은 물동이 이고가는 여자를 껴안아 빰맞고 했잖아요. 본인의 마음이 동하면 따귀 맞고 그 일 못하죠. 사람이 체면이 있잖아요. 그것을 깰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벗어났다는 의미입니다. 
불교수행법은 세 가지입니다. 참선, 염불, 독송인데 어느 독송회에 가보니까 뜻은 모른 채 읽기만 해요. 독송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읽기만 하는 다라니식 독송과 뜻을 알고 읽는 간경이 있어요. 신묘장구대다라니 또는 능엄주 같은 다라니는 뜻모르고 외워도 되지만『금강경』이나『화엄경』같은 경전은 반드시 뜻을 알고 외워야 됩니다. 단 한번이라도 옥편을 뒤적이며 제대로 공부해 보세요.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려면 지루하니까 한번 읽고는 다시 안 읽어요. 그러니 어떤 경전이든 하루에 제1장씩 한시간만 읽으세요. 아무리 미련한 사람도 다 외워져요.『금강경』 같으면 모두 32장으로 이뤄져 있으니 32일이면 다 외우겠죠. 중간에 긴 장이 있으면 그것은 며칠 나누어서 읽으세요. 그러면 40일 걸리겠죠. 그리고 난 후에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세요. 그러면 40분 걸려 읽던 경전이 10분이면 다 읽어요. 한 시간이면 여섯 번 읽을 수 있겠죠. 즉시 간경 삼매에 빠져요. 읽으면서도 뜻이 머릿 속에서 술술 풀려요. 그렇게 40일이 지나면『금강경』은 내 거예요. 버스 타고 가면서도 읽고 전철 타고 가면서도 여시아문... 1년만 하면 완전히 삼매에 들어요. 그러면 똑같은 신도라도 날마다 재미있고 환희심에 어쩔 줄 몰라요. 사찰을 신명나게 다녀야지 10년을 다녀도『금강경』하나 못 외운다면 부끄럽지 않겠습니까?

차사무한(此事無限) 세사불사(世事不捨)
피모무제(彼謀無際) 절심불기(絶心不起)

“이 일은 끝이 없는데 세상의 일을 버리지 못하며, 세상을 도모하는 일 끝이 없거늘 끊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일어나지 않는구나.”

피모(彼謨), 여기서 모는 모의한다, 계산한다는 뜻입니다. 세상 사는 일은 모의하고 계산하는 것이 끝도 없잖아요. 앞으로는 모사 잘하는 사람은 살아남을 수 없어요. 마음이 큰 사람이 살아남게 돼 있어요. 모사는 이제 컴퓨터가 다하잖아요. 아무리 모사를 잘해 봐야 기계를 못 따라가요. 머리쓰는 일은 사람보다 기계가 훨씬 잘한다는 말이죠. 따라서 머리가 큰 사람보다는 마음이 큰 사람이 잘살 거예요. 천하가 움직여도 끄덕없는 사람, 천하를 능히 이길 수 있는 큰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야 큰 사람이 됩니다.

금일부진(今日不盡) 조악일다(造惡日多)
명일무진(明日無盡) 작선일소(作善日少)
금년부진(今年不盡) 무한번뇌(無限煩惱)
내년무진(來年無盡) 부진보제(不進菩提)

“오늘도 내 공부가 끝나지 않았는데 악을 짓는 일은 날로 많아지고 내일 또한 끝이 없거늘 선을 짓는 것은 날로 적어지는구나.
금년에도 다하지 못했는데 번뇌는 끝이 없고 내년에도 다할 가능성이 없다면 깨달음에 나갈 기약이 없구나.”


공부를 미루고 또 미루면 결국 깨달음에 가지 못한다는 말이죠. 나이를 먹으면서 사람이 더 착해지고 나아져야 되는데 그 반대로 나빠진다는 것을 느끼게 돼요. 20대에는 그래도 마음이 착하죠. 세상이 잘못됐다 싶으면 분개심이 나오잖아요. 그런데 4,50대가 되면 그런 분개심이 안 나와요. 그만큼 마음이 나빠졌다는 거예요. 저도 스무 살 시절에는 인욕보살이란 말을 들었는데 어느 겨울, 눈이 많이 오고 추운 저녁에 택시를 잡는데 다른 사람이 자꾸 새치기를 하는 거예요. 차가 저를 태우려고 오는데 차만 서면 어디선가 불쑥 뛰어와서 택시 타고 가는 거예요. 몸이 안 좋은 데다 그 일이 되풀이되니까 화가 나서 이번에는 꼭 타리라 마음먹고 택시를 잡아 막 타려고 하는데 그때 아기엄마가 다가왔어요. 그 동안 화난 것만 생각하고 그만 택시를 타고 와 버렸어요. 다음차를 탔으면 얼마나 마음이 편안했겠어요. 사람은 순간 그렇게 못돼져요. 그 일을 잊지 못해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그리 장한 것이 아니에요. 못된 마음이 없어져야 장한 것입니다.

시간을 아껴야 한다

시시이이(時時移移) 속경일야(速經日夜)
일일이이(日日移移) 속경월회(速經月晦)
월월이이(月月移移) 홀래년지(忽來年至)
연년이이(年年移移) 잠도사문(暫到死門)

시간은 옮기고 옮겨서 어느새 하루가 지나가버리고
날마다 옮겨서 한달이 지나가며
한 달 한 달 옮겨서 홀연히 연말에 이르고
해마다 옮기고 옮겨서 잠시간에 죽음의 문앞에 이르나니.”


파거불행(破車不行) 노인불수(老人不修)
와생해태(臥生懈怠) 좌기란식(坐起亂識)

“수레가 부서지면 굴러가지 못하고 사람이 늙으니 수행할 수 없더라.
누우면 게으름과 나태만이 생기며 앉아 있으면 난잡한 의식만 일어난다.”


사람이 늙으면 눕게 되고 게으른 마음만 나오죠. 늙으니까 일어날 수가 없고 만가지가 귀찮아져요.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염불도 많이 하고 백팔참회하고 참선해서 몸을 가볍게 해야 합니다. 몸은 건강해야 돼요. 내가 생명을 갖고 있는 한 건강관리를 해야 해요. 남에게 몸을 의지하지 않고 내가 관리하겠다는 생각을 해야 돼요. 누워 버리면 게으름만 나와요.

기생불수(幾生不修) 허과일야(虛過日夜)
기활공신(幾活空身) 일생불수(一生不修)
신필유종(身必有終) 후신후신(何乎何乎)?
막속급호(莫速急乎) 막속급호(莫速急乎)

“몇 생을 수행하지 않고서 헛되이 밤낮을 보내었으며, 이 빈 몸은 얼마를 살 것인데 한평생 수행하지 않는가? 몸은 반드시 끝마침이 있으니 내생에는 어찌할 것인가? 다급하고도 다급한 일이 어찌 아니겠는가!”


인생이 얼마나 되기에 날마다 헛되이 보내고, 내 생명이 몇이나 되기에 일생 동안 수행하지 않는가? 묻고 계시죠. 원효 스님의 말씀 구구절절이 그대로 수행입니다. 이 몸은 반드시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그때는 어찌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사실상 급하지 않습니까? 원효 스님의 뜻을 이해하시겠죠. 원효 스님께서 분황사에서『발심수행장』을 쓰실 무렵은 결코 많은 나이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7,80대 노인의 입장에서 글을 쓰셨잖아요. 도인이기 때문에 나이가 적어도 이런 안목이 나오는 거예요. 걸어다닐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을 때 공부하라는 스님의 경책을 마음에 새기며 우리 다 함께 발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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