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중아함경(中阿含經)

중아함경 제 31 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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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함경 제 31 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 제 1 ③
  132) 뇌타화라경(賴羅經)1) 제 16 [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구루수(拘樓瘦)를 유행하실 적에 큰 비구들과 함께 유로타(鍮蘆 )로 가시어 유로타촌 북쪽에 있는 시섭화(尸攝)2)동산에 머무셨다. 그 때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이런 소문을 들었다.
  '석종(釋種)의 아들 사문 구담(瞿曇)은 석가 종족을 버리고 출가하여 도를 배워, 구루수를 유행하면서 큰 비구들과 함께 이 유로타로 와서 유로타 북쪽에 있는 시섭화 동산에 계신다. 그 사문 구담은 큰 명성이 있어 시방(十方)세계 전체에 소문이 자자하며, 사문 구담은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 명행성위(明行成爲)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도법어(道法御) 천인사(天人師)로서 불(佛) 중우(衆祐)라 불리며, 그는 이 세상에서 하늘 악마 범(梵) 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닌다. 그리고 그가 만일 설법하면 처음도 묘하고 중간도 묘하고 마지막도 또한 묘하여 뜻도 있고 문채도 있으며, 청정함을 구족하고 범행을 나타낸다. 만일 그
  
1) 이 경의 이역경(異譯經)으로는 오(吳)시대 지겸(支謙)이 한역한 『불설뇌타화라경(佛說賴和羅經) 』과 송(宋)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호국경(佛說護國經) 』이 있으며, 참고 경전으로는 『법구경(法句經) 』과 『장로게경(長老偈經) 』이 있다.
2) 나무 이름이며 승사파(勝舍婆) 시시파(尸尸婆) 견실(堅實) 등으로 쓰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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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보고 존중하고 예배하며,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 쾌히 좋은 이익을 얻는다.'
  그래서 그들은 함께 가서 사문 구담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자고 하였다.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이 말을 듣고 각각 끼리끼리의 권속을 데리고 서로 따라 유로타를 나와 북으로 시섭화 동산으로 가서 세존을 뵙고 예배하고 공양하고자 하였다. 부처님께로 나아가서는 그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혹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혹은 부처님께 문안을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으며, 혹은 부처님을 향하여 합장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고, 혹은 멀리서 부처님을 보고는 잠자코 앉았다. 그 때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이 각각 자리를 정하고 앉자, 부처님께서는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잠자코 계셨다. 그 때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은 부처님께서 자기들을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시자, 각각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 때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賴 羅)는 일부러 앉아서 일어나지 않았다. 그는 유로타의 범지와 거사들이 떠난 지 오래지 않아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의 한쪽을 벗어 메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알고 있는 부처님의 설법대로 하자면 만일 제가 계속 집에 있으면 쇠사슬에 얽매인 것 같아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저도 세존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具足戒)를 받게 해주시면 비구가 되어 범행을 청청히 닦겠습니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거사의 아들아, 너의 부모는 네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였는가?"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제 부모는 아직 제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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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의 아들아, 네가 이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만일 네 부모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나는 너를 제도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할 수도 없고, 또한 구족계를 줄 수도 없다."
  "세존이시여, 저는 마땅히 방편으로써 부모님께 요구하여 꼭 제가 바른 법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시도록 하겠습니다."
  "거사의 아들아,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
  이에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잘 받아 가지고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는 부모[二尊]에게 아뢰었다.
  "부모님[二尊]이시여, 제가 알고 있는 부처님의 설법대로 하자면, 제가 계속 집에 있으면 사슬에 얽매인 것 같아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원컨대 부모님이시여, 제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뇌타화라의 부모는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우리에겐 지금 외동아들인 너 하나뿐이다. 우리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은 언제나 즐거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다. 만일 네가 목숨을 마친다 해도 우리는 오히려 버릴 수 없겠거늘, 하물며 살아서 이별하여 너를 보지 못할 수 있겠느냐?"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두 번 세 번 여쭈었다.
  "부모님이시여, 제가 알고 있는 설법대로 하자면 제가 계속 집에 있으면 사슬에 얽매인 것 같아 몸과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한 범행을 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오직 원컨대 부모님이시여, 제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그 부모도 또한 두 번 세 번 말하였다.
  "뇌타화라여, 우리에겐 지금 외동아들인 너 하나뿐이다.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은 언제나 즐거워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다. 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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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가 목숨을 마친다 해도 우리는 오히려 버릴 수 없겠거늘, 하물며 살아서 이별하여 너를 보지 못할 수 있겠느냐?"
  그러자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곧 땅에 누웠다.
  '지금부터 일어나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먹지도 않으면, 부모님은 곧 내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게 될 것이다.'
  이에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하루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고 2 3 4일 나아가 여러 날을 먹지 않았다. 그러자 그 부모가 아들에게 가서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너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을 가졌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 앉고 누웠었다. 너는 지금 고통을 못 느끼느냐? 뇌타화라야, 너는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거라. 무슨 까닭인가? 뇌타화라야,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며, 집을 나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부모는 뇌타화라의 친척과 여러 하인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 모두 뇌타화라에게 가서 그에게 땅에서 일어나라고 권해라."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친척과 여러 하인들은 곧 함께 뇌타화라에게 가서 말하였다.
  뇌타화라여, 당신은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을 가졌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 앉고 누웠었습니다. 당신은 지금 고통을 못 느끼십니까? 뇌타화라여, 당신은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으십시오. 무슨 까닭인가?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며, 집을 나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 때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부모는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을 찾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들이 함께 뇌타화라에게 가서 그에게 땅에서 일어나라고 권해라."
  이에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곧 거사의 아들 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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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화라에게 함께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뇌타화라여, 너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을 가졌고, 언제나 좋은 자리에 앉고 누웠었다. 너는 지금 고통을 못 느끼는가? 뇌타화라여, 너는 빨리 일어나 가서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아라. 무슨 까닭인가? 뇌타화라여,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운 것이며, 집을 나가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어렵기 때문이다."
  그 때 뇌타화라 거사의 아들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에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의 부모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뇌타화라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십시오. 그것이 좋더라도 이 생에서 예전처럼 서로 볼 수 있을 것이요, 만약 그것이 좋지 않다면 반드시 부모님께 돌아올 것입니다. 만일 지금 허락하지 않는다면 의심할 여지가 없이 분명 죽을 것이니, 무슨 이익이 있겠습니까?"
  이에 뇌타화라 거사 아들의 부모는 이 말을 듣고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뇌타화라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집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리라. 만일 도를 배우고 돌아오면 전처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거사 아들 뇌타화라의 착한 벗과 친구와 동갑들은 곧 뇌타화라에게 같이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거사의 아들이여, 부모님께서 네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셨다. 만일 도를 배워 마치거든 돌아와 부모님을 뵈어라."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는 이 말을 듣고 곧 크게 기뻐하며 사랑과 즐거움이 생겨 땅에서 일어나 차츰 그 몸을 보양하였다. 그 몸이 회복되자, 유로타(鍮蘆 )에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 부모님께서 제가 바른 법률 가운데서 지극한 믿음으로 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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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셨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세존을 따라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되는 것을 허락해주십시오."
  이에 세존께서는 거사의 아들 뇌타화라를 제도하시어 출가하여 도를 배우게 하고 구족계를 주셨다. 구족계를 주신 뒤에는 유로타에서 얼마 동안 머무시고, 그 다음에는 곧 가사를 챙기고 발우를 가지고 계속해서 유행하다 사위국에 이르러 승림급고독원에 머무셨다. 존자 뇌타화라는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 구족계를 받은 뒤에, 멀리 떠나 혼자 있으면서 마음에 방일함 없이 꾸준히 힘써 수행하였다. 그는 멀리 떠나 혼자 있으면서 마음에 방일함 없이 꾸준히 힘써 수행한 뒤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족성자가 해야 할 바인 오직 위없는 범행(梵行)을 마치고, 현재에 있어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증득하고 성취하여 노닐었다. 즉 생이 이미 다하고 범행이 이미 서고 해야 할 일을 이미 마쳐, 다시는 후세의 생명을 받지 않음을 사실 그대로 알았다. 존자 뇌타화라는 법을 알고는 아라하를 증득하게 되었다. 존자 뇌타화라는 법을 알아 아라하가 된 뒤, 혹 9년이나 10년쯤 지나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예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는 돌아가 부모님을 뵙겠다고 약속하였다. 나는 이제 돌아가 본래의 약속을 지키자.'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부처님께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예전에 출가하여 도를 배우고는 돌아가서 부모님을 뵙겠다는 약속을 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하직하고 돌아가 부모님을 뵙고 본래 했던 약속을 지키려 하나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뇌타화라 족성자는 결코 계를 버리고 도행(道行)을 그만두고 예전처럼 되려 하지는 않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렇게 아신 뒤에 말씀하셨다.
  "너는 가서 아직 제도되지 않은 자는 제도하고, 아직 해탈하지 못한 자는 해탈을 얻게 하며, 아직 열반하지 못한 자는 열반을 얻게 하라. 뇌타화라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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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네 뜻대로 하라."
  그 때 존자 뇌타화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주위를 세 번 돌고 물러갔다. 그는 자기 방으로 돌아와 침구를 챙기고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계속 유행(遊行)하여, 유로타로 가서 유로타촌 북쪽에 있는 시섭화(尸攝) 동산에 머물렀다.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밤을 지내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유로타로 들어가 걸식하였다. 뇌타화라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는 차례로 걸식하는 것을 칭찬하셨으니, 나도 이제 이 유로타에서 차례로 걸식하리라.'
  존자 뇌타화라는 곧 유로타에서 차례로 걸식하다가 차츰차츰 예전의 집[本家]에 다달았다. 그 때 존자 뇌타화라의 부모는 중문에서 수염과 머리를 다듬고 있었다.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멀리서 존자 뇌타화라가 오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저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속박되어 종성을 단절하고 자식도 없으며 결국 우리 집마저 파괴하였다. 내게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던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으니,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존자 뇌타화라는 자기 아버지 집에서 보시를 얻지 못하고 질책만 받았다.
  '저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속박되어 종성을 단절하고 자식도 없으며 결국 우리 집마저 파괴하였다. 내게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던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런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으니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
  존자 뇌타화라는 이것을 알고는 곧 얼른 나와 버렸다. 그 때 존자 뇌타화라 아버지 집의 여종이 키[箕]에다 썩은 음식을 담아 가지고 거름더미에 버리려 하였다. 존자 뇌타화라는 아버지의 여종이 키에다 썩은 음식을 담아 가지고 거름더미에 버리려고 하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 자매여, 만일 그 썩은 음식을 버리려거든 내 발우에 쏟아 주시오. 내가 그것을 먹겠소."
  그 때 존자 뇌타화라 아버지의 집 여종은 키 안의 썩은 음식을 발우에 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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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았는데, 음식을 발우에 쏟던 중 그 음성과 손발의 두 모습을 보고 알아차렸다. 여종은 곧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주인님, 이제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존자 뇌타화라께서 이 유로타로 돌아오셨습니다. 당장 가 보소서."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이 말을 듣고 너무 기쁜 나머지 뛰면서 왼손으로 옷을 걷어잡고 오른손으로 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존자 뇌타화라가 있는 곳으로 급히 달려갔다. 그 때 존자 뇌타화라는 벽을 향하고서 그 썩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존자 뇌타화라가 벽을 향하고서 그 썩은 음식을 먹고 있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너 뇌타화라야, 너는 매우 부드럽고 유연하며 아주 좋은 몸은 가졌었고, 항상 좋은 음식을 먹었었다. 뇌타화라야, 네가 어떻게 이 썩은 음식을 먹는단 말이냐? 뇌타화라야, 너는 무슨 마음으로 이 유로타까지 와서 부모 집에는 오지 않았느냐?"
  존자 뇌타화라가 아뢰었다.
  "거사시여, 제가 아버지 집에 들렀었으나 보시는 얻지 못하고 질책만 받았습니다. 곧 '저 까까머리 사문은 악마에 속박되어 종성을 단절하고 자식도 없으며 우리 집마저 파괴하였다. 내게는 지극히 사랑하고 어여삐 여기며, 마음으로 항상 즐거워하여 아무리 보아도 싫증나지 않았던 외동아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런 아이를 데리고 가버렸으니, 밥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하신 이 말씀을 듣고 저는 얼른 나와 버렸습니다."
  그러자 존자 뇌타화라의 아버지는 곧 사과하면서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참아라. 뇌타화라야, 참아라. 나는 정말 뇌타화라가 애비 집에 돌아온 줄을 몰랐구나."
  이에 존자 뇌타화라 아버지는 공경하는 마음으로 존자 뇌타화라를 부여안고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자리를 펴고 앉게 하였고, 존자 뇌타화라는 곧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이에 그 아버지는 존자 뇌타화라가 앉는 것을 보고, 그 부인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알아야 하오. 뇌타화라 족성자가 지금 집에 돌아왔소. 빨리 음식을 마련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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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자 뇌타화라의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 날뛰면서 재빨리 음식을 마련하였다. 음식을 마련한 뒤에는 얼른 가운데 뜰에 돈을 실어 내어 큰 돈 꾸러미를 만들었다. 그 돈 꾸러미는 한쪽에 사람을 세우고 다른 한쪽에 사람을 앉히면 서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큰 돈 꾸러미를 만들어 놓고는 존자 뇌타화라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뇌타화라야, 이것은 네 어미가 분배받은 재물이다. 네 아버지가 가진 재물은 한량없는 백천으로서 다시 셀 수조차 없다. 이제 다 너에게 주겠다. 뇌타화라야, 너는 계(戒)를 버리고 도행(道行)을 그만두고 보시를 행하며 복업이나 잘 닦거라. 무슨 까닭인가? 세존의 경계는 매우 어렵고도 어려우며,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존자 뇌타화라는 그 어머니께 아뢰었다.
  "제가 지금 할 말이 있는데, 들어주시겠습니까?"
  존자 뇌타화라 어머니가 말하였다.
  "거사의 아들아, 네가 할 말이 있다면 내 마땅히 들어주리라."
  존자 뇌타화라는 그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새 자루를 만들어 거기에 이 돈을 가득 담고 수레에 실어 긍가강(恒伽江 : 항하)으로 가서 제일 깊은 곳에 쏟으십시오. 왜냐 하면 이 돈 때문에 사람들은 걱정하고 괴로워하며, 슬퍼하고 울며불며 쾌락을 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에 존자 뇌타화라의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런 방편으로는 아들 뇌타화라로 하여금 계를 버리고 도를 그만두게 하지 못할 것 같다. 나는 차라리 그의 옛날 부인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 좋겠다.
  '여러 신부들아, 너희들은 옛날에 쓰던 영락으로 몸을 잘 꾸며라. 뇌타화라 족성자는 옛날에 집에 있을 때 이것을 극히 사랑스럽게 생각했었다. 그러니 빨리 이 영락으로 몸을 잘 꾸미고, 너희들이 다 같이 저 뇌타화라 족성자의 처소로 가서 각각 한 발씩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해라.
  (모르겠군요, 낭군님. 도대체 어떤 천녀가 저희보다 더 아름답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저희를 버리고 범행(梵行)을 닦게 합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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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존자 뇌타화라의 어머니는 아들의 옛날 부인들 처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 신부들아, 너희들은 전에 쓰던 이 영락으로 그 몸을 잘 꾸며라. 뇌타화라 족성자는 옛날에 집에 있을 때 이것을 매우 사랑스럽게 생각했었다. 그러니 빨리 이 영락으로 몸을 꾸미고, 너희들이 저 뇌타화라 족성자의 처소로 가서 각각 한 발씩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해라.
  '모르겠군요, 낭군님. 도대체 어떤 천녀가 저희보다 아름답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저희를 버리고 범행을 닦게 합니까?'
  그 때 존자 뇌타화라의 본래 부인들은 곧 각각 전에 쓰던 영락으로 그 몸을 잘 꾸몄다. 존자 뇌타화라가 옛날에 집에 있을 때 매우 사랑스럽게 생각하던 영락으로 몸을 잘 꾸민 뒤에, 존자 뇌타화라의 처소로 가서 각각 한 발씩 부둥켜안고 이렇게 말하였다.
  "모르겠군요, 낭군님. 도대체 어떤 천녀가 저희보다 아름답기에 낭군님으로 하여금 저희를 버리고 범행을 닦게 합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옛날 부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누이들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나는 천녀(天女)를 위하여 범행을 닦는 것이 아니다. 내가 범행을 닦는 까닭은 그 이치를 이미 터득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아 이미 해야 할 일을 마쳤기 때문이다."
  그러자 존자 뇌타화라의 여러 부인들은 물러나 한쪽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울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저희는 낭군님의 누이가 아닙니다. 낭군님은 어찌하여 저희를 누이라고 부르십니까?"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부모를 돌아보고 아뢰었다.
  "거사시여, 만일 밥을 주시려거든 곧 때를 맞추어 주시면 되거늘, 어찌하여 서로 희롱만 하십니까?"
  그 때 그 부모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손 씻는 물을 돌리고 여러 가지 맛있고 풍족한 음식을 손수 집어주며 실컷 먹게 하였다. 식사가 끝나자, 그릇을 거두고 손 씻을 물을 돌린 뒤에는 작은 자리를 가져다가 따로 앉아 설법을 들었다. 존자 뇌타화라는 부모를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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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였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들을 위해 설법하여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한 뒤에, 곧 자리에서 일어나 게송으로 말하였다.
  
  진귀한 보물과 영락 따위로
  이 잘 꾸민 모양새들 보니
  오른쪽으로 머리털 돌려 감고
  검푸른 물감으로 그린 눈썹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여러 가지 좋은 비단 빛깔로
  냄새나고 더러운 몸 꾸몄구나.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온갖 향을 몸에 두루 바르고
  자황(雌黃)으로 그 발을 누렇게 물들였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몸에는 깨끗하고 묘한 옷 입고
  그 꾸밈새 마치 환술과 같네.
  어리석은 사람은 속일 수 있지만
  저 언덕 건넌 사람은 속일 수 없네.
  
  사슴이 묶은 줄 끊어 버리고
  또 사슴이 닫힌 문 부수듯
  나는 미끼 버리고 떠나가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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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사슴이 결박을 좋아하리.
  
  존자 뇌타화라는 이 게송을 마친 뒤에 여의족(如意足)으로써 허공을 타고 가서 유로타숲에 이르렀다. 유로타숲 속으로 들어가 비혜륵( 醯勒)나무 밑에 니사단(尼師檀)을 펴고 결가부좌(結跏趺坐)하였다.
  그 때 구뢰바왕(拘牢婆王)은 모든 신하들에게 앞뒤로 둘러싸여 정전(正殿)에 앉아 존자 뇌타화라를 찬탄하였다.
  "만일 뇌타화라 족성자가 이 유로타에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꼭 가서 뵐 것이다."
  그리고 구뢰바왕은 사냥꾼에게 말하였다.
  "너는 가서 유로타숲을 살펴보아라. 나는 사냥하러 나가리라."
  사냥꾼은 분부를 받고 곧 유로타숲을 살펴보았고, 거기서 존자 뇌타화라가 비혜륵나무 밑에서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하고 있는 것을 보고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구뢰바왕과 여러 신하들이 정전에 같이 앉아 찬탄하던 그 사람이 지금 이미 여기에 있었구나.'
  그 때 사냥꾼은 유로타숲을 살펴본 뒤에 돌아와 구뢰바왕에게 가서 아뢰었다.
  "대왕이여,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저는 대왕의 뜻에 따라 유로타숲을 살펴보고 왔습니다. 대왕께서는 일전에 여러 신하들과 정전에 같이 앉아 이렇게 존자 뇌타화라를 찬탄하셨습니다.
  '만일 뇌타화라 족성자가 이 유로타에 온다는 소식을 들으면 내가 꼭 가서 뵐 것이다.'
  바로 그 존자 뇌타화라 족성자가 지금 유로타 숲속 비혜륵나무 밑에서 니사단을 펴고 결가부좌하고 계십니다. 대왕이여, 보고 싶으시면 곧 가시지요."
  구뢰바왕은 이 말을 듣고 수레꾼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빨리 수레를 준비해라. 나는 지금 뇌타화라를 가서 뵐 것이다."
  수레꾼은 분부를 받고 곧 수레를 준비한 뒤에 돌아와서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아십시오. 수레 준비가 이미 끝났으니, 대왕께서는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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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대로 하소서."
  이에 구뢰바왕은 곧 수레를 타고 유로타숲으로 가다가, 멀리서 존자 뇌타화라가 보이자 곧 수레에서 내려 걸어서 존자 뇌타화라에게로 갔다. 존자 뇌타화라는 구뢰바왕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당신 스스로 오셔서 앉고자 하십니까?"
  구뢰바왕이 말하였다.
  "나는 지금 내 경계에 와 있습니다만, 나는 뇌타화라 족성자께서 저를 청해 앉게 하기를 바랍니다."
  존자 뇌타화라는 곧 구뢰바왕에게 청하였다.
  "여기에 별도의 자리가 있으니, 대왕께서는 앉으시오."
  이에 구뢰바왕은 존자 뇌타화라와 함께 앉아 문안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뇌타화라에게 말하였다.
  "혹 가문이 쇠락하여 출가하여 도를 배우십니까? 만일 재물이 없기 때문에 도를 배운다면 뇌타화라여, 구뢰바왕 집에는 재물이 많습니다. 나는 그 재물을 내어 뇌타화라께 드리고 뇌타화라께 권하여, 계를 버리고 도행을 그만두고 보시를 행하며 복업을 잘 닦게 하고 싶습니다. 왜냐 하면 뇌타화라여, 스승의 가르침은 매우 어렵고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도 또한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존자 뇌타화라는 그 말을 듣고 곧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대왕은 이제 부정(不淨)한 것으로 나를 청하는 것이지, 청정하게 청하는 것은 아닙니다."
  구뢰바왕이 듣고 나서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청정하게 뇌타화라를 청하고, 부정하게 청하는 것이 안 되겠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이렇게 말씀하십시오.
  '뇌타화라여, 우리 나라 백성들은 안온하고 쾌락하여 두려움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또한 형벌도 없고 괴로운 부역도 없으며, 곡식은 풍족하여 걸식하기 쉽습니다. 뇌타화라여, 우리 나라에 머무십시오. 제가 마땅히 법답게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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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이렇게 하면 청정(淸淨)하게 나를 청하는 것이요, 부정(不淨)하게 나를 청하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이제 청정하게 뇌타화라를 청하고 부정하게 청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나라 백성들은 안온하고 쾌락하여 두려움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또한 형벌도 없고 괴로운 부역도 없으며, 곡식은 풍족하여 걸식하기 쉽습니다. 뇌타화라여, 우리 나라에 머무십시오. 제가 마땅히 법답게 보호하겠습니다.
  또 뇌타화라여, 네 가지의 쇠함[衰]이 있습니다. 곧 쇠하고 쇠하기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병들어 쇠함[病衰] 늙어 쇠함[老衰] 재물의 쇠함[財衰] 친척의 쇠함[親衰]입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병들어 쇠함인가? 혹 어떤 사람은 오랫동안 병을 앓아 병이 매우 위중하고 고통이 극심할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오랫동안 병을 앓아 병이 매우 위중하고 고통이 극심하다. 나는 사실 욕망이 있건만 욕망대로 행할 수 없으니,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그는 그 뒤로 병들어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병들어 쇠함이라 합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늙어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나이 먹고 감각기관[根]이 문드러져 수명이 장차 다하려 할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나이 먹고 감각기관이 문드러져 수명이 장차 다해가고 있다.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그는 그 뒤로 늙어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늙어 쇠함이라 합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재물의 쇠함인가? 어떤 사람은 가난하고 궁핍하여 힘이 없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가난하고 궁핍해서 힘이 없다.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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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그 뒤로 재물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재물의 쇠함이라 합니다.
  뇌타화라여, 어떤 것이 친척의 쇠함인가? 혹 어떤 사람은 친척의 종자가 끊어지고 죽어서 다 없어졌을 때, 그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친척의 종자가 끊어지고 죽어서 다 없어졌으니, 내 이제 차라리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낫겠다.'
  그는 그 뒤로 친척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이것을 친척의 쇠함이라 합니다.
  뇌타화라여, 옛날에 당신은 병이 없어 안온을 성취하고, 평상시의 식도는 차갑지도 않고 뜨겁지도 않으며 순조롭고 안락하여, 다른 아무런 이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먹고 마신 것은 안온하게 소화되었습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병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옛날에 당신은 나이 어린 동자로서 머리는 검고 말쑥하며, 몸은 튼튼하고 건장하였습니다. 그 때는 기생들의 풍류로써 스스로 즐겼고 몸을 치장했으며 항상 유희를 좋아하였습니다.
  그 때 친족들은 모두 당신이 도 배우기를 바라지 않았고, 부모는 흐느껴 울며 걱정하고 번민하면서 당신이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웁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늙음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당신은 이 유로타(鍮蘆 )에서 제일 큰 가문이요, 가장 훌륭한 가문이며, 가장 높은 가문이라 할 수 있으니, 곧 재물을 말합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재물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이 유로타 숲속에는 재물과 세력이 많은 큰 친족들이 모두 존재하고 있습니다. 뇌타화라여, 그러므로 당신은 친족의 쇠함 때문에 수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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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이 아닙니다.
  뇌타화라여, 이 네 가지 쇠함 중에서 혹 쇠함이 있는 사람이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제가 뇌타화라를 보건대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게 할 만한 그런 쇠함은 도무지 없었습니다. 뇌타화라여, 어떠한 것을 알고 보았으며, 어떠한 것을 들었기에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지자(知者)이시고 견자(見者)이신, 세존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께서는 4사(事)를 말씀하셨습니다. 저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저는 그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어떤 것이 4사인가? 대왕이시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 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습니다.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을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할 것입니다.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 당하고 있습니다."
  구뢰바왕이 물었다.
  "뇌타화라여, 좀 전에 '대왕이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 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하였습니다. 뇌타화라여, 내게는 자손과 형제의 무리들이 있고, 상군(象軍) 차군(車軍) 마군(馬軍) 보군(步軍)들은 다 활 쏘기와 말 부리기에 능하며, 굳세고 용맹한 왕자인 역사(力士) 발라건제(鉢邏騫提) 마하능가(摩訶能伽)가 있으며, 점장이가 있고 책사[策慮]가 있으며, 계산하는 자와 글을 잘 아는 자가 있고 변론에 능한 자가 있으며, 임금과 신하가 있고 권속이 있으며, 주문을 가지고 주문을 아는 자도 있습니다. 그들은 어디서나 두려움이 있는 자가 있으면, 능히 그것을 제지하여 줍니다. 그래도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 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하겠다면 뇌타화라여, 좀 전에 말한 것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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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십시오. 대왕이여, 몸에 혹 병이 있습니까?"
  구뢰바왕이 대답하였다.
  "뇌타화라여, 지금도 내 몸에는 늘 풍병(風病)이 있습니다."
  존자 뇌타화라가 물었다.
  "대왕이여, 풍병이 나서 매우 위중하고 고통이 극심할 때 대왕이여, 그 때 저 자손과 형제와 다 활쏘기와 말 부리기에 능한 상군 마군 차군 보군과 굳세고 용맹한 왕자 역사 발라건제 마하능가와 점장이 책사 계산과 글을 잘 아는 자와 변론에 능한 자와 임금과 신하와 권속과 주문을 가지고 주문을 잘 아는 자에게 '너희들은 모두 와서 나를 대신하여 잠깐 이 못 견딜 고통을 받아 내가 병이 없이 안락을 얻게 하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구뢰바왕이 대답하였다.
  "아닙니다. 무슨 까닭인가? 내 스스로 업을 지어 그 업을 인연하여 혼자서 극심한 고통을 받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세존께서 '이 세상에는 보호해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도 또한 이 말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구뢰바왕이 말하였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에는 보호해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다'고 말한다면 뇌타하라여, 저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마음으로 즐거워 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에는 진실로 보호해주는 자도 없고 의지하여 믿을 만한 자도 없기 때문입니다."
  구뢰바왕이 다시 물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으로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한다면, 뇌타화라께서 좀 전에 말씀한 것에는 다시 어떤 뜻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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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십시오. 만일 대왕의 나이가 24세 혹은 25세라면 대왕의 생각에는 어떠합니까? 그 때의 민첩함[速疾]은 지금과 비교해 어떠하겠습니까? 그 때의 근력과 형체와 얼굴빛은 어떠하겠습니까?"
  구뢰바왕이 대답하였다.
  "뇌타화라여, 만일 내 나이 24세 혹은 25세라면 나는 그 때를 기억합니다. 민첩함이나 근력이나 형체나 얼굴빛이 저보다 나은 자가 없었습니다. 뇌타화라여, 나는 지금 아주 늙어 모든 감각기관은 쇠잔해졌고, 목숨은 장차 다하려 하며, 나이는 80이 꽉 차서 다시 일어날 수도 없습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으로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여, 이 세상 모든 것은 늙는 법을 향하여 나아간다'고 말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즐거워 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진실로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늙는 법을 향하여 나아가기 때문입니다."
  구뢰바왕은 다시 물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뇌타화라께서 좀 전에 말씀하신 것에는 어떤 뜻이 있습니까?"
  존자 뇌타화라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십시오. 대왕이여, 대왕에게는 풍성한 구루국(拘樓國)과 풍성한 후궁(後宮)과 풍성한 창고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지만, 만일
[916 / 1738] 쪽
  유한한[時有]는 법이 찾아와 의지하거나 좋아하고 즐거워할 수 없게 파괴하여, 일체 세상의 것이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 없다면, 그 때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를 이 세상에서 뒷세상으로 가지고 갈 수 있겠습니까?"
  "아닙니다. 왜냐 하면 나는 혼자로서 둘이 없고 또한 동무도 없이 이 세상에서 뒷세상으로 가기 때문입니다."
  "대왕이여, 그러므로 세존께서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나는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은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마음으로 즐거워 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은 진실로 항상하지 않아서 마땅히 버려야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시여,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뇌타화라께서 좀 전에 말씀하신 것에는 다시 어떤 뜻이 있습니까?"
  "대왕이여, 제가 이제 왕에게 물으리니 아는 대로 대답하시오. 대왕이여, 대왕에게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풍성한 구루국과 풍성한 후궁과 풍성한 창고가 있지만, 만일 동방(東方)에서 믿을 만하고 맡길 만하며, 세상을 속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와서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시다.
  '저는 동방에서 왔습니다. 국토를 보건대 매우 풍성하고 즐거우며 백성들이 많았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께서 그 나라 그 곳의 재물과 백성과 부역을 얻을 수 있다면 대왕은 그 나라를 얻어 거느리고자 하겠습니까?"
  "뇌타화라여, 만일 내가 그렇게 풍성한 나라와 거기에는 재물과 백성과 부
[917 / 1738] 쪽
  역이 있는 줄을 알고, 그 백성을 얻어 거느려 다스릴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그것을 취하겠습니다. 이렇게 남방 서방 북방도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만일 큰 바닷가에서 믿을 만하고 맡길 만하며 세상을 속이지 않는 어떤 사람이 와서 왕에게 이렇게 말한다고 합시다.
  '저는 큰 바다 저쪽에서 왔습니다. 그 국토를 보건대 매우 풍성하고 즐거워 백성들이 많았습니다.'
  대왕이시여, 대왕은 그 나라 그 곳의 재물과 백성과 부역을 얻을 수 있다면, 그 나라를 얻어 거느리고자 하겠습니까?"
  "뇌타화라여, 만일 내가 그렇게 풍성한 나라와 그 곳의 재물과 백성과 부역이 있는 줄을 알고, 그 백성을 얻어 거느려 다스릴 수 있다면, 나는 반드시 그것을 취하겠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세존께서는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나는 이 말씀을 좋아하였고 마음으로 즐거워하였으며,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구뢰바왕이 말하였다.
  "만일 뇌타화라께서 '대왕이여, 이 세상 사람들은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을 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다'고 말한다면, 나도 또한 이 말씀을 좋아하고 이 말씀을 마음으로 즐거워할 것입니다. 무슨 까닭인가? 이 세상 사람들은 진실로 만족할 줄 모르고 싫증낼 줄 몰라 이것에 애착하여 분주하게 부림당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존자 뇌타화라가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지자(知者)이시고 견자(見者)이신 세존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서는 저를 위하여 이 4사(事)를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이 말씀을 알고나서 마음으로 좋아하고 즐거워하였으며, 이것을 보고 들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출가하여 집 없이 도를 배우는 것입니다."
  이에 존자 뇌타화라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918 / 1738] 쪽
  내 세상 사람들 보건대
  재물 두고 어리석어 보시할 줄 모르네.
  재물 얻고도 다시 얻기 구하여
  아끼고 탐내 재물 쌓기만 하네.
  
  임금이란 자 천하 얻으면
  그 능력 따라 다스리면 되거늘
  바다 안을 다 갖고도 싫증낼 줄 몰라
  다시 바다 바깥까지를 구하네.
  
  임금과 또 모든 백성들
  욕심 못 버린 채 목숨 끝나면
  머리털 산발하여 처자들 곡하나니
  아아, 괴로움은 항복받기 어렵다네.
  
  옷을 입혀 땅에 묻거나
  혹은 장작을 쌓아 불에 사르면
  인연의 행을 따라 후세에 이르는데
  다 사른 뒤에도 지혜의 생각 없네.
  
  죽고 나면 재물도 따르지 않고
  마누라 자식들과 또 종들과
  그 많은 금 은 보화도 그러하나니
  어리석건 지혜롭건 또한 마찬가지네.
  
  지혜로운 사람은 근심 품지 않고
  오직 어리석은 이라야 슬픔을 안고 가네.
  그러므로 지혜를 훌륭하다 하나니
  바른 깨달음의 길을 체득할 수 있다네.
[919 / 1738] 쪽
  '가지자, 가지자'고 깊이 집착해
  어리석고 미련하여 악을 행하며
  법 속에 있으면서 법 아닌 것 행하여
  힘으로써 억지로 남의 물건 빼앗네.
  
  지혜 적은 사람은 남을 본받아 익히고
  어리석은 사람은 나쁜 일 많이 행하다가
  태 속으로 들어가 다음 생에 이르나니
  이렇게 끊임없이 나고 죽음을 받네.
  
  이미 생명을 받아 세상에 나서
  온갖 나쁜 일 혼자서 행하면
  마치 도적이 다른 사람에게 포박당하듯
  스스로 악을 지어 해를 입는 것.
  
  이와 같이 이러한 모든 중생들
  여기서 죽어서 다음 생에 이르면
  자기가 지은 그 업을 따라
  스스로 악을 지어 해를 입는다네.
  
  열매 익어 저절로 떨어지는 것처럼
  늙건 젊건 다 이와 같아서
  장엄과 아름다움 애욕을 즐겨하여
  마음은 나쁜 색(色)을 좋아하여 따른다네.
  
  욕심 때문에 묶여 해를 입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두려움 생기나니
  왕이여, 나는 이를 보고 깨달아
  이 사문의 미묘함을 안다네.
[920 / 1738] 쪽
  존자 뇌타화라가 이렇게 말하자, 구뢰바왕은 존자 뇌타화라의 말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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