話頭·參禪

[참선수행방법] 4.생사심(生死心)과 장원심(長遠心)

通達無我法者 2008. 1. 4. 11:14

4.생사심(生死心)과 장원심(長遠心)

참선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사심[生死心-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는 절박한 마음가짐]이 간절해야 하며,또한 장원심[長遠心-멀리 내다보며 꾸준히 하는 마음]을 일으켜야 한다는 점이다. 생사심이 간절하지 않으면 의정이 일어나지 않아 공부가 제대로 향상되지 않는다. 장원심이 없는 것은 마치 하루 햇볕을 쬐고 열흘 식히는 것(一曝十寒-하다 말다 하는 것)과 같아서 공부가 조금도 이루어지지 아니한다. 만일 꾸준하고 간절한 마음이 있으면 진정한 의심이 일어나게 되며, 진정한 의심이 일어나면 티끌 번뇌를 쉬려 하지 않아도 저절로 쉬어지게 되어 시절인연이 도래하면 자연히 물은 모여 냇물을 이루게 된다.

내가 직접 목격한 사실 하나를 들려주겠다. 청(淸)나라 경자(庚子)년에 8국의 연합군이 북경에 쳐들어 왔다. 그때에 나는 광서황제(光緖皇帝)와 자희태후(慈禧太后) 일행과 함께 피난을 가게 되었는데 중간의 갈림길에서 섬서(陝西)방면으로 향했다. 날마다 수십 리씩을 도망하였으며 며칠 동안 밥조차 먹지 못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길가에서 한 노인이 고구마 줄기를 황제에게 올렸다. 황제는 다 먹고 나서 그 노인에게 이것이 무슨 물건인데 이렇게 맛이 있느냐고 물었다.

생각해 보라. 황제는 평소에 훌륭한 가마를 타고 당당한 위풍을 지니고 있었으니, 이전에는 어찌 몇 걸음이나마 걸어 보았을 것이며, 반끼라도 배를 곯아 보았을 것이며, 고구마 줄기를 먹어 보았을 것인가. 그러나 이때에 이르러서는 가마도 제대로 꾸미지 못하고 위풍도 거드럭거리지 못하고 길에서는 뛰어야 했으니, 배가 아주 고파 채소 뿌리라도 먹어야 했다. 어째서 그럴 수 있었을까? 연합군이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 한 까닭에 오로지 도망쳐 목숨을 구할 생각만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에 협상이 이루어져 어가(御駕)가 다시 북경으로 돌아가게 되자 가마도 제대로 꾸미게 되었고, 위풍도 거드럭거리게 되었고, 길에서 뛰지 않아도 되게 되었고, 배를 곯지 않아도 되게 되었다. 그러자 조금이라도 맛없는 음식은 목구멍으로 넘어가지 않게 되었다. 왜 그럴까? 연합군이 그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지 않으므로 이제는 도망 칠 생각이 없어졌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만약에 그가 늘 도망칠 때의 마음가짐으로 일을 처리한다면 어떤 일인들 안될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장원심이 없었기 때문에 좋은 경계[順境]를 만나자 옛날의 태도가 다시 싹트게 된 것이다.

그대들은 동참하라! 무상살귀(無常殺鬼)가 바로 이 시각에도 우리의 목숨을 요구하고 있다. 저들은 영원히 우리와 협상을 하려 들지 않는다. 빨리 꾸준하고도 간절한 마음을 내어 생사를 해탈하라. 고봉(高峯)스님은 말했다.「참선하여 공부를 이루려고 하려면 마치 천길 우물 밑에 떨어진 것과 같이하여, 아침부터 저녁까지, 저녁부터 아침까지, 천 생각 만 생각 오직 벗어나기를 구하는 마음이어야 하며, 끝까지 결코 두 생각이 없어야 한다. 참으로 이렇게 공을 들여서 3일, 혹은 5일, 혹은 7일에 깨치지 못한다면 내가 오늘 대망어(大妄語)죄를 범한 것이니, 영원히 발설지옥(拔舌地獄)에 떨어지리라」 저 노인께서 한결같이 자비심이 간절하여 우리가 꾸준하고도 간절한 마음을 일으키지 아니할까 염려하여 이렇게 다짐을 거듭하고 우리에게 보증하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