經典/중아함경(中阿含經)

중아함경 제 33 권

通達無我法者 2008. 1. 26.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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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아함경 제 33 권

 

 

  동진 계빈삼장 구담 승가제바 한역
  
11. 대품 ⑤
  134) 석문경(釋問經)1) 제 18 [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마갈타국(摩竭 國)2)을 유행하실 적에 왕사성(王舍城)의 동쪽이요, 내림촌(林村)의 북쪽인 비타제산( 提山)의 인다라(因 羅) 돌집에 계셨다. 그 때 천왕석(天王釋)은 부처님께서 왕사성 동쪽이요, 내림촌의 북쪽인 비타제산의 인다라 돌집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서 천왕석은 오결락자(五結樂子)3)에게 말하였다.
  "나는 세존께서 마갈타국을 유행하시다가 왕사성 동쪽이요, 내림촌 북쪽에 있는 비타제산의 인다라 돌집에 계신다는 말을 들었다. 오결아, 너도 나와 함께 부처님을 뵈러 가자."
  오결락자가 말하였다.
  "예."
  이에 오결락자는 유리 거문고를 끼고 천왕석을 따라갔다. 삼십삼천(三十
  
1) 이 경의 이역본으로는 송(宋)시대 법현(法賢)이 한역한 『불설제석소문경(佛說帝釋所問經) 』이 있고, 참고 경전으로는 원위(元魏)시대 길가야(吉迦夜)와 담요(曇曜)가 한역한 『잡보장경(雜寶藏經) 』 제6권, 그리고 『장아함경 』 제10권 석제환인문경(釋提桓因問經)이 있다.
2) 팔리어로는 magadha라고 한다. 또는 마갈타(摩揭 ) 마가타(摩伽 )라고도 쓰며 옛날 나라 이름. 부처님 재세(在世)시에 중인도(中印度) 16대국(大國)가운데 하나.
3) 팔리본에서는 Pancasikha Gandhabhaputta 즉 건달바의 아들 빤차시카라고 하였다. 5계(髻)라고도 하며, 제석(帝釋)을 시중드는 음악신의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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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三天)은 천왕석이 그 엄중한 마음으로 부처님을 뵈러 가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삼십삼천 또한 천왕석을 모시고 따라갔다. 이에 천왕석과 삼십삼천 및 오결락자는 마치 역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 같은 동안에 삼십삼천에서 갑자기 없어져 나타나지 않다가, 어느새 마갈타국 왕사성의 동쪽이요, 내림촌의 북쪽인 비타제산의 돌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머물렀다. 그 때 비타제산에서 마치 불꽃처럼 밝은 광명이 비치자 그 산 주위에 살던 백성들은 이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비타제산에 큰불이 났구나.'
  그 때 천왕석은 한 곳에 자리잡고 말하였다.
  "오결아, 세존께서는 이렇게 일 없는 한가한 곳이나 산림이나 나무 밑이나 높은 바위에 즐겨 계시면서,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멀리 떠나 악이 없으며, 백성들도 없는 데서 이치에 따라 고요히 앉아 계시는 큰 위덕이 있으신 분이다. 모든 하늘들도 또한 그분과 함께 멀리 떠나 고요히 앉아 안온하고 쾌락하게 노닐기를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들은 아직 통보하지도 못했으니, 곧장 그 분 앞에 갈 수가 없구나. 오결아, 네가 먼저 가서 통보하거라. 뒤이어 우리들도 가겠다."
  오결락자가 말했다.
  "예."
  이에 오결락자는 천왕석의 분부를 받고 유리 거문고를 끼고서 곧 먼저 인다라 돌집으로 가서 문득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곳은 부처님에게서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게 떨어져 있다. 부처님께서 나를 알아차리게 하고 내 음성을 들으시게 하자.'
  그 곳에 자리를 잡은 뒤에 유리 거문고를 연주하여 욕계(欲界)에 알맞은 게송, 용(龍)에게 알맞은 게송, 사문에게 알맞은 게송, 아라하에게 알맞은 게송을 지어 노래하였다.
  
  현자여, 당신의 부모와
  달과 탐부루(浮樓)4)에 예경합니다.
  그 지극히 뛰어나고 미묘한 당신을 낳았고
  
4) 팔리어로는 Timbaru 이고 역시 음악의 신인 건달바왕을 지칭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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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로 하여금 기쁜 마음 내게 하였네.
  
  답답하고 더울 때는 시원한 바람 찾고
  목마르면 찬물을 마시고 싶듯
  이렇게 내 당신을 사랑하기는
  마치 아라하가 법을 사랑하듯 하네.
  
  엎지른 물 담기가 어려운 것처럼
  욕심에 대한 집착 또한 그러하나니
  한량없는 생 동안 함께 만나
  집착없는 이에게 베풀 듯하리.
  
  못물은 맑고 또 시원하며
  그 밑에는 금싸락 모래가 있어
  만일 큰 코끼리 더위에 시달리면
  그 못물에 들어가 목욕하나니.
  
  마치 갈고리에 매인 코끼리처럼
  내 마음 당신에게 항복했나니
  그러나 내 행동 당신 모르기에
  심원하여 아직 당신 얻지 못했네.
  
  내 마음 지극히 당신에게 집착하여
  답답하고 원망스런 내 마음 불사르네.
  그러므로 나는 즐겁지 않나니
  사람이 호랑이 입에 들어간 것처럼.
  석자(釋子)가 선정에 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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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한 생각으로 즐거워하였고
  모니(牟尼)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당신의 그 묘함과 깨끗함 얻었으면.
  
  마치 모니가 즐거워하는 것은
  위없고 바른 지극한 깨달음인 것처럼
  이렇게 내가 즐거워하는 것
  언제나 당신을 찾아 얻고자 함이네.
  
  마치 병자가 약을 찾는 듯하고
  굶주린 이가 밥을 찾는 듯하니
  어진 당신께서 내 마음 잠재워
  마치 물이 불을 끄듯하소서.
  
  만일 내가 지은 모든 복(福)
  그것으로 모든 무착(無著) 공양한다면
  그것은 모두 깨끗하고 묘하니
  나는 당신과 함께 그 과보 받으리.
  
  나는 당신과 함께 마치기를 원하나니
  당신을 여의고는 혼자 살지 못하리라.
  나는 당신과 함께 죽을지언정
  당신과 헤어져 살기를 바라지 않네.
  
  제석께선 저와 함께 원하옵니다
  삼십삼천의 존귀한 분들도
  당신은 사람 가운데 위없는 높은 분
  이 내 소원은 아주 굳세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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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므로 나는 대웅(大雄)께 예배해
  사람 가운데 최상이신 분께 머리 조아리며
  모든 애욕의 가시를 끊고
  나는 일친(日親)5)께 예배합니다.
  이에 세존께서는 삼매에서 일어나 오결락자를 찬탄하여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다. 오결이여. 네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와 서로 어울리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와 어우러져 노래 소리는 거문고 소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고, 거문고 소리는 노래 소리 밖으로 벗어나지 않는구나. 오결아, 너는 혹 옛날에 이 욕계에 알맞은 게송, 용에게 알맞은 게송, 사문에게 알맞은 게송, 아라하에게 알맞은 게송을 읊은 일을 기억하는가?"
  오결락자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직 대선인(大仙人)께서만 스스로 아시나이다. 대선인이시여, 옛날 세존께서 처음으로 도를 깨달으시고 울비라(鬱 羅)6) 니련선하(尼連禪河) 언덕에 있는 아사화라니구류(阿闍羅尼拘類) 나무 밑에서 노니셨을 때입니다. 탐부루악왕(浮樓樂王)의 딸은 이름이 현월색(賢月色)이었는데, 하늘의 수레를 부리는 마도려(摩兜麗)의 아들 결(結)은 그 처녀를 그리워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그가 그녀를 그리워하였을 때 나도 또한 그녀 얻기를 갈구하였었습니다.
  그런데 대선인이시여, 저는 그녀를 갈구했건만 끝내 얻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그 때 그녀의 뒤에서 이 욕계에 알맞은 게송, 용에게 알맞은 게송, 사문에게 알맞은 게송, 아라하에게 알맞은 게송을 노래로 읊었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제가 이 게송을 노래로 읊었을 때 그녀는 돌아보고 미소를 머금으며 내게 말하였습니다.
  '오결이여, 저는 아직 저 불세존을 뵙지는 못했으나, 나는 이미 삼십삼천에
  
5) 팔리어로는 diccabandhu라고 한다. 석가모니불을 가리킴. 인도 신화에서 고대 인도를 일(日)과 월(月) 2통(統)으로 구분하여 석존(釋尊) 출신을 일통(日統)이라 한 데서 이 이름이 비롯됨.
6) 팔리어로는 Uruvela라고 한다. 마을 이름으로 불타가야(佛 伽耶) 남쪽 니련선하에서 약 1리 남짓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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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서 저 여래(如來) 무소착(無所著) 등정각(等正覺) 명행성위(明行成爲) 선서(善逝) 세간해(世間解) 무상사(無上士) 도법어(道法御) 천인사(天人師) 불중우(佛衆祐)라고 불리시는 세존께서 출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오결이여, 만일 그대가 자주자주 세존을 찬탄할 수 있다면 나는 당신과 함께 저 대선인을 섬길 것입니다. 그러나 나는 오직 한 번만 만나고 다음부터는 다시 보지 않을 것입니다.' "
  이 때 천왕석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오결락자가 이미 세존을 선정에서 깨워 일으킨 뒤에 선서(善逝)에게 나를 알렸을 것이다.'
  그 때 천왕석이 말하였다.
  "오결아, 너는 곧 저기 가서 나를 위해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에게 문안을 여쭈어라.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그리고 이렇게 말하라.
  '대선인이시여,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립니다.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대선인이시여, 천왕석과 삼십삼천은 세존을 뵙고자 합니다.' "
  이에 오결락자는 유리 거문고를 버리고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대선인이시여, 천왕석께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문안드립니다.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라고 세존께 안부를 여쭈셨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천왕석과 삼십삼천은 세존을 뵙고자 합니다."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오결아, 지금 천왕석은 안온하고 쾌락하며, 또 모든 하늘 사람 아수라 건달바 나찰 및 여러 다른 것들의 몸도 안온하고 쾌락한가? 오결아,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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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석이 나를 보고자 한다면 마음대로 하라."
  이에 오결락자는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 떠났다. 그는 천왕석에게 가서 말했다.
  "천왕이여, 제가 이미 세존께 여쭈었습니다. 세존께서는 지금 천왕을 기다리십니다. 오직 원컨대 천왕께서는 때를 아셔야 마땅할 것입니다."
  이에 천왕석과 삼십삼천 및 오결락자는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고,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두 번 세 번 자기 이름을 말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천왕석입니다. 저는 천왕석입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구익(拘翼)아, 너는 천왕석이다."
  그 때에 천왕석은 두 번 세 번 자기 이름을 말하고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삼십삼천과 오결락자도 또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천왕석이 여쭈었다.
  "오직 대선인이시여, 제가 세존께 가까이 가서 앉아야 합니까, 멀찍이 앉아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는 내게 가까이 앉아라. 왜냐 하면 너에게는 많은 하늘 권속이 있기 때문이니라."
  이에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고, 삼십삼천과 오결락자도 또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인다라 돌집이 갑자기 넓고 커졌다. 왜냐 하면, 부처님의 위신(威神)과 모든 하늘들의 위덕(威德) 때문이었다.
  그 때 천왕석은 자리를 정한 뒤에 여쭈었다.
  "오직 대선인이시여, 저는 오랫동안 세존을 뵙고자 하였고 법을 묻고자 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옛날 어느 때 세존께서는 사위성을 유행하시다가 바위 가운데 계셨었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나는 그 때 스스로를 위하고 또 33천을 위하여 1천 코끼리의 수레를 타고 비사문( 沙門) 대왕의 집으로 갔었습니다. 그 때 비사문 대왕의 집에는 반사나(槃闍那)라는 첩이 있었습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고요하게 선정에 드셨고 그 첩은 합장하고 세존께 예배하였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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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그녀에게 말하였습니다.
  '누이여, 나는 지금 세존을 찾아가 뵐 때가 아니다. 세존께서는 선정에 드셨다. 만일 세존께서 선정에서 깨어나시거든 누이여, 곧 나를 위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여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라고 세존께 안부를 여쭈어라. 그리고 이렇게 말하라.
  (대선인이시여, 천왕석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립니다. 거룩하신 몸 건강하고 편안하고 유쾌하시어 병이 없으시며, 기거하시기 가볍고 평안하며 기력은 한결같으십니까?)'
  대선인이시여, 그 누이는 저를 위하여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존께 문안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기억하십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그 누이는 너를 위하여 내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네 뜻을 갖추어 말하고 내게 문안하였다. 나도 또 기억한다. 구익아, 네가 갈 때 그 음성을 듣고 나는 곧 선정에서 깨어났느니라."
  천왕석이 말하였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옛날에 '만일 여래 무소착 등정각 명행성위 선서 세간해 무상사 도법어 천인사 불중우라 불리는 이가 세상에 나오실 때에는 모든 하늘 무리를 더하고 아수라를 감한다'고 들었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제 눈으로 세존의 제자 비구들이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히고, 욕심을 버리고 욕심을 떠나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좋은 곳으로 가서 하늘에 태어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구비석녀(瞿毘釋女)는 세존의 제자입니다. 그 여인 또한 세존을 따라 범행을 닦아 익혀, 그 여자의 몸을 싫어하고 남자의 형상을 좋아함으로써 여자의 몸을 바꾸어 남자의 형상을 받았으니, 욕심을 버리고 욕심을 떠나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묘한 곳 33천에 태어나게 되어 내 아들이 되었습니다. 그가 태어나자마자, 모든 하늘은 다 구바천자(瞿婆天子)에게 큰 여의족이 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복이 있고 큰 위신이 있는 줄을 알았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또 세존의 제자 세 비구가 또한 세존을 따라 범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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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닦아 익혔지만, 욕심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는 다른 하천한 기악궁(伎樂宮) 가운데 태어난 것을 보았습니다. 그들은 태어나자마자, 날마다 33천에 와서 모든 하늘을 공양해 섬기고 구바천자를 받들어 모셨습니다. 구바천자는 그들을 보고 게송으로 말하였습니다."
  
  여안(與眼)의 우바사(優婆私)
  나의 이름은 구비(瞿毘)였고
  부처님과 또 법을 받들어 공경하고
  청정한 뜻으로 대중을 공양했네.
  
  나는 이미 부처님 은혜를 입고
  석씨의 제자로서 큰 복과 덕이 있어
  이제 묘하게 33천에 태어나니
  그들은 모두 제석의 아들로 아네.
  
  그대들 본래 비구였으나
  기악신(伎樂神)으로 태어나
  합장하고 앞에 섰으니
  구바는 그대들 위해 게송을 설하리.
  
  그대들은 본래 구담의 제자로
  내가 본래 사람으로 있었을 때
  우리 집에 찾아왔었고
  나는 음식으로 잘 공양하였네.
  
  그대들은 본래 성인과 같았고
  위없는 범행을 행하였건만
  이제는 남의 하인이 되어
  날마다 와서 하늘을 섬기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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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본래 그대들을 받들어 섬기며
  성인께서 말씀하신 법을 듣고는
  믿음을 얻고 계율을 성취하여
  이제 묘하게 33천에 태어났네.
  
  그대들은 본래 섬김을 받고
  위없는 범행을 행하였건만
  지금은 남의 하인이 되어
  날마다 와서 하늘을 섬기누나.
  
  그대들은 무엇으로 얼굴을 삼았기에
  부처님 법을 받아 지닌 뒤에도
  도리어 등지고 법을 향하지 않았냐고
  안목을 갖추고 법을 깨친 이 말씀하셨네.
  
  내가 옛날에 보았던 그대들
  지금은 하천한 기악으로 태어났구나.
  스스로 법 아닌 행을 저질러
  스스로 법 아닌 데 태어났구나.
  
  나는 본래 가정에 있었는데
  내 지금의 수승한 덕을 관찰하면
  여자 몸 바꾸어 천자가 되어
  5욕(欲)의 즐거움을 마음껏 누린다네.
  
  천자(天子)가 구담의 제자를 꾸짖자
  흡족해하고 그들 구담을 찬탄했네
  '나는 이제 마땅히 진행하리라
  천자의 거짓 없는 진실한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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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셋 중 두 제자 부지런히 정진하여
  구담의 법을 기억해 내고
  욕심에 재환(災患)이 있는 줄 알아
  그들은 곧 욕심을 버렸나니.
  
  그들 욕심에 묶여 있었으나
  곧 멀리 버려 여의고
  마치 코끼리가 굴레를 끊듯
  33천을 뛰어넘었네.
  
  인다라(因 羅) 하늘 범(梵)
  모두가 다 와서 모일 때
  그는 그 자리를 떠나버렸네
  사내답고 용맹스럽게 티끌 욕심 버리고.
  
  제석은 이를 보고 흡족하였네
  '하늘 보다 뛰어난 하늘 중의 하늘이라
  그들은 본래 하천하게 태어났으나
  이제 33천 마저 뛰어넘었네.'
  
  흡족해 하며 묘식(妙息)이 말하자
  구바(瞿婆)가 뒤이어 말하네.
  '사람 가운데 부처란 뛰어난 분 있으니
  그 석가모니는 욕심 아느니라'
  
  그 제자 그 동안에 뜻을 잃었다가
  내가 꾸짖자 다시 뜻을 얻어
  그 셋 가운데 한 제자
  곧 기악신(伎樂神)으로 태어났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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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두 제자 등정도(等正道)를 이루어
  하늘에서 정근(定根)의 즐거움 얻었네.
  '그대가 이러한 법을 설하여
  제자들 의혹이 사라졌다오.'
  
  누(漏)를 건너고 삿된 의혹을 끊어
  부처님께 예경하고 근(根)을 항복받고서
  만일 그들 모든 법 깨닫는다면
  그 둘은 올라가 나아갈 곳 얻으리라.
  
  그들이 올라가 나아갈 곳 얻은 뒤에는
  저 범천 가운데 태어나리니
  우리는 모두 저 법을 알기에
  대선(大仙)께서 여기에 이르러 왔네.
  
  그 때 세존께서는 문득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귀신들은 오랜 세월동안 아첨이 없고 속임이 없으며, 허황됨이 없고 바르고 곧아 만일 의문이 있으면 다 알고자 하기 때문에 실없이 하지 않는다. 그의 물음도 또한 이와 같다. 나는 차라리 깊고 깊은 아비담(阿毘曇)을 설해 주는 것이 좋겠다.'
  세존께서는 이런 줄을 아신 뒤에 천왕석을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현재에 즐거워하기 때문에
  후세에도 또한 즐거워하네.
  구익아, 너 하고자 하는 대로
  스스로 거리낌 없이 물어라
  이것 저것 묻는 것
  모두 다 결단해 주리라.
  
[955 / 1738] 쪽
  세존께서 이미 다 허락하시자
  일천(日天)은 그 이치 구하려고
  마갈타국에서
  어진 이 바사바(婆娑婆)7)는 물었네.
  이에 천왕석은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하늘 사람 아수라 건답화(揵沓) 나찰 및 그 밖의 여러 몸에는 각각 몇 가지 번뇌[結]가 있습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하늘 사람 아수라 건답화 나찰 및 그 밖의 여러 몸에는 각각 2종(種)의 번뇌가 있으니, 곧 아낌과 질투이니라. 그들은 각각 이렇게 생각한다.
  '내게는 무기[杖]도 없고 번뇌도 없으며, 원한도 없고 성냄도 없으며, 다툼도 없고 싸움도 없으며, 고통도 없고 안락하게 노닐고 싶다.'
  그들은 비록 이렇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고 번뇌가 있으며, 원한이 있고 성냄이 있으며, 다툼이 있고 싸움이 있으며, 고통이 있어 안락하게 노닐 수 없느니라."
  그 때 천왕석이 듣고서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하늘 사람 아수라 건답화 나찰 및 그 밖의 여러 가지 몸에는 각각 2종(種)의 번뇌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게는 무기가 없고 번뇌가 없으며, 원한이 없고 성냄이 없으며, 다툼이 없고 싸움이 없으며, 고통이 없고 안락하게 노닐고 싶다.'
  그들은 비록 이렇게 생각하지만 여전히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고 번뇌가 있으며, 원한이 있고 성냄이 있으며, 다툼이 있고 싸움이 있으며, 고통이 있어 안락하게 노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다 그것을
  
7) 팔리어로는 Vasava 이고 제석천(帝釋天)의 이명(異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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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아낌과 질투는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는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아낌과 질투는 사랑[愛]과 미움[不愛]을 인연하고, 사랑과 미움으로부터 생기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는 없어지느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아낌과 질투는 사랑과 미움을 인연하고, 사랑과 미움으로부터 생기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있습니다. 만일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는 없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사랑과 미움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사랑과 미움이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사랑과 미움은 욕심[欲]을 인연하고 욕심으로부터 생기며, 욕심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은 없어지느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사랑과 미움은 욕심을 인연하고 욕심으로부터 생기며, 욕심으로 말미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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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있습니다.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은 없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욕심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욕심은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욕심은 기억[念]을 인연하고 기억으로부터 생기며, 기억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기억이 없으면 욕심은 곧 없어지느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욕심은 기억을 인연하고 기억으로부터 생기며, 기억으로 말미암아 있습니다. 만일 기억이 없으면 욕심은 곧 없어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기억은 무엇을 인연하고 무엇으로부터 생기며, 무엇으로 말미암아 있습니까? 다시 무엇으로 말미암아 없어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기억은 헤아림[思]을 인연(緣)하고 헤아림으로부터 생기며,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있느니라.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기억은 곧 없어지느니라. 기억으로 말미암아 욕심이 있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사랑과 미움이 있으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가 있고, 아낌과 질투로 말미암아 칼과 몽둥이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있고, 마음 속에는 한량없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苦陰)이 생기느니라.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기억이 없어지고, 만일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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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없으면 곧 욕심이 없어지며,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어지고, 만일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가 없어지며, 만일 아낌과 질투가 없으면 곧 칼과 몽둥이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없어지고, 마음 속에는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지 않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이 소멸하느니라."
  그 때 천왕석이 듣고서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기억은 헤아림을 인연하고 헤아림으로부터 생기며, 헤아림으로 말미암아 있습니다.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기억은 없어집니다. 기억으로 말미암아 욕심이 있고, 욕심으로 말미암아 사랑과 미움이 있으며, 사랑과 미움으로 말미암아 아낌과 질투가 있고, 아낌과 질투로 말미암아 칼과 몽둥이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있고, 마음 속에는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이 생기는 것입니다. 만일 헤아림이 없으면 곧 기억이 없어지고, 만일 욕심이 없으면 곧 사랑과 미움이 없어지며, 사랑과 미움이 없으면 곧 아낌과 질투가 없어지며, 만일 아낌과 질투가 없으면 곧 칼과 몽둥이 싸움 미움 아첨 속임 거짓말 이간하는 말이 없어지며, 마음 속에는 한량없는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이 생기지 않나니, 이렇게 이 큰 고음이 소멸합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어떤 것이 실없음[戲]을 멸하는 도법[道跡]이며, 비구는 무엇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갑니까?"
  세존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은 곧 8정도[八支聖道]이니, 바른 견해[正見]에서부터 나아가 바른 선정[正定]에 이르기까지의 여덟 가지이니라. 구익아, 이것을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이라 하며, 비구는 이것을 행하여 실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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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느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은 곧 8정도이니, 바른 견해와 나아가 바른 선정에 이르기까지의 여덟 가지입니다. 대선인이시여, 이것을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이라 하며, 비구는 이것을 행하여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갑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서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은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몇 가지 법을 끊어야 하며,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닦아 행해야 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억[念]이요, 둘째는 말[言]이요, 셋째는 구하는 것[求]이다. 구익아, 기억에도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하나니, 곧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기억이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기억이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기억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기억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니, 말도 또한 그와 같다. 구익아, 구하는 것에도 나는 또한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하나니, 곧 행하지 않아야 할 것과 행하여야 할 것이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구함이라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구함이라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기억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구함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닦아 행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억이요, 둘째는 말이요, 셋째는 구하는 것입니다. 대선인께서는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의 기억이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기억이 악하고 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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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기억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기억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말에 대하여도 또한 그렇습니다.
  대선인께서는 또한 구함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구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한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 구함을 성취하시기 위한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몇 가지 법이 있어 종해탈(從解脫)을 보호하고 몇 가지 법을 행하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6법이 있어 종해탈을 보호하고, 6법을 행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맛보며, 몸은 감촉을 느끼고, 뜻은 법을 아는 것이다. 구익아, 눈이 빛깔을 보는 것에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눈이 보지 않아야 할 빛깔을 본다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눈이 보아야 할 빛깔을 본다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다. 이와 같이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으며, 혀가 맛을 맛보고, 몸이 감촉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뜻이 법을 아는데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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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한다. 만일 뜻이 알지 않아야 할 법을 안다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뜻이 알아야 할 법을 안다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6법이 있어 종해탈을 보호하고, 6법을 행하여야 합니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눈은 빛깔을 보고, 귀는 소리를 들으며, 코는 냄새를 맡고, 혀는 맛을 맛보며, 몸은 감촉을 느끼고, 뜻은 법을 아는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눈이 빛깔을 보는 데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습니다. 만일 눈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빛깔을 본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실 것이고, 만일 눈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빛깔을 본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이와 같이 귀가 소리를 듣고, 코가 냄새를 맡으며, 혀가 맛을 맛보고, 몸이 감촉을 느끼는 것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대선인께서는 뜻이 법을 아는 데도 행해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뜻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법을 안다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을 것이고, 만일 뜻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법을 안다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에 다시 몇 가지 법을 끊어야 하며, 몇 가지 법을 행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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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야 합니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구익아, 비구로서 실없음을 소멸하는 도법으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 다시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행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쁨[喜]이요, 둘째는 걱정[憂]이며, 셋째는 평정[捨]이다. 구익아, 기쁨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기쁨이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기쁨이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걱정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다. 구익아, 평정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나는 말한다. 만일 행하지 않아야 할 평정이라면 나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행하여야 할 평정이라면 나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이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비구로서 실없는 도법을 소멸하는 데로 나아가려면, 목숨이 한 시간쯤 남아 있을 때 3법을 끊어야 하고 3법을 닦아야 합니다. 어떤 것이 세 가지인가? 첫째는 기쁨이요, 둘째는 걱정이요, 셋째는 평정입니다. 대선인께서는 기쁨에 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기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고, 만일 기쁨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걱정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며, 대선인께서는 평정에도 행하여야 할 것과 행하지 않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만일 평정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더 자라게 하고 착한 법을 덜어 감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곧 그것을 끊으시고, 만일 평정이 악하고 착하지 않은 법을 덜어 감하고 착한 법을 더 자라게 하는 것이면 대선인께서는 그것을 하기 위한 때를 아실 것입니다. 그것은 생각이 있고 지혜가 있어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까닭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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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모든 사문 범지는 동일한 말[說]과 동일한 욕심[欲], 동일한 사랑[愛], 동일한 즐거움[樂], 동일한 뜻[意]을 가집니까?"
  세존께서 듣고 나서 대답하셨다.
  "구익아, 모든 사문 범지가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니라."
  "대선인이시여, 모든 사문 범지가 무슨 까닭으로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지지 않습니까?"
  "구익아, 이 세상에는 몇몇의 세계가 있는가 하면 한량없는 세계도 있다. 그들은 그들이 아는 세계를 따르고, 곧 그 세계에서 그 힘을 따르고, 그 방편을 따라 한결같이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말한다. 구익아, 그러므로 모든 사문 범지가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진 것은 아니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이 세계에는 몇몇의 세계가 있는가 하면 한량없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들은 그들이 아는 세계를 따르고, 곧 그 세계에서 그 힘을 따르고, 그 방편을 따라 한결같이 '이것은 진실이요 다른 것은 허망하다'고 말합니다. 대선인이시여, 그러므로 모든 사문 범지는 동일한 말과 동일한 욕심, 동일한 사랑, 동일한 즐거움, 동일한 뜻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천왕석이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모든 사문 범지는 구경(究竟)에 이르게 되어 희고 깨끗함[白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梵行)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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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치게 됩니까?"
  세존께서는 대답하셨다.
  "구익아, 꼭 모든 사문 범지가 구경에 이르게 되어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되는 것은 아니니라."
  "대선인이시여, 무슨 까닭으로 꼭 모든 사문 범지가 구경에 이르게 되어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되지 않습니까?"
  "구익아,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지 못하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지 못하게 되느니라. 구익아,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되느니라."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지 못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지 못하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지 못하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지 못할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만일 어떤 사문 범지가 위없는 애욕에 있어서 다 바르고 착하게 마음이 해탈하면, 그는 구경에 이르러 희고 깨끗함이 구경에 이르고, 범행이 구경에 이르며, 범행이 구경에 이르러 마치게 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선서시여. 그렇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부처님께서 설법하신 것과 같이 저는 그것을 다 알아 의심을 끊고 미혹을 막아 망설임이 없습니다. 그것은 부처님의 말씀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 때 천왕석은 부처님 말씀을 들어 잘 받아 지니고서 다시 여쭈었다.
  "대선인이시여, 내게는 오랫동안 의혹의 가시[刺]가 있었는데, 세존께서 오늘 그것을 빼어주셨습니다. 왜냐 하면 곧 여래 무소착 등정각이시기 때문입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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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익아, 너는 혹 옛날에 다른 사문 범지에게도 이런 일을 물어 본 적이 있는가?"
  그 때 천왕석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대선인께서는 마땅히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33천은 법당에 모여 각각 슬픔을 가지고 몇 번이나 탄식하며 말하였습니다.
  '우리들이 만일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만나면 꼭 찾아뵐 것이다.'
  대선인이시여, 그런데 저희들은 여래 무소착 등정각을 만나지 못하고 곧 5욕의 공덕[五欲功德]8)을 구족하게 행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우리들은 방일(放逸)하였고, 방일한 뒤에는 큰 위덕이 있는 천자가 지극히 묘한 곳에서 곧 목숨을 마쳤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큰 위덕이 있는 천자가 지극히 묘한 곳에서 목숨을 마치는 것을 보았을 때 곧 극심한 싫증이 생겨 몸의 털이 곤두서서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이 곳에서 목숨을 마치지 말았으면…….'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렇게 싫증내고 이렇게 슬퍼한 까닭으로 말미암아 만일 다른 사문 범지가 일 없는 한가한 곳이나 산림이나 나무 밑이나 높은 바위에 즐겁게 있으면서, 고요하여 소리가 없고 멀리 떨어져 악이 없으며, 또 사람도 없는 데서 이치를 따라 고요히 선정에 들고, 그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좋아하며 고요히 선정에 들어 안온하고 쾌락하게 노닐고 있으면, 저는 그를 보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저 사람은 여래 무소착 등정각일 것이다.'
  그래서 곧 가서 만나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는 저를 몰라보고 제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누굽니까?'
  그 때 저는 대답하였습니다.
  
8) 팔리어로는 Pannca Kamaguna이며 안(眼) 이(耳) 비(鼻) 설(舌) 신(身)의 5근(根)이 색(色) 성(聲) 향(香) 미(味) 촉(觸)의 5경(境)을 만나 색욕(色欲) 성욕(聲欲) 향욕(香欲) 미욕(味欲) 촉욕(觸欲)의 다섯 가지 욕망을 생기게 유발하는 것을 가리킴. 여기서 gunna는 공덕(功德) 덕성(德性) 성질(性質) 종류(種類) 등의 뜻을 함축하고 있기 때문에 경전 중에서 는 5욕(欲)을 5욕공덕(欲功德)으로 번역하여 쓰고 있다.
[966 / 1738] 쪽
  '대선인이시여, 저는 천왕석입니다. 대선인시이여, 저는 천왕석입니다.'
  그분은 다시 저에게 물었습니다.
  '저는 일찍이 석(釋)을 보고 또한 석종성(釋種姓)을 본 적이 있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름을 석이라 하였으며 무슨 이유로 석종성이라 합니까?'
  저는 다시 그분께 대답했습니다.
  '대선인이시여, 만일 누가 와서 저에게 어떤 일을 물으면 저는 곧 그 능한 바와 그 능력에 따라 그에게 대답하기 때문에 석(釋)이라 이름합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우리가 만일 그 일에 따라 석에게 물으면 석도 또한 그 일에 따라 우리에게 대답할 것이다.'
  그가 저에게 물었지 저는 그에게 묻지 않았고, 그가 저에게 귀명했지 제가 그에게 귀명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그 사문 범지에게서는 끝내 위의법(威儀法)의 가르침을 얻지 못하였거늘 하물며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때 천왕석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석(釋)이 이미 지나간 뒤에
  지금의 석은 이렇게 말하나니
  마음속 생각을 멀리 떠나고
  모든 의심과 망설임을 없애라고.
  
  오래도록 세상을 돌아다니며
  여래를 갈구해 찾다가
  멀리 떠나 있으면서 선정에 든
  사문 범지 보고는
  이분이 바로 정각이라 생각하여
  공경히 받들어 예로써 섬겼네.
  
  어떻게 위로 오르냐고
[967 / 1738] 쪽
  나는 이렇게 그에게 물었으나
  이렇게 물어도 그는 거룩한 도와
  도의 자취를 알지 못했네.
  
  세존께서는 이제 나를 위하여
  만일 마음에 의심이 있고
  생각하는 것과 헤아림 있으며
  그 뜻으로 행하는 바 있으면
  마음의 숨김과 드러남 알아
  현명한 이 나를 위해 말씀하시네.
  
  거룩한 부처님은 거룩한 스승이시고
  거룩한 무소착 모니(牟尼)이시며
  모든 번뇌[結使]9)를 끊고
  스스로 건너시고 중생도 건지시네.
  
  깨달은 이로서는 제일의 깨달은 이
  이끄는 이로서는 최상의 이끄는 이
  쉬는 이로서는 가장 묘하게 쉬는 이
  대선인께서는 스스로 건너시고 중생도 건지시네.
  
  그러므로 나는 천존께 예배하고
  최상의 사람에게 머리를 조아리니
  모든 애욕의 가시를 끊고
  나는 오늘 일친(日親)께 예배하네.
  
  
9) 결(結)과 사(使) 모두 번뇌(煩惱)의 다른 이름. 결사에는 9결 10사가 있음. 번뇌는 인간의 마음과 몸을 계박(繫縛)하며 괴로운 결과[苦果]를 맺으므로 결(結)이라 하고, 번뇌는 중생을 쫓아다니면서 중생을 부리므로 사(使)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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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세존께서 물으셨다.
  "구익아, 너는 혹 옛날에 이러한 떠남을 얻었고 이러한 기쁨을 얻었었느냐? 곧 내게서 법의 기쁨을 얻었었느냐?"
  그 때 천왕석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대선인만이 마땅히 스스로 아실 것입니다. 대선인이시여, 옛날 어느 때 하늘과 아수라(阿修羅)가 서로 싸웠습니다. 대선인이시여, 하늘과 아수라가 서로 싸울 때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하늘이 이겨 아수라를 부수게 하자. 그리고 모든 하늘의 음식과 아수라의 음식을 다 33천의 음식이 되게 하자.'
  대선인이시여, 하늘과 아수라가 서로 싸울 때 하늘은 승리를 얻어 아수라를 부수고, 모든 하늘의 음식과 아수라의 음식을 다 33천의 음식이 되게 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그 때 떠남이 있고 기쁨은 있었지만 칼과 몽둥이 번뇌 원한 싸움 미움이 섞여 신통을 얻지 못하고 도를 깨닫지 못하였으며, 열반을 얻지 못하였습니다. 대선인이시여, 오늘은 떠남[離]을 얻고 기쁨[喜]을 얻었으며, 칼과 몽둥이 번뇌 원한 싸움 미움이 섞이지 않고 도를 깨달았으며, 또한 열반을 얻었습니다."
  "구익아, 너는 무엇으로 인하여 떠남을 얻고 기쁨을 얻었느냐? 곧 내게서 법의 기쁨을 얻었느냐?"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내가 여기에서 목숨을 마친 뒤에는, 인간으로 태어나 만일 거기에 종족이 있으면 매우 풍족하여 즐거우며, 재산은 한량없고 목축과 일거리가 헤아릴 수 없으며, 봉호(封戶)와 식읍(食邑)과 여러 가지가 구족하였으면 한다. 곧 찰리(刹利) 장자의 종족, 범지(梵志) 장자의 종족, 거사(居士) 장자의 종족 및 다른 종족으로서 지극히 크고 풍족하여 즐거우며, 재산은 한량없고 목축과 일거리가 헤아릴 수 없으며, 봉호와 식읍과 여러 가지가 구족한 이러한 종족으로 태어난 뒤에는, 모든 근(根)을 성취하고 여래께서 말씀하신 법(法)과 율(律)에 믿음을 얻게 되면, 믿음을 얻은 뒤에는 수염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지극한 믿음으로 집을 버려 집 없이 도를 배웠으면 한다.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증득하면 곧 구경의 지혜[究竟智]를 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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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구경의 끝[究竟邊]을 얻게 하며,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증득하고도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혹은 여러 하늘 가운데서 큰 복이 있고, 형색과 모습이 위풍당당하고 광채가 나며, 지극히 위력이 있고 안온하고 쾌락하여 오랫동안 궁전에서 살며, 그 중에서 최상인 곳에 태어나되 내가 그 가운데 태어났으면 한다.' "
  이에 천왕석은 게송으로 말하였다.
  
  하늘 몸을 버려 여의고
  내려와 인간으로 태어나되
  어리석은 이의 태에 들어가지 않고
  내 마음으로 좋아하는 곳에 태어나리.
  
  몸의 원만함을 얻은 뒤에는
  질박하고 곧은 바른 도를 체득하여
  완전히 갖춘 범행을 행하면서
  언제나 걸식을 즐겨하리.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증득하면 곧 구경의 지혜를 얻고 구경의 끝을 얻고자 합니다. 지혜를 배우고 지혜를 배운 뒤에, 만일 지혜를 얻고도 구경의 지혜를 얻지 못하면, 마땅히 최상의 묘한 하늘이 되어 모든 하늘이 그 이름을 듣는 색구경천(色究竟天)으로 가서 그 곳에서 태어났으면 합니다. 대선인이시여, 마땅히 아나함(阿那含)이 되기를 원하옵니다.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제 결정코 수다원(須陀洹)을 증득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물으셨다.
  "구익아, 너는 무엇으로 인하여 이 지극히 좋고 지극히 높으며 지극히 넓은 계덕을 얻어 스스로 수다원을 증득하였다고 일컫는가?"
  그 때 천왕석이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다시 다른 거룩한 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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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직 세존의 경계뿐이었네.
  일찍이 이 곳에 없었던
  최상의 공덕을 얻었나니
  
  대선인이시여, 저는 이 자리에서
  곧 이 하늘 몸으로
  저는 다시 목숨을 더할 수 있나니
  제 눈으로 이와 같이 보나이다.
  
  이 법을 말할 때 천왕석은 모든 티끌[塵]과 때[垢]를 멀리 여의어 온갖 법에 대한 법안(法眼)이 생겼고, 또 8만의 모든 하늘들도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다. 이에 천왕석은 법을 보고 법을 얻어 희고 깨끗한 법을 깨닫고, 의심을 끊고 미혹을 건너 다시 따를 만한 다른 거룩한 이가 없게 되었으며, 망설임 없이 이미 과증(果證)에 머물러 세존법(世尊法)에서 무서움이 없게 되었다. 그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부터 부처님과 법과 비구 스님께 귀의하겠습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를 받아들이시어 우바새가 되게 해 주십시오. 오늘부터 시작하여 몸이 마치도록 귀의하여 목숨이 다할 때까지 이르겠습니다."
  그리고 천왕석은 오결락자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 오결은 내게 큰 이익을 주었다. 왜냐 하면 너로 인해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깨어나셨기 때문이니, 네가 먼저 세존을 선정에서 깨어나시게 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 다음에 부처님을 뵙게 되었다. 오결아, 내가 여기서 돌아가면 탐부루(浮樓) 기악왕(伎樂王)의 딸 현월색(賢月色)을 너에게 시집보내 아내로 삼게 하고, 또 아비 기악왕의 본 나라를 너에게 주어 너를 기악왕으로 삼으리라."
  그리고 천왕석이 33천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다 오라. 만일 우리들이 본래 범천왕(梵天王)을 위하여 범천에서 살면서 두 번 세 번 공경하고 예로써 섬겼다면 우리들은 이제 다 세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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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겨야 한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는 범천이시고, 범천이 만물을 만들 때 가장 높은 이로서, 중생과 중생의 생명과 마땅히 그들이 있어야 할 그 곳을 내고, 알 만한 것은 다 알고 볼 만한 것은 다 보시기 때문이다."
  이에 천왕석과 33천 및 오결락자는 본래는 범천왕을 위하여 범천에 살면서 두 번 세 번 공경하고 예로써 섬겼지만, 이제는 다 세존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기고 여래 무소착 등정각께 머리를 조아렸다. 천왕석과 33천과 오결락자는 두 번 세 번 세존을 위하여 공경하고 예로써 섬기고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세 번 돌고는 거기서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 때 형색과 모습이 위풍당당하고 광채가 나는 범천이 새벽이 되자, 부처님 처소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서서 곧 게송으로 세존께 여쭈었다.
  
  많은 이익과 이치를 행하고
  이로움과 이치를 보아야 범천이라 하리니
  마갈국에 머무시는 현인께
  바사바(婆娑婆)는 이 일을 여쭈었습니다.
  
  대선인이 이 법을 말씀하셨을 때 천왕석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고, 또 8만의 모든 하늘도 또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다. 이에 세존께서는 범천에게 말씀하셨다.
  "그렇다, 그렇다. 범천이 말한 것과 같다. 범천아, 내가 법을 연설하였을 때 천왕석은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고, 또 8만의 하늘들도 또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어 모든 법에 대한 법안이 생겼느니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천왕석과 33천 오결락자 및 대범천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이 석문경에 수록된 경문 글자 수는 총 7,368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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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 선생경(善生經)10) 제 19 [제3 염송]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왕사성(王舍城)을 유행하실 적에 두꺼비숲[蝦 林]에 머무셨다. 그 때 선생(善生) 거사(居士)의 아버지는 임종 때 6방(方)에 대하여 그 아들에게 유언으로써 잘 가르쳐 훈계하였다.
  "선생아, 내가 죽은 뒤에는 너는 마땅히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이렇게 예배하여라.
  '동방(東方)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下方) 상방(上方)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
  거사의 아들 선생은 아버지의 분부를 받고 아버지에게 아뢰었다.
  "마땅히 아버님의 분부대로 행하겠습니다."
  이에 거사의 아들 선생은 그 아버지가 돌아간 뒤에,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로 지은 베옷[新蒭磨衣]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生拘舍葉]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예배하였다.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 상방에 대해서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10) 이 경의 이역경전으로는 『장아함경 』 제11권에 수록된 소경인 선생경(善生經)과 후한(後漢)시대 안세고(安世高)가 한 역한 『불설시가라월육방예경(佛說尸迦羅越六方禮經) 』, 그리고 송(宋)시대 지법도(支法度)가 한역한 『불설선생자경(佛說善 生子經)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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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그 때 세존께서는 밤이 지나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셨다. 세존께서는 왕사성에 들어가 걸식하실 때, 멀리서 거사의 아들 선생이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베옷을 걸치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예배하는 것을 보셨다.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 상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신 뒤에 선생 거사자가 있는 곳으로 가셔서 물으셨다.
  "거사자여, 어떤 사문 범지의 가르침을 받았는가? 누가 너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는 일을 가르쳤기에, 너는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베옷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이렇게 예배하는가?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 상방에 대해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
  거사의 아들 선생이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다른 사문 범지의 가르침을 받지 않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제 아버님께서는 임종하실 때 6방(方)에 대하여 저에게 유언으로써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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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쳐 훈계하셨습니다.
  '선생아, 내가 죽은 뒤에는 너는 마땅히 합장하고 6방(方)을 향하여 이렇게 예배하여라.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 상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세존이시여, 저는 아버지의 유언을 받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 위하여, 이른 아침에 목욕하고 새 베옷을 입고, 손에는 생구사잎을 들고 물가로 나가 합장하고 6방을 향하여 예배하였습니다.
  '동방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이와 같이 남방 서방 북방 하방 상방에 대하여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곳에 만일 중생이 있으면 나는 그들을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리라. 내가 그들에게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기기를 다하고 나면, 그들도 또한 마땅히 나를 공경하고 공양하며 예로써 섬길 것이다.' "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 말씀하셨다.
  "거사의 아들이여, 나도 6방(方)이 있다고 말했지,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어떤 사람이 6방을 잘 분별하여 4방(方)의 악하고 착하지 않은 업의 때를 여의면, 그는 현재에 있어서도 공경할 만하고 존중할 만하며,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끝난 뒤에도 반드시 좋은 곳으로 가 천상에 날 것이다. 거사자여, 중생들에게는 네 가지의 업(業)과 네 가지의 더러움[穢]이 있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거사자여, 살생은 중생의 업의 종자[業種]요, 더러움의 종자[穢種]이다. 도둑질[不與取]과 사음(邪淫)과 거짓말[妄言]은 중생의 업의 종자요 더러움의 종자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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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살생과 주지 않는 것을 가지는 일과
  사음으로써 남의 아내 범하고
  말하는 바가 진실하지 않으면
  슬기로운 사람은 칭찬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은 4사(事)로 인하여 많은 죄를 짓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욕심을 부리고[行欲] 성을 내며[行恚], 두려움을 주고[行怖] 어리석음[行癡]을 행하는 것이니라."
  이어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욕심과 성냄과 두려움과 어리석음
  악하고 법답지 않은 행을 행하면
  그의 이름은 반드시 사라지나니
  마치 달이 그믐으로 향하는 것 같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은 4사(事)로 인하여 많은 복을 받는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욕심을 부리지 않고, 성을 내지 않으며, 두려움을 주지 않고, 어리석음을 행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어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욕심을 끊고 성내지 않고 두려움 주지 않고
  어리석음이 없어 법다운 행 행하면
  그의 이름은 두루 널리 퍼지나니
  마치 달이 보름으로 향하는 것 같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재물을 구하는 자는 마땅히 여섯 가지 도 아닌 것[六非道]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갖가지 노름으로 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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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둘째는 부적절할 시기에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셋째는 술을 마시고 방탕하게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넷째는 나쁜 벗을 가까이하여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다섯째는 항상 풍류놀이를 좋아하면서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여섯째는 게으르면서 재물을 구하는 것은 도가 아니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갖가지로 노름을 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災患)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지면 원한이 생기고, 둘째는 잃으면 부끄러움이 생기며, 셋째는 지면 잠이 편안하지 못하고, 넷째는 원수 집을 기쁘게 하며, 다섯째는 일가를 걱정하게 하고, 여섯째는 대중에게 말을 하여도 남이 신용하지 않는다. 거사의 아들이여, 노름하는 사람은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功業)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부적절한 시기에 행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자신을 보호하지 못하고, 둘째는 재물을 보호하지 못하며, 셋째는 처자식을 보호하지 못하고, 넷째는 남의 의심을 받으며, 다섯째는 많은 괴로움과 근심이 생기고, 여섯째는 남의 비방을 받는다.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이 부적절한 시기에 행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첫째는 현재의 재물을 없애고, 둘째는 병이 많이 생기며, 셋째는 싸움이 많아지며, 넷째는 비밀이 탄로나며, 다섯째는 남들이 칭찬하거나 보호하지 않고, 여섯째는 지혜를 없애고 어리석음이 생긴다. 거사의 아들이여, 사람이 술을 먹고 방탕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나쁜 벗을 가까이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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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도적과 친해지게 되고, 둘째는 사기꾼과 친하게 되며, 셋째는 주정뱅이와 친하게 되고, 넷째는 방자한 사람과 친하게 되며, 다섯째는 노름꾼과 모이게 되고, 여섯째는 이런 것들을 친구로 삼고, 이런 것들을 짝으로 삼게 된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나쁜 벗과 친근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풍류를 좋아하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노래 듣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둘째는 춤구경을 좋아하는 것이며, 셋째는 가서 풍류놀이 하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넷째는 방울 놀리는 것 보기를 좋아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손뼉 치기를 좋아하는 것이고, 여섯째는 큰 모임을 좋아하는 것이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풍류놀이를 좋아하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게으르면 마땅히 여섯 가지 재환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이 여섯 가지인가? 첫째는 너무 이르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둘째는 너무 늦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너무 춥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넷째는 너무 덥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너무 배부르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고, 여섯째는 너무 배고프다 하여 일을 하지 않는 것이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게으르면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고, 사업을 경영하지 못하면 공업을 이루지 못하며, 아직 얻지 못한 재물은 얻을 수 없고, 본래 있던 재물은 자꾸 없어지느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갖가지 노름하며, 색(色)을 좇아 다니고
  술을 즐기고 풍류놀이 좋아하며
  나쁜 벗들과 친하게 지내고
  게을러빠져 일하지 않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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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자하여 스스로 보호하지 못하나니
  이것들은 사람을 망치느니라.
  
  왔다갔다하며 단속하지 못하고
  삿된 음행으로 남의 아내 범하며
  마음 속에 언제나 원한을 맺고
  갈구하고 원하나 이익 없으며
  술 마시고 여자 생각이나 하니
  이것들이 사람을 망치느니라.
  
  거듭거듭 착하지 않은 짓 행하고
  성질 못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사문 범지를 욕설로 꾸짖고
  거꾸로 된 삿된 견해를 지니고서
  흉악하고 사나워 검은 업을 짓나니
  이런 것들이 사람을 망치느니라.
  
  스스로 가난하여 재물도 없으면서
  술 마시다가 옷을 잡히며
  지는 빚은 솟아나는 우물 같나니
  그는 반드시 그 문중[門族]을 망치리라.
  
  숱하게 술집을 찾아다니고
  나쁜 벗들과 친하게 지내
  마땅히 얻을 재물 얻지 못하나니
  패거리를 좋아하기 때문이니라.
  
  나쁜 벗들이 많이 있고
  좋지 않은 짝들 항상 따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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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현세와 후세
  두 곳에서 모두 멸망하리라.
  
  사람이 나쁜 버릇 익히면 덕이 점점 감하고
  착한 버릇을 익히면 덕이 점점 성하여
  나보다 나은 사람 점점 불어가리니
  그러므로 나보다 나은 사람 친해야 하네.
  
  오르기를 익히면 오르는 것을 체득하고
  언제나 지혜 높아짐을 체득하며
  더욱더 청정한 계를 가지고
  또한 미묘한 선정을 얻게 되리라.
  
  낮에는 딩굴며 잠자는 것 좋아하고
  밤에는 쏘다니며 놀기를 좋아하며
  언제나 방탕하게 술 마시나니
  집에 있으면 뜻을 이룰 수 없네.
  
  너무 춥거나 너무 덥다고
  일하지 않는 게으른 사람
  끝끝내 사업을 이루지 못해
  마침내 재물도 얻지 못하네.
  
  혹 매우 춥거나 매우 더워도
  마치 풀처럼 헤아리지 말라
  만일 그 사람 이런 버릇 익힌다면
  그는 끝내 즐거움 잃지 않으리.
  
  "거사의 아들이여,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에 네 가지가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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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지사(知事)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다. 둘째는 그 사람 앞에서 정다운 말로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다. 셋째는 말로서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다. 넷째는 나쁜 갈래의 짝이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지사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일을 맡아 처리함으로써 재물을 빼앗는 것이고, 둘째는 적은 것으로써 많은 것을 취하는 것이며, 셋째는 두려워서 친한 체하는 것이고, 넷째는 이익을 위해서 친압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사람이 알아서 섬기고
  그 말 지극히 부드럽고 연하며
  두려움과 이익 위해 친압하여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함 깨닫거든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그 사람 앞에서 정다운 말로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묘한 일을 억제하여 못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나쁜 일을 하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그 사람 앞에서 칭찬하는 것이고, 넷째는 등 뒤에서 나쁜 점을 말하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만일 묘하고 착한 법 억누르고
  악하고 착하지 않은 일 하게 하며
  그 사람 앞에서 맞대고 칭찬하다가도
  등 뒤에 돌아서 나쁜 점 말할 때
  만일 그 묘함과 나쁨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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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두 말을 깨닫게 되면
  그런 친함은 친하다 할 수 없나니
  그 사람 그런 줄 깨닫거든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말로써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과거의 잘못을 알아내기 위해서요, 둘째는 곰곰히 미래의 일을 위해서요, 셋째는 거짓으로 남을 속이기 위해서요, 넷째는 '현재의 일은 반드시 멸하는 법이니 나는 마땅히 어떤 일을 꾸미되 인정하는 말을 하지 않으리라'라고 하는 것이다.
  이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과거와 미래의 허물 찾아내려 하고
  현재 일 멸한다고 거짓되게 논하며
  마땅히 일을 꾸미며 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함을 알면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나쁜 갈래의 짝은 친하지 않으면서 친한 체하는 것이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노름을 가르쳐 주는 것이요, 둘째는 적당한 시기가 아닐 때의 행을 가르쳐 주는 것이며, 술 마시기를 가르쳐 주는 것이요, 넷째는 나쁜 벗과 친하게 지내는 것을 가르쳐 주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갖가지 놀음을 가르쳐 주고
  술 마시고 남의 아내 범하며
[982 / 1738] 쪽
  하천한 것 익히고 훌륭한 것 익히지 않으면
  그는 자멸함이 기우는 달 같으리니
  그와 떨어져 상당한 거리를 두되
  마치 길에 무서운 것 있는 것처럼 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마땅히 알아야 하나니, 착한 친구에 네 종류가 있다. 어떤 것이 네 종류인가? 첫째는 고락(苦樂)을 같이 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둘째는 가엾게 생각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셋째는 이로움을 구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한다. 넷째는 요익(饒益)되게 하는 것이니, 그가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고락을 같이 한다면,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그를 위하여 자기를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그를 위하여 재물을 버리는 것이며, 셋째는 그를 위하여 처자를 버리는 것이요, 넷째는 할 말을 참고 견디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욕심과 재물과 처자를 버리고
  할 말을 능히 참고 견디며
  고락(苦樂)을 같이 하는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가엾게 여긴다면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묘한 법을 가르쳐 주는 것이요, 둘째는 나쁜 법을 제어하는 것이며, 셋째는 맞대고 일컫는 것이요, 넷째는 원수를 물리쳐 주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묘하고 선한 법을 가르치고 나쁜 법 제어하며
 
[983 / 1738] 쪽
  맞대고 일컬으며 원수를 물리치고
  가엾게 생각하는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이익을 구한다면 착한 친구인 줄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비밀스러운 일 드러내는 것이요, 둘째는 은밀하게 숨기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이익을 얻으면 기뻐하는 것이요, 넷째는 이익을 얻지 못해도 걱정하지 않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는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비밀한 일 들러내 숨기지 않고
  이익되면 기뻐하고 이익 없어도 걱정하지 않으며
  이익을 구하는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4사(事)로 인하여 요익되게 한다면 착한 친구인 줄 알아야 하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재물이 다한 것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알고는 곧 물질을 대어주는 것이며, 셋째는 방일하는 것을 보면 가르쳐 충고하는 것이요, 넷째는 언제나 가엾게 여기는 것이니라."
  이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재물이 다한 줄 알아 물질을 대어 주고
  방일하면 가르쳐 충고하며 가엾게 여겨
  요익하게 하는 착한 친구인 줄 알았거든
  지혜로운 사람은 마땅히 친근하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에는 6방(方)이 있으니, 곧 동방 남방 서방 북방 하방 상방이다. 거사의 아들이여, 동방은 자식이 부모
[984 / 1738] 쪽
  를 보는 것과 같나니, 그러므로 자식은 마땅히 5사(事)로써 부모를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재물이 불어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것이며, 셋째는 하고자 하는 것을 대어 드리는 것이요, 넷째는 방자하게 어기지 않는 것이며, 다섯째는 자신이 가진 물건을 다 받들어 올리는 것이다.
  자식이 이 5사로써 부모를 받들어 공경하고 공양하면, 부모도 또한 5사(事)로써 그 자식을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아이를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요, 둘째는 대주어 모자람이 없게 하는 것이며, 셋째는 자식이 빚지지 않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때맞추어 결혼시키는 것이며, 다섯째는 가진 재물을 기꺼이 모두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부모는 이 5사(事)로써 그 자식을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동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동방을 자식과 부모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부모를 사랑하고 효도하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남방은 제자가 스승을 보는 것과 같나니, 제자는 마땅히 5사(事)로써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잘 공경하고 순종하는 것이요, 둘째는 잘 받들어 섬기는 것이며, 셋째는 빨리 일어나는 것이요, 넷째는 짓는 업이 착한 것이며, 다섯째는 스승을 잘 받들어 공경하는 것이다.
  제자가 이 5사로써 스승을 공경하고 공양하면 스승도 또한 5사(事)로써 그 제자를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요, 둘째는 빨리 가르치는 것이며, 셋째는 아는 것을 다 가르치는 것이요, 넷째는 좋은 방향으로 인도하여 편안히 머물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착한 벗을 사귀게 당부하는 것이다. 스승은 이 5사(事)로써 제자를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남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남방을 제자와 스승이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스승을 사랑하고 순종하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985 / 1738] 쪽
  거사의 아들이여, 서방은 남편이 아내를 보는 것과 같나니, 남편은 마땅히 5사(事)로써 처자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대주어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처자를 어여삐 생각하는 것이요, 둘째는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영락 따위의 장식품을 주는 것이요, 넷째는 집안에서 편안함을 얻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아내의 친족들을 생각하는 것이다.
  남편이 이 5사로써 처자를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면 처자는 마땅히 13(事)로써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열세 가지인가? 첫째는 남편을 존중하고 사랑하며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남편을 존중하여 공양하는 것이며, 셋째는 남편을 잘 생각하는 것이요, 넷째는 할 일을 챙기는 것이며, 다섯째는 권속을 잘 거두는 것이요, 여섯째는 먼저 우러러 모시는 것이며, 일곱째는 그 다음에 애정을 갖는 것이요, 여덟째는 말이 성실한 것이며, 아홉째는 문을 잠그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요, 열째는 오는 것을 보고는 칭찬하는 것이며, 열한째는 자리와 침상을 펴고 기다리는 것이요, 열두째는 깔끔하고 맛나고 풍족한 음식을 차리는 것이며, 열셋째는 사문 범지를 공양하는 것이다. 처자는 이 13사(事)로써 남편을 공경하고 순종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서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서방을 남편과 처자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처자를 사랑하고 어여삐 생각하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북방은 주인[大家]이 종이나 일꾼을 보는 것과 같나니, 주인은 5사(事)로서 종이나 일꾼을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히 여겨 구제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그 능력에 따라 일을 시키는 것이요, 둘째는 때에 맞춰 먹이는 것이며, 셋째는 때에 맞춰 마시게 하는 것이요, 넷째는 날마다 쉬게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병이 나면 약을 주는 것이다.
  주인이 이 5사로써 종이나 일꾼을 가엾게 생각하고 불쌍하게 여겨 구제하면 종이나 일꾼은 마땅히 9사(事)로써 주인을 잘 받들어야 하나니, 어떤 것이 아홉 가지인가? 첫째는 때에 맞춰 일을 하는 것이요, 둘째는 마음을 오로지해 일을 하는 것이며, 셋째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요, 넷째는 먼저 우러러 모시는 것이며, 다섯째는 그 다음에 사랑을 행하는 것이요, 여섯째는 성실하게
[986 / 1738] 쪽
  말하는 것이며, 일곱째는 급할 때 멀리 떠나지 않는 것이요, 여덟째는 다른 지방에 갈 때엔 곧 주인을 칭송하는 것이며, 아홉째는 주인이 원하는 것에 가깝게 대주는 것이다. 종이나 일꾼은 이 9사(事)로써 주인을 잘 받들어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북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나니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북방을 주인과 종 하인이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종이나 일꾼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하방은 친한 벗이 친한 벗의 종을 보는 것과 같나니, 친한 벗은 5사(事)로써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사랑하고 공경하는 것이요, 둘째는 업신여기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속이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보물을 주는 것이며, 다섯째는 친한 벗의 종을 가엾게 생각하는 것이다.
  친한 벗이 이 5사로써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공경하며 물품을 제공하면, 친한 벗의 종도 또한 이 5사로써 주인의 친한 벗을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아는 것이요, 둘째는 재물이 다한 줄을 알면 재물을 제공하는 것이며, 셋째는 방일한 것을 보면 가르쳐 충고하는 것이요, 넷째는 사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급할 때에는 의지처가 되는 것이다. 친한 벗의 종은 이 5사로써 주인의 친한 벗을 잘 생각해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하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나니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하방을 친한 벗과 친한 벗의 종이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친한 벗의 종을 사랑하고 가엾게 여기면 반드시 이익이 불어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상방은 시주(施主)가 사문 범지를 보는 것 같나니, 시주는 마땅히 5사로써 사문 범지를 존경하고 공양하여야 한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문을 닫아 걸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오는 것을 보면 반갑게 칭찬하는 것이며, 셋째는 자리와 상을 펴고 모시는 것이요, 넷째는 정갈하고 맛있는 음식을 풍성하게 차리는 것이며, 다섯째는 법답게 옹호하는 것이다.
[987 / 1738] 쪽
  시주가 이 5사로써 사문 범지를 존경하고 공양하면, 사문 범지도 또한 5사로써 시주를 잘 생각하여야 하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믿음을 가르쳐 믿음을 행하게 하고 믿음을 생각하게 하는 것이요, 둘째는 금계(禁戒)를 가르치는 것이며, 셋째는 널리 듣기를 가르치는 것이요, 넷째는 보시를 가르치는 것이며, 다섯째는 지혜를 가르쳐 지혜를 행하고 지혜를 세우게 하는 것이다. 사문 범지는 이 5사로써 시주를 잘 생각하여야 한다. 거사의 아들이여, 이와 같이 상방에서 이 두 가지를 함께 분별해야 하나니 거사의 아들이여, 성인의 법률 가운데서는 상방을 시주와 사문 범지라고 이른다. 거사의 아들이여, 만일 사람이 사문 범지를 존경하여 받들면 반드시 이익이 증가할 것이요, 흉하거나 쇠하지 않느니라.
  거사의 아들이여, 네 가지 섭사[四攝事]11)가 있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혜시(惠施)요, 둘째는 애어(愛言)이며, 셋째는 이행(利行)이요, 넷째는 동리(等利)이다."
  이에 세존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은혜를 베풀고[惠施] 정답게 말하며[愛言]
  항상 남을 위하여 이롭게 행하고[利行]
  중생과 함께 이익을 같이하면[同利]
  그 좋은 이름 멀리 퍼지느니라.
  이렇게 세상을 껴잡는 것은
  
11) 보살이 고통세계의 중생을 교화시키기 위해 사용하는 네 가지 방편. 첫째는 혜시(惠施 : dana)로서 상대방이 좋아하는 재물이나 법 두 가지를 보시하여 중생들이 그 마음에 감동케 하여 이끌어 들이는 것이다. 즉 중생들은 두 가지 보시의 이익에 힘입어 친근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불도(佛道)에 들어가게 됨. 둘째는 애어(愛語 : peyya-vajja)로서 보살은 중생의 근기 에 따라 부드럽고 온화한 말로 위로하고 즐겁게 하여 중생들이 친근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불도에 들어가게 됨. 셋째는 이 행(利行 : attha-cariya)으로서 보살이 동작[身] 언어[口] 생각[意]으로 착한 행동을 하여 모든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이 다. 이로 인해 중생이 친근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 불도에 들어가게 한다. 넷째는 동사(同事 : Samanattata)로서 보살이 법 안(法眼)으로 중생의 근기를 밝게 살피고서 그 좋아하는 바에 따라 변신하여 그들과 함께하여 이끌어 들이는 것이다.
[988 / 1738] 쪽
  마치 수레를 모는 사람 같아서
  만일 세상에 껴잡는 법 없으면
  어머니는 그 자식으로 말미암아
  
  공양과 공경을 받을 수 없고
  아버지가 자식을 말미암는 것 마찬가지이나
  만일 이 껴잡는 법 있으면
  그 때문에 큰 복 얻으리라.
  
  멀리 비춤이 마치 햇빛 같아서
  이익도 빠르며 드날림도 빠르리니
  추한 말 쓰지 않고 또 총명하면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느니라.
  
  결정코 교만함 없으면
  이익도 빠르고 드날림도 빠르리니
  믿음과 계율[尸賴]을 성취하면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느니라.
  
  언제나 깨어 있어 게으르지 않으며
  사람에게 음식 베푸는 것 기뻐하고
  데리고 가서 바르게 잘 다룬다면
  이렇게 하여 그 좋은 이름 얻느니라.
  
  친한 벗의 종을 똑같이 가엾게 여기고
  좋아함엔 제한이 있지만
  사람 포섭하기 친구들 속에 있듯 하니
  그 뛰어나고 묘함이 사자와 같네.
  
[989 / 1738] 쪽
  처음에는 먼저 기술을 배우고
  그 다음으로는 재물을 구하며
  재물을 구한 뒤에는
  그것을 나누어 네 몫으로 만들라.
  
  한 몫으로는 음식 만들고
  한 몫으로는 농사의 밑천을 삼고
  한 몫은 간직하여 저축했다가
  급할 때 쓰도록 하라.
  
  농사꾼이나 장사꾼에게 주어
  나머지 한 몫으로 이자를 낳게 하고
  다섯째로는 아내를 맞이하고
  여섯째로는 집을 장만하라.
  
  만일 집에 이러한 6사(事) 갖춘다면
  더 불어나지 않더라도 유쾌히 즐거움 얻을 것이고
  그는 반드시 재물이 풍족하여
  바다 속에서 물이 흐르듯 하리.
  
  그는 이렇게 재물을 구하기
  마치 꿀벌이 꽃을 따듯 하나니
  오랫동안 재물을 구해
  마땅히 스스로 쾌락을 받으리라.
  
  재물을 먼 곳으로 보내지 말고
  또한 두루 펴지도 말라
  흉악하고 사나운 사람에게나
  세력 있는 이에게 빼앗기나니
[990 / 1738] 쪽
  동쪽 방위는 부모가 되고
  남쪽 방위는 스승이 되며
  서쪽 방위는 처자가 되고
  북쪽 방위는 종이 되며
  하방은 친한 벗의 종이 되고
  상방은 사문 범지 되나니
  
  원컨대 이 모든 방위에 예배하여
  둘 다 함께 큰 명성을 얻고
  이 모든 방위에 예배한 뒤에
  시주는 하늘에 나게 되기를.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거사의 아들 선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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