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에 무량광명無量光明을 켭시다
부처님께서는 탄생하시자마자 누구의 부축도 없이 혼자 걸어서 일곱 발을 가셨습니다. 우리가 생각할 때는 부처님도 사람인데 그렇게 할 수 있을까 의심을 품습니다마는, 부처님도 사람인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같은 보통사람은 아닙니다. 과거 전생에 삼아승지겁(三阿僧祗劫), 즉 무수한 세월 동안 닦아오신 것입니다. 대도(大道)를 통하기 위해서, 진리를 얻기 위해서, 더러는 소중한 눈[目]도 (바라는 사람이 있으면) 빼서 보시하고, 더러는 자기 몸을 몽땅 주린 범에게 바치기도 하고, 설산동자로 계실 때에는 망설임 없이 자기 몸까지도 나찰귀신에게 바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신 분이기 때문에 금생에 태어나실 때에도 부모님이 칠세청정(七世淸淨)이라, 청정한 부모를 골라서 태어났습니다. 부모가 위대해야 혈통적으로 위대한 인재가 태어날 수 있습니다. 쉬운 말로 용생용(龍生龍)이요 봉생봉(鳳生鳳)이라, 용이 용을 낳고 봉이 봉을 낳는 것이지 봉황새가 용을 낳거나 용이 봉황새를 낳을 수는 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발가바 선인을 찾아 죽음 직전까지 고행하신 부처님 부처님은 그와 같이 과거 숙세에 많이 닦아오신 분이지만 금생에도 그냥 쉽게 대도를 성취하신 분이 아닙니다. 보통 세속의 시험도 합격을 위해서는 가지가지 난행(難行) 고행(苦行)이 필요합니다. 하물며 위없는 무상대도(無上大道)를 이루기 위해서는, 만중생이 거기에 의지하고 인생의 모든 고난을 없앨 수 있는 대진리를 깨닫기 위해서는, 얼마나 어려움이 많았겠습니까? 그렇기에 부처님은 과거 전생에 닦아오셨지만 금생에도 육년고행이라, 6년 동안 스승들을 찾아서 고생을 많이 하시고 또한 수도를 많이 하셨습니다. 맨 처음에는 '발가바 선인'을 만났는데, 발가바 선인은 고행외도(苦行外道)입니다. 고행외도라고 해서 아무런 원칙도 없이, 목표도 없이 고행을 한 것은 아닙니다. 먹을 것 다 먹고 몸뚱이가 하자는 대로 다 한다면 진리를 얻을 수 있겠습니까? 고행이라는 것은 우리 욕망을 절제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과거나 현재나 어느 시대나 수행생활을 통해 인간이 더 높은 차원으로 향상하기 위해서는 자기 욕망을 절제하는 것이 전제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발가바 선인한테 가서 고행을 공부하셨단 말입니다. 진리에 대해서 아주 철저한 생각을 가지고 계신 분이라, 고행도 보통 고행이 아니라 정말로 죽음 직전까지 가는 그런 고행을 하셨습니다. 지금 조선당(祖禪堂)에는 부처님 육년고행상(六年苦行像)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 고행상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야말로 피골(皮骨)이 상접(相接)이라, 뼈만 앙상히 남은 해골 같은 모습이 될 때까지 고행을 하셨습니다.
알라라칼라마 신선을 통해 무소유처까지 참선 그러나 다만 고행으로만 끝나버리고 인간의 욕망을 절제하는 데에만 목적을 둘 뿐 참다운 해탈, 즉 인간의 모든 번뇌와 고난을 다 벗어버리는 숭고한 목적은 별로 없기 때문에 발가바 선인을 떠나서 그 당시의 위대한 스승 '알라라칼라마' 신선 앞에 가서 공부를 하셨습니다. 알라라칼라마는 무소유처(無所有處) 공부를 했습니다. 우리가 진리를 생각할 때, 보통 학자들같이 이론적으로 체계를 세운다고 되는 것이 절대로 아닙니다. 진리라는 것은 이론적으로 체계를 세워서 이해하고 납득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이 아니란 말입니다. 물론 이론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론이라는 것은 우리가 실천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지, 이론 자체가 참다운 깨달음이 되지는 못합니다. 우리 불자님들, 깊이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알라라칼라마는 명상을 하는 신선인데, 무소유처라 하는 것은 상당히 높은 차원입니다. 인간의 욕망을 다 떠난 이른바 무색계(無色界)라 하는 천상입니다. 우리 중생이 태어나는 세계가 인간적인 세계도 있고 또 천상의 세계도 있고, 같은 천상도 욕심을 미처 못 떠난 천상도 있고 욕심을 떠난 색계 천상도 있으며, 물질적인 형태를 떠나버린 무색계 천상도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할 때는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교만심을 품습니다마는 절대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인간도 하나의 우주에 있는 모든 인연 따라서 이루어진 존재 가운데서 하나의 염력인 것이지 인간이 최상의 존재는 절대로 아닙니다. 부처님께서는 알라라칼라마한테 가서 그렇듯 무색계의 무소유처까지 올라가는 참선을 배웠습니다.
우다카에게 비상비비상처까지 오르는 명상공부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투철한 천재인 동시에 강고한 의지를 가지신 분이기 때문에, 오래지 않아서 신선이 올라간 데까지 다 올라가셨습니다. 이른바 명상공부를 해서 그와 같이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인생의 모든 고난을 해탈해 버리는 공부는 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거기서도 한계를 느끼고 다시 더 훌륭한 스승이 없는가 하고 찾아헤맬 때 '우다카'라는 분을 만났는데, 이분은 알라라칼라마의 아들로 아버지보다 높은 신선입니다. 그래서 우다카한테 가서 공부를 하기로 했습니다. 우다카도 신선공부 명상공부를 했습니다. 우리 중생들이 생사윤회하는 세계 가운데서 최상의 세계가 비상비비상처(非想非非想處)라는 하나의 천상세계입니다. 여기까지 올라가는 명상법을 공부하는 분이란 말입니다. 부처님께서도 거기 가서 그 사람이 시킨 대로 했는데, 얼마 안 지나 비상비비상처라는, 삼계에서 가장 높은 하늘까지 가는 그러한 명상을 충분히 성취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역시 비상비비상처라는 하늘로 올라가는 공부인 것이지 영생해탈의 공부는 못 되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거기서 태어난다 하더라도 팔만 겁이라는 오랜 동안의 수명을 연장할 수는 있지마는 영원히 죽지 않는, 생사를 완전히 떠나버리는 공부는 되지 못한단 말입니다.
보리수 밑에서 스스로 연기법을 깨달아 성불하신 부처님 부처님은 거기서도 '내가 바라는 것은 인생의 모든 번뇌와 고난을 해탈하는 공부인데 나는 여기서 더 머물 필요가 없구나' 생각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다음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스승이 없단 말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그때 비로소 녹야원 저편에 있는 보리수 밑에 가셔서 오랫동안 명상을 닦아서 스스로 대각(大覺)을 성취하셨습니다. 우리 불자님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공부할 때 훌륭한 부처님 말씀인 경전을 공부하고 배우고 하지마는 그 전부가 다 우리한테 실천적으로 옮겨지지가 않습니다. 왜 그런가 하면 스스로가 마음을 가다듬어 마음을 통일시켜서 깊은 삼매(三昧)라는, 깊은 선정(禪定)이라는 공부를 미처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비단 불교뿐만 아니라 다른 종교나 일반인들도 학문적으로는 많이 알고 있지마는, 그것만으로 우리 마음이 얼마만큼 정화될 수 있겠습니까? 금생에 우리가 잘못 산 것뿐만 아니라 과거 무수생 동안 나고 죽으면서 때묻어온 번뇌를 녹이기는 그렇게 쉽지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참다운 진리의 핵심내용은 어떠한 것인가? 부처님께서 보리수 아래에서 성불하신 내용은 연기법(緣起法) 곧 인연법입니다. 인연법이라는 것은 간단한 것이지만, 그 가운데 불교의 모든 진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연법 중에도 단순하게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으면 저것도 없다'는 식의 연기법은 하나의 상식적인 상대유한적(相對有限的)인 연기법이고, 부처님께서 깨달으신 참다운 연기법은 보다 더 심오한, 우주 모두를 다 포함시켜 버리는, 해결해 버리는 연기법입니다. 이 연기법 가운데에 부처님의 숭고한 가르침이 다 들어 있습니다. 부처님의 근본사상인 대승적 연기법은 잘 생각하고 깊이 명심해야 알아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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