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중아함경(中阿含經)

중아함경 제 32 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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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함경 제 32 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 ④
  133) 우바리경(優婆離經) 제 17 [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나란타(那難陀)를 유행하실 적에 파바리나(波婆離)숲에 머무셨다. 그 때 장고행니건(長苦行尼揵)1)은 오후에 천천히 거닐어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문안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 물으셨다.
  "고행자여, 니건친자(尼揵親子)2)는 몇 가지 행을 마련하여 악업(惡業)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제 스승 니건친자는 우리들을 위해 행(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거나, 악업을 짓지 않게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우리들을 위해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할 뿐입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고행자여, 니건친자는 몇 가지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1) 팔리어로는 Dighatapassin Nigantha라고 한다. 니건친자(尼揵親子)의 제자.
2) 팔리어로는 Nigantha Nataputta라고 한다. 또는 니건타야제자(尼乾 若提子)라고도 한다. 인도 야제족(若提族) 출신의 니건타(尼乾 )외도. 6사(師)외도 가운데 한 명. 기나교(耆那敎 : jaina)의 중흥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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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제 스승 니건친자는 우리 무리들을 위해 세 가지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합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즉 몸의 형벌[身罰] 입의 형벌[口罰] 뜻의 형벌[意罰]입니다."
  "고행자여, 어떻게 몸의 형벌이 다르고, 입의 형벌이 다르며, 뜻의 형벌이 다른가?"
  "구담이시여, 우리들의 몸의 형벌이 다르고, 입의 형벌이 다르며, 뜻의 형벌이 다릅니다."
  "고행자여, 이 세 가지 형벌은 이렇게 서로 비슷한데 니건친자는 어떤 형벌을 가장 무겁다고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가? 몸의 형벌인가, 입의 형벌인가, 뜻의 형벌인가?"
  "구담이시여, 이 세 가지 형벌은 이렇게 서로 비슷합니다. 그러나 제 스승니건친자는 몸의 형벌을 마련하여, 가장 무거운 것으로 삼아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합니다. 입의 형벌은 그렇지 않고 뜻의 형벌은 가장 낮은 것으로서, 몸의 형벌의 지극히 크고 매우 무거운 것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세존께서 다시 물으셨다.
  "고행자여, 너도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다고 말하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습니다."
  세존께서 다시 두 번 세 번 물으셨다.
  "고행자여, 너도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다고 말하는가?"
  장고행니건도 또한 두 번 세 번 대답하였다.
  "구담이시여, 몸의 형벌이 가장 무겁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두 번 세 번 장고행니건에게 이 일을 물어 확인하신 뒤에 곧 잠자코 계셨다. 장고행니건이 여쭈었다.
  "사문 구담께서는 몇 가지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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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고행자여, 나는 형벌을 마련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거나 악업을 짓지 않게 하지 않는다. 나는 다만 업을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할 뿐이니라."
  "구담이시여, 몇 가지 업을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십니까?"
  "고행자여, 나는 세 가지 업을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느니라.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하면 신업(身業) 구업(口業) 의업(意業)이니라."
  "구담이시여, 신업이 다르고 구업이 다르며 의업이 다른 것입니까?"
  "고행자여, 나의 신업이 다르고 구업이 다르며 의업이 다르니라."
  "구담이시여, 이 3업(業)이 이렇게 서로 비슷한데 어느 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십니까? 신업입니까, 구업입니까, 의업입니까?"
  "고행자여, 이 3업은 이렇게 서로 비슷하나, 나는 의업(意業)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한다. 신업과 구업은 그렇지 않다."
  "구담이시여,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십니까?"
  "고행자여, 나는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느니라."
  장고행니건이 다시 두 번 세 번 여쭈었다.
  "구담이시여,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십니까?"
  세존께서도 다시 두 번 세 번 대답하셨다.
  "고행자여, 나는 의업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느리라."
  이에 장고행니건은 두 번 세 번 세존에게 이 일을 물어 확인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세존을 세 번 돌고 물러나와 니건친자의 처소로 갔다. 니건친자는 멀리서 장고행니건이 오는 것을 보고 곧 물었다.
  "고행자야, 어디서 오는가?"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스승이시여, 저는 나란타의 파바리나(波婆離)숲에 있는 사문 구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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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소에서 옵니다."
  "고행자야, 혹 사문 구담과 서로 토론한 적이 있는가?"
  "서로 토론하였었습니다."
  "고행자야, 만일 사문 구담과 서로 토론한 것이 있으면 모두 내게 말하라. 나라야 그와 토론한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장고행니건이 세존과 토론한 것을 모두 그에게 말하자, 니건친자는 다 듣고 곧 찬탄하여 말하였다.
  "착하다, 고행자여. 너는 스승에 대하여 제자로서 해야 할 법을 행하였다. 지혜로운 변재(辯才)와 총명함으로 결정하였으며, 안온하고 두려움이 없어 잘 제어하는 법을 성취하였으며, 큰 변재를 체득하여 감로의 당기[甘露幢]를 얻었고, 그 감로의 세계에서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었구나. 무슨 까닭인가? 곧 너는 사문 구담에게 '몸의 형벌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한다. 입의 형벌은 그렇지 못하고 뜻의 형벌은 가장 낮은 것으로서 몸의 형벌이 지극히 크고 매우 무거운 것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였기 때문이다."
  그 때 우바리(優婆離) 거사는 5백 거사와 함께 대중 가운데 있다가 니건친자를 향해 합장하였다. 이어 우바리 거사는 장고행니건에게 말하였다.
  "존자께서 이미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하였소?"
  장고행니건이 대답하였다.
  "거사여, 나는 이미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하였소."
  우바리 거사가 장고행니건에게 말하였다.
  "나도 또한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하리라. 마치 역사가 갈기 긴 염소를 잡고 끌어당기는 대로 따르게 하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하리라. 또 마치 역사(力士)가 손에 털가죽옷을 잡고 먼지를 터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하리라. 또 마치 술장수나 그의 제자가 술 거르는 주머니를 깊은 물에 담그고 끌어당기는 대로 따르게 하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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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 끌어당기는 대로 그가 따르게 하리라. 또 마치 용상왕(龍象王)이 나이 60이 차서 어금니와 발과 몸이 갖추어 있고, 근력이 왕성하며 교만한 마하능가(摩訶能加 : 큰 코끼리 이름)를 역사가 끌고 가서 물로 넓적다리를 씻고 등을 씻으며, 옆구리를 씻고 배를 씻으며 어금니를 씻고 머리를 씻으며, 또 물 속에서 장난하는 것처럼, 나도 또한 그와 같이 두 번 세 번 사문 구담에게 그런 일을 다짐한 뒤에는 그가 씻는 대로 따르게 하리라. 나는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서로 담론을 벌여 항복받고 돌아오리라."
  니건친자가 우바리 거사에게 말하였다.
  "나도 또한 사문 구담을 항복받을 수 있고, 너도 또한 그러하며 장고행니건도 또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이에 장고행니건이 니건친자에게 말했다.
  "저는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의 처소로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幻化呪)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써 교화해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優婆塞) 우바사(優婆私 : 우바이)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는 것은 끝내 그럴 수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우바리 거사는 두 번 세 번 니건친자에게 말했다.
  "저는 지금 사문 구담의 처소로 가서 그와 서로 담론을 벌여 항복받고 돌아오겠습니다."
  그러자 니건친자도 또한 두 번 세 번 대답하였다.
  "너는 빨리 가라. 나도 또한 사문 구담을 항복받을 것이다. 너도 또한 그렇고 장고행니건도 또한 그렇다."
  이에 장고행니건도 다시 두 번 세 번 아뢰었다.
  "저는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에게로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써 교화해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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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새 우바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는 것은 끝내 그럴 수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우바리 거사야, 너는 가서 마음대로 하라."
  이에 우바리 거사는 니건친자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서로 문안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 물었다.
  "구담이여, 오늘 장고행니건이 여기 왔었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왔었느니라, 거사여."
  "구담이여, 혹 장고행니건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소?"
  "토론한 적이 있었느니라."
  "구담이여, 만일 장고행니건과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다면 모두 내게 말씀해주시오. 만일 내가 들으면 혹 알 수도 있을 것이오."
  이에 세존께서 장고행니건과 서로 토론한 내용을 그에게 모두 말씀하시자, 그 때 우바리 거사는 듣고 곧 찬탄해 말하였다.
  "착하여라, 그 고행자여. 그는 스승에 대하여 제자로서 해야 할 법을 행하였소. 지혜로운 변재와 총명함으로 결정하였으며, 안온하고 두려움이 없어 잘 제어하는 법을 성취하였으며, 큰 변재를 체득하여 감로의 당기[甘露幢]를 얻었고, 그 감로의 세계에서 스스로 증득하여 성취하여 노닐었구려. 무슨 까닭인가? 곧 그는 사문 구담에게 '몸의 형벌을 가장 무거운 것으로 삼아,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한다. 입의 형벌은 그렇지 못하고 뜻의 형벌은 가장 낮은 것으로서, 몸의 형벌이 지극히 크고 매우 무거운 것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말하였기 때문이오."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나는 너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하고자 하니, 네가 만일 진실하게 사는 자라면 진실하게 대답하라."
  우바리 거사가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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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세존께서는 물으셨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니건이 있는데 그는 보시를 좋아하고 기뻐하며, 보시 행하기를 즐거워하고 실없지 않고 실없지 않은 것을 좋아하며, 극히 청정하고, 지극히 주(呪)를 행한다고 하자, 만일 그가 왕래할 때 크고 작은 벌레를 많이 죽였다면 어떤가, 거사여, 저 니건친자는 이 살생에 대해서 과보를 주장하는가?."
  우바리 거사가 대답하였다.
  "구담이여, 만일 생각[思]이 있었다면 큰 죄가 될 것이요, 만일 생각이 없었다면 큰 죄가 되지 않을 것이오."
  "거사여, 그대가 말하는 생각이란 어떤 것인가?"
  "구담이여, 의업(意業)이 그것이오."
  "거사여, 너는 마땅히 생각해본 뒤에 대답하라. 그대의 말은 앞의 것은 뒤의 것과 어긋나고, 뒤의 것은 앞의 것과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다. 거사여,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이렇게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만일 어떤 니건이 끓인 물만 먹고 찬물을 끓었는데 그는 끓인 물이 없자, 찬물이라도 마시고 싶어하였다. 그러나 찬물도 얻지 못해 곧 목숨을 마쳤었다. 거사여, 니건친자는 저 니건이 어디에 태어날 것이라고 말하겠는가?"
  "구담이여, 의착(意著)이라는 하늘이 있는데, 저 니건이 목숨을 마칠 때 뜻에 집착을 가지고 죽었다면 반드시 그 곳에 태어났을 것이오."
  "거사여, 너는 마땅히 생각해본 뒤에 대답하라. 그대의 말은 앞의 것은 뒤의 것과 어긋나고, 뒤의 것은 앞의 것과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는다.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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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어떤 사람이 날카로운 칼을 가지고 와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 나란타(那難 ) 안의 모든 중생을 하루 동안에 쪼개고 토막내며, 베고 도려서 하나의 고기 뭉치로 만들고, 하나의 고기 더미로 만들 것이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하냐? 그 사람은 과연 이 나란타 안의 일체 중생을 하루 동안에 쪼개고 토막내며, 베고 도려서 한 고기 뭉치를 만들고, 한 고기 더미를 만들 수 있겠는가?"
  "아니오. 왜냐 하면, 이 나란타 안은 매우 풍요롭고 즐거워 백성들이 많기 때문에 그 사람은 이 나란타의 모든 중생을 하루 동안에 쪼개고 토막내며, 베고 도려서 한 고기 뭉치를 만들고, 한 고기 더미를 만들 수 없을 것이오.구담이여, 그 사람은 한낱 매우 번거롭고 고단하기만 할 것이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어떤 사문 범지가 큰 여의족(如意足)이 있고 큰 위덕(威德)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威神)이 있어 마음의 자재를 얻고서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한 번 성을 내어 이 나란타 안을 모두 불태워 재로 만들 것이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그 사문 범지가 과연 나란타 안을 모두 불태워 재로 만들 수 있겠는가?"
  "구담이여, 어찌 다만 한 나란타뿐이겠으며, 어찌 다만 2 3 4의 나란타뿐이겠소? 구담이여, 그 사문 범지는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어 마음의 자재(自在)를 얻었으므로 만일 한 번 성을 내면 능히 모든 나라와 모든 백성을 불태워 재로 만들 수 있거늘 하물며 한 나란타뿐이겠소?"
  "거사여, 너는 마땅히 생각해본 뒤에 대답하라. 그대의 말은 앞의 것은 뒤의 것과 어긋나고, 뒤의 것은 앞의 것과 어긋나서 서로 맞지 않다.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너는 혹 일찍이 큰 연못의 한가로움[大澤無事] 기린의 한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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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움[騏驎無事] 사슴의 한가로움[麋鹿無事] 정적의 한가로움[靜寂無事] 빈 들판의 한가로움[空野無事] 등 한가로운 곳을 한가롭게 만든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구담이여, 내가 들어본 적이 있다."
  "거사여, 네 뜻에는 어떠한가? 그 누가 큰 연못의 한가로움 기린의 한가로움 사슴의 한가로움 정적의 한가로움 빈 들판의 한가로움 등 한가로운 곳을 한가롭게 만들었는가?"
  우바리 거사는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빨리 대답하라. 거사여, 빨리 대답하라. 지금은 잠자코 있을 때가 아니다. 거사여, 너는 이 대중 가운데서 스스로 말하였다.
  '구담이여, 나는 진실하게 살고 있으니 진실하게 대답하겠소. 사문 구담이여, 오직 나와 함께 이 일을 토론합시다.' "
  이에 우바리 거사는 잠깐 동안 잠자코 있다가 말하였다.
  "구담이시여, 제가 잠자코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다만 이 뜻을 생각할 뿐입니다. 구담이시여, 저 어리석은 니건은 잘 깨닫지도 못했고 잘 해득하지도 못했으며, 좋은 밭[良田]을 분별하지도 못했고, 스스로 자세히 알지도 못했으면서 오랫동안 저를 속였고, 저는 그 때문에 그릇되게도 사문 구담에게 '몸의 형벌을 가장 무거운 것이라 주장하여 악업을 행하지 않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게 하는데, 입의 형벌과 뜻의 형벌은 그보다 못하다'고 말했었습니다. 만일 제가 사문 구담의 말씀을 좇아 그 뜻을 안다면 선인(仙人)이 한 번 성을 내면 능히 큰 연못의 한가로움 기린의 한가로움 사슴의 한가로움 정적의 한가로움 빈 들판의 한가로움 등 한가로운 곳을 한가롭게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나는 이미 알았습니다. 선서(善逝)시여, 저는 이미 해득하였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하나이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시어 우바새가 되게 해 주십시오. 저는 오늘부터 몸이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너는 잠자코 실행하되 의견을 공포하지 말라. 이렇게 훌륭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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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 잠자코 선행(善行)을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그렇기 때문에 저는 세존에 대한 기쁨이 더욱 더하나니,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거사여, 너는 잠자코 실행하되 의견을 공포하지 말라. 이렇게 훌륭한 사람은 잠자코 선행을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제가 다시 다른 사문 범지의 제자가 된다면 그들은 곧 당번(幢幡)과 덮개를 들고 돌아다니면서 나란타에 명령을 내려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우바리 거사가 내 제자가 되었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거사여, 너는 잠자코 실행하되 의견을 공포하지 말라. 이렇게 훌륭한 사람은 잠자코 선을 행하느니라.' "
  우바리 거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오늘부터 모든 니건들이 우리 집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사부대중[四衆] 곧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優婆私)만이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거사여, 저 니건들은 네 집에서 오랫동안 존경을 받았다. 만일 저들이 오거든 너는 마땅히 힘닿는 대로 저들을 공양하라."
  "세존이시여, 이 때문에 제가 세존에 대한 기쁨이 더욱 더하나니,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이와 같이 말씀하시기 때문입니다.
  '거사여, 저 니건들은 네 집에서 오랫동안 존경을 받았다. 만일 저들이 오거든 너는 마땅히 힘닿는 대로 저들을 공양하라.'
  세존이시여, 저는 이전에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마땅히 내게 보시하고 다른 이에게 보시하지 말라. 마땅히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지 말라. 만일 내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고, 만일 다른 이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내 제자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고,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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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사여, 나는 '마땅히 내게 보시하고 다른 이에게 보시하지 말라. 내 제자에게 보시하고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지 말라. 만일 내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요, 만일 다른 이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내 제자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요, 만일 다른 이의 제자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라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거사여, 나는 이렇게 말했다.
  '모든 이들에게 보시하고 마음대로 기뻐하라. 다만 정진(精進)하지 않는 자에게 보시하면 큰 복을 얻지 못할 것이요, 정진하는 자에게 보시하면 반드시 큰 복을 얻을 것이다.' "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염려 마십시오. 제 스스로 니건에게 보시할 경우와 나건에게 보시하지 않을 경우를 알아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다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시어 우바새가 되게 해주십시오. 오늘부터 몸이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우바리 거사를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셨다. 한량없는 방편으로 그를 위해 설법하시어, 간절히 우러르는 마음을 내게 하고 기쁨을 성취하게 하신 뒤에, 모든 부처님의 법과 같이 먼저 단정법(端正法)을 말씀하시어 듣는 이가 모두 기뻐하게 하셨다. 곧 보시(布施)를 말씀하시고 계(戒)를 말씀하시며, 천상(天上)에 나는 법을 말씀하시고 욕심을 꾸짖어 재환(災患)이라 하시고, 나고 죽음을 더러움(穢)이라 하시며, 욕심 없음을 찬탄하시어 미묘한 도품(道品)의 백정(白淨)이라 하셨다. 세존께서는 그를 위해 이러한 법을 말씀하신 뒤에 그가 기뻐하는 마음[歡喜心], 구족한 마음[具足心], 부드럽고 유연한 마음[柔軟心], 참고 견디는 마음[堪耐心], 위로 오르는 마음[昇上心], 한결같은 마음[一向心], 의혹이 없는 마음[無疑心], 덮임이 없는 마음[無蓋心]이 있으며, 능(能)하고 힘이 있어, 바른 법을 감당해 받을 줄을 아셨다. 그래서 모든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른 이치대로 세존께서는 곧 그를 위하여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을 말씀하셨다.
  우바리 거사는 곧 그 자리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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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四聖諦]를 보았으니, 마치 흰 천이 물들기 쉬운 것과 같이 우바리 거사는 곧 그 자리에서 괴로움 괴로움의 발생 괴로움의 소멸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를 보았다. 이에 우바리 거사는 법을 보고 법을 증득해 희고 깨끗한 법[白淨法]을 깨달았으며,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 다른 높일 이가 없어 남을 따르지 않았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렀고, 세존의 법에 대해서 두려움이 없게 되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예배하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세 번째로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들께 귀의합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시어 우바새가 되게 해주십시오. 오늘부터 몸이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을 다하겠습니다."
  이에 우바리 거사는 부처님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닌 뒤에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돌아갔다. 그는 문지기에게 분부하였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라. 나는 이제 세존의 제자가 되었다. 오늘부터는 어떤 니건이 오더라도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말고, 오직 세존의 사중(四衆)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라. 만일 니건이 오거든 그에게 말하라.
  '존자 우바리 거사는 이제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사중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 만일 밥이 필요하면 여기서 기다려라. 밥을 내다 주겠다.' "
  때마침 장고행니건은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사문 구담의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한다는 말을 들었다. 장고행니건은 그 말을 듣고는 니건친자에게 가서 아뢰었다.
  "스승이시여, 이 일은 본래 제가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니건친자가 물었다.
  "고행자야, 어떤 것이 네가 본래 말한 것인가?"
  "스승이시여, 저는 본래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에게 보내고 싶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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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幻化呪)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 교화해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스승이시여, 우바리 거사는 이제 이미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 뒤에는,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사문 구담의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수 있을 것이다."
  "스승이시여, 만일 제 말이 믿기지 않으면 스승님께서 직접 가보시던지, 사람을 보내든지 하십시오."
  "고행자야, 네가 직접 그를 찾아가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었는지,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었는지를 알아보라."
  장고행니건은 니건친자의 분부를 받고 우바리 거사의 집으로 갔다. 문지기는 멀리서 장고행니건이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우바리 거사는 지금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사중(四衆)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십니다. 만일 밥을 얻고자 하거든 여기서 기다리십시오. 내다 주겠습니다."
  장고행니건이 말하였다.
  "문지기여, 나는 밥이 필요없다."
  장고행니건은 이 일을 확인하고는 머리를 내젓고 돌아섰고 니건친자에게 가서 아뢰었다.
  "스승이시여, 제가 본래 말씀드렸던 것과 같았습니다."
  니건친자가 물었다.
  "고행자여, 어떤 것이 본래 네가 말한 것인가?"
  "스승이시여, 저는 본래 '우바리 거사를 사문 구담에게 보내고 싶지 않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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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왜냐 하면, 사문 구담은 환화주를 아는데, 그 주문으로 교화하여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로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바리 거사도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될까 두렵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스승이시여, 우바리 거사는 이제 이미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 뒤에는,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사문의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고 있습니다."
  "고행자야, 우바리 거사가 사문 구담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는 것은 도저히 그럴 수가 없다. 혹 사문 구담이 우바리 거사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된다면 그것은 반드시 그럴 수가 있을 것이다."
  "스승이시여, 만일 제 말이 믿기지 않으시면 원컨대 스승님께서 직접 가 보십시오."
  이에 니건친자는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우바리 거사의 집으로 갔다. 문지기는 멀리서 니건친자가 큰 니건들 500명과 함께 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 우바리 거사는 이제 부처님의 교화를 받아 그 제자가 되어, 곧 모든 니건들이 그 문에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지 않고, 오직 세존의 사중 제자인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사만 들어오는 것을 허락하십니다. 만일 밥을 얻고자 하거든 여기서 기다리시오. 내다 주겠습니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문지기여, 나는 밥이 필요 없다. 다만 우바리 거사를 보려 할 뿐이다."
  "원컨대 존자께서는 여기 계십시오. 제가 지금 들어가 존자 우바리 거사에게 여쭈어 보겠습니다."
  문지기는 곧 들어가 아뢰었다.
  "거사님, 마땅히 알립니다. 지금 니건친자는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문 밖에 서서 '나는 우바리 거사를 보려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우바리 거사가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너는 중문(中門)에 가서 자리를 편 뒤에 내게 와서 알려라."
  문지기는 분부를 받고 중문에 나가 자리를 펴고는 돌아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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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사님, 마땅히 알립니다. 자리는 다 준비되었습니다. 오직 원컨대 거사님은 마땅히 때를 아소서."
  우바리 거사는 문지기를 데리고 중문으로 나갔다. 그곳에는 이전에 우바리 거사가 니건친자를 안아 앉히던 지극히 높고 넓으며 깨끗하고 좋은 깔개를 깐 평상 자리가 있었다. 우바리 거사는 스스로 그 위에 올라가 결가부좌하고서 문지기에게 분부하였다.
  "너는 니건친자에게 가서 '존자시여, 우바리 거사께서는 존자께서 들어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하십니다'라고 이렇게 말하라."
  그 문지기는 분부를 받고 곧 나가 니건친자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시여, 우바리 거사께서 존자께서는 들어오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에 니건친자는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중문에 들어섰다. 우바리 거사는 멀리서 니건친자가 큰 니건 대중들 500명과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존자여, 자리가 있소. 앉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거사여, 당신은 과연 그런가? 스스로 높은 자리에서 결가부좌하고서 남과 이야기하는 것이, 마치 출가하여 도를 배우는 자와 다름이 없구나."
  우바리 거사가 말하였다.
  "존자여, 내게는 재물이 있소. 주고 싶으면 곧 줄 것이고, 주고 싶지 않으면 주지 않을 것이오. 이 자리는 내 것이므로, 나는 '자리가 있소. 앉고 싶으면 마음대로 하시오'라고 한 것이오."
  니건친자는 자리를 펴고 앉아 말하였다.
  "거사여,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가?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자신이 항복하고 왔는가? 마치 사람이 눈[眼]을 찾아 숲으로 들어갔다가 눈을 잃고 돌아오는 것처럼, 거사는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사문 구담에게 항복하고 왔구나. 마치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 연못에 들어갔다가 도리어 목이 말라 돌아오는 것처럼, 거사도 또한 그러하여 사문 구담을 항복받으러 갔다가 도리어 항복하고 왔구나. 거사여,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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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존자여, 내가 비유로 말하리니 들으시오. 슬기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그 뜻을 이해하는 법이오. 존자여, 비유하면 어떤 한 범지에게 젊은 부인이 있었는데, 그 부인은 아기를 배어 그 남편에게 말하였소.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당신은 시장에 가서 아기를 위해 좋은 장난감을 사 오십시오.'
  그 때 범지가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다만 그대가 편안하게 순산할 수 있으면 되지 그것 없는 것이 무슨 걱정이겠소? 만일 사내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사내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요, 만일 계집애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계집애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오.'
  그러자 부인은 두 번 세 번 그 남편에게 말하였소.
  '나는 지금 아기를 배었습니다. 당신은 빨리 시장에 가서 아기를 위해 좋은 장난감을 사오십시오.'
  그러자 범지도 또한 두 번 세 번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다만 그대가 편안하게 순산할 수 있으면 되지 그것 없는 것이 무슨 걱정이겠소? 만일 사내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사내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요, 만일 계집애를 낳으면 당신을 위해 계집애의 장난감을 사올 것이오.'
  그러나 그 범지는 그 부인을 지극히 예쁘게 생각하여 곧 물었소.
  '여보, 아이를 위해서 어떤 장난감을 사왔으면 좋겠소.'
  그 부인이 대답하였소.
  '당신은 가서 좋은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사오십시오.'
  범지는 듣자마자 시장으로 가서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사 가지고 와서 그 부인에게 말하였소.
  '나는 아기를 위해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사 왔소.'
  그 부인은 그것을 보고는 빛깔이 좋지 않다고 싫어하면서 남편에게 말하였소.
  '당신은 이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가지고 염색하는 집에 가서 아주 사랑스럽게 황금색으로 염색하고 두드려서 광택이 나게 하십시오.'
  범지는 듣자마자 그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가지고 염색하는 집으로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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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하였소.
  '이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아주 사랑스럽게 황금색으로 염색하고 두드려서 광택이 나게 해 주십시오.'
  염색하는 사람이 곧 범지에게 말하였소.
  '원숭이 새끼 장난감을 아주 사랑스럽게 황금색으로 염색할 수는 있지만 두드려서 광택을 낼 수는 없소.'
  그리고 그 염색하는 사람은 게송으로 말하였소.
  
  원숭이는 물감은 견뎌내도
  두드리는 것은 감당하지 못하네.
  만일 두드리면 목숨 끊어지나니
  아무래도 망치로 두드릴 수는 없네.
  이것은 이 더러움의 주머니
  원숭이는 더러운 것으로 가득차 있네.
  
  존자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니건이 말한 것도 또한 이와 같소. 그는 다른 이의 어려운 물음을 감당할 수 없고 또한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지도 못하며, 다만 어리석음만을 물들이고 슬기는 물들이지 못하오. 존자여, 다시 들으시오. 마치 청정한 파라나옷[波羅衣]과 같나니, 주인이 그것을 가지고 저 염색하는 집에 가서 말하였소.
  '이 옷을 아주 사랑스럽게 아주 좋은 물감으로 염색하고 또 두드려서 광택이 나게 해주시오.'
  그 때 염색하는 사람이 말하였소.
  '이 옷은 아주 사랑스럽게 좋은 물감으로 염색할 수도 있고 또한 두드려 광택을 낼 수도 있소.'
  이에 염색하는 집에서 게송으로 말하였소.
  
  파라나옷은
  희고 깨끗해 물감도 잘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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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두드리면 부드럽고 연하여
  빛깔은 더더욱 좋아지나니
  
  존자여, 마땅히 알아야 하오. 모든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의 말씀도 또한 이와 같아서, 다른 이의 어려운 물음을 능히 감당해 받으실 수 있고, 깊이 잘 생각하고 관찰하기도 하시오. 다만 슬기만 물들이고 어리석음은 물들이지 않는다오."
  니건친자가 말하였다.
  "거사여, 사문 구담의 환화주(幻化呪)에 걸렸는가?"
  우바리 거사가 말하였다.
  "존자여, 좋은 환화주이고 지극히 좋은 환화주라오. 존자여, 그 환화주는 우리 부모를 오랫동안 이익되게 하고 안온 쾌락을 얻게 하였으니, 처자 노비 하인들도 또한 그러하며, 나란타 국왕과 일체 세간 하늘 악마 범(梵) 사문 범지 등 사람에서 하늘에 이르기까지 오랫동안 이익되게 하고안온 쾌락을 얻게 하셨소."
  "거사여, 온 나란타가 모두 우바리 거사는 니건의 제자인 줄 알고 있다. 지금은 결국 누구의 제자가 되었는가?"
  이에 우바리 거사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부처님께서 계실 것 같은 방향으로 합장하고 그쪽을 향하여 말하였다.
  "존자여, 내 말을 들으시오.
  
  사내답고 용맹스러워 어리석음 떠나고
  더러운 생각 끊어 항복받아 바로잡고
  대적할 이 없이 미묘하게 생각하여
  계율 선정 지혜를 배워 익히며
  안온하여 다시는 번뇌 없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큰 성인은 닦아 익혀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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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덕을 얻어 자재로이 말하며
  잘 생각하시고 묘하게 관찰하여
  잘난 체도 않고 구부리지도 않고
  흔들리지도 않아 항상 자재하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아첨이 없이 항상 만족할 줄 알고
  아낌을 떠나 만족을 얻으시고
  사문이 되어 깨달음 성취하여
  최후의 몸인 높은 대사(大士)로서
  견줄 데 없고 티끌도 없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병앓이 없고 헤아릴 수 없이
  지극히 심오한 무니(牟尼)3)가 되어
  항상 안온하고 용맹스럽고
  법에 머물러 미묘하게 생각하며
  잘 제어하여 언제나 실없지 않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큰 용은 즐겁게 높은데 머물러
  번뇌가 다해 해탈을 얻고
  응공(應供)으로서 변재(辯才)가 청정하시며
  지혜를 내어 슬픔을 떠나고
  다시는 유(有)로 돌아오지 않는 석가(釋迦)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3) 팔리어로는 muni라고 한다. 한역하여 적정(寂靜) 현인(賢人) 적묵(寂默)이라 하며 신(身) 구(口) 의(意)의 번뇌를 없애버려 적정(寂靜)을 증득한 성자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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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 법을 고요히 생각하시고
  희롱함 없이 청정하시며
  언제나 웃어 성냄이 없고
  떠남을 즐겨하여 제일가는 이치 증득해
  두려움 없이 항상 정진하시는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7선(仙)4)으로서 짝할 이 없는 분
  3달(達)5)을 체득해 범(梵)에 이르러
  깨끗히 목욕하여 밝은 등불과 같으며
  지식(止息)을 얻어 원수 맺음 그치고
  용맹하고 지극히 청정하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지식(止息)을 얻어 지혜는 땅 같고
  큰 지혜는 세상 탐욕 없애
  가히 섬길 만한 위없는 눈을 지니신
  상사(上士)로서 아무도 짝할 이 없고
  또 이끌어주는 분으로서 성냄 없으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욕망이 없는 위없는 선(善)이고
  잘 다루어 견줄 데 없으며
  위없어 언제나 즐거워하고
  의혹이 없고 광명이 있으며
  
4) 팔리본에는 isisattama로 되어 있으며 제 7 선(仙)을 뜻한다. 과거 6불(佛) 이후에 세간에 출현하신 석존(釋尊)을 가리킴.
5) 팔리본에는 tevijja로 되어 있으며 3명(明)을 뜻한다. 3달(達)이란 숙명지(宿命智) 천안지(天眼智) 누진지(漏盡智)의 세 가지 신통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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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만을 끊고 위없는 깨달음 증득하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애욕을 끊고 견줄 데 없는 깨달음 증득해
  연기도 없고 또 불꽃도 없나니,
  
  가시는 곳마다 선서(善逝) 되시어
  견줄 데 없고 짝할 이 없으며
  이름은 이미 바름에 이르신
  그 부처님 제자 우바리라네.
  
  이렇게 갖가지로 부처님을 찬탄한 것
  본래는 일찍이 생각지 못했으나
  우바리 거사 게송을 읊을 때
  여러 하늘들 그에게 내려와
  모든 변설로 그를 잘 도왔나니
  법답게 말한 것 그 사람다웠었네.
  
  니건친자는
  부처님 십력제자에게 물었네.
  
  니건친자가 물었다.
  "거사여, 그대는 무슨 뜻으로 사문 구담을 찬탄하는가?"
  우바리 거사가 대답하였다.
  "존자여, 내가 비유로 말하리니 들으시오. 슬기로운 사람은 비유를 들으면 곧 그 뜻을 이해하는 법이오. 마치 꽃다발 만드는 사람과 꽃다발 만드는 사람의 제자가 여러 가지 꽃을 따다 긴 끈으로 꿰어, 여러 가지 꽃다발을 만드는 것처럼 존자여,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는 한량없이 찬탄할 만한 것이 있어, 내가 존경하기 때문에 찬탄하는 것이오."
  이 법을 말할 때 우바리 거사는 티끌을 멀리 하고 때[垢]를 떠나 모든 법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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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 법의 눈[法眼]이 생겼다. 니건친자는 그 자리에서 뜨거운 피를 토했고 파화국(波國)에 이르러 이 몹쓸 병으로 이내 목숨을 마쳤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우바리 거사는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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