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아비달마구사론(阿毘達磨俱舍論)

아비달마구사론 제 11 권

通達無我法者 2007. 12. 24.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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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달마구사론 제 11 권
  존자 세친 지음
  삼장법사 현장 한역
  권오민 번역
  
3. 분별세품 ④
  이상에서와 같이 유정세간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으니, 이제 마땅히 기세간(器世間)에 대해 논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기세간에 대해 안치 건립해 보면
  풍륜(風輪)이 가장 아래 있으니
  그 양에 있어 너비는 헤아릴 수 없으며
  두께는 16낙차(洛叉)이다.1)
  安立器世間 風輪最居下
  其量廣無數 厚十六洛叉
  
  다음으로 그 위에는 수륜(水輪)이 있어
  깊이가 11억 2만이었는데
  밑의 8낙차는 수륜이 되었고
  나머지는 응결하여 금륜(金輪)이 되었다.
  次上水輪深 十一億二萬
  
  
  
1) 여기서 '낙차(lak a)'란 원래 10의 5승, 즉 10만을 의미하나 이하 '억'이라는 수와 교차되어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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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下八洛叉水 餘凝結成金
  
  이러한 수륜과 금륜의 너비의
  직경은 12낙차와
  3천 4백과 50이며
  그 둘레는 이것의 세 배이다.
  此水金輪廣 徑十二洛叉
  三千四百半 周圍此三培
  
  논하여 말하겠다. 이러한 삼천대천세계는 다음과 같이 안립되어 그 형태와 양이 동일하지 않다고 인정[許]한다.2) 이를테면 온갖 유정들의 업의 증상력으로 말미암아 먼저 가장 아래에서 허공에 의지하여 풍륜(風輪, vayuma ala)이 생겨나니,3) 그 너비는 이루 헤아릴 수 없으며, 두께는 16억 유선나(踰繕那)이다.4) 이와 같은 풍륜은 그 자체 대단히 굳고 치밀하여 설혹 어떤 대(大) 낙건나(諾健那)가 금강륜(金剛輪 : 구역에서는 金剛杵, 무기의 일종)으로써 위력을 다해 내려치더라도 금강륜은 부서지는 일이 있어도 풍륜에는 어떠한 손상도 없다.5)
  또한 온갖 유정들의 업의 증상력은 큰 구름과 비를 일으켜 수레바퀴 만한 물방울을 풍륜 위에 뿌리고 쌓아 수륜(水輪, jalama ala)을 이루게 된다. 이와 같은 수륜은 아직 응결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그 깊이가 11억 2만 유선
  
  
  
2) 여기서 '인정한다'는 논주 세친의 예의 불신을 나타내는 말로서, 비바사사(毘婆沙師)가 그렇게 설하였음을 나타낸다.
3) 유정들이 사는 기세간(器世間)은 각각 20중겁의 괴겁(壞劫)과 공겁(空劫)을 거친 다음 온갖 유정들의 공업(共業)에 의해 다시 이루어진다. 자세한 내용은 본론 권제12(p.553-559)에서 논설되는 성·주·괴·공의 4겁을 참조할 것.
4) 유선나(yojana, 구역에서는 由旬)는 거리의 단위. 이에 관해서는 다양한 이설이 있으나 보통은 유행자(혹은 제왕)가 하루에 가는 거리 정도로서, 마을에서 유행자들이 머무는 숲까지의 거리인 1구로사(俱盧舍)의 8배. 길이의 단위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12(p.550-551)에서 상론된다.
5) 대낙건나(maha-nagna, 구역에서는 大諾那力人)는 큰 힘을 가진 인취(人趣) 중의 한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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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다.
  어찌하여 수륜은 옆으로 흘러 흩어지지 않는 것인가?
  유여사는 설하기를, "일체 유정의 업력에 의해 보지(保持)되어 옆으로 흘러 흩어지지 않게 되니, 마치 먹고 마신 음식물이 아직 완전히 소화되기 이전에는 끝내 숙장(熟藏)으로 흘러들어 떨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6) 또한 유여사는 설하기를, "바람에 의해 보지됨에 따라 옆으로 흐르지 않게 되는 것이니, 마치 대바구니가 곡식을 보지하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다시 유정의 업력이 별도의 다른 바람을 초감(招感)하여 일으키고, 이것이 수륜을 후려치면 그 상부는 응결하여 금륜(金輪, kancanama ala)이 되는데, 마치 잘 익은 젖[熟乳]을 가만히 놓아두면 위의 부분은 응고하여 막을 이루게 되는 것과도 같다. 따라서 이전의 수륜은 감소하여 그 두께는 단지 8낙차(억)가 될 뿐이며, 그 나머지는 전변하여 금륜이 되었으니, 그것의 두께가 3억 2만 유선나이다.
  [수륜과 금륜의] 두 륜의 너비는 그 수량이 동등한데, 이를테면 직경이 12억 3천 4백 5십 유선나이다. 그리고 그 가장자리를 둘러칠 경우 이 수의 세 배가 된다. 즉 그 둘레는 36억 1만 3백 5십 유선나가 되는 것이다.7)
  [3륜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으니, 이제 마땅히 9산(山)에 대해 논설해 보아
  
  
  
6) 숙장(pakvasaya)이란 소화기의 상부인 생장(生藏, amasaya)의 반대로서, 하복부 즉 장(腸)을 말한다.
7) 이상의 풍륜·금륜·수륜을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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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소미로산(蘇迷盧山)은 중앙에 처해 있고
  다음으로 유건달라산(踰健達羅山)과
  이사타라산(伊沙馱羅山)과
  걸지낙가산(地洛迦山)과
  蘇迷盧處中 次踰健達羅
  伊沙馱羅山 地洛迦山
  
  소달려사나산(蘇達黎舍那山)과
  알습박갈나산(?濕縛?拏山)과
  비나달가산(毘那?迦山)과
  니민달라산(尼民達羅山)이 있다.8)
  蘇達黎舍那 ?濕縛?拏
  毘那?迦山 尼民達羅山
  
  4대주(大洲) 따위 밖에는
  철륜위산(鐵輪圍山)이 있는데
  앞의 일곱 산은 금으로 이루어져 있고
  소미로산은 네 가지 보배로 이루어져 있으며
  於大洲等外 有鐵輪圍山
  前七金所成 蘇迷盧四寶
  
  
8) 9산(山)의 원어와 본론 장행에서 서로 교차되면서 쓰이고 있는 역어는 다음과 같다. (1) 소미로(蘇迷盧, Sumeru, 妙高山). (2) 유건달라(踰健達羅, Yuga dhara, 持雙山). (3) 이사타라(伊沙馱羅, adhara, 持軸山). (4) 걸지낙가(地洛迦, Khad- iraka, ?木山). (5) 소달려사나(蘇達黎舍那, Sudarsana, 善見山). (6) 알습박갈나(?濕縛?拏, Asvakarna, 馬耳山). (7) 비나달가(毘那?迦, Vinataka, 象耳 또는 有障?山). (8) 니민달라(尼民達羅, Nimindhara, 持山 또는 魚名山). (9) 철륜위(鐵輪圍, Cakrava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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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에 잠긴 부분은 모두 8만 유선나인데
  묘고산(妙高山)은 나온 부분도 역시 그러하나
  나머지 여덟 산은 그 반반으로 감소하며
  너비는 모두 높이의 양과 동일하다.
  入水皆八萬 妙高出亦然
  餘八半半下 廣皆等高量
  
  논하여 말하겠다. 금륜 위에는 아홉의 큰 산이 있는데, 묘고산왕(妙高山王)이 그 중앙에 처해 있고,9) 나머지 여덟 산은 묘고산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 그리고 이 여덟 산 가운데 앞의 일곱 산을 내산(內山)이라고 이름한다. 즉 이 일곱 번째 산 밖에는 대주(大洲) 등이 있고, 그 밖에는 다시 철륜위산이 있어 마치 바퀴의 형태로 하나의 세계(즉 4대주)를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지쌍산(持雙山 : 즉 유건달라산) 등의 일곱 산은 오로지 금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묘고산은 산 자체가 네 가지 보배로 되어 있다. 즉 북·동·남·서의 사면이 각기 차례대로 금·은·폐유리(吠琉璃 : vai rya, 청색의 보석으로 猫眼石)·파지가(頗迦 : spha ika, 수정을 말함)의 보배로 되어 있는데, 이 같은 보배의 위덕에 따라 그 색채가 허공에 나타나게 되니, 그래서 섬부주(贍部洲)의 허공은 폐유리의 색깔과 유사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보배는 무엇으로부터 생겨난 것인가?
  역시 온갖 유정들의 업의 증상력에 의해 다시 큰 구름이 일어나 금륜 위에 비를 뿌리게 되니, 그 물방울은 수레바퀴만 하였는데, 쌓이고 쌓인 물이 세차게 파도침에 그 물이 여러 보배들의 종자창고[種藏]가 되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위덕을 갖춘 맹렬한 바람이 불어 그것을 뚫을 정도로 세차게 침에 따라 보배 등으로 변하여 생겨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와 같이 물이 변하여 보배 등으로 생겨났을 때, 원인이 소멸하고서 결과가 생겨나 그 자체 동시에 존재하지 않으니, 이는 수론(數論)이 주장하는 것처럼 전변(轉變)에 의해 이루진
  
  
  
9) 묘고산 즉 소미로(蘇迷盧,혹은 須彌山 Sumeru)는 산 중에 가장 큰 것이기 때문에 산 중의 왕 즉 산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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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것이 아니다.10)
  수론에서는 어떤 전변의 교의를 주장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실재하는 법'[有法, dravya]으로서 자성(自性)이 항상 존재하여 [이로부터] 그 밖의 다른 법이 낳아지기도 하고, 그 밖의 다른 법이 [여기로] 멸하기도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같은 전변설은 어떤 이치에 어긋나는 것인가?
  이를테면 '실재하는 법'은 상주한다고 하면서 다시 별도로 법이 멸하기도 하고 법이 생겨나기도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누가 법 이외 별도의 다른 '실재하는 법'이 있다고 말한 것인가? 오로지 이러한 법이 전변할 때, [전변된] 다른 상[異相]의 소의가 되는 것을 일컬어 '실재하는 법'이라고 할 뿐이다.
  이 같은 사실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
  무엇이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인가?
  [자성은] 바로 이러한 만물[物, 즉 현상]이면서 이와 같은 만물이 아니다고 하는 이와 같은 말의 뜻은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는 것이다.11)
  이와 같은 금과 보배 등을 변화시켜 낳은 다음, 다시 업력에 의해 또 다른 바람을 일으켜 보배 등을 간별하여 끌어 모아 [아홉] 산을 이루었고, [네] 대륙[洲]을 성립시켰으며, 물은 단 것과 짠 것으로 나누어 내해(內海)와 외해(外海)로 별도로 성립시켰던 것이다.
  이와 같은 아홉 산은 금륜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물에 잠긴 부분의 수량은 모두 다 같이 8만 유선나이다. 그리고 소미로산의 경우 물 위로 나와 있는 부분 역시 그러하다.12) 그 밖의 다른 여덟 산의 경우 물 위로 나와 있는 부분
  
  
10) 물이 변하여 보배가 되었을 때 물의 자성을 갖고 있으면서 보배가 된 것이 아니다는 뜻. 즉 수론(Sa khya)학파에서는 근본원질인 자성(自性, prak ti)의 전변에 의해 만유가 생겨나지만 그 때 결과로서의 세계는 원인 속에 내재한다는 인중유과론(因中有果論)을 주장하였는데, 물에서 보배로의 변화가 이 같은 전변설로 이해될까 염려하여 이같이 논설한 것이다.
11) 만물은 상주하는 자성이 전변한 것이라고 하면서 그것을 무상하다고 하는 것은, 바로 만물은 자성과 같은 것이라고 하면서 다른 것이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모순이다는 뜻.
12) 따라서 묘고산왕은 밑의 금륜으로부터 위의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총 16만 유선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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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내산으로부터 외산에 이르면서] 점차 반반씩 감소하니, 이를테면 첫 번째 내산인 지쌍산이 물위로 나와 있는 부분은 4만 유선나이며, 나아가 최후인 철륜위산이 물위로 나와 있는 부분은 3백 12유선나 반이다.13) 그리고 이와 같은 9산 각각의 너비는 각기 물위로 나와 있는 자신의 높이의 양과 같다.
  [9산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으니, 이제 마땅히 8해(海)에 대해 논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아홉] 산 사이에는 여덟 바다[八海]가 있으니
  앞의 일곱 바다를 내해(內海)라고 이름하는데
  첫 번째 바다의 너비는 8만이고
  네 변은 각기 그 세 배이다.
  山間有八海 前七名爲內
  最初廣八萬 四邊各三培
  
  다른 여섯 바다의 너비는 반반으로 좁아지며
  여덟 번째 바다를 외해(外海)라고 이름하는데
  [그 너비는] 3낙차(억) 2만에
  2천 유선나이다.
  餘六半半狹 第八名爲外
  三洛叉二萬 三千二百餘
  
  논하여 말하겠다. 묘고산으로부터 시작하여 최후의 철륜위산에 이르기까지 각 산들 사이에는 여덟 바다가 있는데, 앞의 일곱 바다를 내해(內海)라고
  
  
  
13) 두 번째 내산인 지축산이 물위로 나와 있는 부분은 2만 유선나이고, 첨목산은 1만, 선견산은 5천, 마이산은 2천 5백, 상이산는 천 2백 50, 그리고 지산은 6백 25유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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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한다. 그리고 이 일곱 바다 중에는 모두 여덟 가지의 공덕수(功德水)로 채워져 있으니, 이를테면 첫째는 그 맛이 달며, 둘째는 차가우며, 셋째는 부드러우며, 넷째는 가벼우며, 다섯째는 맑고 깨끗하며, 여섯째는 냄새가 나지 않으며, 일곱째는 마실 때 목구멍이 손상되지 않으며, 여덟째는 마시고 나서 배가 아프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일곱 바다 중 첫 번째 바다의 너비(즉 묘고산에서 지쌍산 사이의 거리)는 8만 유선나로서, 지쌍산의 안쪽 가장자리의 둘레의 길이에 근거하여 말해 보면 그 네 면의 양은 각기 그것의 세 배가 될 것이니, 말하자면 각각의 변은 2억 4만 유선나가 된다.14)
  그 밖의 여섯 바다의 너비는 [첫 번째 바다의] 반반으로 좁아지니, 이를테면 두 번째 바다의 너비의 양은 4만 유선나이며, 내지 일곱 번째 바다의 너비의 양은 1천 2백 5십 유선나이다. 그리고 이러한 바다의 둘레에 대해 설하지 않은 것은 번거롭기 때문이다.15)
  나아가 여덟 번째 바다를 이름하여 외해(外海)라고 하는데, 그곳에는 짠물로 가득 차 있다. 그 너비는 3억 2만 2천 유선나이다.16)
  
  
14) 즉 묘고산의 너비 8만에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첫 번째 바다의 양쪽 너비 각 8만이 더해진 것으로, 이는 바로 첫 번째 바다와 접하고 있는 지쌍산의 안쪽 길이에 해당한다.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15) 둘레는 너비의 네 배로서, 이를테면 제1해의 경우 묘고산과 접한 안쪽은 8만 4 유선나이며, 지쌍산과 접한 바깥 쪽은 (8만+8만+8만) 4유선나이다. 제2해의 경우 지쌍산과 접한 안쪽은 (24만+4만+4만) 4 유선나(여기서 4는 지쌍산의 너비)이며, 지축산과 접한 바깥쪽은 (32만+4만+4만) 4 유선나(여기서 4는 제2해의 너비)이다. 제3해의 경우 지축산과 접한 안쪽은 (40만+2만+2만) 4 유선나이며, 첨목산과 접한 바깥쪽은 (42만+2만+2만) 4 유선나로서, 계속하여 산과 바다의 너비가 반감된다.
16) 제8해를 둘러싸고 있는 안쪽의 니민다라산은 정방형이고, 바깥쪽의 철륜위산은 원형이기 때문에 가장 길고 가장 짧은 곳의 폭의 양이 일정하지 않다. 『현종론』 (권제16, 한글대장경200, p. 421)의 경우 게송에서는 3억 2만 2백 유선나로 기술하고 있으나 장행에서는 3억 2만 3천 2백 87유선나 반으로 논의하면서, 87유선나 반은 관점에 따라 다르게 관찰될 수 있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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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해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으니, 이제 마땅히 4대주(大洲)에 대해 논설해 보아야 할 것이다.]
  게송으로 말하겠다.
  
  [외해] 중에 있는 대주(大洲)의 상은
  남쪽 섬부주(贍部洲)의 경우는 수레의 형태로
  세 변은 각기 2천 유선나이고
  남쪽의 변은 3유선나 반이다.
  於中大洲相 南贍部如車
  三邊各二千 南邊有三半
  
  동쪽 비제하주(毘提訶洲)의 경우
  그 상은 반달[半月]과 같으며
  세 변은 섬부주와 같고
  동쪽의 변은 3백 유선나 반이다.
  東毘提訶洲 其相如半月
  三邊如贍部 東邊三百半.
  
  서쪽 구타니주(瞿陀尼洲)의 경우
  그 상은 둥글어 이지러짐이 없고
  직경이 2천 5백 유선나이며
  그 둘레는 이것의 세 배이다.
  西瞿陀尼洲 其相圓無缺
  徑二千五百 周圍此三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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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 구로주(俱盧洲)는 주사위와 같아
  4면이 각기 2천 유선나로 동일하다.
  北俱盧方 面各二千等
  
  중주(中洲)에도 또한 여덟 곳이 있으니
  사대주 근처의 각기 두 곳이다.
  中洲復有八 四洲邊各二
  
  논하여 말하겠다. 외해 중에는 대주(大洲)가 네 곳 있는데, 이를테면 묘고산의 네 면과 마주하고 있다. 즉 남쪽의 섬부주(贍部洲 : Jambu-dv pa)는 북쪽은 넓고 남쪽은 좁은데, [남쪽을 제외한] 세 변(邊)의 너비는 동등하여 그 형태가 마치 수레와도 같다. 즉 남쪽 변의 너비는 오로지 3유선나 반일 뿐이며, 다른 세 변의 너비는 각기 2천 유선나이다. 또한 오직 이 주에만 금강좌(金剛座)가 있는데, 위로는 지면[地際]에 닿아 있으며 아래로는 금륜에 근거하고 있다. 장차 정각(正覺)에 오르려고 하는 일체의 보살은 모두 이 금강좌 위에 앉아 금강유정(金剛喩定)을 일으키는 것이니,17) [최후신이 아닌] 그 밖의 소의신이나 [금강좌가 아닌] 다른 처소에서는 아무리 견고한 힘을 소유하였더라도 능히 이러한 선정을 지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동쪽의 승신주(勝身洲: Purvavideha-dv pa, 게송에서 비제하주)는 동쪽은 좁고 서쪽은 넓은데, [동쪽을 제외한] 세 면의 너비는 동등하여 그 형태가 마치 반달과도 같다. 즉 동쪽 면의 너비는 3백 5십 유선나이며, 그 밖의 세 변은 각기 2천 유선나이다.18)
  서쪽의 우화주(牛貨洲 : Avaragodan ya-dv pa, 게송에서 구타니주)는 그 형태가 둥근 만월과 같은데, 직경이 2천 5백 유선나이며, 그 둘레는 7천 유선나 반이다.
  
  
17) 금강유정(vajropama-samadhi)은 금강에 비유되는 선정으로, 여기서 무색계 유정지(有頂地) 제9품(하하품)의 번뇌가 끊어져 아라한과를 획득한다.
18) 『현종론』 (권제16, 앞의 책, p. 422)에 의하면, 동승신주의 동쪽 변이 남섬부주의 남쪽 면보다 넓기 때문에, 동주는 반달과 같고, 남주는 수레와 같다고 한다. 일단 남주와 동주를 그림으로 나타내어 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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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쪽의 구로주(俱盧洲 : Uttarakuru-dv pa)는 그 형태가 네모진 의자[方座]와 같은데, 네 변의 너비는 동등하여 각기 2천 유선나이며, 둘레의 양은 8천 유선나이다. 여기서 '동등하다'고 말한 것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일이 없음을 분명히 밝히기 위해서 였다.
  그리고 각각의 주(洲)의 형상에 따라 그곳 사람들의 얼굴 모습도 역시 그러하다.
  다시 여덟 곳의 중주(中洲)가 있으니, 이는 대주(大洲)에 딸린 권속이다. 즉 4대주 가장자리에 각기 두 곳의 중주가 있기 때문으로, 남섬부주 가장자리에 있는 두 곳의 중주란, 첫 번째는 차말라주(遮末羅洲 : Camara-dv pa, 猛牛로 번역됨)이며, 두 번째는 벌라차말라주(筏羅遮末羅洲 : Avaracamara-dv pa, 勝猛牛로 번역됨)이다. 동승신주 가장자리에 있는 두 곳의 중주란, 첫 번째는 제하주(提訶洲 : Deha-dv pa, 身으로 번역됨)이며, 두 번째는 비제하주(毘提訶洲 : Videha-dv pa, 勝身으로 번역됨)이다. 서우화주 가장자리에 있는 두 곳의 중주란, 첫 번째는 사체주(舍洲 : a ha-dv pa, 諂으로 번역됨)이며, 두 번째는 올달라만달리나주(??羅漫?里拏洲 : Uttar- amantri a-dv pa, 上義로 번역됨)이다. 북구로주 가장자리에 있는 두 곳의 중주란, 첫 번째는 구랍바주(矩拉婆洲 : Kurava-dv pa, 勝邊으로 번역됨)이며, 두 번째는 교랍바주(?拉婆洲 : Kaurava-dv pa, 有勝邊으로 번역됨)이다.
  이러한 일체의 중주는 모두 사람이 사는 곳이다.19)
  그런데 어떤 이는 설하기를, "오직 한 곳에는 나찰사(那刹娑, rak asa)가 살고 있다"고 하였다.20)
  
  
19) 그들은 하등의 저열한 업의 증상력으로 말미암아 태어나기 때문에 신체가 비루하다.
20) 구역에서는 마라아바라차라(摩羅阿婆羅遮羅, 즉 본론의 벌라차마라주), 칭우는 차마라와 벌라차마라 중의 한 곳, 중현은 차마라에는 오직 나찰사(구역에서는 나찰, 악귀의 통칭)만 산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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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송으로 말하겠다.
  
  이 주(洲) 북쪽에 아홉 흑산이 있고
  설산(雪山)과 향취산(香醉山) 사이에
  무열지(無熱池:즉 阿?達池)가 있으니
  그 가로 세로의 너비는 50유선나이다.
  此北九黑山 雪香醉山內
  無熱池縱廣 五十踰繕那
  
  논하여 말하겠다. 이 남섬부주 중앙(즉 중인도)으로부터 점차 북쪽으로 향하여 가면 세 곳에 각기 세 겹의 흑산(黑山)이 있고, 흑산 북쪽에는 대설산(大雪山 : Mahahimalaya-giri)이 있으며, 대설산 북쪽에는 향취산(香醉山: Gandhamadana-giri)이 있다. 바로 이 대설산 북쪽, 향취산 남쪽에 무열뇌(無熱惱 : Anavatapta, 혹은 Anotatta, 즉 阿?達)라고 이름하는 큰 못이 있다. 그리고 바로 이곳으로부터 네 개의 큰 강물이 흘러나오니, 첫째는 긍가하(?伽河 : Ga ga)이며, 둘째는 신도하(信度河 : Sindhu)이며, 셋째는 사다하(徙多河 : ta)이며, 넷째는 박추하(縛芻河 : Vak u)이다.21)
  무열뇌지는 가로 세로의 너비가 똑같은데, 네 면의 너비는 각기 50유선나이다. 여덟 가지 공덕수(功德水)가 그 안에 가득 차 있으며, 신통력을 얻은 사람이 아니라면 능히 그곳에 이르는 이가 없다. 그리고 이 못가에는 섬부(贍部, jamu)나무의 숲이 있는데, 나무의 형태는 높고도 크며 그 과실은 달고 맛있다. 바로 이 숲에 의거하여 [이 주(洲)를] '섬부주'라고 이름한 것이다. 혹은 이 나무의 과실에 의해 '섬부주'라는 명칭으로 설정하게 되었던 것이다.
  
  다시 어떤 곳에 날락가(捺落迦 : naraka, 즉 지옥)와 대 날락가(대지옥)가
  
  
  
21) 이 네 강은 각기 동·남·북·서로 흘러 바다로 들어가는데, 구역에서는 긍하(?河)·신두(辛頭)·사다(私多)·박수(薄搜)로 번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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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치하며, 그 너비의 양은 얼마이며, 몇 가지나 있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이 주(洲) 밑으로 2만 유선나를 지나면
  무간(無間)이 있어 그 깊이와 너비는 동일하며
  다시 그 위에는 일곱 날락가가 있는데
  이 여덟 지옥에는 모두 열 여섯 '증(增)'이 있다.
  此下過二萬 無間深廣同
  上七捺落迦 八增皆十六
  
  즉 뜨거운 잿불과 송장의 똥오줌과
  날카로운 칼날과 뜨거운 강물의 '증'이 있어
  각기 각 날락가의 사방에 존재하며
  이 밖에도 차가운 여덟 지옥이 있다.
  謂?屍糞 鋒刃熱河增
  各住彼四方 餘八寒地獄
  
  논하여 말하겠다. 이 남섬부주 밑으로 2만 유선나를 지나게 되면 아비지(阿鼻旨 : Av ci, 즉 無間)라는 대날락가(大捺落迦)가 있어 그 깊이와 너비는 앞의 거리(남섬부주에서의 거리)와 동일하니, 말하자면 2만 유선나이다. 따라서 그 밑바닥은 이 섬부주로부터 4만 유선나 떨어져 있다.
  즉 여기에서는 괴로움을 받는 것이 쉴 사이[間]가 없으니, 항상 괴로움을 받는 것은 아닌 다른 일곱 곳의 대날락가와 같지 않기 때문에 '무간'이라 이름한 것이다.22) 이를테면 등활(等活) 날락가와 같은 곳에서는 온갖 유정들의
  
  
22) 이를테면 그곳의 유정들은 각기 백 개의 못을 몸에 박고 6촉문(觸門 : 안촉 내지 의촉)에서 항상 극심한 괴로움을 받는다. 또한 뜨거운 쇠로 된 땅[熱鐵地]에 있으면서 쇠 울타리에 에워싸여 뜨거운 불길이 오고 감에 잠시라도 쉴 틈이 없다. 비록 사방에 문이 있어 멀리서 열리는 것을 보았을지라도 뛰쳐나가려고 하기만 하면 바로 닫혀 버린다. 그리하여 독한 원한에 사무쳐 자기 몸을 땔감으로 삼아 맹렬히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몸을 던져 몸과 팔 다리를 태우고 뼈와 살을 불사르지만, 그럼에도 악업을 지녔기에 끝내 죽음에도 이르지 않는다.(『현종론』 권제16, 앞의 책, p. 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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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몸이 비록 [칼에] 잘리고 [바늘에] 찔리고 [맷돌에] 갈리고 [절구에] 찧이는 등 여러 가지 괴로움을 당할지라도, 그들이 잠시 시원하게 부는 바람을 맞게 되면 다시 본래대로 소생한다. 곧 이와 같은 이치로 말미암아 '등활'이라 이름한 것이지만 아비지 중에서는 이와 같은 일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유여사는 설하기를, "아비지 중에서는 즐거워할 틈[間]이 없이 괴로움만 존재하기 때문에 '무간'이라 이름한 것으로, 그 밖의 다른 지옥 중에서는 비록 이숙의 즐거움은 없다 할지라도 등류의 즐거움은 있기 때문에 즐거워할 틈은 있다"고 하였다.23)
  그 밖의 일곱 날락가는 무간지옥 위에 있는데, 겹겹이 쌓여있다.
  그 같은 일곱이란 무엇인가?
  첫째는 극열(極熱)이며, 둘째는 염열(炎熱)이며, 셋째는 대규(大叫)이며, 넷째는 호규(號叫)이며, 다섯째는 중합(衆合)이며, 여섯째는 흑승(黑繩)이며, 일곱째는 등활(等活)이다.24)
  그런데 어떤 이는 설하기를, "이러한 일곱 날락가는 무간지옥 옆에 있다"고 하였다.
  이러한 여덟 날락가의 증(增)에는 각기 열여섯 곳이 있다.25) 그래서 박가
  
  
23) 중현에 의하면 이 유여사설은 유부 정설이다. 혹은 또 다른 이설에 의하면 공간적인 틈[隙]이 없기 때문에 '무간'이다.
24) 극열(prat pana)은 안과 밖이, 그리고 자신과 타인의 몸의 온갖 사지 마디가 모두 맹렬한 불길을 낳고 서로가 서로를 태워 해치는 곳으로, 뜨거움 중의 지극한 곳이기 때문에 '극열'이다. 염열(tapana)은 뜨거운 불길이 몸을 따라 전전하고 주위을 활활 태워 뜨거운 괴로움에 참기 어렵기 때문에 '염열'이다. 대규(mah raurava)는 지극한 괴로움에 핍박되어 크고 혹독한 소리를 내지르고 비탄의 절규로서 원한을 말하기 때문에 '대규'이다. 호규(raurava)는 많은 괴로움에 핍박되어 다른 존재를 슬프게 부르며 원한에 사무친 절규의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호규'이다. 중합(sa gh ta)은 괴로움을 주기 위한 여러 가지 도구들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몸을 핍박하고 무리 지어[合黨] 서로를 해치기 때문에 '중합'이다. 흑승(k las tra)은 검은 쇠사슬로써 몸과 팔 다리를 묶어놓고서 칼과 톱으로 베고 자르기 때문에 '흑승'이다. 등활(sa g va)은 앞에서 설명한대로 온갖 괴로움에 몸을 핍박당해 자주 번민하여 죽을 듯하다가도 본래대로 소생하여 다시 괴로움에 핍박되기 때문에 '등활'이다.(『현종론』 앞의 책, p. 426)
25) 여기서 증(增, utsada, 구역에서는 '園')이라 함은, 본래의 날락가에서 받는 괴로움 이외 별도의 괴로움을 더 받는 곳을 말한다. 혹은 괴로움을 주는 도구들이 다양하기 때문에, 혹은 본래의 지옥에서 이미 그에 상응하는 괴로움을 받았으면서 다시 거듭하여 이 같은 괴로움을 당하기 때문에 '증'이라고 이름하였다.(후술) 말하자면 그곳은 해당 지옥에 딸린 정원과도 같은 것으로, 각 날락가의 4면에는 각기 네 종류의 '증'이 딸려 있다. 그럴 경우 모두 128증이 있다고 해야 하겠지만 이것들은 모두 각기 다른 이름을 갖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한 지옥의 그것 만을 일컬어 16증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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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薄伽梵)께서도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게송을 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여덟 날락가는
  참으로 벗어나기 어렵다고 나는 설하니
  뜨거운 쇠로서 땅을 삼으며
  주위는 쇠담으로 둘러쳐져 있기 때문이다.
  
  지옥의 4면에는 비록 네 문이 있지만
  철부채[鐵扇]로써 열고 닫으며
  그 너비의 분량을 교묘히 배치하여
  각각에 열여섯 곳의 증(增)이 있기 때문이다.
  
  너비가 수백 유선나인 그곳은
  악업을 지은 이들로 가득한데,
  뜨거운 불꽃이 두루 퍼져 넘실대며
  맹렬한 불길이 늘 이글거리기 때문이다.26)
  열여섯 곳의 '증'이란 8날락가의 4면 문 밖의 각기 네 곳을 말한다.
  첫 번째는 뜨거운 잿불의 증[?增 : 구역에서는 熱灰園]이니, 이를테면 이러한 '증'에서는 뜨거운 재가 무릎까지 차있어 유정이 그곳을 노닐면서 잠시라도 그의 발을 내려놓게 되면 피부는 물론이고 살과 피도 모두 불에 타 문드러지게 된다. 그러나 만약 발을 들게 되면 다시 생겨나고 회복되어 본래의 상태와 같게 된다.
  
  
  
26) 『잡아함경』 권제47 제1244경(대정장2, p. 341상); 『증일아함경』 권제36(동p.747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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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송장의 똥오줌의 증[屍糞增 : 구역에서는 死屍園]이니, 이를테면 이러한 '증'에서는 송장의 똥오줌이 진창으로 가득한데, 여기에는 입은 날카롭기가 침과 같고, 몸은 희며 머리는 검은 낭구타(娘矩)라고 하는 벌레가 수없이 우글거려 유정이 그곳을 노닐게 되면, 그들은 모두 살갗을 뚫고 뼛속으로 파고 들어간 이 벌레들에게 골수를 먹히게 된다.27)
  세 번째는 칼날의 증[鋒刃增 : 구역에서는 刃路園]이니, 이를테면 이러한 '증'에는 다시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첫째는 '칼날의 길[刀刃路]'이니, 이를테면 여기에서는 칼날을 늘어놓고 큰길로 삼았다. 그래서 유정이 그곳을 노닐면서 잠시라도 그의 발을 내려놓게 되면 피부는 물론이고 살과 피가 모두 끊어지고 부서져 버리고 만다. 그러나 만약 발을 들게 되면 다시 생겨나고 회복되어 본래의 상태와 같게 된다. 둘째는 '칼잎의 숲[劍葉林]'이니, 이를테면 이 숲의 나뭇잎은 순전히 날카로운 칼날로 되어 있어 유정이 그 아래서 노닐다가 바람이 불어 그 잎이 떨어지게 되면 팔 다리와 몸[肢體]은 그것에 잘리고 찔리며, 끝내 뼈와 살점이 말라 떨어진다. 그러면 까마귀와 박(? : 범을 먹는 말과 비슷한 짐승)과 개가 그것을 씹어 뜯어먹는 것이다. 셋째는 '쇠 가시의 숲[鐵刺林]'이니, 이를테면 이 숲의 나무에는 길이가 열여섯 마디 정도나 되는 날카로운 쇠 가시가 박혀 있어 유정들이 괴로움에 핍박당해 이 나무를 오르내릴 때면 그 같은 가시의 날카로운 칼날이 아래위에서 그를 찌르고 꿰뚫는다. 여기에는 또한 '부리가 쇠로 된 새[鐵嘴鳥]'가 있어 유정의 눈알이나 심장과 간을 다투어 쪼아먹는다. 이처럼 '칼날의 길' 등의 세 가지는 비록 그 종류는 각기 다를지라도 쇠의 무기[鐵仗]가 동일하기 때문에 하나의 '증'에 포섭시킨 것이다.
  네 번째는 뜨거운 강물의 증[烈河增 : 구역에서는 熱江園]이니, 이를테면 이러한 '증'은 넓을 뿐더러 그 안에는 뜨겁고 짠물로 가득 차 있다. 만약 유정이 거기에 들어가거나, 혹은 떠 있거나, 혹은 가라앉았거나, 혹은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거나, 혹은 따라 내려가거나, 혹은 가로 질러가거나, 혹은 돌아가거나 간에 쪄지고 삶겨져 살과 뼈가 문드러진다. 마치 큰 가마솥 안에 잿물을
  
  
  
27) 낭구타(혹은 攘鳩多, nyatku a). 날카로운 입을 가진 벌레로서, 침구충(針口蟲)이라고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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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득 채운 다음 깨나 쌀 등을 넣고 아래서 불을 맹렬하게 지피게 되면 깨 등은 그 안에서 아래위로 회전하면서 그 자체 불어 문드러 터지는 것과 마찬가지로, 유정도 역시 그러하다. 설사 도망가려고 해도 양 강둑 위에는 여러 옥졸(獄卒, nalaka-pala)들이 손에 칼과 창을 들고 지키면서 돌게 하므로 나갈 수가 없다.
  즉 이 같은 강은 성을 싸고 있는 해자[塹]와 같고, 앞의 세 가지는 성의 동산[園]과 유사한 것이다.
  [8대지옥] 4면에 각각 네 곳의 '증'이 있기 때문에 모두 열 여섯 곳이라고 말한 것으로, 이는 바로 증상(增上)의 형벌과 해코지[形害]를 받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을 설하여 '증'이라 이름하였다. 즉 본래의 지옥에서 이미 그에 적합한 해코지를 당하였으면서 다시 거듭하여 해코지를 당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떤 이는 설하기를, "유정은 지옥을 나와서도 다시 이 같은 괴로움과 조우하기 때문에 그러한 곳을 설하여 '증'이라 이름하였다"고 하였다.
  
  지금 여기서 논의에 의해 논의를 낳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온갖 지옥을 지키는 옥졸들은 유정인가, 유정이 아닌가?28)
  어떤 이는 설하기를, "유정이 아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인가?
  유정의 업력에 의해서이니, [옥졸은] 마치 성겁(成劫) 시의 바람과 같은 것이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대덕(大德) 법선현(法善現, Dharmika Subhuti)이 설한 바와 어떻게 회통시킬 것인가? 즉 그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하고 있다.
  
  마음에 항상 분노의 독을 품고
  
  
  
28) 소승 제파 중 대중부와 정량부는 지옥의 옥졸을 유정이라 설하지만, 유부에서는 다만 악업에 의해 초래된 증상의 대종이 전변하여 낳아진 심외(心外) 조색(造色)의 형현(形顯)·역량(力量)의 차별일 뿐이라고 하였다.(『유식이십론술기』 상,대정장43, p. 986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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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거이 온갖 악업을 쌓으며
  다른 이의 고통을 보며 기뻐하는 이는
  죽어 염마(琰魔, Yama)의 옥졸이 될 것이다.
  
  염마왕이 여러 나찰사(邏刹娑, rak asa)를 시켜서 여러 유정들을 지옥에 던지게 하면 그러한 이를 염마의 옥졸이라 이름하는데, 이는 실로 유정이지만 지옥 중에서 유정을 해코지하는 자는 아니다. 따라서 [염마의 옥졸은 유정이지만] 지옥의 옥졸은 유정이 아니다.29)
  그러나 어떤 이는 설하기를, "[지옥의 옥졸은] 유정이다"고 하였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이들의 악업은 어떠한 처소에서 그 이숙과를 받을 것인가?
  바로 지옥 중에서이다. 지옥 중에서는 하물며 무간업(無間業)에 의해 초래되는 이숙과를 받는 것조차도 허용되는데 어떠한 이유에서 이를 받지 못할 것인가?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지옥의] 불은 그들을 태우지 못하는 것인가?
  이는 결정코 업력에 의해 격리 장애 되어 있기 때문이다. 혹은 다른 대종을 초감(招感)하였기 때문에 불에 타지 않는 것이다.
  
  뜨거운[熱] 날락가에 여덟 가지가 있다고 이미 논설하였다. 다시 그 밖에 여덟 종류의 차가운[寒] 날락가가 있다.
  무엇이 여덟 가지인가?
  첫째는 알부타(?部陀)이며, 둘째는 니랄부타(尼刺部陀)이며, 셋째는 알찰타(?陀)이며, 넷째는 확확바(婆)이며, 다섯째는 호호바(呼呼婆)이
  
  
  
29) 『바사』에서 비바사사(毘婆沙師)는 그들 상례의 논법으로 이 법선현의 게송을 해석한다. '반드시 회통할 필요가 없으니, 그것은 경율론의 삼장이 아니라 작자 임의대로 지어진 문송(文頌)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통하고자 한다면 별도의 뜻이 있다. 즉 만약 쇠사슬로써 처음 지옥에 태어나는 유정을 결박하여 염마왕에게로 가는 자라면 유정이지만, 괴로움을 주는 기구로서 지옥 중에서 유정들을 해코지하는 것이면 비유정이다.'(권제172,한글대장경124, p. 172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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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 여섯째는 올발라(?鉢羅)이며, 일곱째는 발특마(鉢特摩)이며, 여덟째는 마하발특마(摩訶鉢特摩)이다.30)
  여기에 머무는 유정은 혹독한 추위에 핍박되어 몸과 소리에 변화가 생겨남에 따라 이러한 명칭을 설정한 것으로,31) 이러한 여덟 가지 지옥은 남섬부주 아래, 앞에서 설한 바와 같은 대지옥과 나란히 붙어 있다.
  이 남섬부주는 그 너비가 얼마 되지 않는데, 그 아래에 무간지옥 등의 온갖 지옥을 어떻게 수용할 수 있는 것인가?
  주(洲)는 마치 곡식을 쌓아놓은 것처럼 위는 뾰족하고 아래는 넓게 퍼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해(大海)는 그 너비가 좁아지면 좁아질수록 그 깊이는 점점 깊어지는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바와 같은 열여섯 가지 지옥(8熱과 8寒지옥)은 일체의 유정의 증상업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그러나 그 밖의 고(孤)지옥은 각각의 유정의 개별적인 업[別業]에 의해 초래된 것이다. 즉 혹 어떤 경우에는 다수의 유정에 의해, 혹은 두 명의 유정에 이해, 혹은 한 명의 유정에 의해 초래되기도 한다. 또한 머무는 처소의 차별도 다양하여 일정하지 않으니, 혹 어떤 것은 강이나 하천, 산간, 광야 근처에 있기도 하고, 혹은 어떤 것은 지하나 공중에 있기도 하며, 혹은 그 밖의 다른 어떤 곳에 있기도 한다.32)
  
  
30) 알부타(?部陀, Arbuda, 로 번역됨)는 몸에 물집이 생길 정도로 혹독하게 추운 지옥. 니랄부타(尼刺部陀, Nirarbuda, 裂로 번역됨)는 물집이 터질 정도로 추운 지옥. 알찰타(?陀, A a a, 구역은 阿)·확확바(婆, Hahava,구역은 阿波波)·호호바(呼呼婆, Huhuva, 구역은 ?)의 세 지옥은 추위의 고통을 참기 어려울 때 내는 소리에서 유래한 명칭임. 올발라(?鉢羅, Utpala, 靑蓮華로 번역됨)는 혹독한 추위로 인해 몸이 퍼렇게 어혈지고 살이 얼어 터져 마치 푸른 연꽃과 같이 되는 지옥. 발특마(鉢特摩, Padma, 紅蓮華로 번역됨)는 살이 벌겋게 된 채 부르터져 마치 붉은 연꽃과 같이 되는 지옥. 마하발특마(摩訶鉢特摩, Mahapadma, 大紅蓮華로 번역됨)는 추위로 살이 터지는 것이 대홍련화처럼 되는 지옥.
31) 즉 알찰타·확확바·호호바는 소리가 변하는 것에 근거한 명칭이며, 그 밖의 것은 모두 신체의 변화에 따른 명칭이다. 그러나 『현종론』에서는 신체상의 변화를 다시 몸과 부르트는 것[瘡]으로 분별하고 있다. 즉 알부타와 니랄부타는 몸이 변하는 것에, 올발라·발특마·마하발특마는 부르트는 것에 근거한 명칭이다.
32) 고(孤, pradesika)지옥(『바사』에서는 獨지옥). 16대지옥은 남섬부주 아래에만 있고 다른 3주에는 없는데, 그것은 오로지 이 주의 사람들만이 선업과 악업을 맹리(猛利)하게 짓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지옥은 4대주에 어디에도 존재한다.(『대비바사론』 권제172, 한글대장경124, p. 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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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갖 지옥의 기세간이 어디에 안포(安布)되어 있는가 하면, 이처럼 본처(本處)는 [남섬부주] 밑에 있지만, 지파(支派)는 일정하지 않다.
  
  방생(傍生 : 즉 짐승)이 머무르는 곳은 말하자면 물과 육지와 공중으로, 본처는 대해(大海)였지만 후에 다른 곳으로도 흘러들게 되었던 것이다.
  온갖 아귀의 본처는 염마왕(琰魔王)의 나라이다.33) 즉 이 남섬부주 아래로 5백 유선나를 지나면 염마왕의 나라가 있어 폭과 너비의 양도 역시 그러한데(5백 유선나이다), 온갖 아귀는 바로 이로부터 전전(展轉)하여 다른 곳에도 흩어져 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혹 어떤 아귀는 단엄(端嚴)하고도 크나큰 위덕을 갖춘 것도 있고, 온갖 부락(富樂)을 향수하며 자재하기가 신과 같은 것도 있으며, 혹은 배고픔에 시달려 얼굴이 누추한 것도 있는데,34) 이와 같은 등등의 종류에 대해서는 경에서 널리 설하고 있는 바와 같다.35)
  해와 달이 머무는 곳의 너비 등에 대해 게송으로 말하리라.
  
  
  
  
33) 염마왕(Yamaraja,즉 염라대왕)은 원래 리그베다에서 사자(死者)가 가는 저승의 주(主)였지만 점차 그 지위가 변하여 본론에 이르러서는 아귀세계의 주가 되었다.
34) 아귀에는 재물이 없고 적고 많음에 따라 세 종류가 있다. 재물이 없는 아귀에는 다시 불타는 입과 바늘입과 냄새나는 입을 가진 세 종류의 아귀가 있으며, 재물이 적은 아귀에도 역시 침으로 된 털의 아귀와 냄새나는 털의 아귀와 목에 혹이 난 아귀가, 재물이 많은 아귀에도 희사(希祀)와 희기(希棄)와 대세(大勢)의 세 종류의 아귀가 있다. 불타는 입의 아귀[炬口鬼]는 항상 입에서 불을 토하는 아귀로, 지극히 인색한 자의 과보이다. 바늘입의 아귀[針口鬼]는 배는 산의 계곡만 하지만 입이 바늘구멍만하다. 냄새나는 입의 아귀[臭口鬼]는 항상 입에서 악취가 나 음식을 보더라도 먹을 수 없다. 침으로 된 털의 아귀[針毛鬼]는 날카로운 침으로 말미암아 자신과 남을 찔러 항상 광란하여 달리며, 냄새나는 털의 아귀[臭毛鬼]는 지독한 냄새로 몸을 후려치고 털을 쥐어뜯어 피부가 상하고 째지는 등의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목에 혹이 난 아귀[鬼]는 악업력에 의해 목구멍에 큰 혹이 나있어 고통에 시달리는데, 이 세 가지 아귀는 때로 부정한 것(이를테면 자신과 타인에게서 나오는 농혈)을 만나 기갈을 면한다. 그리고 희사귀는 항시 제사에 가 제물을 향수하며, 희기귀는 남이 버리거나 토한 것을 먹으며, 대세귀는 약차(藥叉)나 나찰(羅刹)과 같은 것으로, 그의 부귀는 마치 천(天)과도 같다.(『순정리론』 권제31, 한글대장경179, p. 260 이하)
35) 『정법념경(正法念經)』 권제16-17(대정장17, p. 91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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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와 달은 소미로산의 중턱[半]에 있는데
  [그 직경은 각기] 51과 50유선나로서,
  밤중과 일몰과 한낮[日中]과
  일출은 4대주에서 같은 시간이다.
  日月迷盧半 五十一五十
  夜半日沒中 日出四洲等
  
  비오는 계절[雨際]의 두 번째 달의
  후반 제9일부터 밤은 점차 길어지고,
  추운 계절[寒際]의 네 번째 달도 역시 그날부터
  밤이 짧아지니, 낮은 이와 반대이다.
  雨際第二月 後九夜漸增
  寒第四亦然 夜減晝飜此
  
  낮과 밤에 납박(臘縛)이 증가하는 것은
  [해가] 남쪽 길과 북쪽 길로 운행할 때이며,
  [달은] 해에 가까이 갈 때 자신의 그림자에 덮이니,
  그래서 달의 바퀴가 일그러져 보이는 것이다.
  晝夜增臘縛 行南北路時
  近日自影覆 故見月輪缺
  
  논하여 말하겠다. 해와 달과 뭇 별들은 무엇에 의지하여 머무는 것인가?
  바람[風]에 의지하여 머문다. 이를테면 온갖 중생들의 업(즉 共業)의 증상력은 다같이 바람을 인기하니, 그러한 바람이 묘고산을 돌고 공중을 선회하여 해 등을 운행시키며, 그것들이 멈추어 떨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것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이 곳(즉 남섬부주)으로부터 몇 유선나 떨어져 있는가?
  지쌍산의 꼭대기(즉 4만 유선나)에 있으니, 그곳은 바로 묘고산의 중턱과 나란히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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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와 달의 직경은 몇 유선나인가?
  해는 51유선나이며, 달은 오로지 50유선나일 뿐이다. 별의 경우 가장 작은 것은 1구로사(俱盧舍)이며,36) 가장 큰 것은 16유선나이다.
  일륜(日輪) 아랫면의 파지가(頗迦, spha ika, 수정) 보배는 화주(火珠)로 이루어져 능히 뜨거우면서 능히 비추는 것이며, 월륜(月輪) 아랫면의 파지가 보배는 수주(水珠)로 이루어져 능히 차가우면서 능히 비추는 것이다. 즉 이 두 가지는 유정의 업의 증상력에 의해 생겨나 눈[眼]·몸·과일·꽃·농작물·약초 등에 대해 그것이 상응하는 바대로 이익이 되기도 하고 손해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37)
  오로지 하나의 해와 달이 두루 4대주에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나의 해는 4대주에서 동시에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그렇지 않다.
  어째서인가?
  북구로주가 한 밤중이면 동승신주는 일몰이며, 남섬부주는 바로 한낮이고, 서우화주는 일출이다. 즉 이러한 4시(時)는 같은 시간이니,38) 그 밖의 경우에 대해서도 마땅히 알아보아야 할 것이다.39)
  
  
36) 구로사(krosa)는 길이의 단위로서 500길. 또는 8분의 1유선나. 본론 권제12(p.551)에서 설명한다.
37) 이를테면 눈이 빛을 통해 색을 보는 것은 이익이지만 그것으로 인해 색을 보지 못하는 것은 손해이며, 몸은 따뜻함으로 인해 이익되지만 뜨거움으로 인해 손해된다.
38) 한 밤중[夜半], 일몰, 한낮[日中], 일출은 동일한 시간대이다. 다시 말해 만약 우화주가 한낮이면 승신주는 바로 한 밤중이고, 섬부주는 일몰이며, 구로주는 일출의 시간이다. 즉 해의 작용은 다르지만 그것은 동시에 나타난다.
39) 즉 어떤 주에 해가 중천에 있거나[日中] 달이 중천에 있을 때[月中] 다른 두 주에서는 그것이 서쪽에서 몰하고 동쪽에서 떠야 할 것이며, 제3의 주에서는 한 밤중이거나 한 낮에 처해야 한다. 이에 따라 만약 어떤 때 승신주와 우화주에 순서대로 해가 중천에 떠 있고(즉 한낮), 달이 중천에 떠 있다면(즉 한밤), 그 때 빛[光 : 즉 해]과 밝음[明 : 즉 달]은 4대주에 모두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러나 빛의 작용은 동·남 주에만 있을 것이고, 서·북 주에는 오로지 밝음의 작용만이 있을 뿐이다. 그리고 두 가지 작용을 모두 볼 수 있는 것은 북·남 주에서만 가능하다. 말하자면 섬부주에서는 해가 뜨는 것과 달이 지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달이 뜨는 것과 해가 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곳은 바로 구로주인 것이다. 그리고 동승신주는 오로지 해만을 볼 수 있으며, 오로지 달만을 볼 수 있는 것은 말하자면 우화주이다.(『현종론』 권제16, 앞의 책, p. 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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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이 주(즉 남섬부주)를 운행하는 길에 차별이 있기 때문에 밤과 낮이 짧아지기도 하고, 길어지기도 한다. 즉 비 오는 계절[雨際]의 두 번째 달의 후반 제9일째부터는 밤이 점차 길어지고, 추운 계절[寒際]의 네 번째 달의 후반 제9일째부터는 낮이 점차 짧아진다.40) 그리고 낮이 길어지고 짧아지는 것은 이와 반대이니, 밤이 점차 길어질 때에는 바로 낮이 점차 짧아지고, 밤이 점차 짧아질 때에는 바로 낮이 점차 길어진다.
  그렇다면 낮과 밤이 길어질 때에는 하루의 낮 밤이 얼마만큼 길어지는 것인가?
  1납박씩 증가하며,41) 낮 밤이 짧아지는 시간의 양도 역시 그러하다. 그리고
  
  
40) 인도에서는 1년을 더운 계절[熱際 : gr ma]·비오는 계절[雨際 : var a]·추운 계절[寒際 : hemanta 혹은 sisira]로 나누고, 각 계절을 다시 네 달로 나누어 12달로 산정하고 있다.(본론 권제12, p.522 참조) 그러나 인도는 국토가 넓고 기후상의 차이가 심하기 때문에 세 계절에 12달을 배치하는 방법에는 이설이 많은데, 『구사론기』에서 진제(眞諦)가 전하였다고 일컬어지는 설과 『서역기』 (권2)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 )안의 오른쪽의 명칭은 『대비바사론』 (권제136,한글대장경123, p. 235-236)의 역어임. [더운 계절]제달라(制羅: caitra, 좌동)월·································· 음력 1월∼ 2월········· 양력 3월∼ 4월폐사가(吠舍?: vaisakha, 좌동)월··························· 음력 2월∼ 3월·········· 양력 4월∼ 5월서금타(逝琴: jyai ha, 誓琴據)월························· 음력 3월∼ 4월·········· 양력 5월∼ 6월알사다(?沙茶: asadha, 阿沙茶)월··························· 음력 4월∼ 5월········· 양력 6월∼ 7월[비오는 계절] 실라벌나(室羅伐拏: srava a, 室羅筏拏)월············ 음력 5월∼ 6월·········· 양력 7월∼ 8월바달라발타(婆達羅鉢陀: bhadrapada, 좌동)월······ 음력 6월∼ 7월·········· 양력 8월∼ 9월알습박유사(?濕縛??: asvayuja, 呵濕縛??)월···· 음력 7월∼ 8월·········· 양력 9월∼10월가랄저가(迦刺底迦: karttika: ?栗底迦)월············ 음력 8월∼ 9월·········· 양력10월∼11월[추운 계절]말가시라(末加始羅: m gas r a, 末伽始羅)월·········· 음력 9월∼10월·········· 양력11월∼12월보사(報沙: pau a, 좌동)월············································· 음력10월∼11월········· 양력12월∼ 1월마가(磨?: magha, 磨伽)월·········································· 음력11월∼12월········· 양력 1월∼ 2월파륵루나(頗勒拏: phalguna, 頗勒那)월············· 음력 12월∼1월·········· 양력 2월∼ 3월 따라서 비오는 계절 제2월 후반 9일은 바달라발타월의 음력 7월의 9일에, 추운 계절 제4월의 후반 9일은 알륵루나월의 음력 1월의 9일에 해당하며, 이 날이 바로 가을과 봄의 중간날이다. 그리고 이로 볼 때 밤이 제일 긴 동지는 말가시라월의 후반, 즉 음력 10월 초순에, 낮이 제일 긴 하지는 서금타월의 후반, 즉 음력 4월 초순에 해당한다.
41) 납박(臘縛, lava)은 시간의 단위로서, 1모호율다(牟呼栗多)의 30분의 1. 30모호율다가 하루 낮밤임. 즉 오늘의 시간으로 1.6분 정도이다. 이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12(p.552)를 참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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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이 남섬부주를 운행함에 있어 남쪽으로 향하거나 북쪽으로 향하면, 그 순서대로 밤이 길어지거나 낮이 길어진다.
  어떠한 까닭에서 월륜(月輪)은 흑반(黑半 : 즉 보름 이후)이 끝나는 상태나 백반(白半 : 보름 이전)이 시작하는 상태에 있을 때 이지러져 보이는 것인가?
  『세시설론(世施說論)』에서는 다음과 같이 해석하고 있다.42) '달의 궁전이 운행하다 일륜(日輪)에 가까워짐으로써 달은 일륜의 빛을 받아 그 빛을 침해당하고, 그 밖의 다른 가장자리는 그림자를 낳아 스스로 달의 바퀴를 가리게 되니, 이 때 원만하지(둥글지) 않게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선구사(先舊師)는 해석하기를, "일륜과 월륜은 그것이 가는 길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에 둥글거나 이지러져 나타나는 것이다"고 하였다.43)
   해 등의 궁전에는 어떠한 유정이 살고 있는 것인가?
  사대천왕(四大天王)에게 소속된 천중(天衆)들이 살고 있다.44)
  그렇다면 이러한 온갖 천중은 오로지 여기에만 머무는 것인가?
  만약 공중에 사는 천[空居天]이라면 오로지 이와 같은 해 등의 궁전에 머물지만, 만약 땅에 사는 천[地居天]이라면 묘고산의 여러 층급(層級) 등에 머물고 있다.45)
  
  
42) 구역에서는 『분별세경(分別世經)』으로 전한다. 『기세인본경(起世因本經)』 권제10(대정장1, p. 416중) 참조.
43) 여기서 선구사는 보광은 경부 중의 선구사, 칭우는 유가사. 즉 그들은 달이 이지러져 보이는 것은 태양에 접근함으로써 빛을 받게 되고 그 반대편에는 그림자가 져 그것이 둥근형태를 가려 이지러져 보이는 것이 아니라, 해와 달이 운행하는 길의 높낮음이 동일하지 않기 때문으로, 해가 달보다 높게 있을 때 둥글게 보이고, 낮게 있을 때 이지러져 보인다고 하였다.
44) 사대천왕에게 소속된[所部] 천중이란 다문천(多聞天)·지국천(持國天)·증장천(增長天)·광목천(廣目天) 등의 천중을 말함.
45) 여기서 공중에 사는 천이란 욕계의 야마·도솔·낙변화·타화자재 등의 4천과 색계 온갖 천을 말하며, 땅에 사는 천이란 욕계 6천 중의 사대천왕과 삼십삼천을 말한다.(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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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묘고산에는] 몇 가지 층급이 있으며, 그 너비의 양은 얼마나 되는가?
  또한 어떠한 천중이, 어떠한 층급에 머물고 있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묘고산의 층급에는 네 가지가 있는데
  서로 각기 일만 유선나씩 떨어져 있으며
  옆으로 돌출된 너비의 양은 1만 6천,
  8천, 4천, 2천 유선나이다.
  妙高層有四 相去各十千
  傍出十六千 八四二千量
  
  견수(堅手)와 지만(持?)과
  항교(恒憍)와 사대천왕의 무리가
  각기 순서대로 네 층급에 살고 있으며
  그 밖의 일곱 산에도 역시 머물고 있다.
  堅手及持? 恒?大王衆
  如次居四級 亦住餘七山
  
  논하여 말하겠다. 소미로산에는 네 층급이 있는데, 수륜의 끝으로부터 시작하여 제1층을 다할 때까지 서로 떨어진 거리의 양은 1만[十千] 유선나이다. 이와 같이 하여 제3층으로부터 제4층을 다할 때까지의 거리도 역시 1만 유선나이다.
  이 네 층급은 묘고산에서 옆으로 돌출하여 그 하반부의 반(즉 4만 유선나)을 전부 에워싸고 있는데, 첫 번째 층급의 돌출된 너비의 양은 1만 6[十六千] 유선나이며, 두 번째·세 번째·네 번째 층급의 돌출된 너비의 양은 그 순서대로 각기 8천·4천·2천 유선나이다.46)
  
46) 이를 그림으로 나타내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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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견수(堅手)라고 이름하는 약차(藥叉, yak a) 신이 첫 번째 층급에 머물고 있으며, 지만(持?)이라 이름하는 약차신은 두 번째 층급에 머물고 있으며, 항교(恒憍)라고 이름하는 약차신은 세 번째 층급에 머물고 있는데, 이들 세 가지는 모두 사대천왕에 소속된 천중(天衆)들이다. 그리고 네 번째 층급은 사대천왕과 온갖 권속들이 함께 머무는 곳으로, 그래서 경에서는 이 같은 사실에 의거하여 '사대왕중천'이라 설하게 된 것이다.47) 이같이 묘고산 밖의 네 층급에 사대천왕과 그 권속들이 살고 있는 것처럼 지쌍산·지축산 등의 일곱 금산(金山) 위에도 역시 천중들이 살고 있으니, 이는 바로 사대천왕에 소속되는 봉읍(封邑)이다. 이와 같은 천을 일컬어 땅에 의지하여 머무는 '사대왕중천'이라고 하는데, 욕계천 중에서 이 천이 가장 넓다.
  그렇다면 삼십삼천(三十三天)은 어떠한 처소에 주재하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묘고산 꼭대기는 8만 유선나로서
  삼십삼천이 살고 있는데
  그곳 네 모퉁이에는 네 봉우리가 있어
  금강수(金剛手)가 머물고 있다.
  妙高頂八萬 三十三天居
  
  
  
47) 『장아함경』 권제20 『세기경(世記經)』 「사천왕품」(대정장1, p. 130중 이하); 『기세경(起世經)』 권제6 「사천왕품」(동 p.339하 이하); 『기세인본경(起世因本經)』 권제6 「사천왕품」(동 p.394하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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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四角有四峯 金剛手所住
  
  중앙에는 선견(善見)이라 이름하는 궁성이 있어
  둘레가 만 유선나나 되는데
  높이가 일 유선나 반인 금성(金城)은
  지면을 여러 가지로 장식하여 아름답고 부드럽다.
  中宮名善見 周萬踰繕那
  高一半金城 雜飾地柔軟
  
  성 안에는 수승전(殊勝殿)이 있어
  둘레가 천 유선나나 되는데
  성 밖은 네 동산으로 장엄하였니
  중차(衆車)·추악(?惡)·잡립(雜林)·희림(喜林)이 그것이다.
  中有殊勝殿 周千踰繕那
  外四苑莊嚴 衆車?雜喜
  
  또한 [네 동산의] 사방에는 미묘한 땅이
  각기 동산과 2십 유선나씩 떨어져 있고
  [성밖] 동북쪽에는 원생수(圓生樹)가 있으며
  서남쪽에는 선법당(善法堂)이 있다.
  妙地居四方 相居各二十
  東北圓生樹 西南善法堂
  
  논하여 말하겠다. 삼십삼천은 수미로산 꼭대기에 머물고 있다. 그 꼭대기의 네 면은 각기 8만 유선나로서, 아래의 네 변과 그 너비의 양에 있어 어떠한 차이도 없다. 그런데 유여사는 설하기를, "사방의 둘레가 8만 유선나로서, 네 변을 따로이 설하자면 각기 2만 유선나이다"고 하였다.48)
  
  
48) 『현종론』 권제116(앞의 책, p. 437)에서는 이 유여사의 설을 유부 정설로, 앞의 논설을 유여사의 설로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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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미로산 꼭대기의 네 모퉁이에는 각기 하나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것의 높이와 너비의 양은 각각 5백 유선나이다. 그리고 그곳에는 금강수(金剛手)라고 이름하는 약차신들이 살고 있어, 온갖 천들을 수호한다.
  수미로산 꼭대기에는 선견(善見)이라 이름하는 궁성이 있는데, 한 면의 길이는 2천 유선나 반으로, 그 둘레는 만 유선나가 된다. 거기에는 높이가 1유선나 반이나 되는 금으로 만들어진 성(城)이 있다. 그곳의 땅은 평탄하며 역시 순금으로 만들어졌는데, 백한 가지의 형형 색색의 보배[雜寶]로 장식되어 있다. 그리고 땅의 촉감은 부드럽기가 마치 투라면(妬羅綿 : tulapicu, 비단의 일종)과도 같아서 그것을 밟을 때면 발에 따라 높아지기도 하고 낮아지기도 하니, 이곳이 바로 대제석(大帝釋 : akra devanam-indra, 因陀羅神을 말함)이 도읍한 큰 성인 것이다.
  또한 이 성 안에는 수승전(殊勝殿)이 있는데, 여러 가지 미묘한 보배를 모두 갖추고서 그것으로 장엄하여 다른 천궁이 이에 비할 바가 아니었기 때문에 '수승'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그 한 면의 길이는 2백 5십 유선나로서, 둘레가 천 유선나나 되었다. 이상의 것들을 일러 성 안의 온갖 애호할 만한 것이라고 한다.
  성 밖의 사방에는 네 동산으로 장엄되어 있는데, 이는 바로 그러한 온갖 천들이 함께 유희하는 곳이다. 즉 첫 번째는 중차원(衆車苑)이며, 두 번째는 추악원(?惡苑)이며, 세 번째는 잡림원(雜林苑)이며, 네 번째는 희림원(喜林苑)이다.49) 이것은 바로 대성(大城, 즉 선견궁)을 장엄하는 외적인 장식이 된다.
  네 동산의 네 측면에는 네 곳의 미묘한 땅[妙地, 구역에서는 善地]이 있는
  
  
  
49) 중차원(衆車苑)은 각 천(天)들의 복력(福力)에 따라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의 수레가 나타나 그것을 타고 노는 곳이고, 추악원(?惡苑 : 구역에서는 惡口園)은 천들이 필요로 하는 바에 따라 갑옷과 창검 등의 병기가 나타나 그것으로 전쟁놀이하는 곳이다. 잡림원(雜林苑 : 구역에서는 相雜園)에서는 거기에 들어간 모든 이에게 뛰어난 기쁨을 낳게 하는 곳이며, 희림원(喜林苑 : 구역에서는 雜喜園)은 지극히 미묘한 온갖 종류의 욕진(欲塵)이 모두 갖추어져 있어 아무리 보아도 싫증남이 없는 곳이다. 그리고 각각의 동산에는, 8공덕수로 가득 채워져 있으며 원하는 바에 따라 아름다운 꽃과 보배로운 배와 좋은 새들이 각기 기묘하고도 수려한 온갖 형태로 장엄된 여의지(如意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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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데, 그 중간을 기점으로 하여 각기 동산으로부터 20유선나씩 떨어져 있다. 이곳은 바로 온갖 천중들의 뛰어난 유희처로서, 온갖 천들은 이곳에서 서로 얽혀 승리를 겨루며 즐겁게 오락한다.
  또한 성 밖 동북쪽에는 원생수(圓生樹)가 있는데, 이는 바로 삼십삼천이 욕락을 누리는 빼어난 곳이다. 이 나무가 땅속으로 뻗어 내린 뿌리의 깊이와 너비는 5유선나이며, 높이 솟고 넓게 퍼진 줄기와 가지의 높이와 너비는 다같이 백 유선나이다. 빼어난 잎과 활짝 핀 꽃에서는 미묘한 향기가 어지럽게 흩날리니, 순풍일 경우 그 향기는 백 유선나에 가득하고, 만약 역풍이 불더라도 5십 유선나까지 두루 퍼진다.
  바람이 순풍일 때는 그럴 수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역풍일 때 향기가 흩날릴 수 있는 것인가?
  유여사는 말하기를, "바람에 거슬려서 향기를 흩날리는 일은 없으며, 다만 나무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 의거하여 역풍에도 향기를 흩날린다고 설한 것이다"고 하였다.50)
  이치상으로 원생수에는 실로 이와 같은 공덕이 있으니, 흩날린 향기는 능히 바람을 거슬려서도 풍기는 것이다. 비록 하늘의 부드러운 바람[和風]이 그것을 끌어안아 막을지라도 능히 상속하여 다른 곳으로 흘러 나아가다가 점차로 미약해져 그 근처(즉 50유선나)에 이르러 문득 사라지니, 능히 멀리(즉 100유선나)까지 흩날리는 순풍일 때의 향기와는 같지 않은 것이다.(유부의 正釋)
  그렇다면 이와 같은 꽃의 향기는 자지(自地, 즉 자신의 대종)에 근거하여 [생겨나] 바람에 따라 다른 곳으로 상속 전지(轉至)하는 것이라고 해야 할 것인가, 다만 풍기는 바람이 별도의 향기를 낳는다고 해야 할 것인가?
  여기에 정해진 뜻은 없으니, 모든 궤범사(軌範師)는 이러한 두 가지 방안 모두에 과실이 없다고 인정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어떠한 이유에서 박가범(薄伽梵)께서는 다음과 같
  
50) 즉 높이 솟고 넓게 퍼진 줄기와 가지의 높이와 너비가 백 유선나라고 하였기 때문에 그 범위(즉 나무의 중심에서 50유선나) 안에서는 역풍일 때라도 향기가 흩날리기 때문에 그렇게 논설하였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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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말하였겠는가?
  
  꽃의 향기는 바람을 거슬러 흩날릴 수 없고
  뿌리와 줄기 등의 향도 역시 그러하지만
  선사(善士)의 공덕의 향은 참으로 향기로와
  역풍에서도 그 아름다움을 온갖 곳으로 두루 풍기네.51)
  인간의 향기에 근거하였기 때문에 이같이 설한 것으로, [꽃 등의 향기에] 이와 같은 공능이 없다는 것은 세상사람들이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화지부(化地部)의 경에서도 말하기를, "이 [원생수의] 향기는 순풍일 때는 백 유선나까지 흩날리어 가득 차지만, 역풍일 때는 오직 50유선나에만 두루 찰 뿐이다"고 하였다.
  [다시 이 같은 금으로 이루어진] 성 밖의 서남쪽 모퉁이에는 선법당(善法堂)이 있는데, 삼십삼천들은 때때로 이곳에 모여52) 여법(如法)하고 여법하지 않은 일 등에 대해 상세히 논의한다.
  이와 같이 삼십삼천이 살고 있는 바깥의 기세간에 대해 이미 분별하였다. 그 밖의 다른 유색(有色)의 천중들이 머물고 있는 기세간은 어떠한 곳이 있는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그(즉 삼십삼천) 위의 유색의 천들은
  허공[空]에 의지하는 궁전에 머물고 있다.53)
  
  
51) 『잡아함경』 권제38 제1073경(대정장2, p. 278하), "非根莖華香 能逆風而熏 唯有善士女 持戒淸淨香."
52) 『대비바사론』 권제133(한글대장경123, p. 186)에 의하면, 반월(半月)의 8일과 14일과 15일.
53) 묘고산의 네 층급과 꼭대기에 사는 사대왕중천과 삼십삼천(이는 地居天임)을 제외한 욕계의 야마·도사다·낙변화·타화자재천과 색계 16천은 허공에 의지하는 궁전에 살고 있기 때문에 공거천(空居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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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此上有色天 住依空宮殿
  
  논하여 말하겠다. 이 앞에서 설한 삼십삼천 위에 존재하는 유색의 온갖 천은 허공에 의지하는 궁전에 머물고 있다.
  위에 존재하는 유색의 온갖 천이라 함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이를테면 야마천(夜摩天)과 도사다천(覩史多天)과 낙변화천(樂變化天)과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아울러 앞(권제8)에서 논설한 범중천(梵衆天) 등의 열여섯 처소를 말하니, 앞의 천(사대왕중천과 삼십삼천)과 합하여 22천은 모두 외적인 기세간에 의지하는 것이다.
  
  이상에서와 같이 설한 온갖 천중들에 대해 게송으로 말하겠다.
  
  6욕천은 교합하고, 포옹하고, 손을 잡고
  웃음짓고, 바라보며 음욕(欲)을 향수한다.
  六受欲交抱 執手笑視
  
  논하여 말하겠다. 오로지 6욕천54)만이 묘욕(妙欲)의 경계를 향수한다. 그 중에서 땅(즉 소미로산)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앞의 두 가지 천은 신체적인 형태상으로 교합하여 음애(愛)를 성취하니, 인간과 다름이 없다. 그렇지만 풍기(風氣)만을 배설함으로서 뜨거운 번뇌[熱惱]를 바로 제거하니, 인간처럼
  
  
54) 6욕천: (1) 사대왕중천(四大王衆天)은 4대천왕(즉 增上·廣目·持國·毘沙門)과 그 권속을 말한다. (2) 삼십삼천은 묘고산 꼭대기 네 면의 8부(部)의 천중과 중앙의 천제석(天帝釋)을 말한다. (3) 야마천(夜摩天 : Yama-deva,구역에서는 唱樂天. 혹은 時分天)에서는 시시때때로 충분히 쾌락을 향수한다. (4) 도사다천(都史多天 : Tu ita- deva, 구역에서는 知足天)에서는 대개 자신이 향수한 것에 대해 기쁘게 만족하는 마음[喜足心]을 낳는다. (5) 낙변화천(樂變化天 : 구역에서는 化樂天)에서는 자주 욕계의 경계를 변화시키는 것을 즐기며, 그러는 중에 즐거움을 향수한다. (6) 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에서는 다른 이가 변화시킨 욕계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자신의 즐거움으로 향수한다. 즉 범중천 등의 색계 16천은 대치력으로 말미암아 온갖 음욕법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났지만 이 같은 욕계 6욕천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욕천(欲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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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어떤 부정(不淨)을 갖는 것은 아니다.
  야마천의 무리는 잠시 동안 포옹함으로써 음애를 성취하며, 도사다천은 단지 손을 잡는 것에 의해 음애를 성취하며, 낙변화천은 오로지 서로를 향해 웃기만 하면 바로 음애를 성취하며, 타화자재천은 서로 마주 봄으로써 음애를 성취한다.
  그러나 비바사사(毘婆沙師)는 이와 같이 해석하고 있다. "6욕천은 모두 신체적인 형태상으로 교합하여야 비로소 음애를 성취하니, 『세시설론(世施設論)』 중에서 서로 포옹하는 것 따위를 설한 것은 다만 그같이 [뜨거운 번뇌가 종식되는] 시간의 차별을 나타내기 위함이었다."55)
  즉 이상의 온갖 천들은 욕계의 경계로 전전(轉展)함이 미묘하고, 탐심(貪心)이 민첩하게 일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짧은 시간에 다수의 음애를 성취하는 것이다.]
  
  그곳의 동남 동녀는 그러한 온갖 천들의 남·여 무릎 위에서 홀연히 화생(化生)하는데, 그들을 일러 온갖 천에게서 태어난 남·여라고 한다.
  갓 태어난[初生] 천중들의 신체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갓 태어난 경우 5세로부터 10세 정도이며,
  색계에서는 원만할 뿐더러 옷을 입고 있다.
  初如五至十 色圓滿有衣
  
  논하여 말하겠다. 바야흐로 6욕(欲)의 온갖 천으로서 갓 태어났을 때의 신체의 크기는 그 순서대로 다섯 살·여섯 살·일곱 살·여덟 살·아홉 살·열 살 정도의 인간(남섬부주의 인간)과 같으며, 태어난 이후 신체의 형태는 빠르게 원만함을 성취하게 된다.
  
  
  
55) 『대비바사론』 권제113(한글대장경122, p. 293) 참조. 즉 앞서 언급한 여러 다른 형태의 섹스는 다만 그것이 성취되는 시간을 나타내는 것일 뿐, 욕계천은 인간과 다름없이 교합함으로써 음애를 성취한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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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계의 천중들이 갓 태어났을 때에는 신체와 크기가 두루 원만하며, 미묘한 의복을 입고 있다.
  그리고 일체의 천중들은 모두 성언(聖言 : 바라문의 말)으로 말한다. 즉 그들이 사용하는 언사는 중인도의 그것과 같다.56)
  욕생(欲生)과 낙생(樂生)은 어떠한 차별이 있는 것인가?57)
  게송으로 말하겠다.
  
  욕생의 세 가지는 인간과 [욕계의] 천이며
  낙생의 세 가지는 [색계의] 아홉 곳이다.
  欲生三人天 樂生三九處
  
  논하여 말하겠다. 욕생의 세 가지란 다음과 같다. 온갖 유정으로서 [자기 앞에] 현전하는 온갖 미묘한 욕계의 경계를 즐거이 향수(享受)하는 자가 있는데, 그는 이와 같은 현전한 욕계의 경계로 자유자재로 전전하니, 이를테면 인취(人趣) 전부와 아래 네 가지 천이 바로 그러하다. 온갖 유정으로서 자기가 변화시킨[自化] 온갖 미묘한 욕계의 경계를 즐거이 향수하는 자가 있는데, 그는 자신이 변화시킨 온갖 미묘한 욕계의 경계로 자유자재로 전전하니, 이를테면 다섯 번째 천인 낙변화천만이 오로지 그러하다. 온갖 유정으로서 다른 이가 변화시킨[他化] 온갖 미묘한 욕계의 경계를 즐거이 향수하는 자가 있는데, 그는 다른 이가 변화시킨 미묘한 욕계의 경계로 자유자재로 전전하니, 이를테면 여섯 번째 천인 타화자재천이 그러하다.
  [이러한 욕생의 세 가지는 무엇에 근거하여 건립한 것인가?]
  생겨난 대로 현전하는 욕계의 경계를 향수함에 근거하였기 때문이며,58)
  
  
56) 지옥·아귀·방생도 겁초에는 성언과 동일한 말을 사용하였지만, 그 후 처소에 따라 여러 가지 말로 어긋나게 되었다고 한다.
57) 욕생이란 묘욕(妙欲)의 경계를 수용하는데 자재한 욕계 인(人) 천(天)을 말하며, 낙생이란 즐거움의 이숙만이 있을 뿐 괴로움의 이숙이 없는 색계의 아래 세 정려를 말한다.
58) 여기서 '생겨난 것'이란 숙업력에 의해 태어나면서부터 생겨난 욕계의 경계, 즉 과거업의 이숙과인 현재의 욕계의 경계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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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려고 하는 대로 자신이 변화시킨 욕계의 경계를 향수함에 근거하였기 때문이며, 즐기려고 하는 대로 다른 이가 변화시킨 욕계의 경계를 향수함에 근거하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욕계 중에서 욕생의 차별을 세 종류로 분별한 것이다.
  낙생의 세 가지란 [색계] 세 정려 중의 9처(處)의 생에서 세 종류의 낙(樂)을 향수하는 것을 말하니, 이를테면 욕계를 떠나 생겨난 희락[離生喜樂]과 선정에서 생겨난 희락[定生喜樂]과 그러한 희를 떠나는 미묘한 낙[離喜妙樂]에 안주(安住)하기 때문에 '낙생'이다.59) 다시 말해 그러한 낙생자는 오랜 시간 괴로움을 떠나 오랜 시간 즐거움을 수용하여 오랜 시간 안락하게 머물기 때문에 낙생이라고 이름한 것이다.
  그렇다면 중간정려에 태어난 자에게는 희·락이 없을 것인데, 어떻게 그것을 역시 낙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인지 마땅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60)
  앞에서 설한 온갖 천의 스물두 처소는 상하간에 서로 얼마나 떨어져 있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그 아래로 내려가는 거리의 양과 같이
  
  
  
59) 즉 첫 번째는 초정려 천인 범중·범보·대범천의 희락이고, 두 번째는 제2정려 천인 소광·무량광·극광정천의 희락이며, 세 번째는 제3정려 천인 소정·무량정·변정천의 묘락이다.
60) 이는 앞의 유부 비바사사의 설에 대한 논주 세친의 비평이다. 즉 사수(捨受)만이 존재하는 중간정려는 낙생이라 할 수 없기 때문에 앞의 해석은 모두에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현은 세 가지 낙생은 3재(災) 혹은 심(尋)·희(喜)·낙(樂 : 즉 희를 떠난 묘락)의 증상에 근거한 것이거나 혹은 신체[身]와 생각[想]이 다르고 다르지 않음에 근거한 것이라고 재해석하고 있다.(『현종론』 권제16, 앞의 책, p. 442) 즉 제2정려 이하는 화재(火災), 제3정려 이하는 수재(水災), 제4정려 이하는 풍재(風災)가 미치는데, 그것은 각 정려의 내적 재앙인 심(尋)·사(伺), 희수(喜受), 동식(動息)과 동등하기 때문이다.(본론 권제12, p.586 이하 참조) 또한 초정려의 3천은 신체는 서로 다르지만 생각이 동일하며, 제2정려의 3천은 신체는 동일하지만 생각이 서로 다르며, 제3정려의 3천은 신체와 생각이 동일하기 때문이다.(본론 권제8, p.378 이하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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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로 올라가는 거리의 수치도 역시 그러하다.
  如彼去下量 去上數亦然
  
  논하여 말하겠다. 각각의 천들 사이의 거리가 몇 유선나나 되는지는 쉽게 헤아려 볼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다만 그 아래로 내려가는 거리를 총괄적으로 언급할 수 있을 뿐이며, 위로 올라가는 거리 역시 그러하다. 즉 각 천들 사이의 거리는 어떤 천으로부터 그 밑의 바다로 내려가는 거리에 따르는 것으로, 그 위로 올라가는 거리는 그 아래(즉 바다)로 내려가는 거리와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묘고산의 네 번째 층급으로부터 아래의 바다로 내려가는 거리는 4만 유선나인데, 이는 바로 사대천왕이 머무는 곳으로서, 이로부터 그 위의 삼십삼천(즉 묘고산 꼭대기)으로 올라가는 거리도 역시 그 천(즉 제4층급)에서 바다로 내려가는 거리와 동일하다. 또한 삼십삼천에서 대해로 내려가는 거리와 마찬가지로, 그 위의 야마천으로 올라가는 거리도 역시 그러하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선견천(善見天)에서 대해로 내려가는 거리와 마찬가지로 그것으로부터 색구경천으로 올라가는 거리도 역시 색구경천으로부터 밑의 바다로 내려가는 거리와 같다.61) 그리고 이 위로는 더 이상 [유색의 천중이] 머무는 곳이 없으며, 이 곳이 가장 높은 곳이기 때문에 '색구경(色究竟 Akani ha)'이라 이름한 것이다.
  그런데 유여사는 설하기를, "그것은 애구경천(?究竟天, Aghani ha)이라고 해야 한다"고 하였다. 즉 그 논사는 "애(?)라고 하는 말은 집적의 색을 근거한 것으로, 이 천에서는 그러한 '애'가 다하였기 때문에 구경(究竟, ni ha)이라는 명칭을 얻게 된 것이다"고 하였다.
  
  
  
61) 욕계 제1천인 사대왕중천에서 대해까지의 거리는 4만 유선나이고, 그것으로부터 삼십삼천까지의 거리 역시 4만 유선나이기 때문에, 삼십삼천에서 대해까지의 거리는 8만 유선나이고, 그것으로부터 야마천까지의 거리 역시 8만 유선나이다. 또한 야마천에서 대해까지는 16만 유선나이기 때문에, 그것으로부터 도사다천까지의 거리 역시 16만 유선나이다. 그렇다고 할 때 색계 제16천인 선견천에서 대해와 색구경천까지의 거리는 각기 838억 8천 6백 8만 유선나이며, 색구경천에서 대해까지의 거리는 1677억 7천 2백 16만 유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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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처(下處)에 태어날 경우 상승하여 위의 처소를 볼 수 있는가, 볼 수 없는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자신의] 신통력이나 다른 이에 의하지 않고서는
  아래의 유정이 상승하여 위의 처소를 보는 일은 없다.62)
  離通力依他 下無昇見上
  
  논하여 말하겠다. 삼십삼천은 자신의 신통력에 의해 본처(本處)로부터 능히 야마천으로 상승할 수 있다.63) 혹은 또한 다른 이의 힘에 의해서도 상승하여 위의 천을 볼 수 있으니, 이를테면 신통을 획득한 이나 위의 천중에 의해 영접되어 야마천으로 가는 것이다.
  그 밖의 온갖 천들이 상승하는 것도 역시 그러하다.
  그런데 만약 [위의 천이 하처로 내려] 오거나 혹은 [아래 천이 상처에] 이른 경우라면 하처에서도 [그 같은] 위의 천을 볼 수 있다.64) 그러나 아래 천의 눈[眼]은 상계(上界) 상지(上地)를 능히 볼 수 없으니, 그것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으로 마치 [하지의 몸이] 그 같은 [상계 상지의] 촉을 지각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렇기 때문에 상지로부터 하지로 내려올 때에는 자신의 몸[상계 상지의 몸]으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요컨대 하지의 몸으로 변화하여 내려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어떤 부파에서는, "그러한 하지의 천도 낙욕(樂欲)에 따라 역시 능히 상지의 색을 볼 수 있으니, 이를테면 이러한 계(욕계)에서 태어난 하지가 [앞서 언급한 세 인연에 따라] 상지의 하늘을 보는 것과 같다"고 설하고
  
  
  
62) 하천(下天)의 상승에는 세 가지 인연이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 신통력을 얻어 가는 것이며, 둘째는 신통력을 얻은 이에 인도되어 가는 것이며, 셋째는 상천(上天)에 인도되어 가는 것이다.
63) 선정에서 생겨난 신통력을 획득하면 모든 천중은 다 상승하여 그 위의 처소를 볼 수 있다.
64) 진제의 번역은 이러하다. "온갖 천으로서 상지에 태어난 이가 하계로 내려오면 하지의 천은 그 상지의 천을 볼 수 있다." 즉 현장(玄?)은 아래 천이 위에 이른 경우도 역시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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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다.65)
  [이상 지거천의 너비 등에 대해 논설하였다.]
  
  야마(夜摩) 등의 천궁이 근거하고 있는 처소의 너비는 얼마나 되는가?
  유여사는 설하기를, "이러한 4천(야마천 내지 타화자재천)이 근거하고 있는 처소의 너비는 묘고산의 꼭대기(즉 8만 유선나)와 같다"고 하였다.
  또한 유여사는 설하기를, "이 4천은 위로 올라가면서 각기 두 배씩 증가한다"고 하였다.
  또한 유여사는 말하기를, "초정려지의 궁전이 근거하고 있는 처소는 하나의 4대주와 같으며, 제2정려는 소천계(小千界)와 같으며, 제3정려는 중천계(中千界)와 같으며, 제4정려는 대천계(大千界)와 같다"고 하였다.
  또한 유여사는 말하기를, "아래 세 정려 천(天)의 너비는 그 순서대로 소천·중천·대천과 같으며, 제4정려 천의 너비는 그 끝이 없다"고 하였다.
  
  일반적으로 어느 정도의 양을 소천·중천·대천 세계라고 설한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4대주(大洲)와 해와 달과
  소미로산과 욕계의 천과
  범세(梵世)가 각기 1천 개인 것을
  1소천세계라고 이름한다.
  四大洲日月 蘇迷盧欲天
  梵世各一千 名一小千界
  
  이러한 소천세계의 천 배를
  설하여 중천세계라고 이름하며
  
  
  
65) 보광에 의하면 여기서 어떤 부파는 대중부. 그러나 유부의 정설에 따르면 색계의 온갖 지(地)는 인과가 다르기 때문에, 하지의 염오를 떠나 상지에 태어나기 때문에 하지의 눈으로는 상지의 색을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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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의 천 배를 대천 세계라고 하니
  이 모두는 동시에 이루어지고 허물어진다.
  此小千千倍 說名一中千
  此千倍大千 皆同一成壞
  
  논하여 말하겠다. 천 개의 4대주와 내지 범세, 이와 같은 것을 모두 설하여 1소천세계라 하고, 소천세계를 천 배한 것을 1중천세계라고 하며, 천 개의 중천세계를 모두 설하여 1대천세계라고 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대천세계는 동시에 이루어지고, 동시에 허물어진다.
  동시에 이루어지고 허물어진다고 하는 것에 대해서는 뒤(권제12)에서 마땅히 널리 분별하게 될 것이다.
  
  외적인 기세간의 크기가 각기 다르듯이 [그곳에 살고 있는 유정들의] 신체의 크기[身量]도 역시 다른가?
  역시 다르다.
  어떻게 다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섬부주에 사는 사람의 신장은
  3주(?) 반 내지 4주이며,
  동·서·북 주의 사람은
  차례대로 각기 두 배씩 증가한다.
  贍部洲人量 三?半四?
  東西北洲人 倍倍增如此
  
  욕계의 [가장 아래] 천은 구로사(俱盧舍)의
  4분의 1로서, 점차 4분의 1씩 증가한다.
  欲天俱盧舍 四分一一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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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색계 천의 신장은 1유선나인데
  처음 네 가지는 반반씩 증가하고,
  그 이상은 두 배씩 증가하지만
  오로지 무운천 만은 3유선나가 감해진다.
  色天踰繕那 初四增半半
  此上增倍倍 唯無雲減三
  
  논하여 말하겠다. 남섬부주에 사는 사람들은 대개 그 신장이 3주(?) 반이지만, 그 가운데 일부의 어떤 이들의 신장은 4주나 되는 경우도 있다.66) 동승신주에 사는 사람들의 신장은 8주이고, 서우화주에 사는 사람들의 신장은 16주이며, 북구로주에 사는 사람들의 신장은 32주이다.
  욕계 6천 중 가장 아래 천취(즉 사대천왕천)의 신장은 1구로사(俱盧舍)의 4분의 1이며,67) 이와 같이 그 다음부터도 각기 4분의 1씩 증가하여 제6 천(타화자재천)에 이를 경우 그들의 신장은 1구로사 반이 된다.
  색계 천의 신장은, 처음의 범중천은 반 유선나이며, 범보천은 완전한 1유선나이며, 대범천은 1유선나 반이며, 소광천은 2유선나 전부이다. 그리고 그 위의 다른 천의 경우는 모두 다 두 배씩 증가하는데, 다만 무운천 만은 거기서 3유선나를 감한다.68) 즉 무량광천의 신장은 소광천의 두 배로 증가하여
  
  
66) 주(?)란 팔목의 길이 정도인 1척(尺) 6촌(寸, 오늘날의 길이로서 48.48cm정도). 따라서 3주 반은 5.6척이며, 170cm정도임. 길이의 단위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12에서 상론함.
67) 구로사(俱盧舍, kro a)는 8분의 1유선나로서, 8자 혹은 10자인 1궁(弓)의 5백 배. 또는 마을에서 유행자들이 머무는 숲까지의 거리. 혹은 일설에 의하면 소 우는 소리나 북소리가 들리는 최대한의 거리로, 5리 정도.
68) 색계 제2정려의 소광천부터 두 배씩 증가하여, 무량광천은 4, 극광정천은 8, 소정천은 16, 무량정천은 32, 변정천은 64, 이렇게 증가하여 무운천의 신장은 128유선나가 되지만, 실제로는 여기서 3을 뺀 125유선나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이설이 많은데, 혹자는 무운천은 변이지(變異地)인 제3정려를 떠나 부동지(不動地)에 생겨난 첫 상태로서, 그 수업(修業)의 노고 때문에 3유선나가 감소되었다고 하며, 혹은 색구경천의 신장을 1만 6천 유선나에 맞추기 위해 무운천에 3유선나를 감소시켰다고 하며(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계산이 복잡해져 색구경천의 신장은 16384유선나가 됨), 혹은 법이(法爾) 즉 본래 그러한 것이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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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유선나로부터 4유선나가 되며, 내지 색구경천의 신장은 증가하여 1만 6천 유선나가 되는 것이다.
  
  신체의 크기에는 이미 다름이 있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수명의 길이에도 역시 다름이 있는 것인가, 그렇지 않은 것인가?
  역시 다름이 있다.
  어떻게 다른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북주에 사는 이들의 정해진 수명은 천 년이고
  서주·동주의 경우는 반반씩 감소되며
  이 주(즉 섬부주)의 수명은 정해져 있지 않아
  최후는 십 년이나 최초는 헤아릴 수 없다.
  北洲定千年 西東半半減
  此洲壽不定 後十初?量
  
  인간세계의 5십 년은
  가장 아래 천의 하루 밤낮으로
  그곳의 수명은 그에 따른 5백 년이며
  그 위의 다섯 천은 두 배씩 증가한다.
  人間五十年 下天一晝夜
  乘斯壽五白 上五倍倍增
  
  색계 천에는 밤낮의 구별이 없는데
  수명의 겁수(劫數)는 신장의 수량과 같다.
  色無晝夜殊 劫數等身量
  
  무색계 제1천의 수명은 2만 겁이고,
  그 뒤로는 각기 2만씩 증가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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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광천(少光天)의 위와 아래 천은
  대겁의 전부와 그 반을 '겁'이라 한다.
  無色初二萬 後後二二增
  少光上下天 大全半爲劫
  
  논하여 말하겠다. 북구로주에 사는 사람들의 정해진 수명은 천 세(歲)이며, 서우화주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은 5백 세이며, 동승신주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은 2백 5십 세이며, 남섬부주에 사는 사람들의 수명은 결정된 한도가 없다. 즉 겁(劫)이 감해질 때의 최후의 수명은 십 년이지만 겁초 시에 인간의 수명은 헤아릴 수가 없으니, 백 천 등의 수로 능히 계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69)
  인간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다.
  그런데 천계의 경우, 요컨대 먼저 천상의 밤낮시간을 설정한 연후에야 비로소 그 수명의 길고 짧음은 계산할 수 있다.
  천상에서는 밤낮의 시간을 어떻게 설정하는 것인가?
  인간세계의 5십년은 욕계 6천 중 가장 아래 있는 천(즉 사대왕중천)의 하루 밤낮에 해당한다. 그러한 밤낮에 30을 곱하면 한 달이 되고, 12달은 일 년이 되며, 이 같은 계산에 따라 그들의 수명은 5백 년이다.70) 그리고 그 위의 다섯 욕계천은 점차 다 같이 두 배씩 증가한다. 이를테면 인간의 백 세가 두 번째 천(삼십삼천)의 하루 밤낮이 되는데, 그러한 밤낮을 곱하여 한 달과 일 년이 되며, 이 같은 계산에 따라 그들의 수명은 천 년이다. 야마천 등의 4천은 순서대로 인간의 2백·4백·8백·천 6백 세가 하루 밤낮이 되며, 그러한 밤낮을 곱하여 한 달과 일 년이 되며, 이 같은 계산에 따라 그들의 수명은 순서대로 2천·4천·8천·만 6천 년이 된다.71)
  
  
69) 겁초(劫初 : 한 세계가 시작하는 성겁시) 이후에는 증감이 있어 어떤 경우 많아지기도 하고, 어떤 경우 적어지기도 하는데, 최소 10세로부터 8만 세에 이르기까지 18번의 증감이 있다.(본론 권제12, p.558 참조)
70) 30일이 한 달이고, 12달이 일 년이므로 그들의 일 년은 인간세계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만 8천 년이 되고, 그들의 수명은 9백만 년이 된다
71) 이를 인간세계의 시간으로 환산하면 삼십삼천은 3천 6백만 년, 야마천은 1억 4천 4백만 년, 도사다천은 5억 7천 6백만 년, 낙변화천은 11억 5천 2백만 년, 타화자재천은 92억 천 6백만 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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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쌍산(즉 묘고산의 중간) 이상에는 해와 달이 모두 없는데, 그러한 하늘[天]에 어떻게 낮과 밤을 건립할 수 있으며, 아울러 그곳에서의 광명은 무엇에 의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인가?
  예컨대 구물타(拘物陀)나 발특마(鉢特摩)와 같은 꽃이 벌어지고 닫히는 것에 의거하여 밤과 낮을 건립한다.72) 또는 온갖 새가 울고 조용해지는 차별에 의해, 혹은 천중이 깨어나고 잠들고 하는 차별에 의해 밤과 낮을 건립한다. 그리고 자신의 광명으로써 외적 기세간에서의 광명을 성취하는 것이다.
  욕계천의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다.
  색계의 천에는 밤낮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지 겁수(劫數)로써 수명의 길고 짧음을 알 수 있을 뿐인데, 그들의 겁에 이르는 수명[劫壽]의 길고 짧음은 신체의 크기와 일치한다. 즉 만약 신체의 크기가 반 유선나라면 수명의 길이도 반 겁이며, 만약 그들의 신체의 크기가 일 유선나라면 수명의 길이도 일 겁이며, 내지 신체의 크기가 만 6천 유선나라면 수명의 길이도 역시 마찬가지로 만 6천 겁이다.
  색계 천의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다.
  무색계의 4천(공무변·식무변·무소유처·비상비비상처)의 수명의 길이는 아래로부터 그 순서대로 2만·4만·6만·8만 겁이다.
  이상에서 설한 겁(劫)은 그 양이 얼마나 되는 것인가? 괴겁(壞劫)의 그것인가, 성겁(成劫)의 그것인가? 혹은 중겁(中劫)의 그것인가, 대겁(大劫)의 그것인가.73)
  소광천(제2정려의 제1천) 이상의 천은 대겁의 전부(즉 80중겁)를 1겁으로
  
  
  
72) 구물타(kumuda, 구역에서는 俱牟頭) 발특마(padma, 구역에서는 波頭摩)는 청련화와 홍련화로서 각기 밤에 피고 낮에 핀다고 한다.
73) 겁(劫, kalpa)에는 성(成)·주(住)·괴(壞)·공(空)의 4겁이 있다. 세계가 일단 성립하게 되면 그 최초(즉 住의 劫初)의 유정의 수명은 이루 헤아릴 수 없으나 점차 감소하여 8만 세에 이르게 되는데, 이 사이를 1중겁이라고 한다. 그리고 8만세에서 10세에 이르는 증감을 19번 거친 다음 괴겁으로 들어간다. 즉 주겁은 20중겁이며, 성(成)·괴·공의 세 겁도 역시 그러한데, 이러한 4겁(총 80중겁)을 합하여 1대겁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12(p.553 이하)에서 상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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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고, 그 이하의 온갖 천은 대겁의 반(40중겁)을 1겁으로 삼는데, 바로 이 같은 사실로 말미암아 '대범천왕은 범보천의 수명을 초과하니, 그의 수명의 양은 1겁 반이다'고 설하게 되었다. 즉 대범천왕은 성·주·괴겁의 각 20중겁으로써 60중겁을 취하여 1겁 반의 수명으로 삼았으니, 그래서 대겁의 반인 40중겁을 아래 세 천(범중·범보·대범천)의 수명을 재는 겁의 단위로 삼았던 것이다.74)
  선취(善趣)가 갖는 수명의 길고 짧음에 대해 이미 논설하였다.
  그렇다면 악취의 경우는 어떠한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등활(等活) 등의 위의 여섯 지옥은
  차례대로 욕계 천의 수명을
  하루의 밤낮으로 삼으며
  수명도 역시 그들과 동일하다.
  等活等上六 如次以欲天
  壽爲一晝夜 壽量亦同彼
  
  극열(極熱)에서의 수명은 중겁의 반이며
  무간(無間)은 중겁의 전부이며
  방생 중의 가장 긴 것은 1중겁이며
  아귀는 [인간의] 한 달을 하루로 한 5백 년이다.
  極熱半中劫 無間中劫全
  傍生極一中 鬼月日五百
  
  
  
  
74) 범보천과 대범천의 신장이 1유선나와 1유선나의 반이기 때문에 그들의 수명은 1겁과 1겁 반이다. 그런데 욕계천이나 범세 즉 색계 제1정려천은 괴겁시 극광정천에 태어나기 때문에 공겁에는 존재하지 않는다.(후술) 따라서 그들이 수명이 1겁과 1.5겁이라고 할 때, 그것은 대겁의 반인 40겁을 겁의 단위로 삼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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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한지옥 중] 알부타의 수명은
  이를테면 1마바하(麻婆訶)의 참깨를
  백 년에 한 알씩 집어내어 다하는 기간이며
  그 뒤로는 각기 20배씩 증가한다.
  ?部陀壽量 如一婆訶麻
  百年除一盡 後後倍二十
  
  논하여 말하겠다. 사대왕 등의 6욕천의 수명을 순서대로 등활(等活) 등의 여섯 날락가의 하루 밤낮으로 삼으며, 그 수명 또한 차례대로 그러한 천과 동일하다. 이를테면 사대왕중천의 수명인 5백 년을 등활지옥에서는 하루 밤낮으로 삼는데, 이러한 하루 밤낮의 계산에 따라 한달이 되고 일년이 된다고 할 때, 이와 같은 연수로 그의 수명은 5백 년이 된다.75) 내지는 타화자재천의 수명인 만 6천 년을 염열지옥에서는 하루 밤낮으로 삼는데, 이러한 하루 밤낮의 계산에 따라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고 할 때, 이와 같은 년수로 그들의 수명은 만 6천 세이다. 그리고 극열지옥의 수명은 반 중겁이며, 무간지옥의 수명은 1중겁이다.
  방생의 수명은 다양하여 정해진 한도가 없다. 만약 수명이 가장 긴 것을 들자면 역시 1중겁이니, 이를테면 난타(難陀) 등의 온갖 대용왕이 그러하다. 그래서 세존께서 말씀하기를, "대용왕에는 여덟 가지가 있는데, 모두 1겁 동안 머물며 능히 대지를 지킨다"고 하였던 것이다.76)
  아귀는 인간세계의 한 달을 하루로 삼는데, 이러한 하루 밤낮의 계산에 따
  
  
  
75) 참고로 사대왕중천의 하루 밤낮은 인간세계의 50년에 해당한다. 그리고 흑승·중합·호규·대규지옥은 각기 삼십삼천·야마천·도사다천·낙변화천의 수명인 천·2천·4천·8천 년을 하루 밤낮으로 삼으며, 그러한 하루로 계산된 천·2천·4천·8천 년의 수명을 갖는다.
76) 8대용왕(naga-raja)이란 불법을 옹호하는 선신으로서, 난타(難陀, Nanda)·발난타(跋難陀, Upananda)·사가라(娑伽羅, Sagara)·화수길(和修吉, Vasuki)·덕차가 (德叉迦, Tak aka)·아나바달다(阿那婆達多, Anvatapta)·마나사(摩那斯, Manasv- n)·우발라(優羅, Utpalaka). 이는 보광이 『법화경』에서의 언급을 인용한 것이고, 칭우는 이와는 약간 다르게 전한다. Nanda·Upananda·Asvatara·Mucilinda·Manasvin·Dh ta-ra ra·Mahakala·Elapat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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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 한 달이 되고 일 년이 된다고 할 때, 그들의 수명은 5백 년이다.
  극한(極寒) 날락가의 수명은 어느 정도인가?
  세존께서는 비유로써 그들의 수명을 밝혀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이를테면 이곳의 인간들 사이에서 20가려(?黎)는 마갈타국의 1마바하(麻婆訶)의 양을 담을 수 있는 용기인데, 거승(巨勝 : tila, 호마 즉 참깨를 말함)을 그 안에 가득 부어놓고서 백 년에 하나씩 집어낸다고 할 때, 이와 같이하여 거승을 다 집어내는 것은 기약하기 쉬울지라도 알부타에 태어난 자가 그 수명을 다하기는 참으로 기약하기 어렵다."77) 나아가 이것의 20배가 두 번째 날락가(즉 尼刺部陀)의 수명이 되며, 이와 같이하여 그 다음도 계속 20배씩 증가하니, 이것을 팔한지옥의 수명의 양이라고 한다.
  이 같은 온갖 유정의 수명에 중간에 요절하는 일[中夭]도 있는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겠다.
  
  모든 곳에서 중간에 죽는 일이 있지만
  북구로주만은 제외된다.
  諸處有中夭 除北俱盧洲
  
  논하여 말하겠다. 모든 곳에서의 수명은 다 중간에 요절하는 경우가 있지만 오로지 북구로주에서만은 수명이 천 세로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북구로주를 제외한 모든 처소의 유정이 중간에 요절하는 일이 있다는 사실)은 다만 처(處)에 근거하여 설한 것일 뿐 각기 개별적인 유정에 근거하여 설한 것이 아니다. 즉 개별적인 유정 중에는 중간에 죽지 않는 자도 있기 때문으로, 이를테면 도사다(도솔)천에 머무는 일생소계(一生
  
  
  
77) 『잡아함경』 권제48, 제1278경(대정장2, p. 351하). 가려(?黎,khari)와 마바하(麻婆訶, tila vaha)는 모두 용량의 단위로서, 위의 경에 따르면, 코살라국의 4두(斗)가 1아라(阿羅)이며, 4아라가 1독롱나(獨籠那)이며, 16독롱나가 1사마나(?摩那)이며, 16사마나가 1마니(摩尼)이며, 20마니가 1가리(?梨)이며, 20가리가 1창(蒼)이다. 따라서 용어상으로만 볼 때 마바하는 '창'으로, 1가려가 5만1천 9백20두이기 때문에, 그것은 백 3만8천 4백 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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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所繫)의 보살과, 최후신의 보살과, 부처님의 수기를 받은 자와, 부처님의 사자와, 수신행(隨信行)·수법행(隨法行)과, 보살과 전륜왕의 어머니로서 그들을 잉태하고 있을 때, 이러한 이들은 각기 상응하는 바대로 중간에 요절하는 일이 없다.78)
78) 아울러 무상·멸진정이나 자·비·희·사의 정(定)에 든 자도 중간에 요절하지 않는데, 이에 대해서는 본론 권제5(p.237)에서 자기 자신과 다른 이 모두가 해코지할 수 없는 경우로 구체적인 예가 언급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