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화스님

[가장 행복한 공부] 서문 / 큰스님의 말씀을 엮으며

通達無我法者 2007. 12. 26. 17:07

    큰스님의 말씀을 엮으며



인연이란 참으로 묘한 것 같습니다. 바람결에 스치듯이 한 번 들었던 이름의 주인공을 어느 날 우연히 만나선 그 사람임을 알았을 때의 그 감동스럽고도 기이한 인연이 있습니다. 또 책으로만 접하고 꼭 한 번 만나고 싶었던 사람을 예상치도 못했던 곳에서 우연히 마주쳤을 때의 그 환희로운 인연도 있습니다. 그리고 알지도 못하면서 무작정 비판만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한 번 읽고 온몸으로 내리는 은총에 어찌할 바를 몰라 오직 눈물로 참회하게 만드는 인연까지 실로 다양한 인연이 있습니다. 이러한 모든 인연들이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어 놓을 만큼 말할 수 없이 소중합니다.

그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인연이란 사랑을 잊고 살던 사람에게 사랑을 채우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인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랑이란 실로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일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의 일생을 행복한 삶으로 인도하는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그와 같은 분상에서 볼 때 우리들이 만난 인연 가운데 가장 큰 인연은 성현(聖賢)의 말씀을 공부할 수 있게 된 것과 현생에서 바른 길로 인도해 줄 스승을 만난 일일 것입니다.

속세의 깊은 인연으로 우리들은 일생의 큰 스승이신 청화 큰스님을 만나 뵈었을 뿐만 아니라《正統禪의 香薰》과《圓通佛法의 要諦》라는 법어집도 접하게 되었습니다.

큰스님께서는 "우리가 흠모, 추구하는 부처님은 바로 생명 자체요, 나 또한 생명이요, 본래면목도 역시 생명이기 때문에 일체 존재가 바로 생명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란 바로 생명의 실상이며 내 생명의 본질이라고 생각할 때는 저절로 자기 고향같이 그리운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와 같이 내 생명의 본질이라고 생각하여 흠모하고 연모하는 마음이 밑받침되어 있어야 어떤 공부를 하든지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라고 하시며 일체 존재를 '한 생명'으로 풀어내고 계셨습니다.

우리가 뵈온 큰스님은 자비, 다시 말해서 사랑 그 자체이셨습니다. 우리들은 그 사랑 앞에서 벅찬 감동으로 그저 감사와 환희로 충만할 뿐 말을 잊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리들은 큰스님의 말씀을 녹취하여 엮은 <마음의 고향>을 접하게 되었는데, <마음의 고향> 구절구절에서 우리네를 행복한 곳으로 인도하고자 하시는 큰스님의 사무친 자애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문중의 신행인들만이 소유하기에는 그것이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종교를 떠나 진리를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으로 말미암아 생명의 근원을 찾아 여행을 떠나게 하고 싶었고, 끝내는 모두가 한 생명의 자리에서 만나 행복한 삶을 살게 되도록 발원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나 큰스님께서는 "산승(山僧)이 아직도 수행력이 미숙한 처지옵기에 도리어 부끄럽게 생각하오며, 우리들 인연 있는 법우(法友)들은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금구성언(金口聖言)만을 참구대상(參究對象)으로 하고 널리 유포함이 온당할 줄 생각합니다"라는 말씀으로 완곡하게 만류하실 뿐 좀체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뜻을 굽히지 않은 것은 비록 큰스님께는 외람된 일이나 종교 다원주의 시대에 즈음하여 선(禪)ㆍ교(敎) 일치를 주장하심은 물론 종교 회통으로 평화를 지향하시는 법어의 유통이 반목과 갈등으로 불행을 겪는 모든 이들에게 새 희망의 활로를 열어줄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에는 큰스님의 말씀을 녹취하여 일차 엮으신 노고가 있었고, 나아가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여러분들의 크나큰 성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특히 기존의 <마음의 고향> 일부분을 문어체로 다듬어 교정과 윤문을 맡아 주신 성균관대학교의 김용남 선생님, 동국대학교의 이거룡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도록 모든 정성을 쏟아주신 시공사의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03년 3월 1일 문도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